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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탑 전설 따라 걷는 충남 제일의 명산 계룡산
남매탑 전설 따라 걷는 충남 제일의 명산 계룡산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6.17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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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산에 가고 싶다

대한민국의 산을 이야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입에 오르내리는 곳을 들라면 단연 충남 제일의 명산 계룡산이 아닐까. 1968년 우리나라 두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계룡산은 정상인 천황봉의 높이가 845m에 불과하지만 이 산에서 뿜어 나오는 영험한 기운은 전국 제일로 알려져 있어 그 기운을 받고자 수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동학사에서 아름다운 전설이 깃든 남매탑을 거쳐 갑사로 넘어가는 길은 누구라도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운치 있는 산행코스다.
글·사진 유인근(스포츠서울 기자)

▲ 사진 1
계룡산(鷄龍山)이란 이름에는 닭과 용이라는 두 동물이 들어 있어 범상치 않다. 오래전부터 이 산의 기운은 영험하기로 소문났고, 그래서 민족의 영산으로 대접을 받으며 새로운 나라가 생겨날 때마다 수도로 거론되기도 했다. 지금도 그 기를 받기 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대표적인 산이다. 실제 계룡산은 풍수지리학적으로 뛰어나고 영이 빨리 깃드는 산으로 유명하다. 그리하여 일명 ‘기도발’이 잘 듣는다 해서 한때는 전국에서 모여든 도사들과 무당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덕분에 ‘신들의 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 사진 2
영험한 기운 펄펄 넘치는 ‘신들의 산’

개인적으로는 동네 뒷산을 빼고 난생 처음 해봤던 등산이 계룡산 산행이기 때문에 기억에 더 많이 남고 애틋함이 느껴지는 산이기도 하다. 대학 1학년 때 충남지역으로 답사여행을 왔다가 담당교수님의 권유로 동학사에서 갑사로 넘어갔던 추억이 또렷하다.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즈음 계룡산의 좋은 기를 듬뿍 받아 보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때 숨을 헐떡거리며 산을 오르면서도 빼어난 산세와 아름다운 풍광에 힘든 줄도 몰랐던 젊은 날의 추억이 가끔 생각나고 그리울 때가 있다.
게룡산 산행의 대표적인 코스가 바로 풋풋했던 그 시절 투덜거리며 걸었던, 동학사에서 갑사로 넘어가는 길이다. 동학사 주차장에서 출발해 천장골을 올라 큰배재, 남매탑, 금잔디고개를 넘어 갑사까지 가는 6.3㎞ 구간으로, 그늘 깊은 숲과 시원한 계곡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최고의 코스이면서 넉넉하게 3~4시간이면 충분해 부담이 없다.
계룡산 산행은 동학사에 대전역을 오가는 버스가 자주 다니고 갑사에는 유성과 공주를 왕복하는 버스가 들르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좋다.

▲ 사진 3
막연한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남매탑

동학사 주차장에서 갑사로 오르는 길은 셋이다. 동학사를 거쳐 관음봉으로 오르는 종주 코스는 지루하고 너무 길다. 동학사 계곡으로 질러가는 코스는 짧은 편이지만 돌계단이 너무 많고 가파르다. 요즘에는 주차장에서 바로 이어지는 천장골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산한 편이고 완만해 큰 힘 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동학사에서 갑사로 넘어가는 길은 한때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갑사 가는 길’에 나온 곳이다. 아름다운 남매탑의 전설을 기억하는 지금의 40~50대들에게는 막연한 그리움의 장소이기도 하다.
원래 계룡산은 ‘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을 풍경이 특히 아름다운 산이다. 하지만 새싹의 연초록들이 황홀한 이즈음의 풍경 또한 결코 가을에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신록의 계절 생동하는 녹음의 향연은 온몸으로 생기를 전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더 밝아지는 느낌이다.
천장골 코스는 왼쪽으로 계곡을 끼고 큰배재까지 2.7㎞를 오르게 된다. 비교적 완만한 오르막을 따라 청량한 물소리, 새소리를 벗 삼아 걷다보면 어느새 저 위로 큰배재가 나타난다. 큰배재 못 미쳐 나타난 급경사는 이 구간의 최대 난코스라고 할 수 있지만 길지 않기 때문에 잠시 숨을 고르면 어렵지 않게 언덕 위에 올라설 수 있다. 여기에서 평평한 숲길 500여 미터를 더 가면 드디어 그 유명한 남매탑이 다소곳한 자태로 나그네를 반겨준다.
남매탑 아래에 서니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렸던 수필가 이상보의 대표적인 작품 ‘갑사 가는 길’이 생각난다. 솔직히 그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이 탑에 어린 전설은 아직도 생생하다. 한 수도승이 목에 뼈다귀가 걸린 호랑이를 구해주자 호랑이는 보은의 의미로 젊은 처녀를 물어다 놓고 갔다. 수도승의 불심에 감화를 받은 처녀는 떠나지 않으려 했고, 결국 둘은 의남매를 맺고 구도에만 몰두했다는 이야기. 이들이 입적한 뒤 석탑 2기가 세워졌으니, 바로 지순한 사랑을 담은 남매탑이다. 탑 아래에 서면 남매탑 위로 삼불봉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른 볼거리는 없음에도 남매탑 아래서 생각에 잠기다 보면 시간은 참으로 잘도 간다. 서둘러 갑사로 발길을 돌린다.

▲ 사진 4
▲ 사진 5





















청량한 물소리 벗 삼아 걷는 ‘갑사 가는 길’

남매탑에서 수직으로 뻗은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삼불봉 삼거리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삼불봉에서 자연성릉을 거쳐 관음봉 지나 갑사로 내려가도 좋다. 이번엔 일단 삼불봉까지만 오른 뒤 다시 삼거리로 내려와 갑사로 향하기로 한다.
삼불봉에 오르려면 200여 개의 철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정상에 오르니 그동안의 수고를 보상이라도 하듯 시야가 환해졌다. 삼불봉은 동학사에서 올려다보면 봉우리가 마치 세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 서면 주봉인 천황봉을 비롯해 쌀개봉, 관음봉, 연천봉 등 봉우리들이 가파른 능선으로 이어져 꿈틀꿈틀 살아서 움직이는 것만 같다. 자연성릉의 암릉 줄기는 꼭 용의 등뼈를 닮았다. 조선 초 무학대사가 이 산세를 보고 풍수지리학적으로 ‘금계포란(金鷄抱卵)형이요, 비룡승천(飛龍昇天)형이라’해서 붙여진 이름이 바로 계룡(鷄龍)이다.
삼불봉에서 돌아 나와 갑사로 향했다. 이제부터는 1시간 넘게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그러나 가파른 하산 길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갑사로 내려가는 길 왼쪽으로는 내내 아름다운 계곡이 따라다닌다. 크고 작은 폭포와 아담한 소들이 어우러진 절경에 입가엔 절로 미소다. 특히 우렁찬 물소리에 놀라고 그 아름다운 풍경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되는 용문폭포가 인상적이다. 높이 10여 미터는 족히 될 듯한 폭포수가 땅으로 힘차게 떨어지고 있다. 갑사구곡 중에 8곡에 속하는데 심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수량이 풍부하다. 갑사구곡은 일제 강점기 때 윤덕영이 계룡산에 들어와 간성장이라는 별장을 짓고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절승을 이룬 곳에다 큰 바윗돌에 구곡을 새겨놓은 것에서 유래했다.
▲ 사진 6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내려오다 보면 어느새 ‘계룡갑사(鷄龍甲寺)’라는 편액이 눈에 들어온다. 갑사는 철당간지주, 갑수부도보물, 동종, 월인석보판목 등 보물 4점과 창건설화를 지닌 천진보탑, 중건설화를 안고 있는 공우탑 등 문화재가 산재되어 있어 ‘나라 안에 으뜸가는 사찰’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곳이다. 이중에서 24개의 철통으로 구성된 철당간지주와 절을 중건할 당시 짐을 나르던 소가 냇물에서 기절해 죽자 소의 공을 치하해 세웠다는 공우탑(功牛塔)은 우리나라에서 하나밖에 없다고 하니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자. 갑사에서 나와 만나는 커다란 나무들이 도열한 오리숲길은 계룡산 산행의 마지막 선물이다.

<찾아가기>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 천안논산고속도로 → 정안 IC → 23번국도 → 월송교차로 → 32번국도(대전 방향) → 박정자삼거리 → 동학사로 진입하면 된다.
*대중교통은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면 된다. 대전역에서 동학사 가는 107번 버스가 20분 간격으로 다닌다. 공주에서 동학사를 왕복하는 버스도 있다.
*하산 시 갑사에서는 유성과 공주를 왕복하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사진설명>
1 연녹색 향연이 싱그러운 숲길
2 남매탑의 위치를 일러주는 이정표
3 아름다운 전설을 품고 있는 다정한 남매탑
4 삼불봉으로 향하는 오르막길. 경사도가 만만치 않다.
5 갑사 쪽으로 넘어가는 하산 길에서 만나는 용문폭포. 낙하하는 물소리가 우렁차다.
6 ‘계룡갑사’라는 현판이 인상적인 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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