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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제1호 옻칠장인 손대현의 옻칠 공예
무형문화재 제1호 옻칠장인 손대현의 옻칠 공예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7.14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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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제1호 옻칠장인 손대현의 옻칠 공예

고통을 이겨낸 오묘한 질감과 빛의 아름다움

▲ 작가는 새소리에 잠을 깨 밤하늘에 별이 총총 뜰 때 손길을 멈춘다

때로는 피부가 짓무르며 가려움을 동반하는 옻오름의 고통… 이 모든 어려움을 스스로 이겨내고 오직 옻빛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개척하며 삶 속에 스며들어 있는 모든 것들에서 작품의 소재를 찾아내는 손대현 선생. 옻칠에 대한 열정과 그의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을 통해 우리 시대의 진정한 장인 정신을 되새겨 본다.

진행 | 김홍미 사진 | 이성용 참고도서 | 전통 옻칠 공예(손대현 지음,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촬영협조 | 채율 현대 무역센터점(02-3467-8765)

한국 옻칠 공예의 전통과 전승

▲ 다양한 기물과 가구 등에 옻의 수액을 칠해 건조하면 깊고 아름다운 빛과 특유의 향, 부드러운 질감이 살아난다. 옻칠이 물건에 장식적인 요소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이는 미술로서의 공예에 부합하는 까닭이다. 나아가 옻칠은 방부성, 내습성, 내열성이 강해 실용성의 가치 또한 뛰어나다.

옻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을 이용한 칠공예는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등 동아시 아의 대표적인 미술품.
옻은 일단 건조가 되면 인체에는 무해하면서도 강도가 높고 방부성, 내열성이 강하여 악조건에서도 수명이 매우 오래 지속된다. 또한 특유의 아름다운 빛깔과 광택이 어떠한 인공도료보다 우수할 뿐더러, 부드러운 질감과 좋 은 향,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빛깔이 우러나는 등 장점이 많은 재료이다.
옻칠이 발달한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 가운데서도 4천년 전부터 칠기 문화가 발달해 온 우리나라의 옻칠 공예로는  나전칠기가 단연 두드러진다. 나전칠기가 특히 발달했던 고려시대에는 경함, 합자, 향갑 등의 예가 전해진다.
또한 조선시대 중ㆍ후기에는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목칠기와 나전칠기가 성행했다고 한다. 이처럼 옻칠은 효율이 높은 공예 재료뿐만 아니라, 우리 미의식과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근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제1호 옻칠장인, 수곡 손대현 장인

▲ 옻칠은 건조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75% 이상의 습도를 유지하는 곳에서 건조해야 하기 때문에 나무에 물을 뿌려 습도를 조절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옻칠 공예의 중심에는 칠기 명장인 수곡 손대현(60) 장인이 있다. 그는 국빈용 선물과 국새 의장품을 제작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명장.
1999년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1호 옻칠장으로 지정된 손대현 장인은 그동안 7개국 국가원수, 엘리자 베스 여왕, 일본 천황 등의 국빈용 선물과 국새 의장품 중 4점을 제작했으며 국립민속박물관에 작품이 영구 소장됐다.
그의 작품 중 80여 점이 외국으로 나갔고 한국에는 20여 점이 있다고 한다. 특히 정통 칠기법을 통해 깊고 오묘한 칠기의 색을 자유자재로 표현해내며 십장생, 나비, 당초, 모란 등 전통 문양을 나전으로 섬세하게 재현해내는 것으로 국내외에 정평이 나 있다.
십대에 처음으로 칠기를 만나 40년이 넘도록 옻칠만을 고집해 온 진정한 장인이다.
칠기 공예는 20여 가지가 넘는 공정을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석 달 동안 계속해야 한다. 소목장이나 대목장이 나무로 틀을 짜면, 그 틀 위에 칠기장이 베를 바르고 황토와 생 옻칠로 초칠을 3~5회 한다. 칠, 건조, 사포질을 번갈아 15~20회 해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색과 칠이 끝난다고.
“옻칠이 제대로 마르려면 75% 정도의 습도가 유지돼야 합니다. 습도가 이보다 높거나 낮으면 색이 탁해져요. 저녁에 옻칠을 해 칠방에 넣고 물까지 뿌려 적당한 습도를 유지한 채 밤을 보냅니다. 그때부터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죠. 옻칠이 화려하고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말이에요.”

옻칠의 우수성과 전통성을 계승, 발전하는 작업

▲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 고려의 유물을 그대로 재현한 작품으로 은선과 황동으로 디테일한 수작업을 한 것은 물론 거북이 등껍질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이라고.
▲ 손대현 선생과 평생을 함께 해 온 다양한 도구들. 손때 묻고 낡은 도구들과 붓 끝에서 장인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진다

손대현 선생은 요즘 전통적 작업을 바탕으로 옻칠 작가로서의 다양한 모색을 하고 있다. 서울대 옻칠공예과에서 옻칠 강의를 맡은 그는 학생들에게 기법을 가르치지만 과제를 내주면서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얻는다. 체계적으로 미술공부를 한 적이 없는 그에게는 배움의 시간이다.
“저만의 조형세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답답하고 막막할 때가 가장 힘들지요. 삶의 암호를 해독하듯 평생 과제로 삼아 풀어갈 겁니다.”
또한 ‘옻빛’이라는 일반인 대상의 전통 공예 모임을 만들어 그의 옻칠 노하우와 여러 가지 전통 공예를 계승하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옻빛 모임은 손대현 선생으로부터 다년간 지도를 받아, 진정한 옻칠쟁이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 옻칠의 아름다움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전문적인 모임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그래서 일 년에 한 번씩 회원들의 작품을 가지고 전시회를 열기도 한단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옻빛의 아름다움에 좀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요즘 저의 숙제입니다. 다양한 옻칠의 기법을 연구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을 거고요. 시간이 흐를수록 그 빛이 깊어지는 옻칠처럼 모두의 가슴을 파고드는 작품을 평생 만들며 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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