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1:30 (금)
 실시간뉴스
틱낫한 스님의 영혼을 울리는 소리
틱낫한 스님의 영혼을 울리는 소리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8.03 14: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인의 영적 스승

세계인의 영적 스승
틱낫한 스님의 영혼을 울리는 소리

 

(Queen 2003년 4월호) 전 세계를 순회하며 반전과 평화를 위해 법회를 열어왔던 틱낫한 스님이 지난 16일 한국을 방문했다. 틱낫한 스님은 19박20일 일정으로 각종 강연회와 명상 수련을 통해 평화와 자비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글 배만석 기자 사진 김도형 기자

“마음을 가라앉히고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자신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 보세요. 그러면 우리가 만나는 이 자리가 원활하게 진행될 겁니다.”
밤색의 법복을 입고 제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틱낫한(Thich Nhat Hahn·77) 스님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 앞서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고령이라 몸을 움직이는 것이 조금은 힘들어 보였지만, 얼굴에 담긴 온화한 미소는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했다.
틱낫한 스님은 기자들의 질문을 꼼꼼하게 종이에 받아 적은 뒤 차분하게 답변을 했다. 그는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중에도 차를 마시거나 명상에 잠기며 기자들에게도 함께 명상할 것을 권했다. 또한 기자들이 취재경쟁 속에서 가지는 마음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수행방법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기자들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인데, 화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면 이 사회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화와 두려움이 기사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위험한 것이죠. 깨어 있는 마음으로 호흡과 걷기를 해 평온하게 마음을 가라앉힌다면 상황을 직시하고,깊이 있는 성찰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름과 달팽이와 불도저를 합쳐놓은 것 같은 스님

틱낫한 스님을 일러 세인들은 ‘어린왕자와 시인과 관세음보살을 합쳐 놓은 것 같은 스님’, ‘ 구름과 달팽이와 불도저를 합쳐놓은 것 같은 스님’이라 부른다. 이는 자비를 실천하고자 하는 구도자로서의 품격을 갖춘 스님을 비유한 말로, 동양과 서양을 아울러 존경받고 있는 그의 성품을 잘 알려주고 있다.
그는 ‘세계 평화의 상징’으로 추앙받고 있으며, 특히 기독교 문화가 지배적인 서양에서도 영적 지도자로 존경받고 있다.
이는 그의 사상과 실천이야말로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설득력 있고 합리적인 삶의 지침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수행을 통해 우리 안의 고통을 변화시키는 것은 기적처럼 아름다운 일이에요. 평화는 개인뿐 아니라 가족, 집단, 나라 등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다른 사람과의 평화를 위해서는 우리 안의 평화가 선행돼야 해요.”
틱낫한 스님은 일상 속에서 어려움이 생겼을 때 평화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수행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수행은 프랑스 보르도의 수행공동체‘플럼 빌리지’에서 하고 있는 방식으로 호흡, 먹기, 걷기 등 일상생활을 하면서 정신을 집중해 그 순간을 관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프랑스의 수행공동체 ‘플럼빌리지’는 현재 37개국 사람들이 모여 수행중이다. 가족과 함께 수행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와같이 수행하면 힘든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회복할 수 있으며, 자기 안의 평화를 간직하는 힘을 얻게 된다고 한다. 이들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으며 형제애와 관용과 기쁨이 넘친다.

전쟁 준비하는 지도자들에게 경고하며 마음의 평화를 강조

 

반전평화운동을 계속해온 틱낫한 스님은 이번 미국·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큰 우려를 나타냈으며, 북한의 핵문제로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일었던 반전시위 이후 가장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반전운동과 관련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음의 평화를 갖는 것이라 강조했다.
“나는 정치인이 아니지만 ‘전쟁과 평화’는 수행의 주제입니다. 조지 부시나 토니 블레어 같은 지도자들은 정치적인 측면에서 단련된 사람들이지만 평화에 대해서는 수행하지 못했죠. 자기 안에 화와 두려움이 가득한 상태에서 한 나라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틱낫한 스님은 미국과 영국의 지도자들에게 즉각 전쟁 준비를 중단하고 마음을 다스리라고 당부했다. 그들은 한쪽이 신의 편이면 다른 한쪽은 악마의 편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면 그 고통이 자신에게도 온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같이 반전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그는 베트남전쟁을 예로 들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많은 미국인들이 고통받고 희생당했습니다. 그런 아픔들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계속 미국에 남아 있었죠. 지도자들이 전쟁을 일으켜 고통을 주면 그 고통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간곡히 말하고 싶습니다.”
그는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한 한반도 문제에 대해 두 나라는 형제이기 때문에 서로 적이 되어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남한이 분명하면서도 자비로운 언어로 북한에 전달해야 할 두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하나는 북한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형제이기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다른 나라가 북한을 공격한다면 우리 동포들을 보호하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인간애, 박애, 동포애를 기초로 해 전달해야 합니다.”
북한에서 굶는 사람이 많은데도 군비를 쓰는 것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한과 북한은 서로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화로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먼저 대화로 시작해 두 가지 선언을 분명하게 전달한다면 북한에서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0년에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을 소중한 경험으로 간직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마음을 열고 대화할 것을 강조했다.
“남과 북에는 모두 형제라는 씨앗이 있습니다. 그 씨앗에 물을 줄 수 있다면 이땅의 평화를 위한 좋은 시작이 될 거예요. 그러면 두 나라의 형제애가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수행하며 현재에 충실해야 행복

반전의 메시지를 전달함과 더불어 틱낫한 스님은 불교수행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불교는 현실에 맞게 변화해야 하며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서 모든 사람이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난 5년 동안 서구 사람들에게 불교를 가르쳐 왔습니다. 지금은 서구 상황에 맞는 불교로 거듭나 생활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 있어요. 그 사람들은 불교를 하나의 수행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많은 스님들을 만나 이 시대가 요구하는 불교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가 지금까지 수행의 방법으로 강조해 온 것은 ‘의식적인 호흡’과 ‘의식적인 걷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수행은 쉽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언제 어디서나 수행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틱낫한 스님은...

베트남 출신의 승려이자 평화운동가

틱낫한 스님은 세계인의 영적 스승, 살아 있는 부처로 불린다. 열여섯의 나이에 불가에 입문해 구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죽어가는 동포들을 위해 전 세계를 순회하며 전쟁을 반대하는 연설과 법회를 열고 불교평화 대표단의 장으로서 파리평화회의를 이끌었다. 이런 활동으로 1967년 마틴 루터킹 목사로부터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받지만 이후 베트남 정부의 박해를 받아 귀국 금지당했다. 1980년대 초반 프랑스로 망명한 스님은 보르도 지방에 수행 공동체 ‘플럼빌리지’를 세웠다. 자두마을이라는 뜻의 이곳은 흙과 사람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룬 곳으로 세계 각국에서 온 많은 이들이 종교간 벽을 허물고 각자의 신념에 따라 수행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틱낫한 스님은 현재 프랑스 ‘플럼빌리지’에 거주하면서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를 순회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Queen 2003년 4월호)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