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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 김성근 감독에게 리더의 ‘정공법’을 듣다
‘야신’ 김성근 감독에게 리더의 ‘정공법’을 듣다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6.30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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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없는 자에게 기적은 없다

 
1984년 OB베어스를 맡으며 프로야구 감독을 시작한 김성근 감독은 만년 꼴찌였던 쌍방울 레이더스를 1996년 리그 2위에 올려놓고, 하위권을 맴돌던 SK를 2007~2010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키는 등의 활약을 펼치며 ‘명감독’ 반열에 올랐다. 특히 그는 강한 승부욕과 치밀한 작전으로 유명해 ‘야신(野神·야구의 신)’으로 불리고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그는 훌륭한 리더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취재 이시종 기자 | 사진 Queen, 롯데백화점 제공

“진짜 훌륭한 리더는 위기가 오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는 사람이다”

야구계에서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야신(野神·야구의 신)’이라고 불린다. 1984년 OB베어스를 맡으며 프로야구 감독을 시작한 김 감독은 만년 꼴찌였던 쌍방울 레이더스를 1996년 리그 2위에 올려놨다. 또 하위권을 맴돌던 SK를 2007~2010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키기도 했다.
강한 승부욕과 치밀한 작전은 김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다. 야구 감독으로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 온 그는 기업의 강연장에 초청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롯데백화점의 초청으로 강연을 하게 된 그는 야구 감독으로서의 다양한 일화를 통해 ‘정도(正道)’와 ‘리더십’에 대한 본인의 철학에 대해 풀어놨다.

구성원들의 마음을 먼저 얻어라

“제 좌우명은 ‘일구이무(一球二無)’입니다. ‘선수에게 두 번째 공은 없다’는 뜻으로 공 하나에 승부를 걸뿐 다음은 없다는 것이죠. 기회가 왔을 때 잡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합니다. 준비 없는 자에게 기적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6월 22일 오전 롯데백화점 본점.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를 비롯해 이른 아침부터 자리를 빼곡히 메운 120여 명의 임직원들은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강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롯데백화점은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고 정정당당히 승부를 거는 그의 ‘정공법’을 배우기 위해 강사로 모셨다”고 밝혔다. 롯데쇼핑 비리 사건 이후에 추진 중인 자정·쇄신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김성근 감독은 ‘잠재력을 이끄는 리더십과 정도 경영’을 주제로 1시간 동안 열정적인인 강연을 진행했다. 김 감독은 훌륭한 리더의 덕목으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하는 열정’, ‘철저한 준비를 통해 기회를 성과로 만드는 순발력’,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자세’ 등을 강조했다.
“저는 야구 구단주보다 선수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습니다. 진정한 리더는 조직원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구 감독은 일단 선수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 김 감독의 소신이다. 그는 야구장에 구단주가 방문해도 연습을 중단하고 인사하러 나가는 법이 없을 정도로 자신이 정한 룰에 대해서 스스로 엄격한 지도자이다. 김 감독은 “감독 생활을 하면서 처음부터 강팀을 맡은 적이 없었다”며 “야구라는 스포츠는 감독, 리더의 힘에 따라 약팀이 강팀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스포츠”라고 했다. 또 강한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리더를 따르는 직원들 스스로도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기회를 성과로 만들어라

김 감독은 리더의 능력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발상의 전환을 꼽았다. 일반적인 상식을 깨고 본인이 이끄는 팀을 위하고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받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의 혹독한 훈련조차도 결국에는 선수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한 것이다. 선수들은 훈련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하지만 잘못된 것을 버리기도 한다.
팀의 승리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자기희생적 태도도 마찬가지다. 어떤 뛰어난 지도자도 억지로 팀을 위해 희생하게 만들 수는 없다. 선수 하나하나의 생각이 중요하지만 반대로 그 생각을 바꾸기는 매우 어렵다. 김성근 감독은 억지로 선수의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는 선수 본인이 스스로 깨닫게 한다. 어떤 경우라도 감독이 먼저 나서서 선수에게 보여주고 그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만약 그 선수가 감독의 기대만큼 보여주지 못했더라도 결코 그를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실패를 선수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도록 만든다.
“흔히들 위기관리를 잘 하는 리더를 훌륭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진짜 훌륭한 리더는 위기가 오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평소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리더는 ‘사람을 만드는 프로페셔널’입니다. 리더는 자신에 대한 채찍질과 사명감도 가져야 합니다.”
김 감독의 별명은 잘 알려진 대로 ‘야신’이지만 정작 그는 “야신은 없다”고 말한다. 김 감독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에서 ‘야신’이니 ‘야통’이니 하면서 너무 남발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태평양 감독 시절 붙은 ‘잠자리 눈깔’이라는 별명이 좋다고 했다. “리더는 세심한 부분까지 어마어마한 주의력을 가지고 포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야구는 종종 인생에 비유된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 경기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고 했다.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해줘요. 가끔은 경기를 보면서 상대팀 분석이나 순간적인 판단 등 준비가 부실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런데도 조금 유리할 때 승리에 도취해 승자가 패자가 되고 패자가 승자가 되기도 하죠.”
김 감독이 꼽는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일까. 그는 “사명감”이라고 말했다. “리더는 사리사욕에서 벗어나 사명감을 가지고 몸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해명과 변명, 책임 전가가 많은 사람은 리더가 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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