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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용필의 1981년 애환과 소원
가수 조용필의 1981년 애환과 소원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8.01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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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이드 창간호 '별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

가수 조용필의 1981년 애환과 소원
TV가이드 창간호 '별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

 

(TV가이드 창간호 1981년 7월18일 발행 기사 중에서)

매일매일 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지위가 높은 저명인사거나 가난한 월급쟁이, 구멍가게 아저씨도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한 평생을 살아간다.
그러나 요즘의 나는 사람을 만난다는 평범한 일에 자꾸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 옛날 한번 만났던 사람을 또 만나면 반가워야 하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겐 호기심이 생겨야 할 텐데 이럴 때의 나는 오히려 겁부터 집어먹으니 곤란하다.
이런 증세는 나의 노래가 히트하기 그 3년 전부터 생긴 듯하다. 이전의 무명가수 시절에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 요즘의 나를 바라보는 얼굴들에게선 왠지 낯선 표정을 엿보게 된다. 서럽고 우울하던 시절엔 ‘容弼이, 소주 한잔 마시자’며 스스럼없이 접근해 오던 친구들이 갑자기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대해올 때 서글픈 마음이 된다. 또 TV나 영화, 쇼를 통해 내 얼굴을 익힌 팬들도 마찬가지다.
배가 고파서 등심구이가 지독히 먹고 싶어서 식당에 들어갔을 때 팬들은 나를 한 사람의 배고픈 손님으로 보질 않고 동물원의 원숭이로 보듯 희안한 구경거리로 생각한다.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보이며 힐끔힐끔 바라보는 얼굴들을 마주치면 “여기 등심 3인분~” 하고 부를 용기는 어느 틈엔가 사라지고 만다.
나 자신은 연예인이어서 유명세를 물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어이없는 피해를 보는 사람은 바로 가족들. 과년한 여동생은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오빠를 둔 탓으로 집밖을 함께 나가본 적이 없다. 또 형님은 밤낮 쉬지 않고 걸려오는 장난전화에 노이로제가 걸렸을 정도.
누가 지금 소원을 묻는다면 나는 거북한 얼굴들을 만나지 않고 마음 편히 며칠만 살고 싶다는 대답을 하고 싶다.

▲ TV가이드 창간호 표지
사진 매거진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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