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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 글로벌 교육의 시작 '배재학당'
130년 글로벌 교육의 시작 '배재학당'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6.24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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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간을 품다

▲ 서울 중구 정동 34번지에 소재한 배재학당 외관 전경
글·사진 백남우(tbs TV 영상콘텐트부장)

개화기, 외교가가 형성되면서 한국 최초의 서양식 시설들이 들어선 정동. 그 시기 방 두 칸, 두 명의 재학생으로 시작된 정동의 학교 하나, 바로 배재학당이다. 배재고등학교의 전신이자 1885년 8월 미국 북감리교 선교부 선교사인 아펜젤러(Appenzeller,H.G.)가 세운 배재학당은 외국인 선교사가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학(私學) 교육기관이다.

▲ 1885년 8월 세워진 배재학당은 외국인 선교사가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학 교육기관이다

1885년 7월 서울에 도착한 아펜젤러가 1개월 먼저 와 있던 의사 W.B.스크랜튼의 집을 구입, 방 두 칸의 벽을 헐어 만든 교실에서 2명의 학생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이다. 이듬해인 1866년 6월 고종은 '유용한 인재를 기르고 배우는 집'이란 뜻의 이름과 함께 '배재학당(培材學堂)'이라는 현판까지 하사했다. 그 해 학생 수는 20명까지 늘었다.

아펜젤러는 "통역관을 양성하거나 우리 학교의 일꾼을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자유의 교육을 받은 사람을 내보내려는 것이다"라고 설립목적을 밝혔고, '욕위대자 당위인역(欲爲大者當爲人役)'이라는 학당훈(訓)을 내걸었다. 즉 크게 되려는 사람은 마땅히 남에게 봉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성경에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 종이 되어야 하리라',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태복음 20장 26∼28절)'라는 예수의 교훈에서 가져온 것이다. 아펜젤러는 그리스도교인과 국가 인재양성을 위하여 일반 학과를 가르치는 외에, 연설회·토론회 등을 열고 사상과 체육 훈련에 힘을 쏟았다. 당시 배재학당에 설치되었던 인쇄부는 한국의 현대식 인쇄 시설의 효시가 되었다.

▲ 건물 내관 모습
이렇게 출발한 배재학당은 그 후 날로 늘어가는 학생을 수용하기 위하여 큰 교사(校舍)가 필요했고 1887년에는 르네상스식 벽돌집이 완성되었다. 현재 서울 중구 정동 34번지에 소재한 이 건물은 배재학당 동관으로 1916년 준공해서 배재중·고등학교가 1984년까지 사용한 건물로 학교가 당시 서울 강동구 고덕동으로 옮겨 가면서 다른 건물들은 모두 철거되고 현재 유일하게 남아 있다. 동관은 1916년 준공 당시의 원형이 고스란히 보존돼 현재 역사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2001년 3월 15일 서울기념물 제16호로 지정됐다.

신분과 나이, 국적을 초월한 근대의 교실 배재학당은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됐고 생리학과 화학, 음악, 체육, 군사교육을 통한 전인교육이 시작된 곳이다. 배움의 열의만 있다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었던 배재학당. 조선인과 일본인, 미국인과 중국인 등 배재학당의 작은 교실에서는 이미 130년 전부터 자유와 평등을 기본으로 한 글로벌 교육이 시작됐으며 한국근대사의 주역인 이승만, 주시경, 나도향과 진달래꽃으로 유명한 김소월이 이곳을 거쳐 갔다.

우리나라 근대 신교육의 발상지이자 신문화의 요람인 배재학당에서 당시의 학구열을 느껴 보자.
※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관람시간 :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을 제외, 오전 10시~오후 5시

<tbs TV에서는 근현대 문화유산의 미래 유산화 작업의 일환으로 서울의 영상기록물 축적을 통한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고화질 HD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tbs 홈페이지 tbs.seoul.kr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수상 약력 :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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