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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꿈꾸는 미래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꿈꾸는 미래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7.07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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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4주년 기념 특별 초대석 - 6·4 지방선거 화제의 당선자 ①

 
새경기도민의 선택은 남경필 전 의원이었다. 출구 조사 결과 발표부터 선거 개표 막판까지 피를 말리는 접전 끝에 5선 의원 출신인 남경필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남 당선인은 절반이 조금 넘는 지지율로 도지사 자리에 올랐지만, 반대로 절반이 못 미치는 도민들에게 선택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통합의 정치'라는 기치를 내걸고 야당에 연정을 제안했다. 파격적인 혁신 행보에 벌써부터 그에게 거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성장과 분배, 그리고 안전의 이슈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현 시점에서 '함께하는 따뜻한 경기도'를 만들기 위한 남 당선인의 구상을 들어 봤다.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류병문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남경필 당선인은 경기도지사 인수위원회인 '혁신위원회'에 출근해 매 시간 촘촘히 짜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본격적인 각 부서별 업무 보고까지 더해져 언론사 인터뷰와 도민들을 만나는 자리까지 포함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들이 계속 되고 있다. 그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지만, 시종일관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돋보였던 그는 진중한 자세로 도정 철학을 밝혔다.

당선 순간 떠오른 아버지의 얼굴

선거 개표 방송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지만, 경기도지사의 윤곽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보는 사람마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경기도지사 선거였지만, 당시 심경을 묻는 질문에 남 당선인은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고 답했다. 처음부터 마음을 비우고 한 선거였던 만큼 어떤 결과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당선에 대한 자신감이 컸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부터 마음을 비우고 시작한 선거였어요. 선거 당일에는 다른 분들의 예상과 달리 새벽 1시쯤 잠을 잤습니다. 그러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선거에서 계속 이기고 있었어요. 그때 '당선되나 보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그런 부분에 무심한 편인 데다, 아내가 무조건 이긴다고 응원을 해줘서 알게 모르게 내심 자신감을 갖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출구 조사와 다르게 극적으로 경기도지사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급작스럽게 작고한 부친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의 부친인 남평우 전 의원(당시 수원 팔달구 국회의원)이 세상을 떠나자 그는 당시 33세의 나이로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승리를 거뒀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계에 입문한 만큼 많은 선거를 치른 5선 의원 출신이지만, 선거가 끝나면 여전히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 커지는 듯했다.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났습니다. 무엇보다 아버님께서 정치를 하셨던 분이었기 때문에 아들의 당선 사실을 누구보다 기뻐하셨을 테니까요."
그는 당선 이후 형식적인 축전보다는 도민들의 메시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선거 때 내건 약속을 잊지 말고 선거 때만큼만 해 달라'는 것. 도민들의 날카로운 일침은 그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듯했다.
"생각보다 축전을 받은 건 별로 없고, 기억도 잘 나지 않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역시 진심 어린 조언이었습니다. '선거 때 한 약속을 잊지 말고, 선거 때처럼만 하세요'라는 도민들의 말은 상식적이지만 저에게 가장 와 닿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성별과 나이, 지지 정당과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보편적인 여론을 '민심'이라고 해석했다. 선량한 국민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상식의 정치를 펼쳐 도정의 중심을 민심에 맞추겠다는 게 도정 철학의 핵심이었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처럼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고 쓴소리라도 경기도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먼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주부들이나 엄마들이 시장이나 카페에서 하는 이야기들, 그리고 아빠들이 일을 마치고 포장마차에서 한 잔 기울이며 하는 나누는 이야기들이 바로 민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정당을 지지하든 보수와 진보,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민심인 것이죠. 즉,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가 민심이라는 의미입니다. '선거 때만 찾아오지 말고 평상시에도 와라', '여야 싸우지 마라', '모든 국민들이 힘들다', '국민들이 힘든 부분을 먼저 챙기는 도지사가 되어라', '옆에서 아부하는 사람만 기용하지 마라' 등의 이야기는 많은 국민들이 기본적으로 똑같이 하는 말일 겁니다. 그게 바로 상식인 거죠. 하지만 우리 정치가 사실 상식적인 걸 하지 못했잖아요. 그래서 상식적인 국민의 말씀에 따르는 상식의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권력 분산을 위해 먼저 제안한 '연정'

차기 도정의 기틀을 잡는 혁신위가 인선 작업을 마쳤다. 기존 도지사의 업무를 인수하고 향후 도정 운영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는 혁신위의 인적 구성은 상당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남 당선인은 "혁신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경험과 전략을 가진 전문가들과 경기도를 안전하고 따듯한 공동체로 만드는 것에 노하우와 비전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을 위주로 혁신위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제가 선거 공약을 포함해서 선거 기간 내내 일자리가 넘치는 안전하고 따뜻한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공언을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일자리란 기존의 일자리 하고는 다릅니다. 바로 혁신적인 일자리를 말하는 것인데, 이러한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경험과 전략을 가지신 분들, 그리고 안전하고 따듯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에 노하우와 비전을 가지고 계신 분들 위주로 혁신위를 구성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는 해결이 시급한 현안으로 '굿모닝 버스'를 꼽았다. 서울로 출근하는 경기도민들을 위해 광역 버스를 늘려,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 전쟁'을 가장 먼저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논의 끝에 광역 버스 200대를 증차해 놓은 상황이지만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굿모닝 버스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고속버스 입석 금지 대책으로 일단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통해 버스 200대를 증편하기로 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항구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저는 굿모닝 버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굿모닝 버스는 권역별로 설치된 멀티 환승센터에만 도착하면, 2분마다 서울로 출발하는 새로운 형태의 광역 버스입니다. 그렇게 되면 기존에 있던 광역버스 노선이 상당 부분 조정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이례적으로 여야를 아우르는 독일식 연정을 제안했다. 경기도 부지사(사회통합부지사)에 야당 인사를 기용하는 협력 정치의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는 평소 '권력은 분산되어야 한다'는 그의 정치 소신의 발로였다. 즉, 안정적인 도정 운영을 위해서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상생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정에 대한 생각은 줄곧 해왔어요. 저는 평소에도 권력은 나눠야 한다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대통령의 권한도 나눠야 하고, 국회 권한도 분산시켜야 하고, 중앙 정부에 편중된 힘을 지방 정부에 나눠서 지방 분권을 실현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가의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죠. 그런 의미에서 경기도지사로서 제안한 연정은 제가 생각했던 권력 분산을 실현하는 첫 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국민들이 이야기하는 상식적인 정치에 부합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성공 여부는 도지사가 먼저 인사권과 같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해 보여요. 다행스럽게도 야당 역시 저의 제안에 진지한 자세로 대해주고 있습니다."

경기도 전역에 6천 개의 '따복마을' 만들겠다

남 당선인은 여성들이 행복한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보육과 교육, 안전, 치안 등 여성들이 관심을 갖는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마련해 놓고 있다. 경기도청 내에 별도의 안전국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보육 교사의 처우를 개선해 어린이집의 서비스 질을 한 단계 높이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또 교육국을 설치해 학교 시설이나 안전 등의 문제를 놓고 교육감과 예산과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도 갖고 있다. 특히 출산과 육아로 경력 단절을 겪어야 하는 여성들을 위해 창의적인 사회적 일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전통적인 개념의 일자리보다 여성 특유의 감수성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혁신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주부들이 풀타임은 아니지만, 파트타임 형태로 육아도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일자리인 셈이죠."
그의 공약 중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이른바 '따복마을'이다. 따뜻하고 복된 마을을 의미하는 따복마을은 공동으로 육아, 교육을 분담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마을 공동체다. 그는 경기도 수원 화성의 '꽃매마을'을 이상적인 모델로 삼고 "경기도 전역에 6천 개의 따복마을을 만들어 1만8천 개의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놀이터에서 놀다가 옆집에서 밥을 먹는 것이 흔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옆집 이웃 주민이 자살을 해도 모를 정도로 마을 공동체가 깨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기도 수원 화서동에 있는 꽃매마을에 간 적이 있어요. 그곳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육아를 하고, 아파트 지하를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죠. 명문대 학생들과 연계해서 공동 교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의 질도 전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육아와 교육 문제를 마을 공동체에서 분담하고 있다 보니, 실제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바로 셋째를 낳는 주민들이 늘어난 것이죠. 이처럼 옛날 두레와 품앗이 문화를 되살려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면 출산율 저하 문제는 물론, 각종 사회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의 바람은 '괜찮은 도지사이자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반대 지지층까지 껴안는 도지사가 되어 "내가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잘하는 도지사"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절반에 못 미치는 도민들이 선거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렇지만 지지하지 않은 분들에게도 '도지사를 잘 뽑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정치인들이 혐오의 대상이 되었는데, 도지사를 보니 '괜찮은 정치인도 있다'라는 평가를 받으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도 정치인을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을 하신다면, 그보다 감사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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