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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 진대제 장관 부인 김혜경 씨 최초 심경 고백
정보통신부 진대제 장관 부인 김혜경 씨 최초 심경 고백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8.02 23:10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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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이중국적 문제로 가슴 저민 50일

정보통신부 진대제 장관 부인 김혜경 씨 최초 심경 고백

(Queen 2003년 5월호) 잘나가던 삼성전자 사장직을 버리고 정통부 장관직을 택해 화제가 된 진대제 장관. 하지만 자신과 자녀들의 이중 국적 문제가 대두되면서 그는 순식간에 여론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 일로 누구보다 가슴 아픈 날들을 보냈다는 진 장관의 아내 김혜경 씨를 만났다.

취재 이경선 사진 서울신문

 

지난 2월 27일 노무현정부의 초대 내각이 발표되자 사람들의 눈길을 끈 인물이 있었다. 바로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 현직 기업인으로 유일하게 노무현 내각에 입각한 진대제 장관은 정보통신부가 출범한 후 네 번째로 기업CEO 출신 장관이 되었다.

연봉 50억 원 포기하고 9천백만원의 장관직 선택

당시 삼성전자의 사장이었던 진대제 장관의 임명은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삼성전자의 신화를 일으킨 핵심 주역으로 ‘Mr. Chip(반도체사나이)’으로 불리며 정보통신계의 명실상부한 리더 역할을 하던 그가 전혀 연관이 없던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는 사실 외에도 장관직을 택하면서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렀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사람들의 관심이 하늘을 찌를 듯 높아진 것.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장관의 연봉은 9천백만원 선이다. 입각 직전 삼성전자에서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으로 일하던 당시 받던 2억 원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 게다가 그는 2년 근무조건으로 받은 삼성전자의 스톡옵션 중 60억 원이 넘는 주식을 장관 입각으로 10일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날려버리게 되었다.
이 때문에 그가 장관직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의아해하면서도 정보통신의 전문가가 한 조직의 수장이 되었다는 사실에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정통부 관료와 IT 업계 또한 특정기업의 대표가 장관이 되었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시했지만 누구보다 적임자라는 평가로 반기는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임용된 며칠 뒤 본인과 가족들의 이중국적 문제가 불거지고 특히 아들의 병역기피 문제가 거론되면서 그는 여론의 집중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공직자에 대한 도덕성 문제를 들고 나왔으며 아들이 미국에서 태어났고 입시 위주의 한국 고등학교에서 적응을 잘하지 못했다는 해명에 아들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까지 언론에 공개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진장관의 임명에 강한 지지를 표명했던 노대통령은 이 문제에 관한 의혹이 불거져 질타가 빗발칠 때도 이미 알고 있었으며 장관직에서 물러날 정도의 일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했다. 또 그 이틀 뒤 진장관만을 따로 청와대로 불러 아침식사를 함께하며 진장관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었다.

김치찌개 잘 끓이는 평범한 아내

진장관은 자신감이 넘치고 사람을 유쾌하게 만드는 흡인력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경기고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MIT와 스탠퍼드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는 등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거친 그는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세계 최고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유능한 인물이다. 휴렛팩커드와 IBM의 연구원을 거쳐 1985년 삼성전자의 수석연구원으로 입사했다는 그. 당시 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여러 기업체들이 벌인 경쟁에 관한 일화는 지금까지도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데려가고 싶어했지만 그와 고향이 같았던 삼성의 고 이병철회장이 그를 탐내 몇 번이나 직접 찾아간 끝에 스카우트 했다는 이야기.
그는 집안의 배경보다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성공했지만 여전히 근면하고 검소하며 절제된 생활을 하고 있다. 담배는 피우지 않고 술도 맥주 한 병 정도만 즐길 뿐이다. 그 대신 테니스와 골프 등 운동을 즐긴다.
진장관은 1977년 7월 서울대에서 전자공학과 석사과정을 마치던 해에 김혜경씨와 결혼했다.  연애결혼을 했다고 알려진 김씨는 남편과 가족을 위해 묵묵히 내조하는 현모양처. 그의 오랜 친구들 말에 따르면 진장관의 가정은 화목하고 평범하며 그의 아내는 김치찌개 등의 요리를 잘하는 여성이라고 한다.

불청객에게 차를 대접하는 자상함

현재 진장관에 대한 언론의 질타는 많이 가라앉은 상태. 하지만 이중국적과 병역기피 의혹의 대상이 되면서 쓰라린 고통을 겪었던 진장관과 그의 가족들은 아직 편치 않은 상태인 듯하다.  그간의 심정과 있었던 일들을 듣기 위해 그의 아내 김혜경씨와의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그녀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먼저 장관 비서실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진장관 집 전화번호를 알게 되어 통화를 시도했다. 신분을 밝힌 후 진장관의 아내와 통화하기를 요청했지만 전화를 받은 상대방은 지금 그녀가 외출중이라며 용건을 전해 주겠다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기다렸지만 연락은 없었고 결국 기자는 그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에 그녀의 집을 찾았다. 하지만 경비가 삼엄하기로 소문난 도곡동 그녀의 집을 찾았을 땐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며칠 후 그녀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전업주부로 알려진 그녀는 집에 있는 시간이 적은 듯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러기를 일 주일 남짓 다시 전화 통화를 시도했을 때 지난번에 전화 통화를 했던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하지만 그녀는 신분을 밝히자마자 ‘지금집에안계세요’라는 말만 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직감적으로 그녀가 바로 진장관의 아내 김혜경씨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음날 기자는 그동안 무소식이던 정통부장관실에서 인터뷰가 불가하다는 통보전화를 받았다.  이에 다시 그녀의 집으로 전화를 했지만 전화기에서는 없는 번호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마지막 시도로 그날 저녁 다시 그녀의 집을 찾았다.
“제가 처 맞는데요 그런데 제가 지금 별로 할말이 없네요.”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의 그녀는 연락도 없이 찾아온 기자를 보고 무척이나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잠깐 들어갈 수 없느냐는 요청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당황스러워요 그래도 이왕 찾아왔으니 들어가서 차 한잔 하고 가세요.”라며 친절함을 보여 주었다.
시간이 늦었는데 커피가 괜찮으냐며 녹차를 권하는 그녀의 자상한 모습에서 대기업 사장 아내 혹은 장관의 아내는 권위적이고 차가울 것이라는 기자의 선입견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넓은 새 집에 자리잡은 오래 된 소파

그녀가 차를 끓이는 동안 잠시 둘러본 집안은 깔끔하면서도 소박하게 꾸며져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 상류층의 1%가 산다는 고급 아파트로 정평이 난 집답게 내부는 넓었지만 골프채와 대형 TV를 제외하고는 화려한 장식품이나 사치품이 눈에 띄지 않았다. 벽에는 가족사진이 걸려 있었고 거실 한편에는 난초들이 자리잡고 있는 등 여느 집과 다를 바 없는 분위기. 거실에 놓여 있는 소파는 예전부터 쓰던 것인 듯 조금은 낡아 보이기까지 했다.
문득 그녀의 딸을 건너서 알고 있다는 한 사람의 얘기가 생각났다. 그는 김혜경씨의 딸이 굉장히 소박하고 검소해 이번 일이 터지기 전까지 주변 사람들이 그 아이가 그런 집안의 딸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는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잠시 후 그녀는 저녁은 먹었느냐고 물어보며 녹차와 과일 케이크를 담은 다과상을 내왔다.  세심하게 차린 다과상이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얼굴엔 불청객으로 인한 부담감이 역력해 보였다.
“여기는 굉장히 경비가 삼엄한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우리가 만날 인연이었나 보네요. 좋은 인연으로 생각하고 차 한잔 드시고 가세요. 저는 지금부터 아무 말 안 하고 가만히 있겠어요.”
그래도 왔으니 몇 가지 물어보겠다는 말을 꺼내자 그녀는 강력하게 말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아니오, 그러지 마세요. 저희 집을 찾은 손님이니까 차를 대접하는 거예요. 만약 무언가를 물어보시면 방으로 들어가 버릴 거예요.”
그녀는 진장관이 공직에 있는 동안은 절대로 인터뷰하지 않을 거라고 아마 그 후에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차분하지만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기자가 알았다며 대신 기자의 입장을 말하고 싶다고 하자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독자들은 알 권리가 있다는 이야기와 하고 싶은 말이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던 그녀.  이제는 시간이 지났고 여론의 집중포화가 사라졌으니 좀 괜찮아지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그녀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니오, 아직 나아지지 않았어요. 아마 공직에 있는 동안은 계속 그럴 거예요.”
절대 아니라고 어림도 없다는 듯 “아니오”라고 강하게 내뱉는 그녀. 그녀의 얼굴에는 비록 일이 잠잠해졌지만 아직도 그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 피로하면서도 고통스러운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기자들이 많이 찾아오냐고, 기자들이 많이 부담스럽냐고 묻자 그녀는 부담스러운 정도가 아니라며 사람을 배려해 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의 몫이 아닐 정도로 바쁜 남편, 진장관

 

단발머리에 편안한 인상이었지만 그녀의 안색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어디 아픈 데는 없냐고 기자가 걱정을 하자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많이 아파요. 지금까지 이래 본 적이 없었어요.”
절대 마음이 평온해지지 않을 것 같다는 그녀.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기에 더욱 아프다. 조금 분위기가 편해지자 기자는 진장관에 대해 물어보았다.
삼성전자를 떠나 정보통신부 장관이 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공직에 나갈 줄은 몰랐어요. 생각지 못했던 일이에요.”라고 전했다.
진장관이 늦게 오시는 것 같다고, 많이 바쁘냐고 근황을 묻자 그녀는 이미 익숙해졌다는 듯 말했다.
“많이 바쁘세요. 워낙 그 전부터 항상 바빴으니까요. 제몫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기자가 찾아갔을 때 집에는 마침 친정어머니가 함께 계셨다. 그녀는 노모에게 “TV 채널을 어디로 돌려 드릴까요.” “조금 있다가 같이 드라마 봐요.”라고 말하며 자상한 모습을 보였다. 어머니가 함께 계시다고는 하나 아이들이 없어서 그런지 큰 집이 적막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컸으니까요.”
간결하게 말하는 그녀.
밤늦게 실례를 범했다는 인사말로 자리를 정리하자 그녀는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자니까 기자의 역할이 있겠죠. 독자들 궁금증도 풀어주고 여러 가지 좋은 일도 많이 하는 것 알아요. 하지만 일보다는 사람이 먼저 아니겠어요. 우리 언제 어디서 어떤 인연으로 만날지 모르는데 오늘은 이렇게 좋게 정리해요.”
그녀는 불청객인 기자를 배웅하러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오는 배려를 보여 주었다. 잠깐 동안의 시간이었지만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두 통의 전화를 통해 느꼈던 그녀의 냉정한 첫인상은 완전히 깨져 버렸다. 밤늦게까지 일하러 다니는 기자에게 “부모들은 곱게 키운 딸들을 많이 걱정하시죠.”라고 애틋한 부모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고 토마토를 좋아한다는 말에는 “몸에 좋은 과일이니까 많이 드세요.”라며 자상한 마음 씀씀이를 보여 주었던 그녀.
50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편치 않다는 그녀가 언제쯤 평온해질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그녀 말대로 진장관이 공직에 있는 동안, 그리고 그 후까지 아플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발표된 진장관의 해명이 말 그대로 진실이라면 이제는 툭툭 털어버리고 좀더 편안한 마음을 찾아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Queen 2003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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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전원마을 2022-02-07 01:15:03
이사람인가요?? 실화탐사대 강남 전원마을 사건? ㅋㅋㅋ

검소한 성품 2021-09-09 16:07:35
김치찌개를 잘하는 평범한 아내 = 남의 집 앞에 드러눕는 아내~~
소박하고 검소한 성품 = 집 앞 가린다고 공사막는...

갑질이나하지마 2021-07-06 19:16:53
김치찌개잘해? 남 집못짓게하는거도 잘하지?

마수리 2021-07-02 17:59:03
갑질중에 최고갑질. 첨본다

분리수거 2021-06-28 15:52:45
안될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