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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디자인 이성재 대표, 작가의 숨결이 깃든 오피스 공간
하늘디자인 이성재 대표, 작가의 숨결이 깃든 오피스 공간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06.20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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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순화동 하나생명 신사옥은 여느 사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7개 전 층이 아이보리색의 톤 앤 매너로 아늑한 느낌을 주며 각층 엘리베이터 홀에서는 사진작가 김중만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사무 공간이 삭막하고 차가워 보이는 것은 인테리어와도 큰 연관이 있다. 바쁜 업무를 오랜 시간 이어가야 하는 사무실에 잠시 숨을 돌리고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구조적인 장치가 있다면 회사에서의 일상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하나생명 신사옥은 대기업 사무환경의 긍정적인 변화를 고민해 온 인테리어 기획자 이성재 이사의 손길로 '소통과 쉼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취재 이윤지 기자 | 사진 최별 기자 | 자료제공 하늘디자인(02-915-5111), 이도기획 (02-557-5777)

▲ 사진 1
사진작가 김중만의 작품을 마주보게 되는 공간

실내 건축 디자인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기획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하늘디자인 이성재 이사는 자신을 디자이너라기보다 멀티 플레이어에 가깝다고 말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부터 인테리어 경력을 쌓아오다 이른 나이에 개인 사업을 시작한 그의 오랜 내공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큰 빛을 발했다. 운영 전반에 있어서 새로운 도약 단계에 있는 하나생명 신사옥 기획을 맡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것.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사옥 내에 김중만 작가의 대형 갤러리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이성재 이사가 중점을 둔 부분은 이곳이 다른 사옥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구조의 변형 혹은 특이한 요소의 삽입 등을 다방면으로 구상해 보면서 나온 결론은 다른 예술 분야와의 융합이었다.
"예술 작품을 건물에 안착시켜 새로운 것을 이끌어내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물론 막연했죠. 사실 기존 사옥들에서도 이런 융합 형태가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 로비에 조형물을 설치하거나 복도에 그림을 전시하는 등 이미 진행된 사례 외에 하나생명만을 위한 특별한 융합을 찾고자 했습니다."
보편화된 방식들로부터 벗어난 무엇인가를 찾다가 그는 문득 '작가의 공간'을 들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바로 특색 있는 작가의 사진 작품을 사옥에서 언제든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마침 그의 은사가 김중만 작가와 친분이 두텁다는 사실을 상기해냈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현재 이곳에는 김중만 작가의 작품 총 13점이 걸려 있다.
상업적인 작업을 꺼리는 유명 작가의 사진을 기업체와 연결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진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공간을 의뢰받고 사진작가의 저작권을 조율하는 일까지 병행하기를 자처한 데에는 굉장한 열정이 작용했을 것이다.
단순히 트렌디한 인테리어를 내놓으려는 시도가 아니었다. 이성재 이사는 오래전부터 기업 공간, 특히 브랜드 이미지화에 힘을 쏟아야 하는 대기업 공간에 관한 관심을 이어왔다. 공간에 관한 심도 있는 맞춤형 개념만이 기업의 업무 효율과 이미지 쇄신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하나생명 신사옥에 적용된 개념은 '소통과 치료'다. 기업과 사원, 사원과 사원 사이를 넘어서 공간과 인물의 살아있는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이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 사진 2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는 곳의 온도

신사옥이 완공된 지 한 달가량이 지났다. 이성재 이사는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과 새로이 더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는 하나의 작업인 이 프로젝트의 주제는 짧은 시간에 실현될 만한 단순한 것들이 아니다. 그는 어떤 도면으로 건물에 가치를 불어넣었을까.
10층짜리 건물 3층부터 10층까지가 하나생명의 새 공간이다. 7개 층 중 2개 층은 특화 요소가 두드러진다. 먼저 '소통, 통합, 치료'의 세 가지 요소를 적용시킨 3층 커뮤니티 공간은 카페테리아를 중심으로 교육장과 회의실로 구성돼 있다.
"우드와 아이보리의 안정적인 컬러 톤은 공간의 본질을 숨기지 않으려는 의도입니다. 은은한 조도는 침묵을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지금 이 공간은 무엇도 숨기지 않은 상태로 차분하게 방문자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내면의 소통을 이끌기 위한 구조라고 볼 수 있죠."
높은 천장과 막힌 데 없는 동선, 군더더기 없는 소재는 그야말로 '휴식'을 도모하고 있다. 10층 임원층은 '빛'이 좀 더 중심이 된다. 무형의 공간에 벽과 천장이 넓고 심플하게 구성돼 있고 조명과 유리의 투명 형질이 소통하며 하나생명만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는 '사색의 거리'와 같은 테마 공간을 마련했다.
"오피스 공간의 경우, 사실상 다양한 디테일을 적용한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기업이 정해두고 쓰는 대표적인 컬러가 있고 공간의 높이, 면적 등도 일부 제한돼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프로젝트는 꽤 다양한 시도를 한 겁니다. 직원들을 위해 커뮤니티 공간에서 힐링할 수 있도록 구조화해 달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항이었는데, 하나생명 측에서 그 과정을 전부 맡겨줬습니다. 면적이나 구획 등 기본적인 것에 대해서만 협의하고 컬러와 재질, 변형에 관한 모든 것을 일임했기 때문에 제가 그렸던 도면을 성실하게 실행해낼 수 있었어요."
그는 카페테리아가 있는 3층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 일부 철거를 감행하고 일반적인 고도보다 높게 천장을 올렸다. 또한 10층의 경우 빛과 색의 조합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의 온도를 고려해 크림색의 아늑한 실내를 만들어냈다. 실제로 현재 CEO는 전에 지내던 별관 사옥에 비해 CEO룸이 따뜻해져 업무 환경이 만족스럽다는 후기를 전하기도 했다고 한다.

▲ 사진 3
오피스 공간이 따분하다는 편견에 맞서

"회사의 실내는 따분하고 갑갑하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걸을 수 있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면 어떨까요. 위와 양옆이 환하고 넓게 트여 심신을 잠시라도 쉴 수 있다면요. 실제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들의 하루하루와 감정을 그대로 파악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이제는 저에게도 그 실상이 익숙하기 때문에 개선돼야 하는 부분을 실행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언제나 소통의 부재가 발생하죠.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공간, 인테리어가 할 수 있는 요소가 분명히 있습니다.
김중만 작가라는 타이틀은 단연 그 영향력이 세다. 사내 라이브러리가 걸릴 만한 공간에 김중만의 사진이 걸리는 순간부터 곳곳이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임원층 통로 역시 추후 구체적인 계획을 통해 테마 갤러리로 추진해 볼 계획이다. 예술적 공간의 면적이 늘어나고 그 영향이 커지면서 공간을 누비는 사람들의 감성은 달라질 거라는 것이 그의 예측이다. 넓게 트인 공간에서 언제든 쉬어갈 수 있다는 제안 역시 철학과 이미지가 담긴 작가적 감성과 맥을 같이 한다. 공간을 직접 들여다보고 그 테마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하나생명과 김중만의 콜래보레이션이라는 소개를 처음 들었을 때의 생경함은 점차 희미해진다. 이 사옥은 지나칠만한 구역 곳곳에 잠시 서서 생각할 수 있도록 숨 쉬는 이미지들을 배치했고, 그 기반에는 소통과 교류의 가치를 심은 기획자의 정성이 깃들어 있다. 또한 온기가 있는 벽면과 막힘이 적은 통로로 심신은 모르는 사이 조금씩 안정적인 변화를 얻게 된다.
함께 지내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교류할 수 있는 쾌적한 기업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의 최종적인 목표다. 기업이라는 공간적 특성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방면과의 특별한 접목을 제안해 온 덕에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나서는 그 열정과 의욕이 더 넘쳐난다. 그는 요즘 몇 년 전부터 준비해 온 프랜차이즈 공간 기획, 키즈 공간에 대한 아이데이션 등을 다시 꺼내보고 있다고 한다. 기업 공간 프로젝트에 힘을 기울여 온 탓에 잠시 놓았던 계획들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어떤 공간 아이템에 관해서든 시의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최근엔 건축양식의 변형부터 공간 활용도에 관한 여러 시도 등 재미있는 변화들이 많기 때문에 그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어요. 매체로 소화하던 마케팅 전략을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공간으로 이동하기도 하고요. 제 경우에는 융합이라는 화두에 집중하고 있지만 더 관대하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필요할 겁니다."
그는 또한 공간을 텅 빈 그 자체로 보기보다 생각과 상상을 펼치는 장으로 여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클라이언트의 취향, 공간이 일반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기존의 구조를 고려할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공간을 책임지는 스스로의 색이 분명 드러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공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자신의 착상을 힘 있게 이끌어가는 그의 지구력은 앞으로의 다양한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사진 설명>
1. 김중만 작가가 각 층마다 본인의 작품을 선정했다. 엘리베이터 홀에 내리면 사진을 볼 수 있고 각 사진마다 다른 음악을 들을 수 있기도 하다. 이성재 이사가 꼽은 층은 사막과 같은 넓은 공간을 찍은 사진에 북유럽풍의 음악이 흐르는 7층.
2. 하나생명 사옥에 있는 김중만 작가의 사진 작품 중 일부는 미공개 작품들이다. 3~4개의 이 무제 작품들은 작가로부터 제목을 받기가 쉽지 않은 상태. 대중에게 공개됐던 작품의 경우 김중만 작가 측에서 재질 및 사이즈, 캡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3. 소통, 통합, 힐링의 3가지 요소가 어우러진 카페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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