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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방송은 푸드멘터리 시대
지금 방송은 푸드멘터리 시대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06.25 0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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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통해 들여다보는 사람과 삶 이야기

 
 
 
먹방, 맛집과는 또 다른 트렌드, ‘푸드멘터리’에 대한 호응도가 심상치 않다. 푸드(food)와 다큐멘터리(documentary)를 합친 이 장르는 먹을거리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과 새로운 맛에 대한 갈망, 음식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며 신선한 화면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먹음직스러운 식재료와 요리,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보는 특별한 재미, 푸드멘터리.

취재 이윤지 기자 | 사진 KBS·SBS 제공

팔도를 다니며 지역 주민들이 사는 이야기와 먹는 이야기를 구수하게 전하는 배우 최불암의 여정, KBS <한국인의 밥상>은 대표적인 푸드멘터리 프로그램이다. 계절을 대표하는 식재료의 원류를 찾고 지역의 대 표 음식들 속에 숨겨진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취재해 그 맛과 멋을 상상 하게 한다. 특히 예부터 내려온 식재료를 찾아 세세하게 다루고, 과거 의 조리 방식을 고수하며 맛을 지켜 온 이들의 진솔한 삶을 보여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밥상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는 슬로건으로 소박한 밥상의 귀중함을 알게 하고 음식을 통한 치유의 방법을 알려주는 SBS <식사하셨어요?> 는 상처받고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방랑 식객 임지호가 매회 새로운 사람과 만나 그를 위한 재료를 고르고 세상 하나 뿐인 식사, ‘만남의 밥상’을 차린다. 음식과 사람, 만남의 의미를 함께 나누는 식사를 통해 다시 보는 형식이다. 산천의 재료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독특한 조리법, 상차림으로 감동을 줘 왔던 임지호의 손길이 보는 이들의 기대를 더해 간다.
일찍이 <인사이트 아시아-누들로드>로 탄탄한 길을 다져놓았던 한 국 푸드멘터리의 대표주자 이욱정 PD의 새로운 기획물 <요리인류> 는 하나의 식재료를 본격적으로 탐구하는 프로그램이다. 음식 속에  담긴 인간의 창의력과 그 안에 숨은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 기획의도. ‘먹는 사람’의 지적인 욕구와 오감을 모두 만족시키는 어드벤처형 푸드멘터리다.

맛과 향이 다른 밥상, 골라 보는 재미

‘맛’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 트렌드는 꾸준히 있어 왔다. 케이블 채널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열풍, 곳곳의 유명 음식점 탐방 형식의 ‘맛집’ 방송, 맛있게 먹는 모습에 집중한 ‘먹방’까지. 푸드멘터리가 이들과 차 별화하는 점은 ‘식재료’ 담론이다. 이는 무엇을 어디에서 먹느냐를 뛰어넘어 ‘어떻게 생겨난 재료를 어떤 방법으로 요리해 누구와 먹느냐’까 지 확장할 수 있었던 주된 요소이기도 하다.
푸드 퀴즈쇼 <밥상의 신> 제작 발표회에서 메인 MC를 맡게 된 신동엽은 “<한국인의 밥상>과 같은 프로그램을 최불암 선생님처럼 맡아 보는 것이 오랜 소원이었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지방 곳곳의 숨어 있는 맛, 계절의 별미가 있는 곳을 찾아 떠나는 느린 여행과 삶이 담긴 수수한 음식들을 맛보는 모습을 TV를 통해 보며 식사하는 시간이 참 행복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여행 예능 <1박 2일>의 ‘요리 고수였던 가수 성시경 역시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서 <한국인의 밥상>의 매력을 여러 번 이야기해 왔다.
호들갑스럽게 먹어 보고 급하게 호평을 늘어놓는 내레이션 대신, 최불암은 현지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고 재료와 조리법에 관해 거침없이 묻는다. 딱히 맛을 규정하지도 않는다. 요리가 시작되기 전 직접 본 식재들을 상기하고, 나온 음식이 짜거나 달면 그대로를 표현한다. 주민들에게 길을 물어 따라가다가 말고 쉬고, 먹다가도 멈추고 생각에 잠기는 그의 밥상 이야기는 계절의 공기와 함께 ‘여행과 음식’의 묘미를 화면 밖으로 기꺼이 내준다.
모토는 계절을 대표하는 지역의 대표음식. ‘안동에는 바다가 없는데 왜 간고등어구이를 먹게 된 것일까’, ‘대관령, 강릉에도 황태덕장이 있는데 왜 인제가 황태로 유명할까와 같은 산지 재료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대표 음식의 유래를 살펴보면 지리적 이유와 풍습, 문화, 시대적, 역사적 배경 등이 농축돼 있다. 전통을 이어가는 종부나 농민들, 채취자의 삶으로 들어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들어보는 시간은 은근하고 삼삼하다.
<식사하셨어요는 방랑 식객 임지호와 함께 음식을 통해 행복을 나누고 실천하고자 한다. 전국 곳곳을 누비며 들른 여행지에서 식재료를 발견하고 그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여행 밥상’을 바로 차려낸다. 상처를 받았거나 위로가 필요한 사람, 반가운 소식이 있어 축하를 받고 싶은 이들을 위해 차려내는 밥상은 사람과 장소에 따라 각기 다른 감성이 더해진다.
첫 번째 손님으로는 배우 김혜수를 맞이했다. 김혜수와 임지호의 인연은 남다르다. 방랑 식객 산당 임지호 선생과 ‘치유하는 음식’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표해왔던 배우 김혜수는 지난해 설 특집 프로그램 <방랑 식객>에서 만나 함께 요리하며 음식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MC 임지호, 이영자와 함께 배우 김혜수는 남도의 관사도로 떠났다.
<식사하셨어요는 프로그램 안에서 도시 텃밭 프로젝트를 운영해 두레와 품앗이를 실천하고 깜짝 손님들을 위해 특별한 계절의 밥상을 차려낼 예정이다.

 
 
‘먹고 사는 것’을 되돌아보다

KBS 이욱정 PD는 다큐멘터리의 새 지평을 연 인물로 평가받는 뛰어난 연출가다. 지난 2008년 KBS1 <인사이트 아시아-누들로드>로 피버디상(미국방송협회, 조지아대학교 이사회가 주최하는 미국의 방송상. 다큐멘터리의 퓰리처상으로 불림)을 수상한 이 PD는 ‘요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일념으로 유학을 떠났다. 세계적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뢰로의 도전적인 여정이었다. 그가 6년 만에 기획한 <요리 인류>는 말 그대로 요리를 통해 본 인간, 요리와 인류다.
이 프로그램에서 재료와 요리는 아주 정밀하게 묘사된다. 이욱정 PD의 다큐에서는 신선한 재료가 맛깔스럽게 요리되는 과정 이전까지도 포함한다. 끔찍한 도살의 과정, 잔인한 사냥의 현장까지 요리의 배경과 그 욕망까지 인간이 먹기 위해 벌인 온갖 역사들을 ‘그대로’ 다루고 있는 것.
셰프가 된 PD의 푸드멘터리는 인류에 영향을 미친 음식들을 대주제로 삼았다. 첫회는 ‘빵과 서커스였다. ‘인간이 빵을 먹게 된 이유와 빵이 아닌 밥을 먹는 이들이 생겨난 것은 왜일까’라는 물음이 깔려 있었다. 익숙한 먹을거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두고 문명사와 환경을 꼼꼼히 취재해 화면에 담았다. ‘생명의 선물 고기’에서는 채식과 자연식을 다뤘다. 트렌드를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물식과 채식을 병행해 몸의 건강을 되찾은 사람들을 보여주며 육식의 의미를 찾았다는 데 뜻이 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먹는 것은 중요하다. 방랑 식객 임지호의 말처럼 ‘밥상은 몸과 마음 모두를 변하게’ 한다. 우리의 관심이 서울의 유명 맛집 리스트에서 텃밭의 무와 배추로 옮겨가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서인 것이다.
식탁에 차려지는 것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먼저 아는 것이 식생활을 바로잡는 첫 번째 과제이다. 이 과정을 흥미롭게 엮어내고 맛있게 먹는 법을 감각적으로 제시한 푸드멘터리는 ‘먹고 사는 일’을 가장 즐겁게 공부하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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