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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희망이 되는 명 음반 이야기3
우리에게 희망이 되는 명 음반 이야기3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7.16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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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신희의 추천 음반

우리에게 희망이 되는 명 음반 이야기3

바이올리니스트 김신희(벨루스 콰르텟)의 추천 음반
Brahms Quartet for Piano and Strings in G minor, Op.25- Amadeus-Quartet & Murray Perahia

차에 올라 오디오 전원을 켠다. 브람스 피아노 4중주 1번.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기 시작하고 나는 어느새 유학 시절을 보낸 유난히도 추웠던 독일 뒤셀도르프의 겨울에 서 있다. 브람스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음악계로 이끌어준 은인이자 스승인 슈만과 제자인 브람스가 평생을 사랑했던 여인, 슈만의 아내 클라라가 살았던 곳, 그곳에서 나는 이 곡을 처음 만났다.
구석구석 한 음까지도 계획되고 공들여 쓰인 브람스의 곡을 연습하다 보면 그 견고함에 말을 잃게 되고 엄청난 생각과 연습이 필요한 그 부담스러움에 넋을 잃게 될 때가 많다. 오죽하면 연주자들이 ‘브람스’를 애칭(?)으로 ‘부담스’라 부르겠는가!
그러나 실내악의 재미를 가르쳐준 이 곡은 나의 유학 시절 내내 함께했고 아직도 참 아끼는 곡 중 하나이다. 브람스의 피아노 4중주 1번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것처럼 웅장하고 화려해서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후에 이 곡을 쇤베르크가 피아노 소리에 아름다운 현악기 소리가 묻혀 버리는 것이 안타깝다 하여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으로 편곡했는데, 특히 4악장은 꽉 채워진 사운드로 드디어 제 소리를 찾은 듯한 느낌이다. 어느새 곡에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마력에 공연장에서 듣는다면 연주가 끝남과 동시에 자리에서 튕겨져 일어나 한없이 기립박수를 치고 있는 당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감미로운 선율이 마음을 빼앗는가 싶다가도 금세 쓸쓸해지고, 부드럽게 다가오는 것 같다가 어느새 격정적으로 돌변해 있는 것이 마치 20대 청년의 브람스가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스승의 아내를 사랑하지만 차마 가질 수 없었던 청년의 수많은 번뇌의 밤이 얼마나 고독했을까.
자유롭지만 고독했던 남자 브람스. 클라라를 가슴에 품고 평생을 혼자 살았던 그의 고독함과 절절한 사랑이 마음 한구석을 저리게 한다.

 
벨루스콰르텟은 리더 제1바이올린 고진영을 필두로 제2바이올린 김정현, 비올라 김신희, 그리고 첼로 송인정으로 구성됐다. 미모와 실력은 물론, 열정과 끼로 무장한 벨루스 콰르텟은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두 번째 정기연주회를 마쳤고, 하우스콘서트 등 다양한 연주회에 참여하며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글 김신희 사진 벨루스콰르텟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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