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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사랑하는 아트테이너, 아나운서 김주희
순간을 사랑하는 아트테이너, 아나운서 김주희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07.11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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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 번째 사진전을 연 작가이자 아나운서 김주희. 그녀의 사진전은 아나운서로서는 최초로 열린 전시다. 대학 시절부터 문예 감성이 뛰어났던 그녀는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치며 이색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청담동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초여름의 햇살을 닮은 김주희 아나운서와 만났다.

취재 이윤지 기자 | 사진 류병문 | 장소협찬 송은 아트스페이스, 카페 존 화이트

김주희 아나운서는 행복해 보였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번지는 화사한 미소는 누구라도 금세 반할 것 같다. 달리 즐거운 일이 있어서가 아니다. 김주희 아나운서는 늘 그렇게 '행복을 선택하는' 사람이었다.

사진 찍는 아나운서

 

김주희 아나운서가 지난봄 예술의전당에서 사진전 'In Dreams-remember'를 열었다. 지난해 12월에 첫 전시를 인사동에서 열었고 뜨거웠던 반응에 힘입어 서울 아트클럽에서 두 번째, 독특한 감성으로 작업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이번이 세 번째 개인전이다. 미스코리아 진 출신, 그야말로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재원인 그녀는 SBS 아나운서로 입사해 뉴스와 교양,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루 활약해 왔다. 김주희가 평범하지 않은 이유, 바로 사진이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진과 친하잖아요.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즐기고요.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 더 유난했던 것은 사실이에요. 대학 때 흑백사진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했죠. 강원도 바닷가, 대학로 거리 등 출사를 다니고 단체 사진전도 하고. 몇 통의 필름을 쓰고 암실 작업을 하면서 늘 즐거웠어요. 사진작가가 되겠다는 생각까진 못 했지만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일상이 바빠지자 열정을 쏟았던 사진 작업을 꾸준히 이어나갈 수는 없었다. 그러나 예전에 들고 다니던 무거운 카메라 대신 핸드폰으로 8천 장 가까이 되는 사진을 찍어 저장한 스스로를 문득 발견했다.
"한참 정신없던 나날들이었어요. 우연히 박상원 씨 사진전에 초대돼 바로 이 갤러리에 왔었어요. 참 멋있다는 생각을 했죠. 본래의 직업과는 다른 취미를 갖고 꾸준히 활동해 온 모습이 돋보였어요. 사진, 내게도 오랜 꿈이었는데…. 그날의 감상이 오래갔고, 그런 제 모습을 본 사진작가 친구가 한 번 도전해 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손을 놓은 지가 꽤 된 상태에서 무작정 다시 시작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그런데 했죠. 어찌됐든 찍어 보자 하고 마음을 먹었어요. 하고 싶다는 생각은 모든 일의 원동력이 되잖아요. 그래서 체코로 떠났던 거예요."
기분 좋은 우연, 인터뷰 장소인 송은 아트스페이스는 배우 박상원의 두 번째 사진전 'A SHADOW'가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마음을 다잡고 친구와 함께 체코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하지만 동행하기로 한 친구는 논문 컨펌 문제로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 덕분에 홀로 떠나게 된 김주희 아나운서는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다시없을 시간들을 꼼꼼히 기록할 수 있었다. 일상과 풍경을 찍은 이때의 사진들은 스스로도 꽤 흡족했고, 사진전의 꿈은 이뤄졌다.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지, 과연 작품이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조바심도 컸지만 결과는 성공이었다. 간절한 열망으로 시작한 사진전의 수익금은 남아프리카 수단의 학교 건립에 기부했다.

'보석 한 줌'을 품은 김주희의 오늘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갖게 되고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됐지만 김주희 아나운서에게도 '직장 사춘기'가 찾아왔다. 그 시기는 위기였지만 또한 계기였다.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 느끼는 매너리즘은 김 아나운서를 지치게 했지만 그럴수록 일상을 정화하고자 노력했다. 자연스럽게 공연이나 연극, 전시를 보고 '즐거운 꺼리'들을 찾았다. 이 과정은 단순히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으며 '김주희의 예술적 끼'를 자각하게 만드는 데까지 이르렀다.
"사소한 것이라도 좋아요. 엔돌핀을 솟게 하는 활동이 어떤 건지 열성을 다해서 찾아보면, 그 자체로도 하루하루가 기대와 기쁨으로 가득 차게 되죠."
벌써 10년 차. 김주희 아나운서는 에너지 넘치던 20대를 지난 지금, 보다 '여유롭고 촉촉한 삶'을 즐기고 있다. 보통이라면 지루하고 의욕이 사라졌을 시기, 그녀에겐 일상을 반짝이게 하는 '마음 속 보석 한 줌'이 지금을 달라지게 했다.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언젠가 그 꿈을 이루게 돼요. 마음속에 내가 언젠가 이룰 꿈, 한 줌 보석을 품고 있다면 매일이 행복하죠. 이뤄질 거라는 상상을 쉬지 않으면 책 <시크릿>에 나오는 끌어당김의 법칙이 실제로 적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사진전을 하면서 제가 느꼈던 것처럼요. 제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했던 사람들, 공간과 상황, 모든 것들이 스르르 잘 풀렸어요. 즐겁게 꿈꾸고 간절히 원하던 것이 언젠가 이뤄지리라는 믿음이 방향을 만들어줬고 저를 돕는 사람들과 행운이 함께 따라왔죠."
입사 초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김주희 아나운서는 여러 분야의 방송을 아쉬움 없이 해냈다. 메인 뉴스를 비롯해 교양 프로그램 진행, 예능 방송까지. 밑도 끝도 없는 용기로 뭐든지 호기롭게 해냈던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은 줄어든 속도로 안정적인 리듬 속에 살고 있다.
"주변을 천천히 볼 줄 알게 된 요즘이 참 좋아요. 즐거운 일을 평생 하고 싶다는 생각은 20대부터 쭉 해왔어요. 아마도 사진과 카메라가 되겠죠. 더 근본적인 건 '충만한 삶'인 것 같아요. 행복해 보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행복하려고 노력해요."
김주희 아나운서의 예사롭지 않은 활력은 삶의 가치를 진지하게 짚어 온 명석함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아침 6시 뉴스를 진행하던 시절, 저녁 8시에 잠들고 새벽 3시에 일어나 방송을 하고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하며 손 쓸 수 없이 깊어진 허무와 깨어진 균형을 느끼게 됐다. 부러움을 사는 직업,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집에 돌아온 자신의 모습은 평범한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닌 애매한 모습이었으며 행복을 느낄 수 없었다. 그토록 바라던 직업을 가지게 됐는데 왜 행복하지 않은 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결론은 '모든 시간, 내가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을 택하는 것'이었다. 과연 그때의 선택은 진리였다. 어느 때보다 더 아름다운 얼굴과 생기 넘치는 표정이 그 반증이다.
"지금은 뭘 이루려고 아등바등하기보다 부족했던 것들을 천천히 보충하고, 내가 즐거워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겨요. 해를 거듭할수록 더 멋진 시간들이 와 주니까 자꾸 기대하게 되고요."
상상하고 궁리하며 '지속적인 행복'을 역설하는 그녀에게서 진정한 지성미가 느껴진다. 행복의 균형을 찾아 앞으로의 원동력을 만들었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고 말하는 그녀. 문학, 사진,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 콘텐츠를 조용히, 그러나 힘 있게 일궈 온 김주희 아나운서에게는 '아트테이너'라는 또 다른 이름도 참 잘 어울린다.

아트테이너 김주희

▲ 'nella fantasia', 김주희한낮에 만난 유럽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모두가 빛의 황홀경에 빠져 있을 때 저는 그 빛으로 물든 사람들의 환상적인 광경을 함께 목도했어요. 그 강렬한 느낌이 아직도 생생해요.
▲ 'the present', 김주희프라하 성당 위의 하트 구름. 올려다본 지 10초쯤 지났을까, 꿈결에 본 듯 아련했지만 '즐겁게 지내', '앞으로 다 잘될 거야'라는 메시지를 보내주는 것 같았죠.

체코의 대 성당. 햇살이 뜨거운 여름, 그 안에서 높고 긴 스테인드글라스를 발견한다. 그 아름다운 빛의 스펙트럼에 많은 이들이 감탄하고 있었고 김주희 아나운서는 사람들이 빛에 물든 모습을 보았다. 이때의 감상을 카메라에 담은 작품의 제목은 <nella fantasia>. 이 작품과 함께 김주희 아나운서가 좋아하는 자신의 작품으로 자주 꼽는 하트 구름, <the present>에는 특히 대중 코드에 대한 그녀의 뛰어난 감각이 잘 녹아들어 있다.
"<nella fantasia>는 관객들을 비롯해 특히 많은 작가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특히 의미가 깊어요. 공감하고 있다는 느낌은 참 경이롭죠."
첫 개인전, 일주일 동안 작품이 있는 공간에 함께 있었던 김주희 아나운서는 아주 귀한 시간을 보냈다. 관람객이 한 작품 앞에 한참을 서서 바라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무 말도 오가지 않는 그 순간이야말로 공감이었고, 소통이었다.
그녀는 문화예술, 라이프 스타일을 접목시킨 김주희 만의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일이 여전히 많다. 다달이 기부금을 내는 소극적인 형식보다 마음을 다해 직접 발걸음하는 기부가 더 낫지 않겠느냐며 훌륭한 재능을 늘 기꺼운 수고로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까지 참 아름답다. 서툰 솜씨로 만든 소이 캔들이 바자회에서 전량 판매돼 도움이 필요한 곳에 수익금을 기부할 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김주희 아나운서의 눈이 연신 반짝였다.
"40~50대에는 더 멋진 모습이고 싶어요. 겉만 화려한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거든요. 내면과 균형이 맞는 행복, 가득 찬 행복이 모르는 사이 드러나야만 진정으로 행복한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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