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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의 '단 하나', 소설
은희경의 '단 하나', 소설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07.17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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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국제도서전에서 만나다

은희경의 '단 하나', 소설

 

'단 하나'를 말하는 긴 제목의 신작 소설집을 낸 은희경 작가가 독자들과 만났다. 흥미로운 내러티브와 페이소스가 공존하는 작품 특성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은희경 작가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첫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신작 소설집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를 두고 조용한 첫눈처럼 소복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취재 이윤지 기자 | 사진 이용관

총 23글자의 긴 제목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새 소설의 긴 제목은 일본의 시인 사이토 마리코가 한국어로 쓴 시 '눈보라'의 한 구절을 제목으로 옮겨온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길고도 아리송한 제목에 관해 궁금해 했다.
은희경의 다섯 번째 소설집인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는 간결하면서도 세련되게 한 인물의 긴 인생사를 이야기하는 여섯 편의 작품들을 특이한 방식으로 엮은 작품이다. 일종의 연작으로 보일 만큼 느슨하면서도 긴밀하게 연결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이 외우기 어렵고 너무 길어서 출판 당시 관계자들이 모두 반대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마음에 오래 남기도 하고 소설을 잘 드러내고 있기도 해서인지 최종적으로 결정됐죠."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는 몇 년 전에 쓴 작품집 맨 첫 번째 단편의 주인공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부터 나온 작품이다.
"잘 써서가 아니라 자주 써서 후배들을 긴장하게 했죠. 2010년 이전에 앞의 두 편을 썼고, 나머지는 최근 2년 사이에 썼어요. 첫 번째 소설을 썼는데 어쩐지 그 주인공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두 번째를 쓰고 나니 또 어떤 연결점이 보이기 시작했고요. 두 작품의 주인공을 축으로 해서 연작 형식의 작업을 해 보자고 생각했죠."

작가의 기억, 작가의 시간

은희경의 소설은 자주 신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이번도 역시 마찬가지. 1995년에 작가가 돼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부터 은 작가는 항상 신도시에 살았다.
"신도시에는 편의에 의해서 빠르게 바뀌는 풍경, 자기 고향이 아닌 곳에 정착해 가는 사람들의 고독 같은 것들이 많이 깃들어 있어요. 인물이 내면의 고독과 싸우는 이야기를 다룬 전작 <아내의 상자>도 신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죠. 신도시는 인공적인 것이 주는 감수성과 중심에서 벗어나 자기의 도시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의 쓸쓸함이 느껴지게 해요."
시간과 공간, 인물의 축을 정교하게 연결한 이번 작품은 40년 전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며 고등학생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시절의 풍경과 시간에 대한 농밀한 묘사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흔히 작가들은 기억력이 뛰어나다고 이야기하죠. 하지만 기억력보다는 복원력이 좋다고 생각해요. 가지고 있던 기억을 잘 복원하는 거죠. 모든 것을 다 잘 기억하는 건 아니거든요. 마음에 새겨 놨던 것들을 제대로 살려내는 거예요. 이건 작가의 권리일 수도 있죠. 틀려도 되는 거니까. 소설이나 문학은 '자기의 인생'이라는 집에서 벽돌을 빼내 다른 집을 짓는 일이라는 말도 있듯이, 복원해 놓은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지만 진실이 돼요."
은 작가는 이번 소설이'과거'가 아닌 '시간'을 써낸 것이라 표현했다. 지나온 일들을 현재에 갖다놨을 때 어떤 의미가 되는지가 작가의 관심사였다.
"우리는 때로 어떤 일로 인해 아주 놀라거나 기뻐하기도 하고 고통 받기도 하죠. 지금 너무 고통스럽지만 그런 순간을 긴 시간의 띠 속에 넣어 보고자 했어요. 눈앞에서만 그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시간들을 그 속에 집어넣어 보는 거죠. 이번 소설을 통해 삶의 조각들이 어떤 색을 입고 어떻게 변주되면서 다가오는지,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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