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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밤 음악, 유희열의 스케치북
유일한 밤 음악, 유희열의 스케치북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08.02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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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밤 음악, 유희열의 스케치북
‘유스케’ 5주년을 맞이하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5주년을 맞았다. 특집 방송은 <전국 노래자랑>의 주인인 송해의 목소리로 시작됐다. 그간 ‘이상하고 말도 안 되는 특집’으로 참 재밌었던 음악 방송 ‘유스케’. 5년째 이름을 걸고 스케치북 무대를 이끌고 있는 유희열과, 유희열의 스케치북.

취재 이윤지 기자 | 사진 KBS 제공

<유희열의 스케치북> 5주년 특집 방송은 참 특별했다. <전국 노래자랑> 오프닝이 울려퍼졌고, 일주일에 한 번 만날 수 있었던 송해 선생님이 등장해 “오늘은 일요일의 남자 송해가 아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초대를 받아 온 금요일의 송해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서 “반짝이 옷 한 벌로 전국을 사로잡은 그분이다”라는 멘트로 첫 게스트 박구윤이 소개됐고 반짝이 의상을 입고 등장한 그는 2013년 <전국 노래자랑>에서 가장 많이 불린 히트곡 ‘뿐이고’를 불러 유쾌한 무대를 펼쳤다. 관객석 역시 야외에서 진행되는 <전국 노래자랑>처럼 관객들이 모두 햇빛가리개를 썼다. 뿐만 아니다. <열린 음악회> 황수경 아나운서, <뮤직뱅크> MC였던 보라와 진운이 출연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장수 음악 프로그램의 노하우를 배워 본다는 취지로 이 같은 기획을 마련했다. 특집 무대 녹화에는 각 음악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가수들을 비롯해 프로그램 내 코너 ‘수질 검사하러 왔어요’를 맡았던 박지선도 특별히 출연해 자리를 빛냈다. 장미여관, 정진운, 소유, 정기고, 황수경, 인순이까지 게스트도 화려했다. 이외에도 인디밴드, 8090 세대 추억의 가수 등 세대와 장르를 초월한 다양한 음악가들이 출연했다.

유일한 밤 음악, 유희열의 스케치북

 

올해로 5주년을 맞은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이하 ‘유스케’ 또는 ‘스케치북’)은 최근 지상파 3사의 심야 음악 프로그램을 통틀어 유일하게 롱런하는 심야 음악 토크쇼다. 또한 많은 뮤지션들이 출연하고 싶어 하 는 프로그램으로 첫 손을 꼽을만큼 선망받고 있기도 하다. 수준급의 싱 어송라이터이긴 하나 프로그램을 도맡아 이렇게 긴 시간을 이끌어 올 것으로 예상하지는 못했던 인물, 유희열의 의외성 또한 주된 인기 요인 이다.
그는 6월 서울 여의도 근처 카페에서 진행된 ‘유스케’ 5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전임자(이소라, 윤도현) 두 분과 달리 회식을 굉장히 많이 한다”면서 “독특한 특집 주제들도 호프집에서 농담을 하다 나온 것들 이 대부분이다. 술값을 제가 거의 다 낸다”며 제작진과의 활발한 소통 을 비결로 꼽았다.
KBS는 유독 정통 음악 프로그램을 꾸준히 방송해 왔다. 19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러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로 이어가며 지상파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명맥을 이어 왔다.
‘유스케’는 특히 대중성과 음악성의 균형을 잘 맞춰 운영된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크지도 않은 세트에서 청중을 가까이서 보며 노래하고 토크 하는 출연자들 역시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화려한 테마 세트에서 다 양한 효과로 음반을 홍보하는 요즘 추세와는 다른 이 아날로직한 방식 은 많은 시청자들이 ‘유스케’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스케’는 꾸준히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해 왔다. 10년이 넘게 음악 프로그램을 담당한 베테랑 강승원 음악감독은 출연 가수들의 콘서트 에 직접 다니며 무대를 모니터링한다. 어떤 무대든 대충 연출하는 법이 없는 강 감독은 PD와 진행자, 가수 모두에게 신뢰받는 ‘유스케’의 히든 카드다. 유희열과 이루는 호흡과 시너지는 ‘유스케’ 무대를 안정적인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주된 요소다.
‘유스케’는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그렇게 느끼듯 이 프로그램이 상징하는 의미는 매우 크다. 무대를 직접 보는 관객에게, 또 매주 시청하는 시청자에게 이곳은 하나의 문화인 것 이다.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이끌어 온 소회를 묻자 유희열은 “유일하게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게 ‘너 와서 이상한 특집 많이 한다’는 소리 들을 때다”라면서 “전에는 특집이 한두 번 정도 있었다면 우리는 이상하고 말도 안 되는 특집을 하기 때문에 그때 ‘스케치북’의 정체성이 드러난 다”고 덧붙였다. 소박한 감상을 털어놓는 진행자의 말보다 주위의 증언이 더 효과적이었다.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는 이승철은 “홍보를 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검사를 받고 싶은 거다”라고 운을 떼며 “유일한, 제대로 된 음악 프로그램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황수경은 열린음악회 진행 톤으로 “KBS의 대표적인 음악프로그램이 라고 할 수 있는 유희열의 스케치북 5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직접 찾았다.”며 첫 인사를 건넸고, 이어 열린음악회의 최다출연자이자, 열린음 악회의 상징인 가수 인순이를 소개했다.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인순이는 ‘거위의 꿈’을 열창하며 관객들에게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유희열은 열린음악회는 황수경씨와 인순이씨에게 무슨 의미냐는 질문을 했는데, 황수경과 인순이는 모두 젊은 시절부터 함께한 프로그램이라는 공통적인 답변과 함께 각각 “청춘이다”, “동반자, 남편 같다”는 대 답을 해 프로그램의 역사와 프로그램을 향한 출연자들의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마지막으로 인순이와 황수경에게 스케치북을 위한 한마디를 부탁하자, 인순이는 “스케치북은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부터 시작됐다. 그때부터 이곳은 가수들이 라이브로 자기 실력을 다 하는 시험대 같은 곳이었다. 계속 이 무대를 지켜달라.”고 말했고, 황수경은 “유희열씨 진행을 보면 천재성이 느껴진다. 항상 감탄하고 배우고 있다”고 칭찬을 건넸다.
또한 기자간담회에 함께 나온 이예지 PD는 “프로그램 초기엔 유희열 씨가 하도 도망가려고 해서 100회를 채우는 게 목표였다”고 밝혔다. ‘스케치북’이 5주년까지 갈 거란 생각을 못했다는 이예지 PD는 “음악 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늘 즐겁다. 5년 사이 음악 시장이 많이 바뀌었는데 더 나아가 ‘스케치북’이 대중문화를 소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 그러한 사명감을 가져야 진정한 내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든든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한 ‘유스케’는 오랫동안 우리의 밤을 책임질 것 같다.

스케치북, 우리에게 희열을

 

“제 나이가 40대 중반이에요. 50, 60살이 되어도 걸그룹과 재밌는 농담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농담인 듯 진담인 듯 ‘아이돌 걸그룹’에 열광하는 그가 정말 토이의 ‘여전히 아름다운지’의 주인공이 맞나 싶다. 늦은 시간, 라이브 무대를 즐기는 애청자들이 많은 것은 그 자체로도 묘미지만 바로 ‘짓궂은 수준급 뮤지션’ 유희열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주 무대인 ‘스케치북’뿐 아니라 <SNL 코리아>, <무한도전>까지 종횡 무진하는 예능인 유희열은 이적, 윤상, 김현철 등과 함께 1990년대를 주름잡던 대표적인 뮤지션이다. ‘감성 변태’라는 우스꽝스러운 조합의 별명이 어쩌다 그에게 붙었나 싶을 만큼 그는 마니아를 거느린 묵직한 이미지의 싱어송라이터이다.
프로젝트 그룹 토이의 음악에 여전히 열광하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그는 아주 ‘음악적’인 사람이다. 그가 작곡한 연주곡들이 담긴 소품 음반은 지금의 그와 연결하기에는 낯설기 짝이 없는 수작들이다. 유희열에게서 느끼는 ‘희열’은 아마 이처럼 거듭되는 반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19금 개그 능력을 유연하게 선보이며 또한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녹여낼 줄 아는 ‘응큼한 듯 멋진’ 그는 이미 독보적이다. 특히 ‘유스케’에서는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며 게스트와 방청객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한편, 언제든 즉석 연주로 콜래보레이션 무대를 꾸미는 능력자다. 프로그램이 장수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유희열은 ‘스케치북은 1~2년 이내에 감독님이 로테이션되는 프로그램’이라고 입을 떼며 “여기서 지켜야 하는 태도는 객관성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정리했다.
“제작진은 방송을 제작하는 입장이라면 저는 음악을 소개하는 입장이죠. ‘스케치북’이 장수하기 위해 필요한 또 한 가지는 ‘위치 파악’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음악인이라서 영광스런 자리가 주어졌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느끼고 있는 걸 강하게 주장해 끌고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선곡에 대해 객관적으로 조언할 수 있는 입장이 돼야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위치 파악을 하고 있어요.”
7년 단위로 음반을 준비해 온 유희열은 “고민이 없었다면 음반을 굉장히 많이 냈을 거다. 점점 어려워진다. 음악을 만들 때 내 행보에 이 음악이 어떻게 비춰질까에 대해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 음악이 좋은가, 안 좋은가에 대해 고민할 뿐이다”라고 개인적인 계획을 밝혔다. 그는 “방송 활동과 음악을 결부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K팝 스타>를 통해 출연자들과 같이 음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와서 20년 경험한 노하우에 비춰 봤을 때 어떻게 이 친구들을 끌고 갈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한 가지 결정한 건 제가 알고 있는 방법과 그 친구들이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겠다는 거죠. 그 친구들이 스타가 되기보다는 음악인으로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요. 그리고 저도 그 친구들의 젊은 마음을 수용하고 싶고요.” 
<K팝 스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언급하기도 한 그는 “음악과 나의 정체성, 방송을 분리시킬 수 있는 눈이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방송을 선택할 때 단계를 밟고 올라가 최고의 방송인이 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지금 내가 행복할 수 있나’가 선택의 기준이다”라고 말했다. ‘스케치북’ MC로서 과거와 달라진 가요계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야기했다.
“1990년대에 폭넓게 음악이 사랑받고 음악 프로그램이 사랑받았다면 지금은 음악이 세분화됐고, 아이돌 중심으로 음악이 개편됐어요. (아이돌 이외의) 다른 가수들이 계속 살아남기가 힘들어진 건 사실이죠.”
‘스케치북표 가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상징적 존재가 없다며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제작진이 본 유희열은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이끄는 부지런한 사람이다. “회의할 때 내가 필요하면 불러 달라”며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그를 현재 로테이션 연출 중인 세 PD 모두가 입을 모아 높이 평가한다.
제작, 연출진이 진행자와 함께 자유롭게 주장을 꺼내놓고 접점을 찾아가니 결과물도 좋을 수밖에 없다.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인 만큼 그의 성향이 묻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일 테지만, 우리가 보듯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유희열만의 그 무엇이기보다 모두의 축제 같은 느낌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인만큼 게스트에게 엄격할 거라는 판단은 선입견이다. 장르를 불문한 게스트들의 정체성을 잘 살려주면서도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토크를 이끌고 어떤 음악을 들고 나와도 그는 주인공을 존중한다. 노래하고 연주하는 이와 시청자 모두가 편안한 무대이면서도, 스케치북 무대는 ‘기성 가수들도 긴장하는’ 곳이다.
일반 콘서트홀보다 다소 작은 공간, 객석이 가까운 이곳은 가수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일 테고 공연 이상의 소통이 있는 특별한 무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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