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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구범준 PD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구범준 PD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7.01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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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강연이 만들어낸 '오픈 콘텐츠'의 기적

 
최근 지식 강연에 대한 열기와 관심이 뜨겁다. 대학 강연이 열린 연단의 형식으로 인터넷에 개방되는 것은 물론, 대학과 기업, 기관 내 커뮤니티 안에서 자발적으로 지식 강연을 열기도 한다. 언젠가부터 지식 강연을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지만, 강연 문화가 성숙하지 못했던 시절부터 지식 강연 프로그램을 만들어 '한국형 강연 프로그램'을 정착시킨 인물이 있다. 바로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연출자 구범준 PD다. 구 PD는 경험과 혜안이 담긴 지식 강연을 통해 지식 사회에서 속도가 아닌 방향과 길을 제시하며 방송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 의상 에트로 | 안경 (주)이안옵틱 | 장소협찬 원서동 아트스페이스H

Part 1. 세상을 바꾸는 시간은 15분이면 충분
15분은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15분으로 새로운 가치와 아이디어를 얻은 사람들에게 그 시간은 분명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될 터. 이는 PD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의 인기 비결이다. 각계각층의 연사들을 통해 지식 강연의 대중화를 이끌어 온 세바시는 국내를 대표하는 강연 프로그램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재만 CBS 지식강연프로그램인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 한달이면 조회수가 백만을 넘어선다고 하던데요.
구범준 종종 지하철 안에서 세바시를 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거나 지인들이나 스태프들로부터 세바시를 보는 사람을 봤다는 목격담을 듣기도 해요. 종교 채널인 CBS의 지식 강연 프로그램을 보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면 연출자로서 신기해요. 또 수치적으로 보면 세바시는 웹모바일 채널이 주력인데, 한 강연이 한 달 정도 되면 조회수 백만을 넘어서요. 여섯 개 강연이 한 달 후에 120만~140만까지 기록하는데, 평균 20만 정도가 되는 거죠. 약 400개 강연을 합쳐서 조회수를 따져 보면 시청률로는 1.5%가 넘는 수치예요.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의 경우 교양 프로그램 시청률이 1%를 넘기는 경우가 없었죠. 세바시가 상당히 인기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재만 한국형 강연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고안해 내셨는데, 미국의 '테드(TED)'라는 강연 프로그램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세바시와 테드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구범준 테드는 18분 이내로 진행되는 짧은 강연입니다. 테드가 세바시의 모델이 된 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2010년 겨울쯤에 프로그램을 하려던 시기에 이미 테드가 많이 알려져 있었죠. 테드는 미국에서 생겨난 지식 강연 프로인데, 1년에 두세 번 정도 강연회를 글로벌하게 열어요. 1980년대 생겨난 것을 큐레이터인 리스 앤더슨이라는 사람이 인수해 글로벌하게 키운 겁니다. 사실 테드 컨퍼런스는 롱비치를 비롯해 다른 도시에서도 하는데 많아야 두세 번이 전부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테드가 인기를 얻자 전 세계 각지에서 테드처럼 강연회를 열겠다고 나서서 테드 본사에서 라이센스를 주고 테드 강연을 열게 한 것이 TEDx(TED Independence, 테덱스)예요. 테드는 일종의 글로벌 개념이라면 테덱스는 로컬 개념인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테덱스가 생겨났죠. 예를 들어 테덱스 서울, 테덱스 이화 등이죠.
그래서 저는 두 가지 점에 착안했어요. 사회적 분위기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찾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게 됐죠. 테드로 강연 문화가 확산되고 동영상으로 지식 강연을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수동적이었던 강연 문화에서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문화로 변화하게 됐어요. 특히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사용 시간은 더 많아졌는데 소비할 수 있는 지식 콘텐츠가 없었죠. 테드를 통해서 우리나 강연 문화가 적극적으로 바뀌어 가는데다 확산 추세에 있었고, 그 강연을 '스마트폰으로 보게 하는 것'이었죠. 테드의 경우 우리 문화 정서상 분량이 좀 길었어요. 사람들이 모바일로 쉽게 보게 하려고 18분 강연을 3분 줄여서 15분으로 만든 겁니다. 무엇보다 테드와 세바시의 가장 큰 차이는 언어예요. 스피커들이 다 영문화권에 있는 사람들다 보니 그들의 문화대로 논리를 풀어갑니다. 하지만 세바시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관한 아이디어나 가치를 드러내니 테드보다 더 재밌고, 서로 공유해 가며 보게 되는 겁니다.

이재만 세바시 이후로 다양한 강연 프로그램이 생겨났는데, 그러한 현상들을 보면서 어떠한 생각이 드셨나요?
구범준 과거에는 일반 방송사들이 강연 프로그램을 웹상에서 전량 공개하지 않았어요. 60분 분량의 방송이면 유료(V.O.D)나 회원 가입을 해야 볼 수 있죠. 하지만 저희는 전량을 다 공개하고 회원 가입 없이 어디서나 볼 수 있도록 '오픈 콘텐츠'를 지향했어요. 그러다 보니 확산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었던 거죠. 지상파나 케이블에서 비슷한 강연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났잖아요. 세바시만의 강점은 오픈 콘텐츠를 갖고 있는 것과 자발적 관객 시스템이라고 봐요. 타 방송사에서 그 부분을 따라하기 시작했는데 결국엔 다 그만뒀죠. 선점 효과도 있었을 테지만, 무엇보다 500명 강연회를 정기적으로 여는 곳은 여기밖에 없었으니까요. 타 방송사들은 자기계발이나 성공 스토리 위주였다면 세바시는 다양성 측면을 강조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재만 그러한 경쟁력으로 요즘에는 사내 벤처와 같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강연 콘텐츠를 통해 수익은 어떻게 창출하나요?
구범준 세바시가 기획된 목적은 두 가지예요.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이 많은 아는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어요. 공익적으로 선한 가치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스마트폰을 통해 확산되면 우리 사회가 바뀌지 않을까 생각을 했죠. 두 번째 의미는 수익을 창출해내고 싶었어요. CBS가 라디오로 시작한 회사여서 생방송 위주다 보니 콘텐츠 유통이 쉽지 않았죠. 그런데 지식 강연에 대한 수요가 학교나 기업, 평생교육기관 등 다양해지면서 세바시의 지식 강연이 콘텐츠로 팔리고 있습니다. 시청자에게는 공짜이지만 기업에게는 유료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죠. 지금은 사내 벤처처럼 독립 경영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이재만 아무래도 세바시가 낳은 스타가 있을 것 같은데, 대표적으로 어떤 분들이 있나요?
구범준 독보적인 분인데 휴먼컴퍼니 대표이자 서울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김창옥 겸임교수입니다. 인간관계나 소통, 내면의 상처나 열등감 같은 것을 어떻게 하면 잘 치유하고 극복할 것인가를 가장 재밌는 스토리텔링으로 청중에게 필요한 의미를 담아서 말하는 강사입니다. 말로 의미를 전달하는 데는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강사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세바시에서 김 교수님이 총 8개의 강연을 했는데 '나는 당신을 봅니다' 편은 우리나라 강연 영상으로는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유튜브에서만 450만 조회수를 찍었으니까요. 그래서 세바시 팬들은 김 교수님을 세바시가 낳은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재만 실제로 세바시를 보고 난 후 청소년들 스스로 변화가 일어났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연출자로서 정말 뿌듯할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구범준 2012년 5월 초에 청소년 자살 예방 캠페인의 일환으로 특집 강연을 한 적이 있어요. 6명의 강연자들이 청소년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죠. 그 당시 강연장에 초대된 400여 명의 중·고등학생들이 강연 소감이 적힌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이벤트로 피날레를 장식했는데, 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메시지를 보게 됐어요. 강연을 통해 감동을 받았고, 자기 삶의 새로운 이야기를 찾았다며 제 목숨을 건져줘서 고맙다는 글을 적었더라고요. 연출자 생활 16년을 하면서 처음으로 받아본 생명의 메시지 덕분에 정말 뿌듯했어요. 기성세대들은 지금 삶의 토대에 길들여져 있어서 세상을 바꾸기 힘들 수 있지만, 청소년들이 세바시를 보기 시작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세바시 콘텐츠를 학교로 확신시키기 위해 세바시 티처스를 기획한 적도 있죠. 2012년에 30명의 선생님들이 세바시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켜서 지금은 학교 선생님들에게 인기 콘텐츠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일선 학교에서는 50% 이상이 세바시를 알고 있을 정도니까요.

이재만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어 자막으로 강연 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해 볼 계획도 있을 것 같은데, 지식 강연인 만큼 가장 중요한 번역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구범준 보통 프로그램 제작은 '인하우스'에서 폐쇄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방식이 회사에 의해 고용된 사람들끼리 하는 것이죠. 하지만 저희는 폐쇄 프로덕션 과정을 선택하지 않고 있어요. 일종의 오픈 프로덕션 개념이죠. 외부에서 큐레이터 기획자를 영입했는데 세바시 가치에 동의하고 열정을 가진 분과 함께 일하고 있어요. 번역 부분은 열린 번역 프로젝트를 올해 3월에 오픈했어요. 앞서 말씀 드린 폐쇄 프로덕션은 연출자가 지시를 받아 번역자를 고용한 이후 해외 수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열린 번역 프로젝트는 세바시 콘텐츠를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 그들 스스로 강연 영상을 유튜브 등에 올리는 구조입니다. 번역에 많이 참여할수록 명예와 혜택을 줘서 자발적인 활동에 대한 보람을 느끼게 하고 있어요. 지금은 약 500명 정도가 열린 번역 프로젝트 멤버로 활동하고 있죠. 

 
Part 2.박수 소리만 가득했던 '무언의 강연회'

세바시의 기본 정신은 도전과 혁신에 기인한다. 더불어 치열한 자기 경험이 이야기로 만들어질 때, 세바시의 강연 콘텐츠는 세대와 국가를 뛰어넘는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세바시의 청각장애인을 위한 특별 강연이 대표적인 사례다. 부자와 성공을 외치는 강연이 아닌 삶에 건강한 변화를 일으키는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깨달음과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재만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말없는 강연회를 연 적이 있잖아요. 그러한 의미 있는 도전이 바로 세바시 정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당시 이야기를 해주세요.
구범준 어느 날 청각장애학교 교사 2명이 저에게 전화를 했어요. 많은 청각장애인 학생이 강연 콘서트장에 가고 싶은데 수화나 자막 서비스가 없어 못 간다며 안타까워하셨죠. 먼저 청각장애인을 위한 강연을 제안하셔서 한 번 해보자고 답했죠. 청각 장애인과 일반인 연사를 섞어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파열음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제작진과 강연자 간의 의사소통도 힘들었고, 청각장애인들이 좀처럼 자기 마음을 열지 않았죠. 그런데 그들에게는 이러한 과정이 일상이었던 거예요. 연출자로서 그들이 진솔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도록 가까이 다가서는 게 가장 중요했죠. 그렇게 청각장애인 300명과 가족들을 초대해 속기 시스템으로 실시간 자막을 넣어주고, 무대 한편에서는 수화 통역자를 세워놓고 강연을 했어요. 강연 후에 관객 몇 명과 인터뷰를 했는데 '강연회에 참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가슴 벅찼다'고 말씀해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재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나와서 15분 강연을 하고 있는데, 강연자가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이며, 강연자 선정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구범준 무엇보다 다양성이 중요하고요. 또 프로그램 제목처럼 세상을 바꿀 만한 가치를 우선시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 대단한 것이 아니에요. 그 가치는 인간관계에서 나올 수 있고 사회적으로는 나눔, 사랑, 정의일 수도 있죠. 기업에서는 혁신일 수도 있습니다.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관객의 가슴을 울리고 지나갈 수 있는 개인의 인생 이야기이면 되는 것이죠. 그 가치로 인해서 사회가 변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담긴 강연, 즉 어느 정도 경험하고 실패하고 도전하며 어떤 움직임들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강사 선정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재만 모든 사람들이 전문 강사가 아닌 만큼 어떤 실수했던 일이나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은데요. 녹화 현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아본다면.
구범준 15분 강연 중 가장 큰 실수는 15분 넘게 오래 말하는 겁니다. 저녁 시간에 강사 6명이 릴레이 형식으로 녹화를 진행하는데 한 사람이 길게 하면 마지막 강연자는 엄청 힘들 수밖에 없어요.

이재만 혹시 연출자로서 꼭 무대에 서줬으면, 혹은 초대하고 싶은 인물이 있을까요?
구범준 각계각층의 지식인부터 소위 말하는 '핫'한 분까지 포함하면 특정한 한 분을 선택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요. 유명세를 떠나 사람들에게 번뜩이는 새로운 가치나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야기를 가진 분이라면 누구든 초대하고 싶습니다. 15분 이야기를 듣고 무릎을 딱 치거나 탄성이 나오게 만드는 이야기를 자신의 삶으로 실천해 오고 있는 분들이라면, 아마 세바시에 어울리는 최적의 인물이 아닐까 생각해요.

Part 3. 강연 프로그램에서 플랫폼으로의 진화

세바시는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변화하는 길목에 서 있다. 프로그램에는 강연 콘텐츠만을 담을 수 있지만, 세바시 플랫폼 안에는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과 더불어 봉사와 나눔 캠페인, 오픈 커뮤니티 활동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이처럼 구범준 PD는 콘텐츠와 플랫폼의 시대를 맞아 세바시를 통해 새로운 비전을 그리고 있다.

이재만 CBS에서 연출자의 길을 걷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더불어 언제부터 연출자라는 꿈을 갖게 되었나요?

 
구범준 미대에 가고 싶어서 고등학교 때까지는 미대 입시를 준비했어요. 1980년대만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고 또 학비 문제도 있어서 다시 공부를 해 연세대 사회학과에 입학했죠. 그러고 나서 '미대에 갈 수 없다면 프로듀서가 되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였던 형한테 물어봤는데, PD가 되고 싶으면 다방면을 박학다식하게 알 수 있는 사회학과로 가라고 조언해 줬죠. 깊이는 없지만 넓은 지식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사회학과로 간 겁니다. 제가 취업할 당시 IMF 사태가 터졌을 때라 '300: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서야 CBS에 입사할 수 있었죠.

이재만 많은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으로 방송국 PD를 꼽는데, 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지요.
구범준 제가 사회학과에 간 이유처럼 PD라면 넓게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PD가 전문성을 가진 직업이었어요. 편집과 촬영까지 했으니까요. 그 당시에는 고가의 편집기와 촬영 카메라를 구할 수가 없었잖아요. 하지만 방송 장비가 디지털화되면서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으로도 영상을 찍고 편집까지 할 수 있게 됐죠. 그러니 PD가 갖고 있는 전문적인 속성들이 일반화되고 대중화될 수밖에 없어요. 기술력이 전문적이지 않다 보니 이제 PD에게는 기획력만 남은 거죠. 생각하고 표현하는 힘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된 것입니다. 연출은 매뉴얼이 있어서 입사해 배우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핵심은 세상을 보는 눈이고 생각하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을 갖추려면 책도 많이 읽어야 하고 실제 몸으로 움직이는 경험을 많이 해야 합니다. 요컨대, 많이 경험해 보고 읽어보고 만나보는 게 필요해요.

이재만 아무래도 자기계발과 도전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의 연출자이다 보니 변화와 자기 혁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 같은데, 자기계발을 위해 어떤 활동들을 하시는지요?
구범준 세바시 연출자로서 연락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대부분의 일에 관여하는 것이 저에게는 자기계발이라고 생각해요. 강사로 섭외해야 될 사람을 만나고 다녀야 할 뿐만 아니라 그에 관한 공부도 해야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강연 내용도 같이 구성해야 하죠. 그 과정에서 그동안 몰랐던 지식이나 가치, 그리고 방법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정리를 세바시 강연장에서 강연을 들으며 하는 것이죠. 저처럼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요. 세바시를 제작하는 과정이 저에게는 도전이자 성장의 과정이고, 자기계발인 겁니다. 실제로 열린 번역 프로제트나 세바시 티셔츠, 세바시 청년학교 등 다양한 활동들을 많이 하는데, 편집과 촬영 프로세스를 뛰어넘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있어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 프로그램 덕분에 하고 있는 것이죠.

이재만 연출자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나만의 신념이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구범준 예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사람들한테 변화를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그것은 아마 모든 PD의 꿈이기도 할 겁니다. 또 전달 방법에 재미가 가미되었으면 좋겠어요. 예능까지는 아니지만 세바시가 줄 수 있는 재미가 있다면 극대화하고 싶다는 의미죠. 때문에 세바시 말고 다른 형태로 정말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세바시 콘텐츠 안에서 만들 수 있는 재미를 다른 방식으로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인 거죠. 다큐멘터리 형태로 세바시 출연자들이 나와서 생생한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좀 더 다른 포맷으로 웃음을 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세바시라는 콘텐츠가 성장한다면 아마 더욱 다양하게 파생된 형태의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이재만 앞으로 어떤 계획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반드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구범준 세바시가 현재 하나의 플랫폼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어요.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일 뿐이지만 플랫폼은 그 안에 여러 가지를 담을 수 있죠. 강연 프로그램 세바시를 중심으로 다큐멘터리 포맷이나 심지어 드라마 제작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치와 경험이 공유되어서 세상이 바뀌어 가는 거죠. 더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캠페인을 해보자고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플랫폼이죠. 플랫폼에 얹어 놓으면 세상에 대한 어떤 것들도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세바시가 앞으로 어떤 '무브먼트'가 되길 바라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 일종의 사회를 바꾸는 움직임이 되길 꿈꾸는 것이죠.

 
이재만 변호사 (법무법인 청파 대표)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KBS2 사랑과전쟁2 부부클리닉 위원장, 대한체육회 법률고문, 경찰청 법률고문, 주병진·송일국·주지훈·권영찬 등 스타 사건 담당 변호사, KBS2 여성공감 '이재만 변호사의 드라마법정', SBS '라디오로펌'등 다수 방송 프로그램 출연, 이재만 변호사는 친절하고 명쾌하며 알기 쉬운 법률 해설가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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