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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있어 행복한 다행촌락(茶幸村樂)- 경남 하동 악양
차가 있어 행복한 다행촌락(茶幸村樂)- 경남 하동 악양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6.24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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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시티를 찾아서

 
경상남도 하동에는 차와 문학, 그리고 느림의 향기인 만향(漫香)이 그득하다. 하동 사람들은 천년을 지켜온 차나무에 해마다 헌다례를 지내며 경이로운 자연에 예를 표한다. 1천200여년 넘게 하동을 지켜온 야생 차밭은 아득히 긴 시간을 이어온 생명력의 힘이며, 하동 마을 정신의 깊은 뿌리가 되고 있다.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및 자료제공 한국슬로시티본부

▲ 하동 송림공원
경남 하동은 소설 <토지>에 나오는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하동군 악양은 비닐하우스가 없는 곳이어서 햇살로 눈부신 농촌의 풍경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청정 자연에서 자라는 녹차가 산기슭에 흐드러지게 자라는 모습은 이채롭다. 수천 년의 세월에도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은 기분 좋은 여유로움까지 선사한다.

▲ 헌다례 의례를 지키는 모습
자연의 품에서 사는 하동 사람들

하동 악양면 사람들은 예로부터 신선이 푸른 학을 타고 다닌다는 이상향 '청학동'이 있다고 믿어 왔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지리산 남쪽에 화개동과 악양동이 있다. 두 곳 모두 사람이 사는데 산수가 아름답다"다고 기록했다.
전북 진안에서 발원해 3개 도, 12개의 군을 걸쳐 500리를 내려온 섬진강은 남해에 흘러들기 직전 하동을 품고 지난다 하여 하옹촌(河擁村)이라고도 부른다. 특히 하동의 특산품으로는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자라난 천년녹차, 대봉 감, 밤, 매실, 섬진강 재첩 등이 있다.

천천히, 느리게 즐기는 하동 악양의 명소

악양의 진정한 멋을 느끼려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자연을 만끽해야 악양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있다. 박경리 선생이 26년 동안 집필한 대하소설<토지> 속의 최참판 댁과 평사리의 넉넉한 들판과 청학동은 악양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명소다.
악양의 특산품 대봉 감은 크고 그 색깔이 선명하다. 특히 당도가 월등히 높아 그 옛날 임금에게 진상된 감으로 유명하다. 하동 대봉 감의 80%를 생산하는 악양은 분지 지형으로 바람의 피해가 적고 겨울이 따뜻해서 그 품질이 뛰어나다.

▲ 약 1천200여 년을 지켜온 차나무
차가 처음으로 재배된 녹차의 고장

한국 최초의 차 시배지인 하동 녹차는 한국 선종불교의 개척자인 진감선사에 의해 널리 보급되었다. 때문에 하동은 세계 최초 슬로푸드인 차(茶)를 간직한 슬로시티다. 실제로 악양에서는 어느 집을 찾아도 "녹차한 잔 들고 가라"는 말을 듣게 된다고 한다. 악양은 집집마다 차밭을 가지고 있으며 제각각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차를 만든다. 집마다 다른 차 맛을 가진 이유이기도 하다.
이 고장은 예로부터 차 문화가 생활화된 곳으로 여유로운 삶의 문화를 즐겨 왔다. 이곳의 녹차는 대량 생산하기 위해 개량한 품종이 아닌 재래 품종인 야생차로서 자연농법으로 생산된다. 발효시킨 붉은 차를 약처럼 먹기도 하는데, 감기에 걸리면 어머니가 발효차를 뜨겁게 데운 후 꿀이나 설탕같이 단것을 넣어 감기약 대신 먹는다. 이 차가 바로 홍차(black tea)이다.
이처럼 하동은 '차가 있어 즐겁고 행복하다'는 의미의 다행촌락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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