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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인, 펑리위안의 '소프트 외교'와 패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인, 펑리위안의 '소프트 외교'와 패션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8.18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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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녀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인, 펑리위안의 '소프트 외교'와 패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7월 3일과 4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특히 이번 방문에서 시진핑 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펑 여사는 빼어난 미모와 '국민 가수' 출신의 대중성을 무기로 소프트 파워 아이콘으로 통한다. 펑리위안의 소프트 외교와 남다른 패션 감각을 집중 분석했다.

취재 이시종 기자 | 사진 서울신문

7월 3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1박 2일 일정으로 국빈 방한했다. 시 주석과 펑 여사가 동반 방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펑 여사는 빼어난 미모의 중국 '국민 가수' 출신으로 남편 시진핑 주석보다 먼저 유명세를 타며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펑리위안 신드롬'을 부를 정도로 역대 중국 국가주석 부인들과는 다른 활발한 퍼스트레이디로서 다양한 대외활동을 펼치고 있다. 펑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의 타블로이드 매체는 주말판을 평 여사의 사진으로 도배하고 있고, 펑 여사의 뉴스가 보도되면 연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소프트 파워 아이콘

펑리위안 여사는 시진핑 주석 집권 직전까지도 '그림자 내조'를 펼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개국원수인 마오쩌둥(毛澤東)의 부인 장칭(江靑)이 권력 야욕에 휩싸여 문화대혁명 4인방으로 몰락한 전례를 경계해 이후 중국 퍼스트레이디들은 대중 앞에 좀처럼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펑 여사는 미모의 연예인 출신으로 권력 타이틀까지 쥐었다는 점에서 장칭과 공통점이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장칭이 여배우로 출발해 문화대혁명 때 문혁소조 부조장 등 요직을 거쳤다면 펑리위안은 인민해방군 가무단 소속 민족성악 가수 출신으로 인민해방군 소속 현역 소장(한국의 준장) 직함을 가지고 있다. 모두 산둥성 출신이다.
하지만 스타일과 행보는 극과 극이다. 펑 여사는 세련된 매너와 화려한 패션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물론 소프트 외교를 선보이며 중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6월 트리니다드토바고 방문 시 환영 공연을 관람하던 중 자신의 히트곡이 나오자 단상으로 올라가 함께 공연을 하며 현지인들을 매혹시켰다. 지난 3월 독일에선 현지 고등학교를 찾아 중국어 교습법을 소개하고 '중국의 꿈'에 대해 설명해 중국의 이미지를 더욱 긍정적으로 심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같은 달 미국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 여사 방중 때는 숨겨둔 서예 솜씨를 선보이며 중국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AP는 "장쩌민 전 주석의 부인 왕예핑이나 후진타오의 부인 류융칭은 국민에게 이름조차 기억되지 않는 존재들이었다"고 전하며 "반면 펑리위안은 세계에 내놓을 만한 퍼스트레이디로 미셸 오바마와 케이트 미들턴(영국 왕세손비)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 AP는 펑 여사의 내조가 중국 새 지도부의 인기를 높이고, 중국의 '거친' 국외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중국정부는 경제력에 비해 투박한 국제적 이미지를 개선하려 했다. 중국을 비롯해 국외에서 매력을 인정받고 뛰어난 패션 감각을 지닌 펑 여사는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절하다는 평가다.
이번 방한 기간에도 시진핑 주석과는 별도로 문화유적 방문, 전통문화 체험, 문화공연 관람 등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특유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번 방문에서 한국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배려심을 보였고, <별에서 온 그대> 등 한류 문화를 언급함으로써 친근감을 더했다.
창덕궁 방문 시에는 창덕궁을 둘러보면서 "이곳에서도 한국 드라마 <대장금>을 촬영했는지"를 물으며 "마치 대장금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 창덕궁 후원(비원)에서는 "자연과 건축물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 굉장히 아름답다(非常美麗)"고 평가하였으며, 영예수행자인 조윤선 정무수석이 조선시대 과거 시험장으로 사용되었던 '영화당' 건물에 대해 소개하면서 등용문의 고사를 설명하자 펑리위안 여사는 본인도 동 고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한-중간 동일한 문화적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친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세계 베스트에 선정된 남다른 패션 감각

 
펑 여사는 시진핑 주석과 동반해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의상을 통해 상대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펑리위안 여사의 패션 감각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세련된 정장부터 중국 고유의 민속풍 의상까지 그이가 입는 옷은 물론 핸드백이나 휴대전화까지 중국에선 바로 '완판'으로 직결되는 유행 아이템이 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펑 여사는 지난해 미국의 연예잡지 배너티 페어가 뽑은 세계 베스트 드레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러시아 방문 시 입은 올블랙 룩에 옥색 스카프로 포인트를 더한 스타일링은 미국 CNN이 "중국에도 마침내 세계에 내놓을 만한 우아한 퍼스트레이디가 등장했다"라고 보도하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스카프의 색상은 시 주석의 하늘색 넥타이와 맞춘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특히 이번에 한국에서 보여준 펑 여사의 옷차림엔 중국이 한국에 전달하고자 하는 정치·외교적 메시지가 잘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7월 3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펑 여사는 우아했다. 부드러운 상아색의 재킷은 둥근 보자기 모양으로, 절개선이 딱딱 떨어지는 서양의 재킷과는 다른 동양의 미를 나타냈다. 그 안에는 녹색 먹물이 자연스럽게 번진 듯한 얇은 블라우스를 입었다. 여성적 매력을 풍기면서도 나무나 풀을 연상시키는 색채가 차분한 느낌을 줬다.
패션 전문가들은 펑 여사가 사군자인 매란국죽 가운데 난(蘭)을 상징하는 녹색 차림으로 입국하면서 한국에 대한 중국의 진정성을 표현했다고 분석했다. 여름을 상징하는 난은 절개와 지조를 의미한다. 치마와 구두, 핸드백은 검은색 계열로 맞추고 액세서리도 단순한 진주 귀고리를 선택해 퍼스트레이디의 기품과 방문국에 대한 예의를 동시에 나타냈다. 한 패션 전문가는 "펑 여사는 외모 자체가 매우 화려하기 때문에 반짝이는 보석을 걸치거나 화려한 장식을 한 옷을 입었다면 과한 느낌이었을 것"이라며 "한 단계 누그러뜨린 패션으로 한국을 찾는 진심된 마음을 내보이고 본인의 기품도 높였다"고 말했다.
또 펑 여사는 방한 중 유난히 흰색 옷을 즐겨 입었다. 백의민족으로 불린 한국의 문화를 존중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그중 백미는 7월 3일 청와대 조윤선 정무수석과 창덕궁 경내를 돌 때 입은 순백색의 긴 재킷이었다. 목깃이 살짝 올라와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를 연상시킨 디자인이었지만 많은 사람은 "한복을 입은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하얀 옷 위로는 짙은 녹색의 커다란 모란꽃 모양 브로치를 달아 눈길을 끌었다. 모란은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꽃으로 부귀와 영화를 상징한다. 또 다른 전문가는 "시각적으로 편안한 녹색의 브로치를 선택한 것은 평화롭고 우호적인 양국 관계에 대한 희망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펑 여사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일관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펑 여사는 앞부분은 올리고 뒤는 늘어뜨린 머리 스타일, 진주 목걸이와 귀고리, 깃이 세워진 옷을 즐겨 입는다. 펑 여사의 패션은 동서양 문화를 적절히 조화시킨 게 많은데 이는 과거와 현재, 보수와 혁신의 조화를 통해 중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새로운 여성상을 만들어 가려는 뜻이 패션에 숨어 있는 코드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진핑과 펑리위안의 러브스토리

이번 한국 방문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펑 여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진핑 주석과의 러브스토리도 관심을 끌고 있다. 중화권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1986년이다. 당시 샤먼시 부시장이었던 시진핑보다 펑리위안의 인지도가 더욱 높았다.
두 사람은 친구의 소개로 만나게 됐고, 당시 시진핑은 33세, 펑리위안은 24세였다. 시진핑 은 한차례 이혼 경력이 있었고, 펑리위안은 미혼이었다. 펑리위안은 시진핑을 소개받던 날 일부러 군복을 입고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상대가 외모만 보는 사람인지 시험하기 위해서였다고. 그러나 시진핑 역시 소박한 차림이었고, 소탈하고 생각이 깊은 그에게 펑리위안은 빠져들었다. 시진핑은 첫 데이트 때 펑리위안에게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 히트곡이 무엇이냐고 묻는 대신 "성악 창법은 몇 가지로 구분되느냐"고 물어 펑리위안은 그의 순수한 면모에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한편 시진핑은 훗날 "만난 지 40분 만에 내 아내가 될 사람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운명적인 만남이었지만 펑리위안 집에서는 그와의 결혼을 반대했다. 재혼이라는 것과 시진핑이 부총리를 지낸 시중쉰의 아들로 소위 태자당(고관 친인척)이었기에 좋은 집안에 딸을 시집보내 오히려 딸이 고생하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1987년 결혼에 골인했고, 결혼 5년 만에 외동딸 시밍쩌를 낳았다. 외동딸 시밍쩌 역시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시밍쩌는 현재 미국 명문 하버드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 직후 두 사람은 떨어져 지내기가 일쑤였다고 한다. 당시 시진핑은 푸젠성에 있었고, 펑리위안은 베이징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펑리위안은 시진핑이 베이징 정계에 잊히지 않도록 물밑에서 교제를 주선했다. '내조의 여왕'을 자처한 셈이다. 특히 펑리위안은 찡칭홍의 동생인 찡칭화와 중국 공산당 최고급 인문 서클에서 친하게 지내며 시진핑과 찡칭홍이 인연을 맺는 데 직간접적으로 도왔다. 찡칭화는 중국 예술문화계의 대부로 통한다. 또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장쩌민과 시진핑의 연결 고리도 펑리위안을 통해 이뤄진 것이란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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