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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따라 야생화 흐드러진 천상의 화원
철따라 야생화 흐드러진 천상의 화원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7.10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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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산에 가고 싶다-대덕산 분주령

 

짧았던 봄이 가고 한낮 태양이 뜨거워지면서 걷는 것이 부담되는 계절이다. 벌써 조금만 걸어도 땀으로 끈적인다. 이럴 때 가면 좋을 트레킹 코스가 있다. 온종일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환상적인 꽃길, 태백에 있는 대덕산(大德山,1307m)의 보물 분주령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앞다퉈 꽃들이 피어나는 원시림 속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더위는커녕 가슴으로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지나간 듯 온몸이 상쾌해진다. 4시간 남짓 걷는 동안 새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물소리에 무거웠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싱그러운 숲내음과 알록달록 야생화가 해맑게 미소 짓는 길, 대자연이 빚은 지상 최고의 비밀 정원으로 초대한다.

글·사진 유인근(스포츠서울 기자)

▲ 길섶에는 여기저기에서 야생화가 만발해 있다

백두대간 능선의 한 고개인 두문동재(1,268m)는 강원도 정선군과 태백시의 경계에 위치해있다. 싸리재라고도 불리는 이곳이 지상 최고의 정원 대덕산 분주령으로 향하는 출입구다. 금대봉을 거쳐 분주령,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로 이르는 8.4km의 원시림으로 이어진 오솔길에는 봄에서부터 가을까지 온갖 종류의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루며 꽃망울을 터트린다.
대덕산 분주령 일대는 우리나라에서 자연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된 지역이다. 복주머니란, 갈퀴현호색, 노랑무늬붓꽃 등 찾아보기 힘든 희귀식물을 비롯해 감자난초, 은대난초, 앵초, 터리풀, 요강나물, 쥐오줌풀, 동자개, 왕둥글레, 광대수염, 솔나리 등 다양한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는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운 정원이다. 이 일대에 자생하는 풀꽃이 약 900여 종에 달한다고 하니 식물도감이라도 챙겨 간다면 꽃 이름을 확인하며 걷는 재미가 색다를 것이다.
해발 1,200m가 넘지만 길이 험하지 않아 거창한 장비가 없어도 되며, 발이 편한 트레킹화와 물통, 도시락을 넣을 수 있는 작은 배낭만 있으면 충분하다. 산을 오르는 등반이 아닌 울창한 산림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산을 내려오는 편안한 길이라 요즘에는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탐방객들의 발길도 잦아지고 있다. 출발점은 두문동재 정상이다. 이곳에 있는 탐방안내소에서 간단한 주의사항을 들은 뒤 옆으로 난 임도로 들어서면 비밀의 화원으로 향하는 여행이 시작된다.

두문동재로 들어서니 야생화 천국 펼쳐져

▲ 2 울창한 숲속 오솔길은 사람 하나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 좁다 3 하늘을 찌르는 전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머리를 맑게 해주는 피톤치드가 마구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다

천상의 정원으로 향하는 임도는 제법 넓지만, 길은 점점 깊은 숲속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발길이 닿는 곳마다 키 작고 소박한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대덕산의 일대의 금대봉, 분주령, 검룡소까지 모두 보려면 반나절 이상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가는 내내 만나는 들꽃과 짙은 숲 향기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지경이다.
두문동재에서 금대봉(1,418m)으로 향하는 길은 평탄한 능선길과 완만한 내리막길이어서 산책하듯 편안하게 걸으면 된다. 금대봉은 식물자원 보호구역으로 야생화가 수도 없이 피어나는 야생화 천국이다. 복수초, 얼레지, 엉겅퀴, 노루귀, 바람꽃류 등 수많은 꽃들이 장관을 연출한다.

길을 이어 우암산이 보이면 지금까지 걸어왔던 큰 길을 버리고 오른쪽 오솔길로 들어선다. 이 길은 고목나무샘으로 이어지는 숲길로, 산등성이를 넘어 습한 비탈길을 조금만 내려가면 작은 옹달샘을 만나게 된다. 아름드리 신갈나무 아래에서 솟아나는 이 샘물이 바로 고목나무샘으로, 한강의 근원이 되는 첫 샘물이라고 할 수 있다. 샘물은 땅속으로 흘렀다가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에서 다시 솟아난다.
고목나무샘에서 다시 1시간 정도 더 가면 분주령 초원이다. 분주령까지 이어진 이 길은 한사람이 겨우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오솔길로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녹음이 우거져 있다. 햇살 한 점 들어오지 못한 원시림이어서 한낮에도 어둑하고 서늘해 이미 덥다는 생각은 머리를 떠난 지 오래다.
호젓한 숲길은 벌깨덩굴과 산죽이 교대로 군락을 이루고 바닥에는 푹신푹신한 낙엽이 깔려있어 걷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게다가 길섶에는 야생화가 지천이다. 계절에 따라 꽃은 달리 피어나는데 감자난초, 은대난초, 구슬봉이, 앵초, 쥐오줌풀, 요강나물, 동자개, 광대수염, 솔나무 등이 봄부터 피고지기를 거듭한다. 꽃들과 눈을 맞추며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전망이 탁 트인 분주령 정상에 도착한다.

▲ 한 탐방객이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향해 뻗은 나무를 보고 있다

수많은 들꽃이 별처럼 반짝이는 초원 능선

분주령은 인제의 곰배령과 함께 국내의 대표적인 야생화 군락지로 알려져 있다. 함백산과 대덕산을 잇는 능선길로 해발 1,080m에 이렇게 너른 분지가 펼쳐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지금은 풀로 뒤덮여 있지만 오래전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다.
분주령에서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능선을 따라 곧장 오르면 야생화 트레킹의 백미인 대덕산 정상(1,307m)으로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검룡소로 이어진다. 갈라진 두 길은 다시 한곳에서 만나기 때문에 어느 곳을 선택해도 좋다. 검룡소로 바로 직행하는 것이 한결 수월하지만 야생화 만발한 초원 능선을 경험하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것이기에 되도록 대덕산 정상 쪽으로 방향을 잡기를 권한다.
대덕산 정상 부근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고산초원을 이뤄 풍광이 무척 빼어나다. 특히 긴 대 끝에 흰 꽃송이들을 모아 올린 범꼬리꽃 군락지가 유명하며, 계절 따라 100종 이상의 야생화가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피고 지기를 거듭하는 야생화의 보고다. 재미난 것은 우리나라에 '대덕산'이란 이름을 가진 산이 무려 50개 정도가 된다고 한다. 대덕산이란 이름을 가진 산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암반이 거의 없고, 정상부가 평평하고 둥그스름하며 오르기 쉽다는 것. 그 때문인지 태백 대덕산 정상에 오르면 산이라기보다 넓고 둥그스름한 초원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정상에 서면 주변이 확 트여 백두대간 줄기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멀리 은대봉과 함백산의 산줄기가 겹겹이 병풍을 이루고 구름이 산 정상과 능선을 감싸 안은 모습은 장관이 따로 없다. 수십만 평에 달하는 평평한 초원 능선은 말 그대로 야생화 세상이다. 호범꼬리, 쥐오줌풀, 인진쑥과 같은 야생식물이 저마다의 매력으로 은은한 빛을 발산한다. 그 많은 들꽃 하나하나가 밤하늘 별처럼 반짝인다.

▲ 부드러운 곡선의 검룡소길

▲ 4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마치 용이 몸부림치며 용틀임하는 모습이다 5 검룡소에서는 매일 2천~3천 톤의 물이 솟아오른다

한강 발원지 검룡소는 사철 내내 용트림

초원 능선을 따라 천천히 1.4km를 내려가면 검룡소와 분주령으로 가는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검룡소는 아래쪽 계곡길로 내려서면 된다. 빽빽이 들어선 침엽수림 사이로 난 완만한 내리막길을 편안하게 걷다 보면 물소리가 들리고, 오른쪽으로 난 다리 하나를 만나게 된다. 다리를 건너 15분 정도 올라가면 종착점인 검룡소다.
검룡소는 알려진 대로 한강의 발원지다. 울창한 숲 속, 푸른 이끼가 가득한 바위 웅덩이에서 사계절 내내 섭씨 9도의 지하수가 하루 2천~3천 톤씩 석회암반을 뚫고 솟구친다. 오랜 세월 동안 물줄기가 흘러 2m 정도 되는 암반이 구불구불하게 패여 있고, 그 이끼 가득한 암반 사이로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는 흡사 용이 용틀임하는 것처럼 보인다. 검룡소라는 신비로운 이름도 그 모습에서 유래했다.
검룡소의 물은 금대봉 기슭에 있는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와 예터굼에서 솟아나는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이곳에서 하나로 만나 다시 솟아난 것이다. 이 물은 정선의 골지천과 조양강, 영월의 동강을 거쳐 단양·충주·여주로 흘러가고 경기도 양수리에서 한강이 된다. 그리고 장장 514km의 긴 여행을 마치고 서해 바다로 흘러든다.
분주령 야생화길은 생태경관보존지역이어서 탐방로 이외의 구간은 출입이 통제되고 있고, 탐방객들은 카메라 삼각대와 음식물을 반입할 수 없다. 또한 탐방을 하려면 반드시 태백시청 환경보호과(033-550-2061)에 사전 신청을 해야 한다.

▲ 분주령의 주인인 야생화들

<찾아가기>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탄 뒤 제천IC에서 38번 국도를 탄다. 영월을 거쳐 사북, 고한을 지나면 두문동재터널이 나타나고 입구에서 구 38번 국도인 오른쪽으로 3km쯤 오르면 출발점인 두문동재가 나온다.
*고속버스나 철도를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태백시내에서 두문동재로 가는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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