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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안암병원 신상원 교수, “갑상선암, 과도 진단이 문제”
고대 안암병원 신상원 교수, “갑상선암, 과도 진단이 문제”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06.18 0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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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갑상선암 환자가 급격히늘어났다. 갑상선암은 50대 이후의 여성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암 중에서도 굉장히 드문 암이다. 그러나 최근 30년 사이 우리나라 갑상선암 발생률은 기존에 비해 무려 30배가 증가해 세계적 기록을 세우고 있다. 고려대학교 신상원 교수는 이 기이한 현상에 대해 ‘과도 진단’이 그 심각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취재 이윤지 기자 | 사진 최별 기자

 
한국 갑상선암 환자 수는 현재 세계 평균의 10배다. 갑작스럽게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난 것일까. 게다가 이 수치는 매년 25%씩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암 발생률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20~30대 젊은 여성을 비롯해 발병이 극히 드물어야 할 젊은 남성들에게서도 갑상선암 수술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뉴욕 타임즈를 비롯한 세계 각종 매체에서도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불필요한 과잉 진단이 아닌지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2011년 우리나라에서는 갑상선암 환자가 약 4만여 명 발생했다. 이는 인구 10만 명당 81명이며, 세계 평균의 10배 이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 갑상선암인 세계 유일의 나라이다. 발생증가 속도 역시 세계 신기록이다. 지난 30년 동안 발생률은 30배 이상 증가하였고, 인구당 발생률과 연간 증가율(23.7%)은 세계 의료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기현상이다. 이토록 많은 갑상선암 환자의 증가로 인해 국민 건강에 엄청난 위협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0여 년간 정부와 의료계는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갑상선암 환자가 증가하는 원인을 밝히지는 못하고,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를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환자 발생을 부추기는 상황을 유발했을 뿐이다. 대한 항암요법 연구회 완화분과 위원장으로서 국내 암환자 완화 치료에 꾸준히 힘써온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암센터 신상원 교수는 갑상선암 조기 확진이 현저히 증가한 반면 갑상선암으로 사망하는 환자의 수는 30년 전과 비교하여 거의 변하지 않았음을 볼 때 ‘과도한 건강 검진’ 외에 달리 원인을 찾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30년 동안 발생률 30배 늘었지만 사망률 극히 낮아 “미국에서도 지난 30년간 갑상선암이 3배나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사망률은 극히 낮죠.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천천히 자라고, 사망할 때까지 암 발생 사실이 밝혀지지 않기도 합니다. 미리 밝히지 않아도 무방한 경우죠. 물론 갑상선암으로 사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갑상선암은 미리 찾아 수술을 서두를 필요가 없는 암입니다.”
신상원 교수는 현재 무증상일 경우 갑상선 초음파 검진을 받지 말 것을 권하며 대학병원과 국공립병원에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은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국가적 이변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생태계에 이상이 온 것도 아닌데 이같이 많은 환자가 실제로 중증으로 발병했을 가능성이 전혀 없으며 실제적으로는 90% 이상의 환자가 과도한 진단, 즉 갑상선 초음파 검사로 인해 극히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암을 찾아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신 교수만의 판단만은 아니다. ‘과잉 진단’에 대한 학계의 논의는 여러 사례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연구돼 왔다. 급격히 증가한 갑상선암 확진 환자의 수치
에 비해 이것이 사망률로 이어진 경우는 역시 극히 적다는 사실을 두고 볼 때, 우리는 이제 미세 기구를 이용한 초음파 검사 결과의 문제점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갑상선암은 초기에 진단하지 않아도 완치율이 95%가 넘는 순한 암입니다. 갑상선암을 진단하기 위한 초음파 검사는 암의 크기와 위치를 알 수 있을 뿐 그대로 두었다가 생명을 위협할 만한 암인지, 몸 안에서 커지더라도 굳이 수술할 필요가 없는 경우인지 구분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조기에 갑상선암을 진단받고 즉시 수술을 받거나, 불안에 휩싸여 하루하루를 어둡게 보내거나 수술 이후에도 ‘암환자’라는 꼬리표를 인식하며 재발의 두려움을 안은 채 평생을 살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신교수는 말한다.

매일 100명이 갑상선암 수술을 받는 나라

실제로 많은 갑상선암 전문의가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권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특별한 증상이 없이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받게 되면, 불필요하게 조기 갑상선암을 진단받아서 신체에서 굉장히 중요한 기능을 하는 갑상선을 떼어내고 갑상선 호르몬제를 평생 복용하며 소위 암 환자로 살아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암의 진행 정도와 실제적인 증상과 무관하게 허상으로 인해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대형 종합병원과 국립 병원에서 실시되는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 검사가 조기 확진을 통해 중병으로부터 생명을 구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다기보다는 굳이 진단하지 않아도 될 순한 암을 진단하여 암 환자로 만드는 매우 위험한 행위임을 환자들이 깨달아야 한다고 신 교수는 강조했다.
“담당 의사의 강력한 소견을 바탕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자발적으로 받을 필요가 없으며, 설사 무료로 검사를 해준다고 하여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조기 진단이 완치를 가져온다’는 어불성설을 경계하라

신 교수는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를 권장하는 현 세태를 우려하며 ‘미리 발견하면 빠른 완치가 가능하다’는 주장의 치명적인 결함에 대해 설명했다. 의사는 모든 질병에 대해 진단하고 가능한 한 신속하게 치료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암 등의 질병이 ‘혹시나’ 내 몸에 있지 않나 하는 전제 하에 매년 꼬박꼬박 건강검진을 받는다고 해서 그것이 건강한 삶을 담보해 주지는 않는다. 사회적으로 과도하게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인 듯 추켜세워지는 ‘건강검진’이 과연 얼마나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다. ‘미리 발견할수록 암 치료율이 높으므로, 되도록 빠른 시기에 시작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만이 암을 비롯한 중병의 싹을 없앨 수 있다’는 식의 논리에 우리는 익숙해져 있다.
“조기 발견하면 자연히 조기 치료, 완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곧 수영을 할 줄 알면 한강을 건널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엉뚱한 논리입니다. 조기 발견과 치료의 기간 판단은 앞뒤가 맞지 않죠. 한 사람이 암에 걸렸다고 합시다. 20살에 스크리닝 즉 검사를 통해 암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암환자로 살아가다가 70세에 사망하게 돼요. 그런데 초음파 검사를 받은 적이 없는 어떤 사람은 50세가 되어서야 실질적인 증상을 느끼게 되고 느지막이 암 진단을 받게 됩니다. 사망 시기는 70세로 같아요. 차근차근 따져보면 그 ‘조기 치료’라는 것은 이러한 구조인데 과연 예로 든 전자의 환자에게서 갑상선암이 건강하게 완치된 사례라고 볼 수 있을까요”
특별히 몸에 나타나는 증상이나 통증이 없는 상태에서 ‘조기 발견’을 위해 미리 검진을 받는 것이 실질적, 비교적으로 특별한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기 발견으로 작은 암도 미리 찾아내 빨리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이 논리는 ‘건강검진을 받으면 건강해진다’는 위험한 슬로건까지 생산해냈다.
꾸준한 건강검진은 치명적인 병을 발견해서 치료를 앞당길 수도 있다. 그러나 과다 진단으로 인해 불필요한 수술과 오랜 약물 복용 등으로 몸 상태를 더 악화시키는 위험성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갑상선암 과다 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 정부와 의료계에 고하다

최근 신상원·안형식 고려대 의대 교수, 서홍관 국립암센터 의사, 이재호 가톨릭의대 교수 등 8명의 의사가 ‘갑상선암 과다 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를 만들었다. 국내 최초의 과다 진단 관련 연대다. 이들은 의학적으로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갑상선암 초음파 검사를 통해 치료
가 불필요한 갑상선암 환자를 의료계가 만들어내고 있다고 공식 주장했고, 당장 아무런 증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갑상선암 초음파 검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갑상선암 발생률의 현재 추이는 방사능 누출 사고나 심각한 자연재해 등과 같은 뚜렷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과다 진단 외 다른 근거로는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미국에서도 갑상선암의 빠른 증에 대해 과다 진단이 주된 요인이라는 논문이 발표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발생률이 미국의 5.5배나 되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의 갑상선암 과다 진단이 미국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신 교수와 의사연대는 “국민들은 현재 증가하는 암 발생률 때문에 과한 불안에 휩싸였고, 의료진은 이에 따라 작은 암 요소라도 놓지 않아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더 자세히 진단하게 된다”며 이에 따라 갑상선암 발생률은 지금 상태에서 더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갑상선암 과다 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는 지난달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기형적인 갑상선암 증가에 대하여 침묵으로만 대할 수 없다. 우리는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정부와 의료계의 긴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의학적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 의사의 조언 없이 이루어지는 건강검진이 불필요한 진단과 치료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국가가 국민 스스로 검강검진의 득과 실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당 사실을 적극 홍보할 것을 주장하며 정부와 의료계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재호 가톨릭의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갑상선암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명 이하여서 사실 암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의문이다. 우리나라도 갑상선암 환자 10만 명당 사망률이 0.7명으로 매우 낮고, 미국이나 영국은 각각 0.5명, 0.4명으로 우리나라보다 더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국가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갑상선 초음파 검진을 중단시키는 대책을 조속히 내놓으라”고 강구했다.
국내 유수의 전문의들이 이 주제에 대해 팔을 걷고 나선 데에는 현재 ‘과다 검진’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제반 문제들이 우리가 주목해야만 하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를 향한 방안 촉구와는 별개로 환자 개개인은 수많은 의료적 선택을 앞두고 보다 많은 정보를 챙기고 소신을 지켜야만 한다.

조기, 과다 진단보다 심신 건강을 위한 일상적 노력이 더 효과적

“갑상선암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환자들은 ‘암 발병’에 대한 불안과 의심을 떨치기 위해 무조건적인 검사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검사 의향을 제지하는 것이 의사로서 쉽지 않은 일일 뿐더러 모든 확률에 일일이 대비할 수 없기 때문에 검사나 치료를 권하지 않기도 힘들죠. 그러나 갑상선암만 예로 들더라도 초기 갑상선암은 수술을 서둘러야 하는 암이 아닙니다. 환자 상태와 암의 크기에 따라 급히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의사가 볼 때 조금 지켜봐도 좋은 상황이라면 환자로서 인내심을 가지고 추이를 보다가 시술 및 수술 등을 피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빠른 수술
을 권한다면 부작용 여부와 수술 후 치료에 대해 자세한 안내를 받는 것이 필수입니다.”
갑상선암이 다른 암에 비해 여유를 가지고 수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암임을 안다면, 환자는 섣부른 수술을 피하고 보다 건강한 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고 신 교수는 강조했다. 우리는 갑상선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에 대해서 미리 검사받아 시스템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고 조기 진단을 통해 운 좋게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신 교수는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이 문제에 관해 ‘개개인의 선택’을 강조했다. 제도적인 인식과 보호가 없는 상황에서 환자들은 허둥댈 수밖에 없고 조기검진의 ‘양날의 칼’같은 성향을 비판하면서도 한쪽으로 치우칠 수만도 없는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관련 연구를 공유하고 널리 알리는 것 정도다. 신상원 교수는 갑작스럽게 패러다임이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은 힘들지만 점차적으로 ‘과잉 진단’에 대한 인식이 잡혀 나간다면 환자들 역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조기 진단에 대한 강박으로 ‘미리 알아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격’을 피할 것을 재차 강조하며 인생 전체를 생각할 때, 과잉 진단으로 상당히 긴 시간을 ‘증상 없는 불행한 환자’로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정 건강한 삶을 원한다면 ‘병의 가능성’을 샅샅이 찾아내 애매한 안정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일상적인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갑상선 환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된 이유>
목 안쪽, 피부 가까이에 있는 나비 모양의 갑상선은 초음파 검사 시 작은 결절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 결절이 ‘갑상선암’ 진단의 주된 기준이 된다. 미세침으로 꺼낸 결절이 암세포임이 확실시 되면, 대부분의 환자는 그 결과에 따라 수술을 받게 된다. 보통 갑상선 전체를 떼어낸다. 갑상선은 인체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수술 후에는 갑상선 호르몬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또한 암이 전이됐을 수 있으므로 방사선동위원소 치료를 병행한다. 평생 약을 복용하고 치료를 받아야 할 뿐 아니라 갑상선 저하증, 갑상선 항진증 등이 발병할 가능성이 있어 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러나 갑상선암에 대해 우려해 초음파 검사를 받으러 온 환자를 의사가 말릴 만한 뾰족한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딜레마 덕분에 대한민국은 갑상선 환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되었고, 지금도 매일 100여 명이 갑상선 수술을 받고 있는 이상한 나라가 되었다. 혹시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생활습관이나 문화적 측면에 특별한 문제가 생긴 것일까? 이에 관해서 신 교수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갑상선암 초음파 검사’ 즉 갑상선암에 대한 과다 검진을 주된 이유로 지목한다. 의료기관이 검진센터의 수익을 노리고 불필요한 검진까지 권유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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