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한국인의 부동산심리’로 보는 아파트의 가치
‘한국인의 부동산심리’로 보는 아파트의 가치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07.14 06: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동산을 관리하는 새로운 프레임
‘한국인의 부동산심리’로 보는 아파트의 가치

 

세계 경제 저성장체제, 부동산 투자를 보는 합리적 관점이 필요하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 수석전문원인이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생각들을 해부했다. “왜 자기가 산 집은 장점만 보이는지, 왜 전문가들의 시장 전망은 다 비슷한지” 등 최근 전문가와 투자자들을 사로잡은 신간 <한국인의 부동산심리> 중 부동산 시장의 축을 움직이는 소비자들의 보이지 않는 생각들, 특히 ‘여자들의 부동산 심리’에 관해 알아본다.

취재 이윤지 기자 | 사진 매거진플러스 | 도움말 및 자료제공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박원갑, 알에이치코리아)

왜 여자들은 아파트를 좋아할까

풍수지리학자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가 어느 날 충남 공주의 명당골 촌로(村老)를 찾았다. 한 방송사의 풍수 프로그램 제작 자문을 위해 현장에 동행한 것이다. 최 전 교수는 촌로에게 “명당에 사시니 좋겠습니다”라고 부러움 섞인 말을 건넸다. 하지만 답은 의외였다. “명당이죠. 하지만 소생이 자본이 있으면 왜 이 촌구석에 살겠습니까. 도시에 나가 아파트에서 살죠.” 최 전 교수는 ‘자본(돈)이 명당’이란 촌로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도시의 아파트가 도대체 어떤 존재이기에 촌로는 그런 말을 했을까? 전원생활을 예찬할 것 같은 촌로가 도시의 아파트를 찬미하는 것은 뭔가 생뚱맞다. 촌로가 삭막한 도시의 아파트 공간을 혐오해야 우리는 자연스러움을 느낄 텐데 오히려 도시 아파트를 선망의 대상이라고 말하니 당혹스럽다. 촌로가 도시 아파트살이를 부러워하는 이유는 뭘까? 아파트를 사서 돈을 벌어 보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바로 편리한 주거 공간에 대한 선호가 아닐까 싶다. 아파트를 재테크 수단으로 보는 도시인의 시각과는 또 다른 눈이다.

여자들의 아파트 심리학

1970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전체 주택의 0.8%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0년에는 전체 주택의 59%에 달한다. 10채 중 6채가량이 아파트란 소리다. 서울을 찾은 외국인들이 가장 인상적으로 본 것이 한강변에 어지럽게 늘어서 있는 고층 아파트라고 한다. 여기를 가도 저기를 가도 한국은 아파트 천지다.
한국이 ‘아파트 공화국’이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아파트는 단독주택보다 가격이 많이 올라서 그동안 아파트가 도시인의 재테크 욕망을 실현시켜 준 것이 사실이다. 또 하나, 아파트가 중산층 이상의 고급 주거 공간이라는 이미지와 상징이 확산된 점도 한 요인일 것이다.
유럽에서처럼 노동자들이 사는 값싼 임대주택이었다면 지금처럼 아파트가 지천으로 깔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점에도 주목하고자 한다. 편의성을 극대화한 주거 공간으로서 아파트의 가치다. 바로 시골 촌로가 아파트를 동경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아파트 비중이 높은 곳은 어디일까”라고 물으면 서울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파트 하면 재테크 이미지를 금세 떠올린다.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른 곳이 서울이니 서울이 아파트가 많을 것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틀렸다. 광주광역시가 아파트 비중이 가장 높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광주광역시의 아파트는 전체 주택 44만 3천925가구 중 76.5%인 33만 9천732가구였다. 서울(58.8%)보다도 높았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의 아파트 가격은 최근 27년간(1986년 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177% 정도 올랐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의 상승률은 같은 기간 339%로 훨씬 높다. 그런데도 광주광역시에서 아파트 비중이 크다는 사실은 아파트 수요가 반드시 재테크 기대를 전제로 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아파트 확산은 바로 편의성을 선호하는 여성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집 안에서 가사노동을 하며 대부분의 일과를 보내는 사람은 여성이다. 가끔 시골 논두렁 사이에 아파트가 들어선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게 되지만 알고 보면 바로 여성들의 주거 편의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다. 시골에 노총각이 많은 것은 다름 아니라 아파트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한옥 같은 불편한 환경으로 누가 시집을 가겠느냐는 것이다. 여성들의 스위트 홈에 대한 꿈이 아파트라는 공간에 성큼 다가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주거의 역사, 여성의 동선이 짧아지는 과정

우리나라 주거의 역사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집 안에서 여성의 동선이 짧아지는 과정이다.” 동선은 짧고 단순한 게 좋다. 동선이 짧아지면 집 안 이동의 번거로움을 줄여준다. 과거 시골 한옥에서 주부의 동선을 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뒤 재생한다고 상상해 보자. 우물에서 물을 길어와 부엌에서 쌀을 안치고, 불을 때서 밥이 다 되기까지 부산하게 움직인다. 그 사이 반찬을 만들기 위해 텃밭을 다녀온다. 다 차린 상은 사랑채로 옮기고, 식사가 끝나면 상을 다시 부엌으로 되가져온다. 주부 손에 물마를 날이 없다.
요즘은 시골 주택도 입식 부엌이 생기고 주방 기기들이 많이 보급되면서 주부의 동선이 많이 줄었다. 그래도 아파트보다는 못하다. 압축된 주거 공간인 아파트는 동선을 최소화한 가장 효율적 주거 공간이다. 그만큼 주택 관리 비용이나 가사노동 시간도 절약된다.
여성들이 아파트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아파트가 남녀평등의 공간이라는 점에 있다. 여성의 권리는 공간적으로 아파트를 통해 향상되면서 여권 신장으로 나타났다. 단독주택 대문에 가장의 이름이 적혀 있는 돌출된 문패는 남성의 성기를 떠올린다. 문패는 다름이 아니라 남성우월주의의 상징이다. 여성은 남성의 부속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남존여비 가치관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에는 문패가 없다. 대신 ‘203호’나 ‘1805호’ 같은 부호화된 숫자만 있을 뿐이다.
주방은 여성의 달라진 삶을 더욱 잘 보여준다. 시골 한옥에서 부엌의 밑바닥은 마당보다 낮다. 그래야 아궁이에 불이 잘 들어간다. 한옥에 살던 어린 시절, 여름에 큰 비만 내리면 마당 물이 부엌으로 들어와 물을 퍼내느라 홍역을 치렀던 것도 이 때문이리라. 옛날 부엌은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서북향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다. 음식 저장 공간도 겸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당보다 낮은 지대, 서북향의 입지는 여성들의 낮은 사회적 신분을 상징한다.
하지만 요즘 아파트에서 주방은 거실이나 안방과 같은 높이로 평평할 뿐만 아니라 개방된 공간이다. 사람들은 아파트 안 요리 공간을 단독주택처럼 부엌으로 부르지 않고 주방이라고 부른다. 주방은 조선시대 때 왕의 요리를 하던 공간으로, 궁중의 육처소(六處所) 중 하나인 ‘소주방’과 같은 말이다. 주방이라는 말 자체가 아파트에서 여성의 높아진 위상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한국에서 아파트 문화의 확산은 남성보다는 여성의 선호와 필요성에 의해 진행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아파트가 주차, 보안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고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도 아파트를 선호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재테크 대상의 아파트 공화국은 이미 무너졌다. 하지만 생활의 공간으로서 아파트는 지금보다 위상이 낮아지지 않을 것이다. ‘사는 것’보다 ‘사는 곳’으로서 아파트의 가치는 계속될 것이다.

전원주택, 남자들만의 로망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유행가 한 구절처럼 누구나 도시의 답답한 콘크리트 공간을 벗어나 멋진 곳에서 살고 싶은 소망이 있을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같은 아파트보다는 좀 더 개성 있는 나만의 집을 갖고 싶다.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긴장된 도시를 떠나 자연과 벗하며 전원의 삶을 누리는 ‘공간 이동’을 꿈꾼다. 일부 용기 있는 사람들은 ‘언덕 위의 하얀 집’ 꿈을 이루기 위해 행동으로 옮긴다.
그러나 대부분은 체념한 채 도시 아파트에서 그냥 하루하루를 산다. 은퇴자들은 조용한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으로 이주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한 연구조사 결과를 보면 아파트에 거주하는 은퇴자들(48%)이 가장 많고,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길 때 고르는 주택 유형도 주로 아파트다.
아파트살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내의 반대가 큰 요인이다. 전원주택살이는 주부의 동선이 짧아지는 주거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전원주택에서 살면 쇼핑도 너무 힘든 데다 수다를 떨 이웃이 없어 여성들이 꺼린다. 사실 전원주택살이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부의 노동을 대가로 나머지 가족이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
전원주택에서는 자연과 맞부딪혀 살아야 하는 만큼 집주인의 잔손이 많이 간다. 아파트에서는 관리사무소나 경비 아저씨들이 잡일을 대신 처리해 주지만 전원주택에서는 눈이 오면 집 앞을 직접 치우는 등의 일을 집주인이 직접 해야 한다. 그만큼 집을 유지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들어간다.
집주인을 대신해 주택을 관리해 주는 주택임대관리회사가 우리나라에서는 활성화되지 않은 것도 아파트 문화 때문이다. 단독주택은 집주인이 부지런해야 살 수 있지만 아파트는 게을러도 살 수 있는 공간이다.
물론 남자가 주도적으로 집안 살림을 분담한다면 여성의 노동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남자들이 어디 그런가. 한두 번 집안일을 도와주곤 일을 전부 다한 것처럼 으스대는 게 남자다. 한 인터넷 쇼핑몰의 공구 구매 고객 중 여성 비율은 많게는 36%에 달한다. 만약 남자들이 집안일을 열심히 한다면 전동 드릴 구매 고객 중 여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 잡지에서 땅콩주택을 지어 전원생활을 하는 부부의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주부는 남편의 게으름과 무관심에 불만을 털어놨다. “이곳으로 이사만 오면 뭐든지 다해주겠다더니 전등 하나 갈지 않아요.” 대체로 전원주택은 천장이 높아 사다리를 놓고 전등을 갈아야 한다. 이런 일은 남편이 해야 하지만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푸념하는 것이다.
주위를 보면 전원생활을 시작한 남자들은 텃밭을 가꿀 때 처음에는 열성적이다. 막 시작한 텃밭 가꾸기는 취미이자 소일거리이기에 기쁨을 맛본다. 씨를 뿌려 싹이 트면 녹색과 생명의 신비에 감탄한다. 하지만 3~6개월을 기점으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난다. 소일거리가 아니라 노동으로 바뀌는 시점이다. 이때쯤이면 호미 자루가 남자에게서 여자로 넘어간다.
전원생활로 옮기기 전 많은 남자들이 텃밭 가꾸기의 환상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본다. “텃밭을 제대로 가꾸려면 100평만 넘어도 경운기를 사야 한다”고 하면 깜짝 놀란다. 그 넓은 논밭을 다 삽이나 괭이로 일굴 수 없는 노릇이다.
많은 남자들이 구름 위의 꿈과 냉엄한 현실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 전원주택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남자들이 꿈에서나 그리는 삶의 로망일 뿐이다. 전원주택 생활을 결심했다면 반드시 아내의 동의를 받고 가사노동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체크 리스트를 작성하라. 그러지 않으면 전원주택 생활은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단독주택 시대가 다시 올까

 

언젠가 강남 테헤란로 초고층 빌딩에서 주변 일대 주택가를 내려다보곤 깜짝 놀랐다. 단독주택가인데도 나무들이 거의 안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넓은 정원이 있는 저층 고급 단독주택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고급 단독주택을 허물고 다세대, 다가구 건물을 지었다. 몇 평 안 되는 빈 터에 대빗자루 같은 나무 한두 그루만 심어놓아 고층 빌딩에서 보면 보이지 않는다.
최근 주거 공간에 대한 욕구가 다양화되면서 단독주택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면 과거 전통적인 개념의 단독주택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니다. 성남의 서판교 단독주택촌처럼 아파트 공간을 벗어나 나만의 개성 창출 차원에서 단독주택을 찾는 사람은 드물다. 이보다는 노후에 대한 불안으로 주택을 임대해서 월세를 받는 ‘집의 수익화’를 위해서다. 거칠게 말해 요즘 아파트를 팔고 단독주택으로 옮기겠다는 것은 안정적인 임대 소득을 얻기 위해 주거의 편리함을 포기하겠다는 뜻에 가깝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한옥이 각광을 받는 것은 거주 목적보다 관광 기념품 가게나 외국인 대상의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강남구 청담동 일대에서 단독주택을 찾는 사람들은 순수한 주거 공간보다는 단독주택을 개조해 미장원, 원스톱 웨딩 서비스, 음식점 용도로 쓰려는 것이다. 사는 공간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공간으로 단독주택이 활용되는 것이다.
사는 공간으로서 단독주택 시대의 영광이 다시 오려면 여성의 가사노동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이 있어야 한다. 아파트가 각광받는 것은 곧 여성의 가사노동 해방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심 4~5층의 다세대, 다가구를 허물고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으로 다시 짓기가 어렵다. 경제적 가치가 떨어져 단독주택으로 되돌리려는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안락한 삶의 공간으로서 단독주택 시대는 쉽게 찾아올 것 같지는 않다. 자신만의 멋과 취향을 살리는 틈새 상품으로는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