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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공생하는 삶을 배우는 태평농법
자연과 공생하는 삶을 배우는 태평농법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7.10 2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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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귀농을 결심했을 때부터 삼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에 이르도록 줄곧 배우고 익히며 실천하고자 하는 농법이 하나 있다. 바로 ‘태평농’이란 이름의 농법이다. 적극적이고 선량한 마음으로 자연과 공생하며 살아가는 농부들이 ‘태평농’이라는 이름 아래 전국 각지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농사를 짓고 있다.

글 | 조우상 사진 | 매거진플러스

三無원칙을 통한 유기농법

태평농의 원칙은 의외로 단순명료하다. 이른바 3무(三無)원칙이라 불리는 무경운(땅을 갈아엎지 않고), 무비료, 무농약의 농사를 실천하는 농법이다. 경운기나 트랙터를 이용해 땅을 갈아엎거나 심토파쇄하여 땅을 벌거벗기거나 흙 속의 자생초 씨앗들을 끄집어 올리는 일을 하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경운하여 흙이 부드러워지도록 하자는 것이 ‘무경운’이다. 이때 흙을 부드럽게 경운해 주는 자연의 역할은 각종 식물의 뿌리와 지렁이 등의 흙 속 생물들과 미생물들이 담당하게 된다. 억지로 갈아주지 않아도 이것들의 활동이 활발하기만 하면 땅은 인간이 경운한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비료를 주지 않아도 흙은 스스로 작물을 키울 수 있을 만큼의 거름기를 만들어내고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바로 ‘무비료’다. 흙을 벌거벗겨두지 않으면 지렁이 등의 생물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되고, 그들이 번성하여 배설물과 시체 등을 남기면 그것들이 양분이 되어 흙이 기름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지렁이 등의 다양한 땅속 생물들을 죽이지 않으려면 농약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 바로 ‘무농약’의 원칙이다. 태평농에서는 농약의 역할을 천적이 대신하게 된다. 거미, 무당벌레 등이 진딧물, 노린재 등의 해충들을 잡아먹는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순환 속에서 농약을 대신할 방법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3무원칙을 따르며 거기에 더해 혼작(섞어짓기)과 윤작(돌려짓기)을 잘 지켜 땅이 벌거벗겨진 채 맨살을 드러내고 있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로 태평농법이다.

자연의 원리에 순응

이 모든 과정이 비단 농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삶을 살아가는 방법과 마음가짐에 이르는 문제임을 역설하는 태평농부 이영문 선생이 바로 이 태평농법을 정립하고 세상에 알리고 있는 주인공이다. 그의 책을 읽던 도중 한 구절의 글귀를 보고 나와 내 아내의 마음이 움직였고, 지금에 이르러 다시금 생각해 보아도 그 한마디에 자연을 사랑하는 태평농법이란 이름의 진정한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필요한 만큼만 깨끗하게 사용하고 나머지는 다시 자연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저 빼앗기만 하고 돌려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그것은 농사가 아니라 ‘약탈’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약탈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농사를 배우고자 마음먹게 되었고, 그 길을 선택한 덕분에 언제나 마음 넉넉하고 즐거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지구상엔 대략 35만여 종의 식물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 중 인간이 필요로 하는, 그래서 작물로 인정받고 키워지는 식물은 대략 3천여 종이 있다고 한다. 이는 전체 식물의 1%도 되지 않는 숫자다. 그 1% 미만의 존재 때문에 인간들은 99%가 넘는 식물들을 ‘잡초’라 부르며 미워한다. 그러나 시선의 변화를 통해 다시 한번 풀들을 바라본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풀을 두고 ‘자생초’ 혹은 ‘들풀’ 등의 이름으로 부른다. 자생초(自生草). 스스로의 힘으로 생을 살아가는 식물이라는 이야기다. 산과 들에 가득히 피운 그 많은 생명들에게 ‘잡초’라 이름 붙이지 않는 그 넉넉한 마음, ‘자생초’란 아름다운 이름으로 그 생명들을 부르는 정성스런 마음이야말로 태평농이란 이름의 환경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소출이 아닐까 한다.
농부가 아니더라도 ‘태평농’이란 이름에 한 번쯤 관심을 기울여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검색창에 ‘태평농’이란 이름을 검색하면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태평농은 흙 일구고 씨앗 뿌리는 농법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마음 농사짓는 삶의 철학과도 같은 이름이다. 나는 초보농군이라 농사일이 어설퍼 태평농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훌륭한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지만, 마음 농사에서만큼은 벌써 풍성한 열매를 거둬들이고 있다. 내 몸을 일구고, 내 마음에 소중한 씨앗을 뿌리며 나 자신을 가꾸어가는 것. 어쩌면 태평농이란 그런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하나의 교훈일지도 모르겠다.

 
조우상 씨는 젊은 나이에 잘 나가던 기업 홍보 프로듀서를 그만두고, 헤어스타일리스트 아내와 함께 귀농했다.
현재 충남 부여에서 소박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누리며 농사를 짓고 있다.
그리고 농사와 환경에 관한 이야기들을 블로그와 딴지일보에 기록하며 많은 이들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coverdale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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