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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그 시절의 사랑
'참 좋은 시절' 그 시절의 사랑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07.03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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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하게 마음을 흔드는 정통 로맨스

 
 
주말연속극 <참 좋은 시절>이 화제다. 출발부터 프리미엄급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으며 상반기 주말 극장을 달굴 기대작으로 관심을 모았다. 천재적인 검사 강동석이 15년 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가족을 만나고, 가슴 아팠던 첫사랑 여인과 재회하며 펼쳐지는 파란만장한 이야기. 복고적인 연출과 예스러운 정서로 아련하게 마음을 흔드는 정통 로맨스, <참 좋은 시절>.

취재 이윤지 기자 | 사진 KBS 제공

가난한 소년이었던 한 남자가 검사로 성공한 뒤 10여 년이 훌쩍 지나 고향에 돌아오게 된다. 애틋했던 첫사랑, 부잣집 공주님이었던 소녀는 가세가 기울어 대부업체 직원으로 억척스럽게 살아가고 있고 그들의 부모는 서로 원수지간이다. 설상가상 15년 만에 다시 만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에게 이 앙숙 같은 관계는 기다렸다는 듯 감췄던 모습을 드러내고 커다란 시련이 돼 둘을 괴롭힌다.
과연 그들에게 ‘좋은 시절’은 올까. 가족의 소중한 가치와 사랑의 의미,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참 좋은 시절>은 ‘사랑’을 테마로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조명하고 있다.

 
‘이루기 힘든 사랑 이야기’에 빠지다

<참 좋은 시절>은 첫사랑 이야기를 주축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몰입도를 높였다. 김희선의 복귀작, 이서진의 멜로라는 타이틀은 첫방송 전부터 큰 관심거리였다. 2회 만에 시청률은 30%를 가뿐히 넘기고 익숙한 사투리로 극을 이끄는 김희선의 안정적인 내공과 이서진 특유의 카리스마는 드라마를 더욱 볼 만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사랑만 할 수 없는 갈등의 상황 속에 놓여 있다는 설정 때문이다.
어렵던 시절을 보내던 동석은 엘리트 검사가 돼 경주지청으로 발령받는다. 고향 경주는 동석에게 그리움이나 애틋함을 주는 공간이 아니다. 안정적이지 못했던 유년시절, 15년 만에 마주해도 갑갑한 풍경과 사람들. 지긋지긋했던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그의 모습으로 드라마는 시작된다.
“이 사람이 우리 동석이 오빤데예, 15년 만에 집에 왔어예. 나는 오빠야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예.”
어린 해원의 경쾌한 목소리로 시작한 티저 영상은 이 드라마의 슬픈 전개와는 딴판이다. “근데 오빠야는 와 저래 까칠할까예”라는 내레이션에 “얼굴 보면 몰라?”하며 던지는 동석의 받아치는 말은 웃음을 자아낸다. 엔딩 부분에서는 동석이 누군가를 마주한 채 “난 너 기억나는데, 너 나 기억 안 나?”라고 말하고, 해원은 놀란 눈으로 동석을 지켜보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풋풋한 ‘사랑의 시절’, ‘첫사랑과의 눈부신 재회’를 떠올리게 한다.
경주로 온 동석은 자신을 졸졸 쫓아다니며 크면 동석이 오빠랑 결혼할 것이라고 말하고 다니던 경주 최고의 부잣집 딸 차해원과 재회한다. 다시 만난 해원은 예전의 고왔던 소녀가 아니다. 집안은 망했고, 대부업체 직원이 돼 돈을 받으러 다닌다.
15년이 지나 다시 만난 첫사랑. 과연 얼굴을 알아볼 수나 있을까, 상상하면 아득한 기분이 먼저 든다. 노래 가사처럼 다시 사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에이, 말도 안 돼’하면서도 두 사람의 눈빛에 집중하게 되는 것은 세월을 머금은 첫사랑에 대한 깊은 갈망을 우리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두 사람은 서로 사랑했지만 이제는 과거와 달라진 서로의 자리, 외면할 수 없는 부모들의 얽히고설킨 관계 덕에 <참 좋은 시절>의 순간들은 위태롭다.
여전히 아름다운 해원에게 연민과 애정을 동시에 느끼는 동석을 해원은 마음과 다르게 거절한다. 해원의 진심, 동석의 선택은 쉽사리 예상할 수가 없어 보는 마음을 더욱 애타게 하고 드라마는 천천히 두 사람의 속내를 보여준다.

 
“하필이면 해원인 왜 그 집 딸이었을까요?”

동석은 마침내 절절한 순애보를 드러내며 끝없이 마주치는 시련 앞에서도 해원을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줘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두 사람의 여정은 생각대로 순탄치 않다. 이후에도 여러 번 예기치 못한 시련 앞에 이별의 위기를 겪게 되고 애틋한 재회는 다시 이어졌다. 무엇보다 절정에 달했던 것은 중반부. 해원이 동석의 프러포즈를 단호하게 거절하는 모습으로 긴장감을 드리웠다.
일말의 사건에 휘말렸던 해원을 위해 동석이 강동희(옥택연)와 오승훈(박주형)의 도움으로 오치수(고인범) 관련 비리를 밝혀내고, 해원의 누명을 벗겨냈던 터. 행복한 마음으로 해원에게 청혼했지만 치수로부터 자신의 아버지가 동석의 할아버지 강기수(오현경) 자전거 사고의 가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해원은 동석에게 헤어짐을 고했다.
부모들의 어긋난 관계로 인해 겪는 사랑의 아픔은 생각보다 처절했다. 그 죄책감을 대신 짊어지고 괴로워하는 해원의 행동을 답답하다고 여기는 반응도 일각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막상 해원의 상황에 놓였을 때 선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둘 사이의 애정과 믿음을 더 단단하게 해 줄 캐릭터 설정이라기엔 주위 사람들을 지나치게 불편하게 하고 사랑하는 이를 괴롭게 하는 외곬수이기도 하지만 해원은 분명 우리 곁에 있을 법한 정이 많고 솔직한 사람이다.

‘차해원을 온몸으로 이해하다’ 김희선

동석과의 사랑과 모두의 행복을 위해 솔직한 고백을 해냈지만 죄책감과 아픔을 벗어버리지는 못한 해원. 평범하지 않은 그녀의 시간들을 배우 김희선은 수려하게 이끌어냈다. 가련하고 안타까운 차해원의 인생을 차분히 체득해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김희선은 드라마의 인기에 큰 몫을 해낸다.
김희선의 연기력은 안정 궤도를 넘어섰다. 데뷔 초부터 빼어난 외모와 스타성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여러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시청률과 인기를 보장했던 김희선은 연기 수준을 인정받는 배우는 아니었다. 2012년 드라마 <신의>를 통해 그야말로 훌륭한 ‘빙의’를 보여줬고 올해 해원을 만난 김희선의 분석과 내공은 남달랐다.
더 거슬러 올라가 영화 <와니와 준하>에서의 와니를 생각하면 그 애틋한 눈빛과 절제된 감정 표현은 갑작스럽게 나온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튀는 발성이나 폭발하는 감정의 화려함 대신 몸에 익은 사투리, 차분한 고갯짓 같은 고도의 기법을 김희선은 이미 구사해 낼 줄 알았다.

비밀스러운 가족사 덮는 따뜻한 마음들

<참 좋은 시절>에는 3대가 함께 사는 모습이 그려진다. 출생의 비밀, 얽힌 남녀의 관계와 교묘한 우연 등 그 소재들에서 특이점을 가지지는 않는다. 다만 이 코드들을 그리는 방식과 수위가 좀 다르다.
‘착한 드라마’라는 평을 듣는 것은 복수극으로 치닫거나 밑도 끝도 없는 싸움이 벌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 자극 없는 출생의 비밀, 불륜으로 규정할 수도 있는 본처와 첩을 가진 남편 이야기. 누구의 인생도 극으로 치닫거나 서로를 자극하지 않는다. 아픈 상처와 외로움을 가진 개인을 가족이 껴안고 우는 사람을 다독인다.
핵심인 동석과 해원의 이야기만 다시 보더라도 그렇다. 검사가 돼 금의환향한 동석과 부잣집 딸에서 가난하고 외로운 처지로 전락한 해원은 과거 부모들의 복잡한 관계로 뒤얽혀 있는 와중에도 서로에 대한 마음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그 마음의 결실을 이뤄낸다. 나아가서는 서로의 가족이 반목하고 시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위로를 거듭해도 상처는 깊어가는 느린 시간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삶의 무수한 질곡의 순간들을 천천히 드러내 주는 드라마, <참 좋은 시절>은 제목만큼 유쾌하지는 않지만 가족애와 사랑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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