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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정도전 열풍, '새 시대를 기대하라'
드라마 정도전 열풍, '새 시대를 기대하라'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06.24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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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정도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대하드라마 <정도전>이 언론과 평단의 호평에 힘입어 시청자들에게 '명품 드라마'로 추켜세워지고 있는 것. 세심한 고증을 통해 나온 정통성이 이 같은 인기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정도전을 중심으로 한 '조선 역사 다시 읽기' 바람까지 분다. 대한민국을 사로잡은 남자, 정도전이 사랑받는 이유.

취재 이윤지 기자 | 사진 KBS 제공

KBS 드라마 <정도전>은 600년 전의 역사를 심도 있게 다룬 정통 사극이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평단의 긍정적인 반응을 동시에 얻으며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사극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도전>이 볼만한 가장 큰 이유는 시대의 이야기를 현 시점의 정치 상황과 긴밀하게 연결시켜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극중 정도전 역할의 조재현은 '새 정치를 여는 정도전에게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정도전>, 고려판 '안녕들 하십니까?'

 '정도전' 조재현은 드라마 인기 비결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사회 양극화가 심했던 고려 말과 지금의 사회, 정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왕을 중심으로 한 구조의 이전 사극들과는 달리 역사 속에서 평가 절하됐던 정도전을 앞세워 기득권을 타파하는 혁명가의 야심찬 모습을 그린 <정도전>은 대중의 마음을 서서히, 그리고 강렬하게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실제 정치 현장에서 활동했던 작가 정현민의 필력은 무게감 있는 캐스팅과 함께 환상의 시너지를 유발한다. 정현민 작가는 10여 년간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경험이 있고 노동운동을 했던 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현실 정치에 대한 예리한 감각과 이야기의 균형 감각은 단연 남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정도전>은 기획 전 단계부터 2년이라는 긴 준비기간에 걸쳐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고증했다. 정사를 충실히 반영하고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재해석한 정공법이 시청자에게 제대로 명중했다.
2014년 대한민국의 정치. 국민들의 불신과 혐오는 한계점에 다다른 지 오래다.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신뢰감을 심어주어야 할 지도층은 불신과 한숨만을 낳고 있다. 600여 년 전 백성들을 하나하나 돌보고 눈물을 닦아주고자 했던 혁명가이자 위대한 정치가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은 훌륭한 지도자에 대한 갈망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서 일종의 희망의 순간이기도 하다.
<정도전>은 인물의 화려한 활약상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수습되지 않는 어려운 시대, 살벌한 정치의 현장에서 언제 닥칠지 모를 죽음의 공포를 무릅쓰고 혁명의 길을 걸어간 한 인간의 고뇌와 갈등, 눈물과 고통까지 다각도로 다루고 있다. 또한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한계를 뛰어넘고자 노력한 범인의 생애를 하나하나 짚어보며 여러 세대의 시청자들이 올바른 인간상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정도전>은 커다란 영향력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바꾸고 싶었다. 썩어버린 왕실을, 백성을 버린 나라를"

<정도전>은 시작부터 강렬한 티저 영상을 통해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왕실이 천천히 폭파되는 파격적 영상과 함께 '고려의 멸망'이라는 테마를 강렬하게 어필했던 것. 특히 "바꾸고 싶었다. 썩어버린 왕실을, 백성을 버린 나라를"이라는 카피와 정도전의 열망에 찬 눈빛은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겉모습은 소탈한 선비이나, 결연한 의지와 결기를 뿜는 정도전 캐릭터 역시 심상치 않았다.
<정도전> 제작진은 "우리는 600여 년 전 백성의 눈물을 닦아주고자 했던 한 위대한 정치가의 삶을 영상으로 복원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제작발표회를 통해 '전장이 아닌 조정, 칼이 아닌 말과 글로 상대를 제압해 나가는 정치 드라마의 묘미'를 선사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과연 이전의 사극들과는 달랐다. 오늘날의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시대적 배경을 예리하게 연출해내 평단의 긍정적인 반응을 꾸준히 얻어냈으며 밀도 있는 전개, 배우들의 손색없는 시대극 연기, 촌철살인의 명대사로 보는 재미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14세기 후반, 고려는 권력이 수탈의 도구로 전락하고 뜻을 품은 자들은 떠나고 없는 묘당에 간신들의 권주가만 울려 퍼졌다. 이때 어려운 나라를 바로 세우고 평천하의 도를 세우는 것이 소임임을 뼛속 깊이 믿고 조용히 준비해 오던 젊은이들이 있었다. 후에 신진사대부라 불리는 성균관의 학사들이었다.
삼봉 정도전도 그들 중 하나였다. 정도전은 치밀하고 명석한 기획력을 가진 설계자였다. 조선을 세우고 '조선경국전'과 '경제문감' 등을 펴내 재상 정치를 기반으로 하는 중앙 집권적 관료체계의 기반을 확립했으며 한양천도, 사병혁파 등의 개혁을 추진해 왕조의 기틀을 다져 나갔다. 정도전은 시대가 나가야 할 방안을 꿰뚫는 혜안과 쉼 없는 실천력을 동시에 가진 문명 창조자였던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정적 이방원의 칼에 비운의 죽음을 맞게 된다. 그의 사상과 철학은 그 결이 오래도록 살아남아 조선왕조 500년을 지켜주었다.
민생 정치가인 동시에 고매한 도덕성의 소유자 정도전은 이번 재조명을 통해 구체적으로 복원됐다. 민심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대응하는 능력은 현 실정에 간절히 필요한 훌륭한 지도자의 요건이다.

난세 마무리 짓고 새 시대 연 도전가, 정도전

정도전은 가난한 향리 가문에서 났으며 어머니의 혈통에 천민의 피가 있다는 이유로 주류가 될 수 없었다. 관료가 되기는 했으나 늘 소외당했고 오랜 시간 동안 유배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 시기에 정도전은 조정 안에서는 알 수 없는 백성들의 진짜 모습을 만나게 된다. 민초들의 삶과 정신을 마음에 새겨두었던 그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을 찾으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 나갔고 정통 학문 안에 갇히는 것을 경계했으며, 힘없는 백성들의 생활을 돌보고 이상적인 국가를 만드는 데 모든 것을 쏟았다. 나라로부터 버림받았지만 그는 그 계기를 헛되이 여기지 않았다.
소외되고 핍박받으면서 체득한 것은 '평화', 무혈의 가치였다. 그의 건국은 평화를 기반으로 했고 실제로 당시의 왕조 교체는 역사상 전례 없는 평화적 성향을 가진다. 비록 역적이라는 누명을 쓴 채 유명을 달리했지만, 정도전은 왕을 세우고 혁명에 승리한 큰 인물임에 틀림없다.
또한 드라마 <정도전>은 그가 혁신적 사상과 남다른 추진력, 무엇보다 지도자의 자리에서 민심을 들여다볼 줄 아는 뛰어난 시각을 가진 비범한 인물이었음을 꼼꼼한 얼개와 개연성을 바탕으로 다시 알게 한 매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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