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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갑 교수의 대장암의 모든 것
박재갑 교수의 대장암의 모든 것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7.04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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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피린이 치료에 효과가 있다?

 
최근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메디컬 센터 연구팀은 대장암 환자 약 4천 500명의 사망률과 아스피린 복용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아스피린이 대장암 예방과 전이를 막는데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대장암 치료제로 아스피린이 쓰일 수도 있을까. 대장암 연구 및 치료의 1세대이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장암 명의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재갑 교수에게 그 해답을 들어봤다.

취재 서효정 | 사진 양우영 기자 | 도움말 박재갑 국립암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세계 18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세계 대장암 발병현황을 살펴보면, 한국 성인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10만 명당 46.92명으로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에 이어 세계 4위를 차지했다. 또한 여성의 경우 역시 전 세계 184개국 중 19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 10년간을 놓고 봤을 때도 국내 대장암 발생률이 2배 이상 껑충 뛰었을 정도로 대장암 환자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흔히들 ‘서구인의 병’이라고 알려진 대장암이 국내에서 이토록 발병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대표 대장암 명의이자 세계대장외과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국립암대학원대학교 박재갑 석좌교수는 대장암이 늘고 있는 이유로 잘못된 식사 및 생활 습관을 꼽았다.
“현대인의 가장 큰 병폐는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져 있고, 운동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생활습관은 대장암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부분입니다. 육류와 고칼로리 음식의 과도한 섭취, 고지방 식사, 섬유질 섭취의 부족, 그리고 흡연과 과음이 대장암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죠. 또 섭취하는 칼로리에 비해 운동이 부족한 것도 대장암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초기에 증상 없어 검진이 반드시 필요한 질병

대장암은 대장에 생긴 암세포, 즉 악성종양을 말한다. 우리 몸의 소화기관은 식도, 위, 소장, 대장으로 구분이 되는데 대장은 소화기관 의 가장 마지막 부위로 크게 결장과 직장으로 나뉜다. 암이 발생하 는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 결장에 생기는 암을 결장암이라고 하고 직장에 생기는 암을 직장암이라고 하지만 이를 통칭하여 대장암이 라 부르는 것이다.
대장암은 80~90%가 대장의 표면에 생기는 작은 혹, 즉 선종성 용종이 점점 커져서 보통 5년에서 10년 후에 암으로 발전하기 때문 에 사실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간혹 빈혈이나 식욕부진, 체중감소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는 일상에서 다 른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흔히 겪을 수 있는 현상이라 무심코 넘길 때가 많다. 따라서 미리미리 예방검진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은 아무런 증상이 없어도 암 예방검진을 받는 분들의 5명 중 1 명에게는 대장에 선종성 용종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용 종을 절제해야 하는데, 대장에서 용종을 절제한 경우에는 절제한 용종의 종류와 크기, 개수, 절제의 완전성 정도 및 가족력의 유무에 따라 1년에서 5년 사이에 반드시 다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발견된 선종성 용종이 1cm 미만이면 절제하고 3년 후, 1cm 이상이거나 여러 개의 용종을 절제했다면 1년 후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다시 받아 용종이 남아 있거나 주위에 새로 생긴 것이 있으면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스피린이 대장암이 미치는 영향

수술적 요법 외에 대장암 치료 및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 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최근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지난 1998년부터 2007년까지 대장암과 아스피린의 연관성을 분석해 아스피린이 대장암으로 사망할 위험을 최대 30%까 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교수는 이 와 같은 연구결과에 대해 극히 일부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사례일 뿐이라고 말한다. 역으로 말했을 때 대장암에 걸린 누구나가 아스피린 복용여부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훨씬 오래 전부터 아스피린과 대장암과의 관계 연구는 전 세계 학회에 서 다루어 왔지만 아스피린을 온전히 대장암 치료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이다.
“일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는 어디까지나 연구 결과일 뿐이지 그것을 맹목적으로 신뢰해서는 안 됩니다. 연구 결과만 믿고 무분별하게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거죠. 앞으로도 아스피린이 대장암 치료제로 전 세계 병원에 통용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장암은 종양의 크기가 아니라 조직 침투 정도에 따라 치료법을 결정한다. 현재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대장암 치료법은 내시경으로 인한 대장 절제술, 외과수술로 인한 절제,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대장암은 비교적 진행이 느린 암 중 하나로 검진을 통해 일찍 발견 되면 개복을 하지 않고, 내시경이나 복강경으로도 치료할 수 있고, 예후도 아주 좋습니다. 무엇보다 대장암은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간이나 폐까지 전이가 되었어도 잘 치료가 될 수 있으며 항문 가까 이 생긴 암도 항문을 보존하면서 치료가 가능해졌습니다.”
더불어 박 교수는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아스피린 같은 약물에 의존하는 것보다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당부 했다. 인스턴트에 길들여진 식습관을 바꾸고, 너무 짜거나 너무 싱겁지 않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하루에 30분 정도라도 활발하게 걷는 등 운동을 생활화 하는 것도 대장암을 예방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
“정기적인 검진도 빼놓지 말아야 합니다. 대한대장항문학회에서는 쉰 살 이상의 성인의 경우에는 적어도 5년에서 10년 주기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는데요. 만약 집안에 대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라면 그 발생 연령보다 10년 전부터 더 자주 대장암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예방 검진과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한다면 대장암은 반드시 완치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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