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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산에 가고 싶다-설악산 흘림골
그산에 가고 싶다-설악산 흘림골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8.22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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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선경(仙境), 그림 속으로 걸어가다

▲ 칠형제봉
설악산(1,708m)은 남한 땅에서 한라산, 지리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주봉인 대청봉을 비롯해 한계령, 마등령 등 300여 개의 높은 산봉우리가 웅장하게 펼쳐져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 대한민국 대표 명산이다. 설악산의 많은 명소 가운데 최근 발길이 잦아지기 시작한 흘림골은 웅장한 설악이 품고 있는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다. 흘림골에서 오색약수터가 있는 주전골까지 기암괴석과 폭포가 어우러진 선경은 마치 절세가경의 설악산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그 아름다운 품에 안기면 누구라도 입가에 절로 미소를 머금고 만다.

글·사진 유인근(스포츠서울 기자)

▲ 칠형제봉. 힘들어 뒤를 돌아보면 잠시 쉬어 가라면 다정한 모습으로 인사한다
누가 뭐래도 설악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산이다. 온갖 기암괴석과 그 사이로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 신비로운 능선과 산봉우리들…. 국내 국립공원 가운데 최고의 절경을 자랑한다. 백두대간이 남으로 내려오다 금강산을 빚어 올린 뒤 그래도 아쉬워 백여 리쯤 더 뻗어 오다가 만들어놓은 것이 설악산이라 하지 않던가. 설악을 둘러본 고려의 문신 안축은 절경에 반해 ‘금강산은 수려하나 웅장하지 못하고, 지리산은 웅장하나 수려하지 못하지만 설악산은 수려하고 웅장하다(金剛秀而不雄 智異雄而不秀 雪嶽秀而雄)’는 시 한 수를 남겼다.

설악이 으뜸인 이유

▲ 등선대 정상
▲ 등선대 정상에 서면 설악산 종주 코스인 서북능선의 줄기와 함께 대청봉, 귀때기청봉, 점봉산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설악은 그 명성만큼이나 비경도 많아 공식 등산코스만도 16개에 이른다. 이중 설악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종주코스를 다녀오는 것이다.
종주코스도 여러 개가 있다. 그중 한계령에서 서북능선을 타고 대청봉을 거쳐 공룡능선 마등령, 비선대, 소공원 코스(23km)로 내려오는 것을 최고로 꼽는다.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로움까지 더해져 설악산 찾는 모든 등산객들의 로망으로 꼽히는 코스다. 이 코스는 내설악과 외설악의 자태를 한눈에 굽어보는 것은 물론이요, 능선에서 내려다보는 계곡의 수려함과 계곡에서 올려다보는 능선의 웅장함이 어우러진 장관을 만나게 해준다.
그러나 종주 코스를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중청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묵는 1박2일 또는 2박3일 코스가 무난하다. 종주코스의 백미는 공룡능선이다. 불쑥불쑥 솟아오른 암벽이 공룡의 등처럼 생겨서 이름 붙여진 공룡능선은 미국의 뉴스 전문 채널 CNN의 관광여행정보 사이트 ‘CNN Go’(www.cnngo.com)에서 ‘한국에서 가 봐야 할 아름다운 50선’ 중에서 8위로 뽑혔을 정도다.

한계령이 품은 또 하나의 작은 설악

▲ 등선대에서 바라본 한계령
▲ 계곡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웅장한 능선과 기암괴석이 장쾌하다
설악산 종주는 산을 좋아하는 모두의 로망이기는 하지만 코스가 길고 난이도도 만만치 않다. 산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 된다.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설악의 멋과 풍광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설악이 품은 또 하나의 작은 설악 ‘흘림골’을 추천한다.
설악산국립공원 관리자들이 공식 추천하는 탐방 코스이기도 하며 서두르면 서울에서 당일로 다녀올 수 있어 최근 들어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흘림골에서 주전골을 거쳐서 오색약수 쪽으로 내려오는 총 6.2㎞로 길지 않지만 산세가 제법 험해 만만하게 보다가는 혼쭐이 날 수 있다. 하지만 깊은 숲과 기암괴석, 여기에 코스 내내 이어지는 크고 작은 폭포는 설악의 정수를 옮겨다 놓은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흘림골은 산이 크고 계곡이 깊어 안개가 끊이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안개 속에 숨어 있던 흘림골이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85년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됐다 무려 20년 만인 2004년 가을에 문이 열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2006년 기록적인 폭우로 산은 만신창이가 됐다. 오랜 복구공사를 마치고 개방된 것이 2008년. 복구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그때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가 계곡 곳곳에 남아 있어 흘림골을 찾는 이들의 가슴을 안타깝게 한다.
흘림골 입구는 한계령 아래에 있다. 한계령휴게소에서 양양 방향으로 2㎞쯤 내려오면 국도 오른쪽으로 탐방지원센터가 나온다. 계단으로 시작되는 탐방로에 들어서면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등선대까지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등선대로 오르는 중간 첫 번째 명소인 여심폭포를 만난다. 여자의 깊은 곳이라는 의미의 여심폭포는 예전에는 신혼부부가 반드시 들러야 하는 명소로 꼽히기도 했다. 이 폭포의 물을 받아먹어야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폭포의 절묘한 풍광에 잠시 웃음, 그 옆으로는 칠형제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칠형제봉은 등선대에 오르는 내내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길동무가 되어준다. 힘든 고갯길에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면 다정한 모습으로 손짓하는 칠형제의 미소에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여심폭포 위로는 진짜 가파르다. 더는 못 가겠다고 큰 숨을 몰아쉬는 일명 깔딱고개를 올라서야 한다. 등선대는 신선이 하늘로 올랐다는 전설이 있는 의자모양의 바위봉우리로 정상에 올라서면 서북능선의 줄기와 함께 대청봉, 귀때기청봉, 점봉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멀리 동해바다도 눈에 들어온다.

그림 속으로 걸어가는 사람들

▲ 열두 폭 병풍처럼 흘러내리는 십이폭포
▲ 등선폭포
▲ 길게 이어지는 폭포의 행렬에 지루할 틈이 없다






















▲ 주전골 용소폭포

등선대를 넘어서면 이후부터 힘든 코스가 거의 없다. 이제부터는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계곡 사이로 난 내리막길을 천천히 걸어가면 된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길이 이곳저곳에 작은 폭포를 만들어 놓아 지루할 틈이 없다. 마주치는 폭포에 여기저기에서 “아” 하는 탄성이 쏟아져 나오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손놀림도 바빠진다.
등선대 아래 등선폭포는 까마득한 절벽 위에서 하얀 물줄기가 시원하게 떨어지는 모습이 경쾌하다. 폭포 아래에는 작은 소도 있어 지친 발걸음을 쉬어가는 쉼터가 되어주기도 한다. 바위에 걸터앉으니 자그만 다람쥐 한 마리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다람쥐들은 그동안 사람들 손이 많이 탄 듯하다. 자연스럽게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이 신기하다.
등선폭포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십이폭포가 길게 이어지고, 그 아래로 용소폭포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 십이폭포와 용소폭포에서 내려온 물이 만나는 곳에서 흘림골이 끝나고 주전골이 시작되는 구간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흘림골이 외설악의 웅장함을 연상케 한다면 이제부터 시작되는 주전골은 내설악의 포근함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주전(鑄錢)이란 이름은 용소폭포 입구에 있는 시루떡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제부터 길은 물길을 따라 평탄하게 이어진다. 수해 복구 이후 데크를 놓아 걷기가 한결 편해졌다.
▲ 그림 같은 풍경 속으로 걸어가는 사람들
▲ 성국사 탑
▲ 오색약수터
계곡 아래로 내려와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그야말로 선경이 따로 없다. 반대쪽 오색마을에서 이제 막 계곡으로 접어드는 사람들이 마치 그림 속으로 걸어가는 신선들처럼 보인다.
발길을 돌려 따라가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아야 했다. 4시간의 흘림골 산행은 계곡 아래 오색약수터에서 마무리하면 된다. 철분이 섞여 톡 쏘는 맛이 나는 오색약수 한 모금으로 산행으로 쌓인 피로를 털어내면 좋다.

<찾아가기>
*흘림골 탐방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편하다.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흘림골 입구를 경유하는 버스가 있다.
*승용차를 가져갔다면 양평-한계령을 거쳐 오색지구에 차를 세워둔 뒤 흘림골 입구까지 택시나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흘림골 입구에 차를 세워놨다면 오색에 하산한 뒤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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