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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반지 끼고’의 가수 은희 전남 함평에서 천연염색 디자이너로 사는 사연
'꽃반지 끼고’의 가수 은희 전남 함평에서 천연염색 디자이너로 사는 사연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6.12.1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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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고장 함평에서 감을 원료로 천연 염색을 하는 여인이 있다.
갯벌이 내려다보이는 초등학교 교정을 작업실로 개조해 천연 염색을 세계적인 디자인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그녀는 다름 아닌 가수 은희였다. 고된 천연 염색 일로 손이 다 부르텄지만 청아한 목소리는 여전하다.

 

글_ 류인홍 기자 사진_ 양우영 기자

"51년생.”
나이를 물어보자 쑥스럽게 대답했다. 그리곤.
“갑자기 우울해지네요.”
농담처럼, 가볍게 얘기했지만 나이가, 혹은 세월이, 쉰여섯 살의 여인을 울적하게 만드는 건 사실이다.
가수 은희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60년대 말, 청초하고 단아한 목소리로 ‘꽃반지 끼고’, ‘사랑해’, ‘등대지기’를 불렀던 그녀의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이 그녀를 다시 만났더라면 적잖이 실망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가수 은희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김추자하고 박인희하고 첫사랑은 사라져야 한다고 약속했어요. 그래서 안 나타나려고 했는데, 천연 염색을 알리려다 보니 어쩔 수가 없네요.”
그러나 그녀와 동년배인 전국의 쉰여섯 살 여성들이나, 오래 전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팬들이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가수 은희의 지금까지의 삶은 절대 우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녀는 도전적인 삶을 살았다. 보통사람이라면 엄두도 못 낼 일들을 씩씩하게 해치우며 살았다. 언제나 창대한 목표를 위해 꿈꿔왔고 실행해왔다.
“제 고향이 제주도인데, 어렸을 때부터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었어요. 육지와 떨어진 섬에서 살아서 그런지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살고 싶었죠.”
그녀가 세상을 날아다니다 정착한 곳은 전라남도 함평이다. 갯벌이 드넓게 펼쳐진 서해바다가 보이는 한 초등학교 교정이 현재 집이자 작업실이다. 그녀의 새로운 꿈을 실현시키는 장이다.

감으로 염색한 ‘코리아 브라운 진’을 만들고 있다
민예학당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곳에서 그녀는 천연 염색 디자인 일을 하고 있다. 디자이너 은희의 재료는 감이다. 가을이면 온 세상을 주황빛으로 물들이는 흔하디 흔한 감을 염색 재료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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