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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농사꾼의 유기농 찬가
젊은 농사꾼의 유기농 찬가
  • 박소이 기자
  • 승인 2014.07.13 0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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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영농조합법인 윤형기 대표의 ‘이유 있는 도전’

젊은 농사꾼의 유기농 찬가
황금영농조합법인 윤형기 대표의 ‘이유 있는 도전’

 

한마디로 ‘유기농 붐’이다. 하지만 외국에 비하면 산업 규모 면에서나 국민인식에 있어서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유독 유기농업이 발달하지 못한 우리나라를 ‘유기농 선진국 대열에 올리자’는 당찬 포부를 가진 젊은 농부가 있다. 최근 국내 최초로 기능성 채소인 아이스플랜트의 유기농 재배를 시작해 주목받고 있는 황금영농조합법인 윤형기 대표를 만나 그의 남다른 열정을 들어봤다.

취재 | 도수라 사진 | 김도형 기자

이제 그의 옷장에는 넥타이나 하얀 와이셔츠가 아닌 통기 잘 되고, 때 덜 타는 옷이 대부분이다. 연봉 1억원, 승승장구하던 대기업 팀장이 돌연 귀농을 감행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를 말렸다. 농사가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숱한 고행을 맞이할 것이라고는 어느 정도 각오했지만 현실은 더 암담했다.
“귀농 후 4년간 실패하지 않은 작물이 없었어요. 오죽하면 마을에서는 ‘형기 따라 하면 망한다’고 말했을 정도였다니까요. 하지만 실패에 물러서지 않았어요. 이렇게 관둘 거면 애초에 시작조차 않았을 거예요.”
결과적으로 미래 농업에 대한 그의 확신은 틀리지 않았다. 오가닉 선두주자로 국내 유기농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친환경 황금영농조합법인 윤형기 대표의 희망 가득한 ‘유기농 찬가’를 들었다.

미래 농업의 길을 제시하는 젊은 CEO

 

뒤로는 지리산, 앞으로는 진양호가 펼쳐져 있으니 예로부터 명당의 조건이라 불리던 배산임수 자격을 고루 갖췄다. 경남 진주 대평면에 위치한 황금영농조합법인은 물 맑고 공기 좋은 이점을 살려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다. 적당한 일조량에 풍부한 강수량까지 더해지니 생명을 키우기 위한 천혜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귀농 8년도 되지 않은 윤형기 대표는 무려 연봉 3억원을 받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가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다. 2006년 한창 명예퇴직 붐이 있을 때 직감적으로 ‘명퇴 대상자’에 포함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어쩔 수 없이 연봉 1억원을 받던 대기업 팀장 자리를 내놨다. 그 길로 귀농을 결심했다. 농사를 지어본 적은 없지만 대학시절 화학과를 졸업했던 그이기에 자연의 이치 즉 농업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조금은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전은 달랐다.
“어릴 때 농촌에 살기는 했지만 솔직히 농업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요. 농약이 뭐고, 비료가 뭔지, 또 퇴비는 언제 쓰는 건지, 종류는 어찌 또 그리 많은지 정말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현실이 원망스러웠어요. 경험이 없으니 처음에는 실패도 참 많이 했죠.”
그동안 벌어놓았던 돈도 바닥이 나고 쓰지 않던 대출카드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형편이 너무 어려워져 아내와 장모가 식당을 해서 번 돈으로 농사 밑천을 댔다. 남들은 그의 무모한 도전에 손가락질을 했지만 아내는 언제나 그의 편이었다. 대기업 팀장에서 농부로 전업한 남편을 말없이 응원했다.
혹여나 실패를 해도 말다툼은커녕 오히려 남편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아내가 있었기에 그 많은 어려움을 이겨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상황은 이보다 나쁠 수 없을 정도로 안 좋았지만 윤 대표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미래 농업에 대한 확신과 전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그 시절만 생각하면 아직도 눈앞이 아찔해요. 그래도 남들 하는 것 보니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이지 묵묵히 그리고 무던히 노력했어요.”
한 집안의 가장으로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루 3시간도 못 자는 날이 허다했고, 농촌에 내려와 이것저것 안 해본 것 없이 닥치는 대로 일했다. 가정도 일도 중요했던 그에게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말이 좋아 귀농이지 이거 장난 아니다”라고 절로 말이 나올 정도로 힘든 시절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노력이 쌓이다 보니 나아갈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래 농업의 핵심 화두, 친환경 농업을 외치다

 

그때부터 윤 대표의 추진력은 빛을 발휘했다. 농업법인을 만들고 바로 유통까지 시작했다. 1차 산업 형태로는 더이상 농업에 희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젊은 귀농인들이 하나둘 모여 출범한 황금영농조합법인은 농민이 직접 농산물을 생산하고 판매, 유통을 하니 열악한 농촌현실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다. 유통비를 줄이자 농가 소득증대가 따라왔다. 더불어 소비자는 농산물을 저렴하게 접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이처럼 새로운 농업 형태가 일사천리로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젊은 귀농인과 마음 맞는 사람들이 함께 미래 농업을 위해 머리를 맞댄 결과다.
“주로 유기농 매장과 거래를 하고 대규모 마트의 무농약, 친환경 코너에도 상품을 제공하고 있어요. 그 결과 매년 딸기는 30억원 정도, 토마토는 10억원 정도 매출을 내고 있죠. 영농조합으로는 상당한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최근에는 먹을거리에 대한 인식이 점차 변하면서 황금영농조합법인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친환경 농업이 조명될 것이라 내다봤던 그의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자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만큼 바빴다. 하지만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새로운 작물, 더 나은 시설을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근래에는 딸기 생산을 모두 마치고 토마토와 딸기 육묘 그리고 아이스플랜트 재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랑을 하나 하면 4년 만에 자산을 10억원 만든 셈이죠. 게다가 귀농한 40대 위주로 귀농법인을 만든지라 회원들끼리 마음도 잘 맞아요.”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니 다양한 선진농법을 발 빠르게 흡수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황금영농조합법인에서 재배하는 친환경 딸기는 고설재배(하이베드)라는 선진농법을 이용하고 있다. 고설재배는 높이 1m가량에 틀을 설치해 재배하는 방식으로, 농업인들의 작업 효율성을 돕고, 딸기재배의 큰 재해 중 하나인 탄저병과 연작장애를 방어한다.
따라서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생력화 재배기술이다. 하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선뜻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기능성 식물 아이스플랜트, 국내 판로를 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누구도 하지 않은 생소한 채소 아이스플랜트를 하우스에서 양액으로 재배하고 있다. 유럽 및 일본에서는 인기 있는 보편적 식재료인데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지인의 소개로 처음 하우스 재배를 하고 있어요. 중금속으로 오염된 토양에서는 재배가 되지 않으므로 오르지 깨끗한 물과 필요한 양분으로만 생산이 가능해요. 그러니 100% 유기농인 셈이죠.”
잎과 줄기에 얼음결정과 같은 모양이 붙어 있어서 아이스플랜트라고 불리는 이 채소는 딸기나 시설채소보다 3~4배의 소득이 나고 있으며 파종 후 90일이면 수확이 가능해 1년에 사모작인 고효율 작물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안티에이징, 즉 항노화 기능성 채소로 알려져 있다. 샐러드로 먹어도 맛있는데 상추 대신 쌈을 싸 먹어도 좋다. 그는 유기농업이 우리 식단의 기초이자 바른 먹을거리의 초석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농촌 유통구조가 너무 복잡하고 농민에게도 불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며 소비자에게 좋은 가격, 좋은 제품으로 보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로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유통구조가 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유기농 농사를 해보고 싶습니다.”
성공하려면 남들보다 한발 앞서야 하고 부지런함은 기본이 돼야 한다고 했다. 목표는 가지되 욕심은 부리지 않는 윤형기 대표. 유기농업의 성공적인 판로를 개척할 그의 또 다른 소식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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