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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트레일-제주올레 15, 16코스
이달의 트레일-제주올레 15, 16코스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7.06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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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숲, 계곡을 모두 갖춘 길

▲ 출처 : 사단법인 제주올레
올레길 15코스는 한림항 비양도 도항성 선착장에서 시작해 고내포구까지 19km의 코스로 6~7시간이 소요된다. 16코스는 고내포구부터 광령1리사무소까지 17.8km로 5~6시간이 걸린다.

글·사진 안병식 제주 주재기자(월간 MOUNTAIN)

▲ 고내리에서 구엄리까지 약 5km에 걸쳐 아름다운 제주의 해안길이 이어진다
바다를 떠난 길은 다시 바다를 향하고-제주올레 15코스

매일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은 이미 여름의 한가운데에 와있는 느낌이다. 가끔씩 불어오는 제주의 바람만이 무더운 여름 날씨를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올레 15코스는 비양도가 바라다 보이는 한림항에서 시작 중산간의 마을과 밭, 오름을 돌아 다시 고내의 바다에 이르는 19km의 코스다. 한림항을 출발하면 왼쪽바다위에 갈매기와 기러기들이 때지어 앉아있는 풍경도 볼 수 있다. 갈매기 모양으로 깎아 세워놓은 나무 솟대와 그 옆에 무심히 내려앉은 진짜 갈매기들이 기묘한 조각 작품을 연출한다.

▲ 한적한 제주의 시골마을을 걷고 있는 올레꾼들
▲ 항파두리를 지나면 볼 수 있는 돌하르방
한수리를 지나면 길은 바다를 등지고 마을 올레가 시작된다. 인적이 드문 한적한 농촌 마을에서는 농사일을 하는 농부들의 모습도 가끔씩 보인다. 이렇게 시골 마을길을 걸으며 어릴 적 농촌마을에서 뛰어놀던 향수에 젖다보면 마음은 어느새 어릴 적 나의 동심을 만난다.
연꽃이 가득한 영새성물과 선운정사를 지나면 버들 못 농로가 나오는데 주위에 버드나무가 많았던 곳이다. 못 주변에는 오리가 노는 풍경이 아름답다고 하여 곽지리 10경 중 하나로 뽑힌다고 한다.
15코스의 중간 지점인 납읍 숲길을 지나 납읍초등학교 옆 금산공원에는 온난한 기후대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후박나무, 생달나무, 동백나무 등 한겨울에도 푸른 잎이 울창하다. 이 숲은 평지에 남아있는 보기 드문 상록수림으로 나무의 종류는 단순하지만 학술적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 375호로 지정되어 있다.
예로부터 양반들이 시를 짓거나 담소를 나누던 곳으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여 지친 발걸음을 멈추고 쉬어가기에 좋다. 백일홍 길과 과오름 둘레길을 지나면 도새기(돼지의 제주어)를 볼 수 있는 도새기 숲길이 나타나는데 인근 축사에서 풀어놓고 키우는 돼지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집돼지여서 위험하지는 않지만 음식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곳을 지나면 고내봉으로 향한다. 고내봉은 고내리 남동쪽에 있는 오름이다. 높지는 않지만 한라산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고내리에서는 한라산이 보이지 않는 몇 안 되는 마을 중 하나다. 정상까지는 걸어서 20분이 걸린다. 정상인근에는 마을주민들이 이용하는 운동시설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한라산을 보면서 운동할 수 있도록 탁 트인 전망이 감탄을 자아낸다. 고내봉 때문에 한라산이 보이지 않지만 고내봉이 있어 세상에서 가장 좋은 헬스클럽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고내봉은 마을 이름을 딴것으로 고니 오름으로 불려왔다.
고내봉을 내려오면 하가리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큰 도로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나오는 마을이다. 코스가 지나지는 않지만 시간이 된다면 둘러보아도 좋은 아름다운 곳이다.
이 마을은 집집의 담장을 옛 돌담으로 바꾸어 전통 올레를 복원해 놓았다. 마을 중앙에는 제주에서 가장 큰 연못인 연화 못이 있다. 그 넓이가 3천7백 여 평에 달할 정도의 거대한 연못으로 여름이면 수련이 만발한다.
고려 충렬 왕 때의 기록에 따르면 이 연못 가운데 야적이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짓고 살면서 주민들을 약탈했다고 한다. 이에 관군이 출동해 야적을 소탕했으며 17세기 중엽 대대적인 수리 공사를 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금 연하못에 있는 육각정을 만들 당시 뻘 속에서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목재와 기와가 발견되기도 했다.
하가리 갈림길에서 도로를 따라 걸어온 후 고내 사거리를 지나면 15코스의 끝자락인 배염(뱀의 제주어)골 올레가 나온다. 이곳은 예전에 뱀이 많이 나오고 비가 오면 물이 흘러넘쳐 마을 사람들조차 외면했던 길이었으나 제주올레에서 정비해 아름다운 올레로 거듭나게 되었다.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일주도로 안쪽에는 한적하고 평화롭기만 한 작은 고내리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고내리는 애월읍에 소재해 있는 마을이고 이곳 애월에는 ‘탐라의 만리장성’이라 불리는 환해장성도 유명하다. 환해장성은 고려시대에 제주도 해안선 300여리에 걸쳐 쌓은 석성이다. 고려 말까지 외국의 침입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 현재 제주에 형태가 양호하게 남아있는 곳은 애월을 포함해, 온평, 신산, 곤흘, 삼양, 별도, 북촌, 동복, 행원, 한동 등 10곳이다.
환해장성은 성처럼 넓은 공간을 두어 주성 역할을 하던 곳과 협축에 가깝게 축조되어 보조성 역할을 하는 성곽으로 이루어졌다. 성의 안쪽에는 말을 타고 달리거나 도보를 이용하여 군사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회곽도를 둔 곳도 있으며 수로나 안 밖을 왕래하는 성문 역할을 하는 곳도 확인되었다.
마을이 있고, 사시사철 푸른 밭이 있고, 그 밭에 물을 대는 작은 못들이 있고, 2개의 오름과 감춰진 난대림 숲이 있는 곳. 제주의 자연이 만들어 놓은 올레길이 어디로 나를 이끌어 가는지 기대하며 걸어도 좋을 걸을수록 더 좋은 제주의 풍경들을 만나게 되는 곳. 밭길에서나 오름에서나 바다는 멀지 않은 곳에서 드문드문 제 모습을 보여주는 곳.
그 바다의 자력에 이끌려 온 길은 고내포구에 이르러 15코스의 끝을 알린다. 저녁노을이 지는 풍경은 이 길을 온전히 걸어온 나그네들에게 위로의 눈도장이 되는 곳이 15코스 주올레길이다.

▲ 03 농촌마을에 있는 경운기. 아직도 제주의 시골 마을에서는 경운기가 유용하게 사용된다 04 바닷가를 따라 이어지는 길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05 시골길 돌담과 농로를 따라 걷고 있는 올레꾼들06 보리가 누렇게 익어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07 16코스의 종점인 광령1리 사무소
고내포구에서 광령리까지 17.8km-제주올레 16코스

아름다운 제주의 해안을 지나 제주올레 16코스는 고내포구에서 광령리까지 17.8km의 코스다. 고내의 작은 포구에서 시작한 길은 아름다운 제주 해안을 따라 구엄까지 5km 가까이 이어진다. 일부 해안 길은 작은 오솔길 산책로이고 일부 구간은 바다와 맞닿는 길이며 일부는 해안 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신엄포구를 지나면 남두연대에 도착한다. 연대는 봉수와 같이 적의 침입이나 위급한 일이 있을 때 빠르게 연락을 취하기 위한 통신망의 하나이다. 오름의 봉우리에 있는 봉수와는 달리 연대는 대부분 해안의 구렁에 위치해 있다. 제주도에는 38개소의 연대가 있었는데 이들은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빛으로 서로 연락을 취했다.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늘 날에는 연대를 지키는 군인이 직접 뛰어가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 (위)구엄리에 있는 바닷가에는 조각 작품처럼 아름다운 바위형상들이 많이 있다(아래, 좌)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길을 걷고 있는 올레꾼들(아래, 우)올레꾼들이 16코스의 종점인 고내포구에서 스탬프를 찍고 있다
중엄리 해안에 솟아오르는 용천수인 중엄새물을 지나면 구엄리에 도착한다. 구엄리에는 구엄 돌염전이 있는데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들었던 구엄 바닷가의 넓은 빌레(평평하고 넓은 바위)다. 구엄리의 소금 빌레는 그 넓이가 1,500여 평에 달한다고 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돌소금은 넓적하고 굵을 뿐만 아니라 맛과 색깔이 뛰어나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넓은 소금 빌레가 펼쳐진 구엄포구를 지나면 길은 내륙으로 방향을 틀고 곧 수산봉에 도착한다. 수산봉은 물메오름이라고도 부르며 높이 122m의 높지 않은 오름으로 오름이 아름답고 어질다고 해서 영봉이라고도 불렀다. 제주도에 가뭄이 들면 목사가 이곳에 와서 기우제를 지냈다. 수산봉 서쪽에는 전몰군경을 안장한 국군묘지도 조성되어 있다.
봉긋하게 솟은 수산봉을 향해 마을과 밭길을 지나 수산봉 둘레를 돌면 커다란 곰솔이 지키고 선 수산의 넓은 저수지에 이른다. 제주도에는 물이 고이는 강이나 저수지가 많지 않은데 수산 저수지는 수산보 남동쪽에 조성한 인공 저수지다. 식량 생산을 목적으로 속칭 답단이내를 막아 1960년대에 조성했다. 낚시꾼들이 많이 찾으며 수산유원지로 불려 현재는 제주도민들도 많이 찾고 있는 곳이 되었다.
수산리 저수지 옆에는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높이10m 둘레 4m의 커다란 고목으로 4개의 큰 가지가 뻗어 있는데 최대 수관 폭은 26m에 달한다. 이 나무는 400여 년 전 수산리 설촌 당시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목으로 보호돼 왔는데 눈이 내려 수관 윗부분에 덮이면 마치 백곰이 저수지 물을 마시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곰솔이라고 불렸고 현재는 제주도 천연 기념물 441호로 지정되어 있다.
저수지 둑방 위를 가볍게 걸어 마을을 통과하면 키 큰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 옛 토성 항파두리로 발길을 이끈다. 제주 항파두리 항몽 유적지는 13세기말엽 고려시대 삼별초군의 마지막 보루였던 항파두성이다. 진도를 근거지로 항전하던 삼별초군은 원종 12년 진도가 함락되고 배중손 장군이 전사하자 김통정 장군이 잔여 부대를 이끌고 제주로 건너왔다. 이곳에 토성을 구축하고 항전하던 삼별초군은 원종 14년 여몽연합군의 총 공격을 받아 항파두성이 함락되면서 전멸했다.
항파두성은 제주도에 현존하는 유일한 토성이며 언덕과 하천을 따라 주위 15리에 걸쳐 쌓은 것으로 그 규모가 매우 크다. 1978년부터 복원 사업이 계속 되고 있고 관람료는 성인 500원 청소년 300원이다.
성을 빠져 나가면 아름다운 숲길과 계곡길이 반긴다. 약 3km를 더 걸어 숲을 빠져 나온 길은 이제 마을을 보여주며 종착지인 광령1리 사무소에 다다른다. 광령리에서 하루를 머물 수도 있고 버스를 타고 10분이면 제주시내로 들어갈 수도 있다.
고내에서 구엄까지의 쪽빛 바다, 아직도 하얀 소금기가 햇빛에 빛나는 소금 빌레, 낚시꾼들이 한가롭게 세월을 낚는 잔잔한 저수지, 키 큰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는 호젓한 숲, 삼별초가 항쟁을 벌였던 옛 토성, 제주의 여느 마을과 다를 바 없이 평화롭고 소박한 마을들, 돌담을 두른 밭,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이어 보여 주는 길이 제주 올레의 열여섯 번째 길이다.

- information -

<15코스>
- 출발지 찾아가기
제주시에서 : 제주시에서 서회선 일주버스를 타고 한림에서 내린다.
서귀포에서 : 서귀포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서회선 일주버스를 타고 한림항에서 내린다.
- 종점에서 돌아오기
제주시 가기 : 고내봉 방향으로 온 길을 5분정도 되돌아가서 4차로 횡단도로를 건너면 제주시로 가는 서회선 일주버스 정류장이 있다.
서귀포 가기 : 고내봉 방향으로 온 길을 5분정도 되돌아가면 마을 입구에 신 서귀포 버스 터미널로 가는 정류장이 있다.
- 콜택시 전화번호
한수풀 콜택시 : 064-796-9191, 애월 콜택시 : 064-799-9007
- 올레지기 연락처 : 064-762-2190

<16코스>
- 출발지 찾아가기
제주시에서 : 제주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서회선 일주버스를 탄다. 고내에서 내린 다음 고내포구로 5분정도 걸어간다.
서귀포에서 : 서귀포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서회선 일주버스를 탄다. 고내에서 내린 다음 고내포구로 5분정도 걸어간다.
- 종점에서 돌아오기
제주시로 가기 : 광령 1리 사무소 앞에서 한림, 노형, 제주로 향하는 중산간 버스를 타거나 제주시 방향 887번 시내버스를 탄다.
서귀포시로 가기 : 동쪽 무수천 다리 방향으로 10분정도 걸어간 후 무수천 다리 옆 정류소에서 서귀포행 시외버스를 탄다.
- 콜택시 전화번호
하귀 콜택시 : 064-713-5003, 애월 콜택시 : 064-799-9007
- 올레지기 연락처 : 064-762-2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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