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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숙적, ‘남자’를 파헤치다
여자의 숙적, ‘남자’를 파헤치다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06.27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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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지침서의 여왕 남인숙

 
발간 이후 80만 부 이상이 판매되며 여성 에세이 분야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한 베스트셀러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의 저자, <나는 무작정 결혼하지 않기로 했다>, <여자의 인생은 결혼으로 완성된다>, <서른에 꽃피다>를 쓴 2030여성들의 든든한 언니, 작가 남인숙이다. 최근 중국과 대만, 베트남, 몽골에 번역돼 비소설 분야의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기도 한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가 재출간됐다. 여자들의 멘토 남인숙이 말하는 '남자들이 알면 불편하지만 여자들이 꼭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취재 이윤지 기자 | 사진 최별 기자 | 장소협찬 KT&G상상마당 갤러리

20대 여자가 앞으로의 인생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서른에 꽃피기 위해서는 또 어떤 것을 알고 있어야 할지 꿰뚫고 있는 멘토의 아우라는 어떤 것일까. 짐짓 긴장이 됐다. 로베르 두아노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갤러리에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남인숙 작가에게 다가가자 해사한 미소와 함께 수줍게 인사를 건네 왔다. 상대를 간파하는 예리한 눈빛이 아니라, 깊은 곳을 은근하게 들여다보는 맑은 눈길이 남 작가의 첫인상이었다.

글쟁이 남인숙, 서른부터 누군가의 언니를 자처하다

"딱 서른 살 때부터 여자들을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 이전에는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거든요.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시간을 붙잡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죠. 글로 남기면 잡아둘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적는 습관을 들이게 됐어요."
남인숙 작가는 대학시절부터 시나리오, 드라마, 소설까지 다양한 글쓰기를 해 왔다. 동화를 쓰기도 했고 방송 구성작가로 일하기도 했다. 백 번을 넘게 수정해야 하는 시나리오와 트리트먼트를 쓰는 일도 즐거웠다는 남 작가는 그야말로 타고난 글쟁이다. '여자'와 '남자', '결혼'을 탐구하고 나아가 '여자의 20대 혹은 30대의 인생'을 조언하게 된 배경을 물었다.
"친언니도 없고 친한 언니도 없었어요. 뭐든지 서툴렀죠. 그런데 언니가 있는 아이들은 수강신청부터 연애까지 사소한 것들도 속속들이 잘 알고 능숙해요. 누구도 무언가 이야기해주지 않는 20대를 애매하게 보내고 나서 서른이 되니까 비로소 알겠더라고요. 아, 그때에는 어떻게 살았어야 했구나 하고. 이런 이야기를 20대를 맞은 친구들에게 해 주고 싶었어요. '언니가 너한테만 하는 얘긴데'하면서."
전하고 싶은 콘텐츠가 엮어지려면 그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철학이 정리돼야 하는데, 그 철학이 어느 순간 한 번에 보였다는 남 작가의 글은 가독력이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여자들이 못 견디게 궁금할 소재 '남자'를 읽기 쉽게 쓴 심리분석 에세이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는 열광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남자와 함께하기로 결정한 여자들을 위한 남자 심리 해부 서적,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한 남자와 잘 지내는 현명함을 선사하다

한 남녀가 키스하는 장면을 우연히 포착한 '시청 앞에서의 키스'를 비롯해 낭만적 신의 포트폴리오를 다수 남긴 로베르 두아노의 전시에서 남 작가와 함께 본 흑백의 액자들은 의외의 순간들을 절묘하게 포착하고 있었고, 특히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나 폭소를 터뜨리는 결혼식장에서의 연인의 모습들은 유독 눈에 띄었다. '사랑'이라는 테마로 영원한 파트너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숙적이기도 한 남녀의 관계와 쉬운 듯 어려운 한국 남자의 속을 함께 이야기해 봤다.
책의 프롤로그에서 남인숙 작가는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는 여러 남자를 사로잡는 매력보다는 한 남자와 잘 지내는 현명함이 훨씬 삶에 유용하며, 그 현명함은 비상한 두뇌가 아니라 앎과 유연한 사고의 결합을 의미한다는 것을 말한다.'고 썼다. 누구도 남자와의 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해 말해주지 않아 실수만 연발하는 서툰 여자들을 위한 위로와 조언의 연장이다. 남 작가는 남자들 이야기가 시작되고 '단순한 듯 복잡해서' 우리 여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아닌지 묻자 언니 미소로 답했다.

"단순한 게 맞는 것 같아요."
남인숙 작가는 스물네 살 때 세 살 연상의 남자친구를 만났고 다음해에 결혼했다. 일찍한 결혼 또한 여자들에게 선배의 내공을 물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남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한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요. 잘하는 것을 계속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안 좋은 관계가 그보다 더 나빠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에요. 오랫동안 사이좋게 잘 지내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해요."
남녀의 뇌는 완전히 다르다. 호르몬과 감정에 관한 반응까지도 과학적으로 차이가 있음이 증명됐다. 여자는 감정에 관계된 세포가 훨씬 발달돼 있어 예민하고 섬세하다. 여자의 감정을 남자가 이해하고, 남자의 감정을 여자가 알기란 애초부터 뇌과학적으로 불가능한 과제였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전제로 남인숙 작가는 가장 오래 봐 온 남자인 남편과의 에피소드를 예로 들며 '학습을 통환 관계 회복'의 가능성을 귀띔했다.
"남자들은 공감 능력이 떨어져요. 화가 나는 일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하면서 진정한 공감을 원하는 여자에게 쓸모없는 조언으로 응수하기 일쑤잖아요. '그럴 때는 내가 하는 말을 똑같이 하면서 위로하는 뉘앙스를 써 보라'고 가르쳐줬어요. '그 상사 때문에 너무 힘들어'라고 할 때면 '그 상사 때문에 정말 힘들겠구나'하는 식으로요. 상황이 반복되고  대응이 학습되면, 내가 미리 가르친 것인데도 마음은 위로가 되고 서로 부딪치는 일이 적어지게 돼요."
남 작가는 책의 지침이 100% 옳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다양한 사례를 기반으로 분석한 이번 책만큼은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한 해결책이라고 소개했다.

여자 인생, 정말 20대에 결정되고, 남자는 어쨌거나 필요하다고?

 
남인숙 작가의 대표작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는 홍보를 따로 하지 않은 책이었다. 책이 나오기 전 원고 단계에서도 어려움이 컸다. 출판사 대표들은 적나라한 내용에 출판을 망설였지만 누군가에겐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남 작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원고 일부를 연재하기에 이르렀다. 정말 통찰력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한편 '너나 그렇게 사세요' 같은 비난도 올라왔다.
중요한 것은 어마어마한 조회수와 빠른 이슈화였다. 우여곡절 끝에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가 출판되고 1년간 방치되다시피 하다가, 갑작스러운 입소문을 통해 10만 부가 팔렸다. 이 같은 사실은 2030 세대의 절실함을 말하고 있다. 30대와 40대를 기다리는 일은 너무도 불안하고, 특히 연애와 결혼이라는 키워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할까 봐 매일이 초조한 것이다. 여자의 모든 인생, 정말 20대에 다 결정되는 걸까.
"20대에 다져진 성향과 경험치, 기반이 있죠. 경험치는 30대 이후에 결과로 나타나니까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지, 내 꿈을 알기만 하면 열심히 할 수 있어요. 어디든 헤집고 다니며 나에게 맞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직접 느껴야 하죠."
행복한 30대 이후를 위해 정성들여 정리한 많은 이야기들이 효과적으로 전달되기를 남 작가는 간절히 바란다. 그렇다면 또한 '영원한 숙적이자 영원한 파트너', 남자는 정말 어쨌거나 필요해지는 걸까.
"30대에 들어선 여자들 중에는 '어쨌거나 필요한 남자'조차 없어 씁쓸한 분들이 더러 있어요. 그런 분들에게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단점 한두 가지를 고르고 '그것만 아니면 돼'의 소거 방식으로 선택해 보기를 권해요. 가장 기본적인 인격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고요."
반드시 남자를 선택하라는 말이 아님을 남 작가는 강조했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편을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는 작가 스스로 말했듯 '타인의 인생을 통해 삶을 관통하는 의미를 찾아내려는 피곤한 습관'으로부터 흥미롭게 생산된 남자의 행동과 심리를 분석해내며 관계성 속에서 유연한 사고를 해 내기를 응원하는 책이다. 연애의 고충을 겪고 있는 남녀 모두에게도 '강추'하는 바이다. 남인숙 작가는 곧 '남자들을 위한' 아주 특별한 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어설픈 20대 남자들이 풍요로운 중년을 맞이하도록 돕는 지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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