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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와 농민의 희망'을 말하다
‘농가와 농민의 희망'을 말하다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07.04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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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벤처농업대학 권영미 사무국장

 
한국벤처농업대학 권영미 사무국장은 농사를 짓고 싶은 사람들, 귀농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온 마음을 다해 그들을 돕는 사람이다. 벤처농업 CEO 양성 대학 한국벤처농업대학의 든든한 기둥인 권 사무국장의 농업인에 대한 애정과 넘치는 열의는 우리 농업의 미래를 다시 보게 만든다.

취재 이윤지 기자 | 사진 최별

한국벤처농업대학(이하 벤처농업대학) 학생들은 19세부터 70대 학생들까지 연령이 다양하다. 10년 전만 해도 50~60대가 주 연령층이었으나 지금은 30~40대의 젊은 층 비율이 40% 가까이 된다. 굉장한 변화다. 이들이 한 울타리에서 즐겁게 배우고 익히며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것은 문화예술과의 융합부터 첨단 유통 시스템과의 결합까지 농업의 다양한 가능성을 직접 실험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권영미 사무국장은 벤처농업대학의 이 같은 물결을 주도했으며 여태껏 부지런히 고민하고 실천한 인물이다.

농업이 즐거워지는 '장'을 만들고 함께 즐기는 풍경

벤처농업대학의 이색적인 문화 '농산물 패션쇼'에 대해 묻자 권영미 사무국장은 '막연했던 꿈을 이룬 셈'이라고 답했다. 2005년서부터 열린 농산물 패션쇼는 농민들이 직접 기른 농산물을 가지고 무대에 올라보고 싶었던 소망으로부터 시작됐다.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할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로 승화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 왔어요.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시행해 보니 과연 또 다른 가치가 창출되고 농업문화는 자체적으로 진화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권 사무국장에게 농민들은 '예술가'다. '모든 풍경과 예술이 땅, 농사에서 나온다'는 문장은 몸으로 직접 체득한 어떤 순간으로부터 나왔다. 농가에서 태어나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지었던 그는 어릴 적 밭에서 풀을 뽑다가 오전의 햇빛과 맑은 이슬이 맺힌 풀, 바삐 움직이다 멈춘 손등이 삼위일체가 되던 찰나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예술과 농업이 아주 긴밀한 관계라는 것, 문화예술을 비롯한 많은 분야들이 농업과의 결합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을 일찍이 간파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재배 농산물을 가지고 옷을 만들어 표현하는 '농산물 패션쇼'는 이색 행사에 그치지 않았다. 쇼에서 수상한 한 농장주는 농장에 이 키워드를 플래카드로 전시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함께 이야기했던 아이디어를 실행해 볼 수 있는 '판'을 벌이는 일은 상당히 중요했다. 농민들은 기대보다 훨씬 창의적이고 열정적이었다.

벤처농업대학은 그간 많은 변화를 겪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주입식 교육이 주를 이뤘지만 현재는 커리큘럼을 비롯한 여러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함께 배운 것들을 실제 농사에서 응용하고 바깥에서 체험하는 과정이 주가 되며, 체험 중심으로 농민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이끌고 해당 사례를 직접 발표하게 한다. 재배한 농산물에 대한 사업 계획서를 직접 만드는 과정 또한 눈에 띈다.
농민들 각자의 재능을 끄집어내고 농업 이외 분야 활동을 통한 삶의 균형을 이루도록 하기 위해 추진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권 사무국장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자발적으로 모인 연극반, 기타반 등에서 수준급으로 실력을 발휘하는 학생들에게서 농업을 보다 다채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했던 것.
벤처농업대학은 이미 식문화 스쿨, 예비농업스쿨 등의 이색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스스로 알아서 길을 찾고 터득하라'는 카피를 모토로 삼고 있는 식문화스쿨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메뉴(소스, 죽, 수프, 스튜, 식음료, 메인요리, 튀김(전), 탕(찌개), 제과&제빵 등)를 직접 개발하는 활동이다. 매달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농산물로 음료부터 메인 메뉴까지 다양한 음식을 개발하고, 학교 뒤뜰에서 자연밥상을 차려 파티를 열고 평론회를 개최한다.
지금 이곳은 활동의 장,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을 내 주는 데 더욱 힘쓰며 체험 활동을 통한 창의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벤처라는 말에는 힘과 열정이 있죠. 벤처 농업은 '모험(Risk-Taking) 도전(Challenge), 열정(Passion), 에너지(Energy)'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꿈을 가진 사람은 그것을 이루도록 하고, 꿈이 없는 사람에게는 꿈을 가지게 하겠다는 권 사무국장의 열정에는 농민들을 향한 애틋함이 녹아 있다.

'젊어지는 농업', 희망과 승산 있다

벤처농업대학 서울 사무국을 겸하는 카페 겸 레스토랑 '농가의 식탁' 한쪽 벽 전면은 물기 어린 싱싱한 과일들을 품에 끌어안은 누군가의 상반신을 찍은 대형 사진 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바로 권영미 사무국장이 사진 속 주인공이다. 가끔 농담처럼 '나는 농업을 위해서 옷을 벗은 여자입니다'라는 자기소개를 하기도 한다는 그의 말이 그저 우스갯소리 같지만은 않았다. 서로 다가가고 마음을 나누는 것, 농업을 대하는 권 사무국장의 생각은 '사람과의 관계'와도 상통했다. 자연과 우리의 관계 역시 그대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배려해야만 옳은 방향으로 흐른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농업 철학으로 권영미 사무국장은 우리 농업의 미래를 확신한다. 서울대학교 교육학회에 사례 발표차 참석했던 권 사무국장에게 한 교수가 '농업에 희망이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권 사무국장은 '젊어지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10여 년 전 이곳의 학생들은 대부분 어르신이었다. 그 후계자들이 지금 농사 수업을 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 공간을 '농업' 전체에 대유한다면 이해는 더욱 쉽다. 농업은 꿈꾸는 젊은 인재들에 의해 재도약할 준비를 충분히 해 나가고 있다.

농민, 가장 행복한 사람들

"농민들은 가장 행복한 사람들일 거예요. 어떤 선업을 닦았기에 농민으로 태어나 눈 감는 날까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까 싶어요. 죽는 날까지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복 중의 복이라고 생각해요."
땅을 딛고 일할 수 있는 것을 축복으로 여긴다는 권영미 사무국장은 '젊은이들에 대한 기대'도 이야기했다. 농사를 시작하거나 귀농, 귀촌을 시작하는 시기는 이를수록 좋다는 것이 권 사무국장의 조언이다. 농업을 경제활동으로 삼으려고 계획 중인 젊은 학생들에게 언제나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유통 채널에 관한 지식이 해박할 뿐 아니라 다양한 툴을 이용한 마케팅에도 능숙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야말로 용기와 도전정신만 있다면 농사는 '무엇이든 어떻게든' 모두 시도해볼 수 있는 분야인 것이다.

한국벤처농업대학의 오늘과 내일

벤처농업대학은 요즘 CJ 계절밥상과 함께 일하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식자재와 메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농민들을 소개해 주기도 한다. 최근 계절밥상에서는 벤처농업대학에서 소개한 '하얀민들레'를 재료로 한 신 메뉴가 선보였고 곧 오디, 죽순, 앉은뱅이 밀로 만든 메뉴를 맛볼 수 있게 된다.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 땅의 좋은 재료를 기르고 있는 농부들은 굉장히 뿌듯해 합니다. 비즈니스로 일하지 않고 공헌의 테마로 해나가는 활동이니 저 역시 보람되죠. 계절장터라는 이름으로 우리 농민들의 상품을 팔기도 합니다. 이 공간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어요. 농민들이 사업 정당성을 가지고 일하고, 기업과 윈윈하는 방식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농가의 식탁에 이들 상품을 동시 진열하는 것은 지속적인 재배품 개발과 연구를 위해서다. 농민들의 브랜드를 개별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관성 있게 한곳에서 마케팅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농산물을 이야기하고 농민들과의 교류의 장을 만들고자 문을 연 농가의 식탁은 언젠가 함께 모여 구상했던 공간이다. 먼저 길을 닦아놓고 거침없이 시작해 본 후, 그 경험을 물려주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 권영미 사무국장이 해온 오랜 도움의 방식이다.
"사례를 만들고 제대로 끌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간절히 바랄 때 길이 생겨난다는 것을 믿게 해주고 싶어요."
농촌에서 나고 자라,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농사짓던 모습을 봐 온 권 사무국장은 농사에 관해 누구보다 속속들이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 본격적으로 농사에 손을 대 보니 만만치 않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건나물에 관심이 많아서 직접 말리려고 시도해 봤어요. 건조기로도 말려 보고 햇빛 아래 널어두기도 했고요. 어린아이 다루듯이 만져야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가장 맛있게 마르는 날씨와 상황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단순하게 보았던 작업인데 이 조건들을 모두 맞춰야 하고 원하는 상태의 건나물을 얻기까지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니 이 결과물은 값으로 매길 수 없게 소중해지더군요."
애쓰고 기다려야만 비로소 제대로 얻을 수 있는 농사의 교훈을 체감한 권영미 사무국장이 있어 벤처농업대학 학생들은 초조함 없이 앞일을 기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 방배동 농가의 식탁은 그야말로 들어서는 길부터 '농가'를 떠올리게 한다. 예약제로만 받는 제철 농산물 저녁 식탁에 꾸밀 꽃들을 직접 기르고 있다. 프로방스풍의 테이블, 세련된 오픈키친이 눈에 띄는 안으로 들어가면 정직하고 정성스러운 음식에 대한 은근한 기대와 설렘이 느껴진다.
"농사의 각 요소들을 실험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등 활동할 수 있는 모태를 제공하고 판을 벌려 주는 일에 꾸준히 힘쓸 계획입니다. 신나게 해 보다가 안 되면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이끌면서요. 마음껏 활동하고 정성껏 생산했으면, 마음 놓고 유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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