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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맛 감별사 ‘워터 소믈리에’
물맛 감별사 ‘워터 소믈리에’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6.29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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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건강한 물을 마신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하루에 물을 2L 이상 마셔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어떤 물을 마셔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다. 물은 다 똑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좋은 와인을 선별해서 마시듯 물 역시 맛있는 물과 맛없는 물이 있다. 미묘한 물맛의 차이를 감별해내는 워터 소믈리에에 대해 알아보았다.

취재 | 박현희 사진 | 박소현

 
워터 소믈리에란 물의 종류와 특성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소비자가 물을 섭취하는 데 있어 건강하고 맛있는 물을 추천해주는 사람을 지칭한다. 와인 소믈리에의 역할처럼 워터 소믈리에 역시 맛있는 물을 감별해내고 소비자에게 적절한 물을 추천해줄 수 있어야 한다.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고재윤 교수는 “수돗물 자체는 생수만큼 깨끗하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수돗물이라고 하면 거부반응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그건 고정관념일 뿐이죠. 수돗물 자체는 식수로 얼마든지 써도 될 정도로 깨끗하거든요. 앞으로 수돗물을 일반 생수처럼 즐겨먹는 날이 올 겁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워터소믈리에 강좌는 고재윤 교수와 함께 기획된 것이다. 금수강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맑고 깨끗한 물을 가진 나라임에도 외국의 물을 사먹는 현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강좌를 통해 수돗물과 우리나라 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우리 물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워터소믈리에 양성과정 참가자들에게 해외 수입 생수와 국내 생수, 수돗물을 컵에 담은 후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수자원공사의 물이 다섯 개 중 2위를 했어요. 사람들은 에비앙, 페리에 같은 상표를 보고 물을 마시면 그 물을 굉장히 맛있게 느끼는데 실제로 모든 상표를 가려놓고 평가를 하면 결과는 다르게 나오죠. 이는 수돗물이 다른 생수와 비교해도 맛에 있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어요.”

무궁무진한 물의 세계

대략 사람은 1년에 1천 리터 정도의 물을 마신다. 일생 동안 5만 리터의 물을 마시고 약 3만3천 리터의 물을 소변으로 배출하며, 약 1만2천 리터의 땀을 흘린다. 갓난아이의 경우 몸의 구성성분 중 80% 이상을 수분이 차지하고 있다. 어른은 66%가 수분이다.
이렇듯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물에는 그 종류와 기능이 무궁무진하다.
일반적으로 물이라 하면 수돗물과 생수로 생각하지만 의외로 물의 종류는 다양하다. 물은 그 원천과 사용처에 따라 가공 또는 오염되지 않은지 표수나 지하수인 자연수, 일반 물을 필터나 여과장치 등 특수한 장치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깨끗하게 만든 물인 정수수, 인위적인 처리에 의해 물에 특정 기능을 넣은 기능수 등으로 나뉜다.
더 세부적으로 나누자면 자연수는 눈에 녹은 물, 빗물, 경수(석회염, 박테리아 등 유해한 무기물과 화학물질이 포함된 물), 연수(저수지, 호수, 강에서 취수하는 물), 광천수(자연적으로나 인공적으로 솟아난 미생물이 전혀 없는 물) 등으로 나눈다. 정수수는 수돗물, 여과수(일반 정수기 필터를 통해 나온 물), 증류수(물의 증발에 의해 수증기가 모여서 생긴 물) 등으로 세분화한다. 또 기능수는 육각수(인체 세포를 활성화하고 각종 질병에도 효능을 나타내는 물), 산성수(살균력이 뛰어나고 약산성인 피부를 촉촉하게 해줘 세안용으로 좋은 물), 해양심층수(태양광이 도달하지 않는 수심 200미터 이상 깊은 곳의 바닷물로 질소, 인, 규소와 같은 무기 영양 염류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물) 등으로 분류한다. 이토록 종류가 많은 물을 제대로 마시기 위해서는 어떤 물이 나에게 맞는지 아는 것이 좋다. 워터 소믈리에라는 직업은 이러한 필요에 의해 나오게 됐다.

맛있는 물을 가려내는 워터 테이스팅 방법

국내에서 소믈리에라고 하면 와인을 먼저 떠올린다. 물맛을 감별해내는 ‘워터 소믈리에’는 아직 생소하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직업이다. 고재윤 교수는 “와인을 평가하는 방법과 물을 평가하는 방법은 거의 같다”고 설명한다.
“소믈리에는 1세기부터 존재해왔습니다. 그 시작은 와인이었죠. 그래서 흔히 소믈리에라고 하면 와인 소믈리에를 떠올리는 겁니다. 그러나 최근 에는 차를 다루는 티 소믈리에, 사케를 다루는 사케 소믈리에, 물을 다루는 워터 소믈리에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와인 소믈리에의 전통이 깊다 보니 물의 테이스팅 방법 역시 와인과 거의 일치합니다.”
워터 소믈리에는 와인 소믈리에보다 더 좋은 후각과 미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물은 무색무취로 깨끗하고 냄새가 없어야 한다. 물에서 흙냄새 등 어떤 냄새가 난다면 좋지 않은 물이다. 하지만 물의 미묘한 냄새와 맛의 차이를 알기란 쉽지 않다.
“물을 감정하기 위해서는 오전 11시경이나 오후 5시경이 좋습니다. 조용하고 특별한 냄새가 없는 흰색 평면 위에서 이뤄져야 하죠. 워터 소믈리에는 테이스팅 30분 전에 양치질을 하고 술, 담배를 해서는 안 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워터 테이스팅 방법을 알아보자. 물은 청량감, 거품의 정도, 투명도, 냄새, 신맛, 흥미, 구조감, 균형감, 맛의 지속성이 가지는 것을 보고 평가한다. 워터 테이스팅도 와인 테이스팅과 마찬가지로 물잔은 투명하고 두께가 얇고 다리가 있는 것을 사용해 물을 시음한다. 잔에 든 물을 다른 물로 교체할 때는 새롭게 테이스팅하는 물로 완전히 헹군 후 시음한다.

<물 테이스팅 법>
1 자연광이 풍부한 장소를 선택하고 물별로 서비스 온도를 맞춘다.
2 물의 선명도 및 투명도와 색을 감정하기 위해 물을 1/4 정도 부은 글라스를 들어 올려보고, 그다음 45도로 비스듬히 뉘여서 글라스를 들여다본다.
3 글라스 뒤에 하얀색 종이나 천을 대고 색을 살핀다.
4 글라스를 가볍게 흔들면 물이 글라스의 벽을 타고 아래로 흐르는데, 물의 혼탁함과 투명도를 관찰할 수 있으며 이물질을 발견할 수 있다. 물에 거품이 이는지도 확인한다.
5 물을 흔들기 전 냄새를 맡은 후 물을 충분히 흔든 다음 다시 냄새를 맡아본다.
6 물을 한 모금 마셔서 입 속에서 돌린다. 물에서 청량감이 느껴지는지, 신맛이나 짠맛은 없는지 확인한다. 물이 가벼운지 부드러운지를 찾으며 맛을 본다.
7 입안에 있던 물을 뱉어버리고 그 뒷맛을 음미한 뒤 맛을 확인한다.
8 한 개의 물 감정이 끝나고 다음 물을 감정할 때까지는 적어도 2분 정도 여유를 두고 후각이 정상화된 다음 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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