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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영 전 비서관이 말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
윤태영 전 비서관이 말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7.13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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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영 전 비서관이 말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 

 

윤태영 전 비서관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의 입’으로 통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수행하면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했다. 얼마 전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5주년을 맞아 노 전 대통령에 관한 방대한 기록들을 공개했다.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이용관 | 장소협찬 노무현재단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여전히 노 전 대통령을 잊지 못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전례 없던 ‘친근한 전임 대통령’을 향한 그리움으로 읽혀진다. 실제로 퇴임 이후 노 전 대통령은 고향 경남 봉하마을에서 ‘동네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이미지로 친숙한 전임 대통령을 자처했다. 손녀와 자전거를 타고, 이웃 주민들과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먼 길을 찾아준 국민들의 ‘나와주세요’라는 소리에 주저 없이 손을 흔들며 화답했던 노 전 대통령.
참여정부의 비서관과 부속실장을 역임했던 윤 태영 전 대변인은 마치 오래 전 일기장을 들춰내듯 조심스럽게 노 전 대 통령의 기록들을 펼쳐 보였다. 5년도 더 된 기록들도 있었지만, 그는 ‘대통령의 마음을 유일하게 기록’할 수 있는 비서관답게 또렷이 기록과 관련된 상황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윤색하지 않고 관찰자로서 기록을 전하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윤태영 전 대변인은 기록들을 정리하는 의미로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는 숙고 끝에 블로그 이름을 기록으로 정하고 그에게 주어진 사명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러다 노무현재단 ‘사람 사는 세상’의 홈페이지에 ‘윤태영의 기록’이라는 이름으로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제목이 기억이 아닌 기록이 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 사람의 주관에 의한 판단이 아닌, 방대한 기록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객관화된 평가를 돕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기억과 기록을 놓고 책 제목을 고민하던 끝에 노무현재단과 출판사에서 추천한 ‘기록’을 제목으로 최종 선정하게 됐어요. 실제 기록양이 방대합니다. 작은 수첩으로는 셀 수 없이 많아 몇 백 권 정도로 추산하고 있고, 큰 업무 노트로는 100여 권 정도가 돼요. 특히 나중에는 손글씨로 작성하는 것이 번거로워서 한글 파일로 기록들을 저장했는데, 그 파일만 1천400여 개가 되고요. 그 중에서 원고지 1천 매 정도만 추려서 이번  책을 내게 된 것이죠.”
그는 기록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와 리더십 스타일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이 겪었던 정치적인 쟁점보다는 개인 캐릭터와 인품, 업무 처리 스타일 등에 관한 기록들이 상세하게 기재돼 있다.
“<기록>이라는 책은 제가 앞으로 낼 책에 비해 부드러운 성격에 속해요. 독자 저변에서 보면 폭은 더 넓을  수 있죠. 하지만 어떤 분들은 저에게 ‘정치적인 이야기를 왜 넣지 않았느냐’며 궁금해 하세요. 대중들이 꼭 비망록, 비사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라고 판단해서 누구나 접근하기 편한 부드러운 내용으로 기록 시리즈의 첫 번째를 시작한 것이죠.”
그는 주관적 판단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하게 관찰자의 입장에서 노 전 대통령을 바라봤다. 일부 상황이나 행동을 편집자의 의도에 맞게 축소하거나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전하겠다는 의도였다. 전임 대통령에 대한 미화와 영웅담을 담은 일종의 ‘용비어천가’가 아닌 다큐멘터리에 가까워 보였다.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관찰자이고 싶었어요. 제 느낌이나 의견을 빼고 순수하게 제3자의 관점에서 글을 쓰려고 애를 썼죠. 그래야 오해를 하고 있거나 잘 모르는 분들이 노 전 대통령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사실 생전 노 대통령께서 저에게 ‘일부러 윤색하지 말라는 말을 지침처럼 주셨는데, 그것에 따랐을 뿐이죠.”

 

책을 써 갈수록 물어보고 싶은 말이 많더라

<기록>이 나오기까지 그는 몇 차례 힘든 순간에 봉착해야 했다.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의 몇 가지 정책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했던 사람들에게 어떻게 진솔하게 다가갈 것인가가 큰 문제였다. 그런 상황 에 봉착하면, 그는 노 대통령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이라도 물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살아계셨을 때 정리했으면 여러 가지로 편했을 것 같아요. 의지도 되고 헷갈리는 부분이 있으면 직접 가서 자문을 구해도 되니까요. 아무래도 퇴임 이후 내용을 정리하는 건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저에게는 더욱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에 비해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길거리에서 마주친 국민들은 노 전 대통령을 보며 환한 미소로 반겼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로 만나면 누구나 환하게 반겨줬던 대통령이어서 곁에서 볼 때는 낮은 지지도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저도 놀란 부분이 있었는데 노 대통령께서 재임 기간 지지도가 낮았잖아요. 그래서 실제로 대통령과 마주한 사람들이 좀 서먹해하지 않을 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습니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국민들 은 너나 할 것 없이 노 대통령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반가워했으니까요. 그러면서 일일이 악수를 건네고 어린아이들한테 ‘뭐 구경했느냐’며 친근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그런 지지도가 어떻게 나왔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는 이러한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정치적인 성격이 짙은 또 다른 책을 준비 중이다. 일종의 시사성을 더한 비망록이자 다큐멘터리로 참여정부 5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앞으로 이 책을 필두로 기록에 관한 책들을 더 펴내고 싶어요. 참여정부 5년 내지는 여러 가지 정책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퇴임 후 서거의 과정까지 비망록과 같은 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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