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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입식 교육을 거꾸로 뒤집은 교육 혁명
주입식 교육을 거꾸로 뒤집은 교육 혁명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7.13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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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교실(플립러닝)을 말하다

거꾸로 교실(플립 러닝)을 말하다

주입식 교육을 거꾸로 뒤집은 교육 혁명

 

최근 교육계 이슈로 부상 중인 플립 러닝은 교사와 학생의 전통적 역할 개념을 180도 뒤집은 교육 방식이다. 학생들이 번갈아가며 동급생들을 가르치고, 교사는 적재적소에 맞는 조언을 통해 조력자의 역할에 집중하면 되는 방법이다. 주입식 교육에서 참여형 수업으로 교육적 흐름에 변화가 일고 있는 이때, 플립 러닝은 실질적인 창의 교육의 해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한국식 플립 러닝인 유투엠 프로그램을 개발한 올림피아드교육 양환주 대표를 만나 거꾸로 교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맹석호

김예슬(가명) 양은 수업에 들어가기 전 학습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시청한다. 예슬 양은 동영상에 배운 내용을 토대로 토론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모니터에서 쉽게 눈을 뗄 수가 없다. 학원에 도착한 예슬 양은 모니터를 보며 공부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훑어본 후, 토론식 발표 수업에 참여한다. 예슬 양은 토론과 발표를 통해 단순 암기한 내용을 머릿속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학업 성취도가 크게 향상됐다.
이는 올림피아드교육 양환주 대표이사의 설명을 토대로 각색한 ‘거꾸로 교실’의 풍경이다. 양 대표는 지난 5년간 플립 러닝을 학생들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연구, 개발해 왔다. 그 결과 최근 교육계에 큰 화두가 되고 있는 플립 러닝에 최적화된 유투엠 프로그램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유투엠은 2009년 미국의 콜로라도 지역에서 두 과학 교사가 실험한 플립 러닝을 기반으로 한국 교육 환경에 맞게 수정 및 보완된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학원뿐만 아니라 일부 고등학교 및 대학교에서도 플립 러닝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2012년 카이스트와 울산과학기술대학교에서 플립 러닝을 처음 도입해 올해부터 서울대학교 수학과에서도 이 수업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부산 교육청 산하 두 개의 학교에서 실험적으로 실시한 플립 러닝의 결과가 KBS를 통해 보도되어 교육계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줬다.

고정된 틀을 깬 새로운 수업 형태 ‘플립 러닝’

지금도 우리나라 교실 풍경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이뤄진다. 교사는 학생에게 수업 내용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잡음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립 러닝이 적용된 교실 분위기는 기존의 모습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고개를 숙이고 교과서를 보거나 노트에 필기하는 모습 대신, 그날 수업 내용에 관한 발표와 토론으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수업을 이끌어 나간다. 양환주 대표는 “이 과정에서 ‘티칭’과 ‘코칭’의 역할을 하는 교사는 학생들과 다양한 상호 작용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상당수의 학생들이 예습이 부족하다 보니 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을 통해 수업을 받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어서 집에서 숙제를 하다 보면 모르는 문제들이 많이 나오죠. 하지만 학교에서는 매일 정해진 진도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질문을 해도 쉽게 피드백을 받을 수 없는 구조예요. 숙제 검사 정도는 받을 수 있지만, 모르는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가 점점 누적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반대로 플립 러닝은 동영상 강의를 통해 예습을 하고 수업을 받기 때문에 문제 풀이에 관한 개별적인 피드백이나 학생 참여 수업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확장된 수업 방식으로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내면화하는 과정을 유도할 수도 있어요.”

온라인 디지털 기술을 통한 ‘이-러닝(e-learning)’의 확산으로 누구나 손쉽게 예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굳이 학교나 학원에 가지 않아도 수업 내용을 동영상으로 시청할 수 있는 디지털 교육 환경이 구축되었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학습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교육 디지털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플립 러닝은 ‘이-러닝’으로 교실 밖에서 예습을 한 후, 교실 안에서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다양한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것을 이상향으로 삼는다.
“플립 러닝은 수업 방식을 다양하게 확장시킬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문답식이나 토론과 발표 등 학생 참여형 수업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기존 수업 방식에서는 통제를 받기 때문에 수동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지만, 플립 러닝의 경우 교사가 질문을 하면 학생들이 이에 답하는 구조여서 수업 시간 내내 스스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어떤 주제에 대해 말하는 과정은 굉장히 중요해요. 자신의 생각을 말로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배운 지식을 스스로 구조화, 체계화하는 것이기 때이죠. 요컨대, 플립 러닝은 학생들의 사고를 작동하게 해 두뇌를 격동시키는 수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플립 러닝은 구성주의 교육 이론을 기반으로 한다. 양 대표는 “학습자들을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당하는 객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학습을 만들어 가는 지식 구성의 주체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즉, 학습 과정에 학생이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지식 구성에 동참해간다는 의미다.
따라서 플립 러닝이 가능하려면 근본적으로 학생들의 참여가 선행되어야 한다. 양 대표는 “기존 교육 방식이 몸에 밴 학생들도 플립 러닝 초기 지적 호기심만 자극해 주면 누구나 빠르게 거꾸로 교실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은 누구나 지적 호기심이 내재해 있다고 봐요. 기존의 교육 방식이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보다는 수업 진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만큼, 시간이 갈수록 호기심이 사라지고 문답식 혹은 토론식 수업을 어려워할 수도 있죠. 하지만 누구에게나 내재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면 점차 입을 열기 시작해요. 오랫동안 질문하지 않던 습관이 고착화되어 있어서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플립 러닝에 익숙해질 수 있죠. 물론 이 과정에서 선생님들이 생각에 단초를 제공하는 질문이나 칭찬과 격려를 통해 발표와 토론을 유도하는 교실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쟁이 아닌 협력과 소통의 가치를 배운다

플립 러닝이 주목받는 또 한 가지 이유는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 등 경쟁 위주의 교육 시스템에서 발생했던 학교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학교 문제의 출발점은 수업의 주체에서 배제된 ‘존중받지 못하는 학생들’에 있다고 진단했다. 권위적인 분위기에서 하향식으로 이뤄지는 수업 분위기에 도태된 학생들은 다른 방식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을 분출시킨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의미 있는 작업에 동참하지 못하고 배제되는 과정을 겪다 보면 실망감이나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기존의 학습 방식이 하향식에다 권위적인 방식이다 보니 학생들을 학습의 주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식이 될 수 없었죠. 하지만 학생들도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수업 과정에서 그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다른 방식으로 인정받고 있는 욕망을 분출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학생들을 배움의 주체로 되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그런 점에서 협력과 소통을 중시하는 교육 모델인 플립 러닝은 왕따나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단초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겁니다.”
양 대표는 플립 러닝의 학습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교육 방식에서는 1등을 해야 교실에서 인정받는 학생이 되었다면, 동급생들과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 얼마나 협력하고 돕는지가 플립 러닝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한 줄 세우기 경쟁이라기보다 상호 협력 학습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에 교실 풍경이 180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존 교육 방식은 1등을 하고 상위권을 유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플립 러닝은 토론을 통해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수업을 구성해 갑니다. 즉, 내가 아는 것을 친구한테 가르쳐줄 수 있는 수업 모델인 것이죠. 친구들을 경쟁 관계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적 관계로 여기기 때문에 기존의 문화와는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유투엠 프로그램으로 본 플립 러닝 방법

▲ 유투엠 양현주 대표

예습 단계 1교시는 스마트룸에서 당일 학습할 단원의 핵심 개념과 원리를 동영상 학습을 통해 자기주도적으로 예습을 한다. 1교시 개념학습 예습 시간은 기본적으로 자기주도적으로 진행되지만, 기본 개념이나 원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학생의 경우에는 코칭 교사와 관리 교사의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정보다는 학원에서 예습을 진행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거꾸로 교실 2교시에는 교사와 함께 유형문제풀이를 중심으로 문답식 수업과 토론발표 수업을 통해 심화 확장된 수업을 진행한다. 이미 1교시에 당일 학습할 내용의 원리와 개념을 익히고 2교시에 들어오기 때문에 교사는 주입식 티칭 방식을 탈피하여 문답식 수업과 토론발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복습 단계 3교시는 1, 2교시에 학습한 내용과 관련된 문제풀이를 통해 당일 학습한 내용을 완벽하게 자기화하고 복습하는 시간이다. 3교시에는 학생들이 문제를 푼 후 자신의 문제 풀이 과정을 교사에게 거꾸로 설명하는 방식이 뒤따른다.

<tip >설명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고, 교사는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부족한 학생들에게 개인별로 첨삭확인과 피드백을 제공한다. 3교시 확인학습 시간을 통해 학생들은 더욱 빈틈없이 당일 학습내용을 자기화하여 완전학습 단계를 성취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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