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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상식을 뒤엎는 성조숙증 대처법
기존 상식을 뒤엎는 성조숙증 대처법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6.27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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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숙증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성조숙증으로 병원을 찾은 아이들은 2006년 6천400여명에서 2010년 2만 8천여 명으로 5년간 4.4배나 늘었다. 물론 요즘 부모들이 자녀의 성장에 과도한 관심을 갖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성조숙증이 급증하는 것은 전 세계적 추세로 성조숙증에 올바르게 대처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및 제공 꿈꿀자유 | 참고서적 <우리 아이 성조숙증 거뜬히 이겨내기>

학계에서는 성조숙증의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누군가는 환경호르몬이 문제라고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소나 닭을 키울 때 무게를 늘리기 위해 사료에 여성호르몬을 첨가한 탓이라고도 한다. 특히 이러한 분석은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로 확대 재생산되었다. 그러나 성조숙증 분야의 한 저명한 학자들은 그러한 사실이 가설의 차원을 넘어 과학적으로 입증된 적은 없으며 전 세계적인 증가 추세를 설명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많은 의사와 과학자들은 어린이 비만이 늘어난 데서 그 원인을 찾는다. 비만해진다는 것은 지방세포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은 일차적으로 식욕을 조절하지만 여아에게는 사춘기를 앞당겨 성조숙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와 언론이 조장한 성조숙증 공포

성조숙증이 갈수록 늘어나는데도 환자와 부모들의 눈높이에 맞춰 올바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한정된 시간에 많은 환자들을 진료해야 하는 국내 유력 병원의 특성상 제대로 된 상담을 받기도 어렵다. 게다가 인터넷에는 한의원, 건강식품 등 성조숙증 예방과 치료에 관한 광고들이 난무하지만, 불안한 부모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호주머니를 노리는 상술이라는 지적도 있다. 성조숙증에 관해 왜곡된 정보를 가진 학부모들은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흔히 성조숙증에 걸린 아이가 생리를 시작하고 나중에 키가 작아진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이 정보가 검증되지 않은 의학 상식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궁금증1. 성조숙증이 생기면 성인 신장은 작다?

폴 카플로비츠(Paul Kaplowitz) 박사는 미국 소아내분비학계에서 저명한 학자다. 평생 수많은 성조숙증 환자들을 치료하고 연구 논문을 발표했으며 방송이나 저술을 통해 성조숙증 문제를 알리는 일에 앞장서 왔다. 그의 저서 <Early Puberty in Girls>는 이 문제에 관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책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최근 국내에서도 <우리 아이 성조숙증 거뜬히 이겨내기>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절대 다수의 성조숙증 어린이는 성인이 되었을 때 키가 정상이며, 가족의 따뜻한 관심과 확신만 있다면 정신적, 정서적,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를 겪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치료를 받지 않은 성조숙증 소녀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대부분 정상 신장에 도달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했다. 타고난 키보다 약간 작을 수는 있지만 그 영향은 미미하며 수년간 매주 호르몬 주사를 맞으며 치료받아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궁금증2. 호르몬 검사와 MRI 검사를 받아야 하나?

폴 카플로비치 박사는 책을 통해 '그럼 아무런 검사도, 치료도 하지 않고 그냥 두란 말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다. 의학적인 문제가 문화적 배경과 결합하여 대단히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는 경우, 부모들은 물론 의료인조차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절박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를 가리켜 'Do Something-ism'이라고 한다. 하지만 카플로비치 박사는 절대 다수의 어린이가 그냥 두어도 아무런 문제를 겪지 않는다면 값비싼 검사와 호르몬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궁금증3. 성조숙증이면 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하나?

모든 성조숙증 어린이들이 치료받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수의 환자들은 성조숙증이 급격히 진행하여 초경이 시작되고 성장이 멈추기 때문에 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한다. 드물게 뇌종양을 찾아내기 위해 뇌 MRI 검사를 해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고위험 환자들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일정한 간격(4~6개월)을 두고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4~6개월 후에 보았을 때 아이의 성 발달이 급격히 진행하고 키가 매우 빨리 자라고 있다면 그때 검사를 하고 치료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아이에게 '나는 환자다, 나는 어딘가 비정상이야'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검사나 치료보다 정서적 관심이 우선

소아전문의이자 출판사 꿈꿀자유 강병철 대표는 카플로비치 박사의 저서를 번역해 책으로 출간했다. 강 대표는 "서양에서는 아이가 성조숙증이 생겼을 때 부모들이 가장 먼저 정서적, 행동적 문제를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저하게 키가 작아져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아이를 찾아내는 것은 의사의 몫"이라고 말했다. 성조숙증인 아이의 외모를 걱정하는 것보다 내면의 가치를 단단히 다져놓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언제부터인가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키나 외모 등 밖으로 드러나는 특성보다 따뜻한 마음이나 성실함 등의 내면적 가치가 더 소중하다고 가르치지 않게 된 것일까요. 반나절 동안 200~300명의 어린이가 호르몬 주사를 맞는가 하면 인터넷에서는 저마다 비방을 내세우는 한의원 광고가 봇물을 이루는 진풍경은 성조숙증을 바르게 대처하는 모습이 아닙니다."
특히 강 대표는 막연한 두려움과 조급함으로 성조숙증을 검사하고 치료하는 과정에만 집중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병원에서 성조숙증을 검사하고 치료하는 데 쓰는 돈보다 성조숙증이 의심되는 아이에게 마음의 관심을 주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 더 현명하다는 것이다
"많은 의사들이 자녀의 성조숙증으로 불안감에 사로잡힌 부모에게 아무런 검사나 치료를 하지 않고 4~6개월 후에 오라고 하면 다른 병원이나 한의원으로 가 버린다고 해요. '빨리빨리' 문화 속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상황을 지켜보면서 차분히 치료를 진행해 보자는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겁니다. 당장 치료해 주지 않으면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찾아 나서는 거죠. 검사나 치료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아이의 상처에 먼저 관심을 가져주세요. 그러면 성조숙증에 대처하는 다른 방법이 보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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