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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월리~천황사입구, 녹차밭 사잇길로 월출산에 들다
대월리~천황사입구, 녹차밭 사잇길로 월출산에 들다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7.26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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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해남 삼남길

서울-해남 삼남길 8코스
대월리~천황사입구, 녹차밭 사잇길로 월출산에 들다

 

글·사진 강세훈 (사)아름다운도보여행 사무국장

달마지마을에 들어서면 정면에 우뚝 솟아 있는 월출산을 마주하게 된다. 삼남길 8코스는 월출산을 마주보며 산자락을 따라 걷는 코스이다.
이름이 모두 달(月)과 관련되어 있는 마을들과 유명한 월남사지삼층석탑 옆을 지나게 된다. 또한 녹차밭으로 이름난 보성의 태평양다원보다 훨씬 넓은 월출산자락에 펼쳐진 태평양다원을 지나며 푸른 녹차의 향기를 가득 체험할 수 있다.
좁은 나무사이에 가려진 숲속으로 들어가 옛 선비들이 시를 읊으며 한더위를 보냈을법한 백운동계곡을 거쳐 간다. 그 후 전라남도에서 가장 놓은 고개인 옛 누릿재를 넘어 편백나무 군락지의 이국적인 멋을 흠뻑 교감하다보면 어느새 영암군에 접어 들면서 8코스가 마무리된다.

 

호랑이 울음소리로 산짐승을 쫓는 마을을 지나

8코스의 시작점은 달마지마을인 대월리이다. 월각산 밑자락에 청자골이라는 애칭을 가진 이곳에는 예로부터 맷돼지가 자주 출몰했다고 한다. 맷돼지로 인해 마을의 농작물이 피해를 입게 되자 주민들이 회의를 하여 한 가지 묘안을 냈다.
바로 맷돼지의 천적인 호랑이를 내세우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살아 있는 호랑이를 방사할 순 없어 마을회관의 높은 곳에서 스피커를 통해 호랑이 울음소리를 울려 퍼지게 만들었다. 그 이후로 마을에는 맷돼지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나가는 길에 처음 들어보는 짐승 울부짖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호랑이 울음소리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달마지마을 길가에는 호랑이 모형과 호랑이 안내판이 마을회관 앞에 전시되어 있다.

▲ 달마지마을의 호랑이 상징물

▲ 송월리저수지를 지나 월하리로 가는 구간은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도로를 따라야 한다

큰 나무가 서 있는 마을회관 앞 광장에서 왼쪽으로 꺾어 마을을 지나가야 월남사지가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이다. 마을 옆으로 지나가려다 보니 주변에 농장이 많아 삼남길 개척팀이 길을 만들려고 할 때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구제역 같은 병이 돌게 되면 농장 옆으로 지나갈 수 없기 때문에 대안을 찾다가 송월리저수지 옆을 따라 가는 것으로 정했다고 한다. 마을에서 오른쪽 농로를 따라 걷다가 다시 왼쪽 농로를 따라 직진하여 저수지 바로 밑까지 걸어간다. 그리고 저수지 위로 조금 급한 오르막을 올라서면 바다로 착각할 만큼 너른 저수지가 눈앞을 가로막는다.
바람이 없는 날에는 너른 호수에 월각산 자락이 그대로 담겨져 수채화 한 폭을 보는 듯하고, 계곡사이에 흐르는 바람이 저수지를 만나서 에어컨 바람보다 더 시원한 냉풍을 아무런 대가 없이 우리에게 보내준다. 저수지 옆길은 풀숲이 우거져 있고, 자운영과 이름 모를 노란꽃이 한가득 피어 있다. 하지만 울타리가 없으니 저수지에 바짝 붙어서 걷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저수지를 건너 왼쪽 도로를 따라 걷는다. 삼남길의 특징은 안전을 위해 도로보다는 농로나 흙길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여기는 외길인데다가 차량소통이 거의 없는 도로다. 한 시간여 걷는 동안 지나가는 차량은 트렉터와 버스 한 대뿐이었다.
고개 정상에 올라서면 월출산이 다시 가로막아 선다. 이제 또 다른 달(月)의 설화가 깃들어 있을 법한 월하리에 들어선다. 월출산 주변마을은 대부분 달과 관련된 지명이 많으며 8코스를 지나는 모든 마을은 모두 달이 지명에 들어있다. 고개를 넘어 직진하다 사거리에서도 계속 직진하여 월하리 마을로 들어선다.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신라시대에 창건된 무위사가 자리 잡고 있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둘러보면 좋겠지만 삼남길 8코스를 다 돌아보려면 여유가 없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월하리 마을을 가로질러 백운동계곡에 들어선다.

▲ 월하리마을회관 앞 큰 나무와 쉼터

▲ 잔뜩 물이 불어난 백운동 계곡. 한낮에도 어두컴컴할 정도로 동백림이 우거졌다

월하리 마을회관을 지나면 녹차밭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그 중에 가운뎃길을 따라 간다. 길을 헤매지 않으려면 바닥에 그려진 3개의 부메랑 모양인 삼남길 표지를 따라가면 된다. 마을 옆을 지나는가 싶더니 왼쪽 숲이 우거진 가운데로 들어서면 다른 세상과 마주치게 된다.
한낮인데도 컴컴할 정도로 우거진 숲은 모두 동백림이다. 그리고 시원한 물줄기가 흘러가면서 내뿜는 하얀 수증기가 안개처럼 낮게 드리워져 있다. 상쾌한 느낌을 주는 이곳이 바로 백운동계곡이다. 장마철이면 불어난 물로 인해 훨씬 극적인 계곡의 모습을 보여주며, 물이 흘러 바위를 치고 지나가는 소리도 매우 크게 들린다. 하지만 계곡을 벗어나면 다시 조용한 일상의 모습이다. 그처럼 백운동계곡은 드라마틱한 모습을 간직한 채 지나는 길동무들을 반기고 있다.
이곳 고택 위쪽에는 어르신 한 분이 살고 계시는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을 달갑게 생각지 않아 얼굴을 보이시지 않는다. 고택을 지나 대나무가 가득한 숲길을 사부작사부작 걷다보면 너른 녹색의 물결이 넘실대는 녹차밭이 우리를 맞는다.

짙은 녹음이 가득한 녹차밭 사이로

▲ 구름이 낮게 내려앉은 태평양다원. 그 규모가 10만여 평에 이른다

▲ 월남사지삼층석탑

전남 강진다원은 아모레퍼시픽에서 운영, 생산하는 녹차재배지 및 설비공장이다. 월출산 자락 불모지를 개간하여 10만 여 평의 녹차밭으로 일궈냈다고 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조차도 월출산 밑에서 자라는 녹차가 세상에서 두 번째로 좋은 차라고 말했을 정도로 월출산의 기를 받고 자란 녹차 잎은 신비하고 싱그럽기만 하다.
비온 뒤 월출산에 내려앉은 낮은 구름과 짙은 녹색의 녹차밭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신선마을에 들어선 듯한 풍취를 느끼게 만든다. 맑은 날 눈이 닿는 곳까지 펼쳐진 녹차밭을 볼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다.
녹차밭 사잇길을 따라 내려가다 왼쪽으로 올라서면 월남사지가 바로 앞에 있다는 안내판을 보게 된다. 입간판이 있는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가면 옛 월남사지 앞에 혼자 외롭게 서있는 월남사지삼층석탑을 만난다. 하나의 돌이 아닌 여러 개 판 모양의 돌을 겹쳐 쌓고, 세우고하여 만들어진 석탑이다. 가까이서 보면 그 규모에 놀라게 된다. 큰 탑을 돌면서 소원을 빌며 걸어보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 된다.
월남사지를 지나 구불구불한 마을길을 벗어나면 도로 옆을 따라 걷게 된다. 월출산은 산이 높은데다 바위산이어서 등산 초보자라면 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걷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매우 높은 산처럼 보이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산을 넘기보다 계곡을 따라 낮은 산자락을 넘는 게 좋은 방법이다.
이 구간은 도로 옆 농로를 따라 3km 정도를 걸어야 한다. 다행히 차도 옆이 아니라서 안심은 되지만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옛 삼남대로를 걸었을 보부상들이나 벼슬아치들도 뜨거운 햇볕을 피하며 어떻게 여기를 걸어갔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도로 옆 농로를 걷다가 마지막 도로 밑 토끼굴을 지나면 산자락이 눈앞에 성큼 다가온다. 도로 위에는 ‘풀티터널’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큼지막하게 서있다. 누릿재가 옛 삼남대로를 걸었던 보부상이나 벼슬아치들이 걸었던 길이였다면 풀티재(풀치재)는 도로가 건설되면서 넘어가던 고개다. 영암 땅으로 진입하기에는 누릿재가 훨씬 가깝다.

전라남도에서 처음 만나는 고개 누릿재

▲ 누릿재 정상에서 내리막길 주변으로 펼쳐진 편백나무 숲

누릿재는 문헌에만 소개되어 있고, 사람의 왕래가 없어 숲길 이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그러다 지난 2010년 말 문화체 육관광부에서 삼남대로 복원을 시작하면서 누릿재 구간을 복원하고 길을 막아서던 넝쿨과 풀을 베어내면서 옛 고갯길 이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되었다.
산 옆자락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소나무와 삼나무가 가득 심 어져 있다. 길을 새로 만들다 보니 하늘이 막힐 정도로 울창 한 숲길을 따라가는 길이 되어 버렸다. 아마존 열대림처럼 깊 은 숲을 걸을 수 있는 곳은 흔하지 않다. 숲길을 500여m 따라 가면 어느새 누릿재 정상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있고 오른쪽으로 조금은 급해 보이는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내리막길 오른편에는 편백나무가 줄지어 정돈된 듯이 서있고, 왼쪽은 소나무, 삼나무, 참나무가 얽혀있어 제멋대로 자라난 숲처럼 보인다. 편백나무 숲이 빗질을 곱게 한 새색시의 머리 카락이라면, 왼쪽의 다양한 수종의 숲은 머리채 잡고 싸움질 한 아이들의 머리카락 같았다. 곧게 뻗어 올라온 편백나무 숲은 이국에 서있는 듯한 독특한 정취를 풍긴다. 남도의 어느 지방이 아닌 동유럽 어느 곳의 깊은 숲 같은 곳이다. 다행히 숲길은 정돈이 잘 되어 있는데다 넓기 때문에 경치를 보면서 걸어도 무리가 없다.
숲길을 내려서면 깔끔하게 포장된 아스팔트길이 나온다. 왼쪽에 넓은 사자저수지를 끼고 돌아 나오면 8코스의 마지막 지점에 도착한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행정구역상 전라남도 영암군이다.
삼남길 강진 구간은 매력적인 길이다. 갈대와 억새가 빼곡히 서있는 개펄을 지나고, 다산의 딸이 시집와 머물렀던 명발당과 장군봉 같은 역사의 한 쪽을 볼 수도 있다. 두 선각자가 오가면서 얘기를 나누고 차를 마셨던 뿌릿길, 강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인 금당리와 항촌리를 지나 월출산을 넘어가는 삼남길 강진 구간은 빠른 템포로 장면이 넘어가는 액션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는 구간이기도 하다.

information

<코스 정보>
구간 : 달마지마을(대월리) - 월하마을 - 백운동 - 태평양다원 - 월남사지삼층탑 - 누릿재 정상 - 편백나무 숲 - 사자저수지 - 천황사입구
거리/시간 : 13.8km / 5시간

<교통>
8코스 시작점인 대월리까지는 성전시외버스터 미널에서 찾아가야 편하다. 시내버스를 타고 달마지마을 앞에서 내리면 된다. 하지만 버스 배차 시간이 매우 길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다. 대신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게 훨씬 편하다. 8코스의 도착점 천황사 입구에서는 약 300m 정도 걸어내려가면 택시가 항시 대기하고 있다. 택시를 타고 영암버스터미널에서 서울이나 목포, 광주로 이동할 수 있다.

<먹을거리>
농촌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몇 개의 마을을 합쳐 농촌문화 체험프로그램과 복지시설을 갖춰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강진군 월출산 자락에 있는 송월리를 포함한 5개의 마을이 ‘녹향월촌’이라는 마을브랜드를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공동운영하는 식당으로 고급 한우를 포함해 점심 메뉴로 갈비탕, 뚝배기불고기 등 메뉴를 내놓았다. 맛깔스런 김치와 나물반찬이 입맛을 돋아준다. 깔끔한 식당 안에서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소이 다. 녹향월촌한우명품관(061-433-3118)

<숙소>
월남사지 주변에는 군민들에게 인기 좋은 펜션이 있다. 단순한 펜션이 아니라 야외수영장과 체육시설을 갖춘 복합레저단지라고 해도 좋을 법하다. 4인용 리조트형부터 20여 명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독채 콘도형 펜션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게다가 식사메 뉴를 제공하는 식당까지 겸해 있다. 펜션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당일 방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방마다 바비큐 시설과 외부 공용화장실이 추가로 설치되어 있어 인근에서 가장 좋은 숙박지다.
자연이 좋은 사람들(예약문의 : 010-3636- 3510) 월출콘도(061-473-0662).
그 외 천황사입구 주변에 민박집이 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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