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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청문회 앞둔 고건 총리 지명자 장남 고건 씨 최초 인터뷰
인사 청문회 앞둔 고건 총리 지명자 장남 고건 씨 최초 인터뷰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8.03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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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독점

인사 청문회 앞둔 고건 총리 지명자 장남 고건 씨 최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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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n -2003년 3월호) 고건 총리 지명자의 세 아들이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회 청문회에서 아들들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고건 총리 지명자의 장남 고건씨는 이런 의혹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아버지의 신념인 청렴과 정직을 3형제가 모두 이어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글 류인홍 기자 사진 서울신문

 

고건(65) 총리 지명자의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그의 아들 3형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 지명자는 슬하에 아들 셋만 두었다. 첫째 고진(42) 씨는 현재 벤처 기업 바로비전 대표. 둘째 고휘(41) 씨는 SK텔레콤에서 네트워크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막내 고위(36) 씨는 개인 사업을 하다 현재 새로운 일을 찾고 있는 중이다.
고 지명자의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이들은 장남과 둘째 아들이다. 야당에서는 고진 씨에 관해 그가 대표로 있는 바로비전이 99년 정보통신부 장관으로부터 ‘신소프트웨어 상’을 받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바로비전이 상을 받은 시기가 고지명자가 서울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시절이었던 것을 두고‘아버지의 후광을 입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 둘째아들 고휘씨에 관해서는 병역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그는 첫 징병 검사에서 1급 현역 입영 판정을 받았으나, 한 해 동안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유로 5급 징집면제 판정을 받았다.
이와 같은 고지명자 집안문제에 관해 장남 고진 씨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아버지의 인사 청문회에 관해 수차례 인터뷰를 의뢰했으나, 그 준비를 위해 바쁘다는 이유로 고사하던 그였다. 그러나 끈질긴 설득 끝에 가족에 관한 진실과 알려지지 않았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퀸 부친의 인사 청문회 때문에 바쁘시다고 하셨는데, 가족까지 인사 청문회를 준비해야 하는 건가요?
고진 아무래도 우리 회사에 관한 건이 인사 청문회에 걸려 있으니까요. 국회에서 여러 가지 자료를 요구해서 그걸 준비하느라 좀 바빴습니다. 그 외 동생들에 대한 내용도 조금 있구요.
퀸 대표로 재직하고 있는 바로비전은 어떤 회사입니까?
고진 94년에 자본금 8천만원으로 설립한 벤처 회사입니다. 소리와 영상을 압축, 재생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요즘은 휴대폰에 비디오와 오디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직원은 20여 명이고, 매출은 50여억 원 정도 되는 작은 회사입니다. 다른 벤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어려움을 많이 겪어서 구조 조정을 많이 했습니다. 올해는 악성 부채를 다 갚으려구요.
퀸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요?
고진 우리 회사는 크게 두 번 어려움을 겪었어요. 한번은 회사 초기인데, 기술개발은 해놓고 생산과 영업이 뒷받침되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은 거래처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바람에…. 그동안 부도날 뻔한 적도 있고…. 뭐, 저희만 그런 게 아니고, 요즘 벤처기업들은 다 그러니까요.
퀸 99년에 정보통신부로부터 상을 받았잖아요. 그것 때문에 여러 가지 말이 많던데….
고진 제가 그것 때문에 정말 화가 많이 났었어요. 그 상은 정보통신부에서 매달 한 업체를 선정해서 주는 거예요. 당시 우리 회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10억원 가량 수출하는 등 해외에서 반응이 좋았거든요. 근데 하필 그때가 우연치 않게 남궁석 전정통부장관이 취임한 후, 첫 번째 상이었어요. 아마 그래서 그런 오해를 받았나 봐요. 만약 아버지 덕으로 받는 상이라면 한 달에 한 번씩 주는 상이 아니라, 일 년에 한 번 주는 상을 받았겠죠.
퀸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만 장남인 고진 사장님이나 그 외 다른 형제분들도, 부친과 자신들을 연계시키는 얘기에 대해서는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고진 아버지나 저나, 다른 형제들도 마찬가지로 결벽증 같은 게 있어요. 서로 간에 굉장히 조심하는 편이에요. 아버지께서 대략 30년 동안 고위 공직에 계셨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고위 공직자인 아버지 때문에 항상 주위에서 절 바라보는 시각이 남달랐습니다. 일찍부터 그런 후광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 게 사실입니다.

아버지와 자신을 연계시키는 일에 거부감을 갖는 형제들

퀸 그렇다면 고위 공직자인 부친을 둔 게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겠네요.
고진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전 어려서 할아버지(고형곤, 전 전북대 총장) 손에서 컸어요. 그분이 전남도지사로 가게 돼서 저도 그쪽으로 중학교를 전학했어요. 처음 학교에 갔는데, 선생님이 저를 아이들한테 소개하고는 이미 어떤 학생이 앉아 있는 자리에 저를 앉히더라구요. 새 책상이었어요.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제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틀 동안 학생들이 청소를 했대요. 그러다간 친구를 사귀지 못할 거 같아서, 쉬는 시간마다 매점에 가서 아이들이 먹는 걸 빼앗아 먹었어요. 그래서 제가 학교 다닐 때 별명이 ‘왕거지’였어요. 다행히 그렇게 해서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었죠.
한 번은 고등학교 때인데, 학도호국단에서 광주에서 목포까지 도보로 횡단하는 행사가 있었어요. 보통 걸어가다 초등학교 같은 데서 텐트 치고 자곤 했는데, 하루는 저녁에 그쪽 군수가 와서 러닝셔츠하고 빵 사먹으라고 봉투를 주더라구요. 어린 시절이라 거절도 못하고 받긴 받았는데, 제 결벽증은 이미 그때부터 대단했거든요. 고민 고민하다가 가서 군수님 이름으로 국방성금으로 내겠다고 하고, 지도 선생님께 드렸어요.
퀸 청소년기에 있어서 그런 일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였겠습니다.
고진 전 좀 성격이 외향적이라 그래도 좀 나았고요, 오히려 내성적인 둘째동생이 더 심했습니다.
퀸 그럼 둘째 동생 고휘 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은 그런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나요?
고진 글쎄요. 전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을 거 같네요. 동생은 대학원을 3년 다녔는데, 1년 동안 치료를 받았습니다. 사실 그 당시 전 미국에 유학 중이라서 직접 본 건 아니고요. 동생이 있는 학교 연구실에 제 친구가 있어서 그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그 친구 얘기로는 아버지가 서울시장에 출마하셨을 때 동생 병역이 문제가 되자, 그때 연구실에 같이 있던 선후배들이 연판장 같은 걸 돌려 사인해서 언론에 돌리려고 했대요. 이미 서울대 전산과에서는 다 아는 명확한 일입니다.
퀸 하지만 군대는 면제받으면서도, 대학원은 졸업했다는 점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고진 동생은 어디 크게 잘못 됐다기보다는 단체 생활을 적응하는 게 좀 힘든 거 같아요. 그때는 상당히 심각했었는데, 워낙 공부에 대한 의욕이 대단했어요. 3형제 중에 머리도 제일 좋고,공부도 제일 잘 했죠. 그런 의혹에 대해서는 인사 청문회에서 당시 지도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해서 자세하게 말할 겁니다.
퀸 그럼 둘째 동생 분은 요즘 이런저런 일로 많이 힘들어하겠습니다.
고진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평온한 거 같아요. 이런 일이 지금까지 여러 번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늘 회사 연구실에 있으니까, 기자들의 접근도 쉽지 않고요. 뭐, 저도 동생 만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밟고 들어가야 하는데요, 뭐.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 가족적이진 못하다

 

퀸 막내 동생 고위 씨는 어떻습니까? 항간에는 당구장을 한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고진 당구장은 좀 하다가 그만뒀어요. 막내가 형제 중에서 좀 독특하다면 독특한 아이예요. 대학에서는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데이콤에 입사해서 다니다가, 우리사주 받기 바로 전에
퇴사를 했어요. 그때 제가 조금만 더 있다 주식 받고 나오라고 했는데도, 글 쓴다고 나오더라고요.
아버지를 포함해서 형제들이 다 돈에 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에요. 사업을 하는 저만 좀 민감한 편이죠. 시내에서 가족모임을 하면, 부모님은 물론이고 저희들 모두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니까요. 막내는 현재 다른 사업을 해보려고 준비 중이에요. 사업을 하는 큰 형으로서 여러모로 도움을 줘야 하는데, 제 코가 석자라서요. 조언을 해주긴 해야겠어요.
퀸 막내 동생 때문에 부친이나 형이 마음고생을 좀 했겠습니다.
고진 글쎄, 딱히 그런 건 아니고요. 저희 형제들이 막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또 하라고 해서 잘하지도 않고요. 아버지도 마찬가지예요. 함께 논의는 많이 해요. 진지하게 조언도 많이 해주시구요. 하지만 결정하는 부분에서는 자식의 의견을 존중합니다. 형제 셋이 다 고집이 꽤 세요. 독립심도 강하고요. 왜 아들만 있는 집들이 대체로 그렇잖아요. 싸우기도 잘하고….
퀸 부친께서 자신 때문에 자식들이 고생한다는 생각으로 좀 미안해하지는 않으시던가요?
고진 다른 형제들은 몰라도 저한테는 좀 미안해하시는 거 같아요. 저한테 뭐 물어볼 게 있으셔서 아버지 사무실로 부르는 걸 굉장히 미안해하세요.
퀸 총리로 내정된다는 얘기가 있었을 때, 가족들이‘이젠 그만하셔도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얘기한 적은 없으신가요?
고진 어머니는 그런 얘기를 하실 수 있죠. 건강도 별로 좋지 않으시고 하니까. 자식으로서는 뭐,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닌 거 같아요.
퀸 아드님으로서 총리 지명자인 부친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고진 글쎄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 같은데…. 아버지는 명성 따위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분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정부가 어렵거나, 당신이 꼭 필요한 자리라고 생각하실 때는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으세요. 제 짧은 소견으로는 공무원을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공무원, 조직을 위해서 일하는 부류, 그리고 개인의 이익만을 좇는 사람들로요. 지금까지 한국의 공무원은 대체로 조직을 위해서 일하는 부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 아버지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공무원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런 아버지를 중학교 때부터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존경스럽다고 느꼈던 거 같아요. 일에 관한 한 매사에 최선을 다하세요. 광주에 계실 때는 주말에  한 번도 쉬신 적이 없으실 정도였죠. 지금도 아마 그렇게 일하실 거예요. 밑에 있는 사람들은 좀 많이 힘들죠. 반면에 가족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세요. 제가 초등학교 이후부터는 가족 여행이라고는 가본 적이 없으니까요. 생일 파티라든가, 그런 가족적인 분위기는 없어요. 남자들만 있는 집안이라서 더 그런가 봐요. 어렸을 때부터 우리 형제들은 그런 아버지를 이해했어요. 이해하고,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했죠.

인터뷰가 끝나고 사진촬영을 하려 하자, 고진씨는 완강하게 촬영을 거부했다. 그 이유를 인터뷰에서도 말한 대로‘자신의 결벽증’때문이라고 했다. 아직 동네 주민들조차 자신이 고건 총리 지명자의 장남이라는 걸 모르고 지낸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겪은 고위 공직자의 아들로서 겪어야 했던 짐을 지금도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자식들에게는 절대 그런 짐을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초등학생 자녀의 학교 모임에 가서 학부모들 만나고 그러는데, 얼굴이 알려지면 다른 부모들이 불편해할 것이란다. 그래서 더욱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다며 간곡하게 거절했다.(Queen -2003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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