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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헝가리 대사관저, 처버 가보르 대사 부부의 라이프 스타일
주한 헝가리 대사관저, 처버 가보르 대사 부부의 라이프 스타일
  • 전미희
  • 승인 2014.07.17 0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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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헝가리 대사관저, 처버 가보르 대사 부부의 라이프 스타일

▲ 대사 부부와 두 딸인 그레타와 플로라가 있는 곳은 넓고 따뜻한 분위기의 응접실이다

누군가 헝가리에 대해 물었을 때, 서늘한 부다페스트의 전경과 드라큘라만이 떠오른다면 당신은 아직 헝가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익숙한 듯 낯선 나라 헝가리는 알고 보면 우리와 닮은 점이 많다. 주한 헝가리 대사관저에서 만난 처버 가보르 대사와 처버 에디트 부부는 친숙하고 따뜻했다. 주한 헝가리 대사관저에서 그 멋을 느끼고 왔다.

진행 전미희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 촬영협조 주한 헝가리 대사관

닮은꼴 두 나라

▲ 헝가리 대사관저로 퀸을 초대해 준 처버 에디트 부인. 그녀의 뒤로 헝가리의 그림과 사진들이 놓여 있다

한국에 온 지 여섯 달이 된 처버 가보르 주한 헝가리 대사와 그의 부인은 아시아 첫 주재국에 어느새 적응한 듯 보였다. 바쁜 와중에도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전통과 문화를 알아갔기 때문일까. 시간을 내 서울 외곽에 위치한 양평에도 다녀왔을 정도로 대사 부부는 한국을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헝가리 유물 특별전이 열리는 국립고궁박물관을 방문했을 때에는 양국의 활발한 문화적 교류에 깊은 인상을 받기도 하였다.
의외로 두 나라가 많이 닮아 있다는 사실은 대사 부부가 한국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기도 하다. 한국과 헝가리의 닮은 점은 이름에서부터 발견할 수 있다. 서양 이름에서 성(姓)은 우리와 반대로 라스트 네임으로 통용되지만 헝가리에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퍼스트 네임이 성이 된다. 그 사실을 모르고 미스터 헝가리를 불렀다간 창피를 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 밖에도 유럽의 중앙에 위치한 유럽의 수도 헝가리는 격동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우리와 비슷하다. 독립과 민주주의, 자유에 대한 열망. 우리가 지나온 발자취와 많이 닮아 있었다. 주변 강대국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자국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고 알리려는 노력은 처버 가보르 대사와 그의 부인에게서도 느껴졌다.

▲ 처버 부인은 관저에서 가장 헝가리다운 공간으로 다이닝룸을 가리켰다

▲ 헝가리 대표 도자기 브랜드 헤렌드의 화병. 꽃과 함께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난 수 세기 동안 헝가리는 외세의 지배를 받으며 성공과 실패를 반복했다. 처버 대사는 비록 다른 문화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와 예술가, 노벨상 수상자 등을 낳았고 구 도시와 성, 아름다운 자연과 와인 산지를 가진 나라라고 헝가리를 소개했다.
“특히 다뉴브 강이 흐르는 국회의사당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손꼽히곤 하죠. 무엇보다 저는 유럽에서 제일 크고 따뜻한 호수 발라톤을 추천하고 싶어요. 바다가 없는 헝가리에서는 발라톤 호수가 곧 바다예요. 평화롭고 여유로운 곳이죠. 그 옆에 있는 헤비츠 온천도 꼭 한 번 가보기를 권장합니다. 헝가리가 온천으로 유명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거예요.”

▲ 처버 가보르 대사와 그의 부인 처버 에디트. 촬영 내내 처버 대사는 유쾌한 표정으로 아내와 촬영팀을 끊임없이 웃게 만들었다

▲ 대사 가족의 생활공간인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관저의 대문을 들어서면 멋들어지게 휘어진 소나무 한 그루가 눈을 사로잡는다. 그 뒤로 넓은 정원과 함께 한쪽에 세워진 석조탑이 어쩐지 한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냥 봐서는 여느 가정집과 다름없어 보이는 이곳. 현관문을 열기 전까지는 어느 나라의 관저인지 알 수가 없다.
집 안에 들어서면 앤티크 가구의 고풍스러움이 바깥 풍경과 사뭇 다른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벽마다 걸린 그림과 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의 도자기는 헝가리만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대부분의 인테리어는 바쁜 처버 가보르 대사를 대신해 그의 부인이 도맡아 하고 있다. 가구와 카펫 등은 이미 대사 가족이 오기 전부터 관저에서 쓰던 것들이었다. 대신 도배를 다시하고 몇몇 가구와 그림을 재배치해 집 분위기를 따뜻하고 화사하게 바꿨다고 한다. 구석구석 놓여 있는 소품 중에서 화병에 꽂힌 꽃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거실에 놓여 있는 노란 소파와 함께 꽃들이 따뜻하게 집 안을 밝히고 있었다.
“남편은 가구가 잘 갖춰져 있고 우아하며 동시에 따뜻하고 친근한 집을 원해요. 하지만 함께 집을 꾸밀 시간이 없죠. 저는 꽃을 좋아해서 집 안 곳곳을 꽃으로 장식해 두었죠.”
부인의 설명이 이어지는 와중에 금발 머리의 두 어린아이가 장난스럽게 주위를 맴돌았다. 대사 부부의 딸인 플로라와 그레타였다. 수줍게 웃는 미소에서 꽃을 닮은 것은 비단 집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처버 에디트 대사부인이 준비한 헝가리의 전통 음식, 굴라시(Goulash)

▲ 헝가리 전통 테이블 세팅 방식으로 차려진 식탁. 헝가리 전통 음식인 굴라시는 작은 냄비에 담아 따뜻하게 데워 먹는다

이날 특별히 퀸을 위해 처버 부인이 헝가리의 전통 음식을 준비해 주었다. 우리나라의 국과 비슷하다며 마련한 음식은 굴라시(goulash)였다. 굴라시는 파프리카 고추로 맛을 내 소고기와 채소를 넣고 끓인 매콤한 수프로 빵과 함께 곁들여 먹는다. 옛 헝가리의 목동들이 먹던 음식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왔다고 한다.
헝가리의 대표 도자기 브랜드인 헤렌드의 제품으로 헝가리식 테이블 세팅까지 마치자 작은 냄비에 담긴 굴라시가 식탁에 올랐다. 생소한 음식이지만 먹다 보면 얼큰한 것이 우리의 육개장이나 김치찌개를 떠올릴 정도로 비슷하다.
처버 부인은 저녁이면 이 향긋하고 매콤한 냄새를 헝가리의 어느 가정집에서든 맡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한 풍경이 새삼 낯설지가 않아 굴라시가 친숙하게 느껴졌다. 작은 냄비가 바닥을 보이자 헝가리의 따뜻하고 깊은 멋이 어느 순간 안으로 스며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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