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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옆 동네 한바퀴
경복궁 옆 동네 한바퀴
  • 전미희
  • 승인 2014.08.23 2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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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의 발자취를 따라서...

경복궁에서 서쪽 길을 따라 골목골목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 보면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엉킨 모습에 시간을 잃을지도 모른다. 낯선 동네에서 발견한 익숙한 풍경에 향수를 느끼고, 옛 문학과 예술의 숨결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실감하는 곳. 다함께 돌아보자, 동네 한 바퀴.

진행 전미희 기자 | 사진 류병문 실장 | 취재협조 종로문화재단, (재)아름지기, 옥인상영관, 류가헌

첫 번째 코스-이상의 집

▲ 이상의 집이 정식으로 문을 열기 전 간담회 장면. 사진제공 (재)아름지기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와 쭉 걷다 보면 삼계탕 냄새가 풍기는 골목을 지나 두 갈래 길을 마주하게 된다. 시인 이상이 세 살부터 스물세 살까지 살았던 곳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왼쪽 길로 들어서야 한다. 통인동 154-10번지. 겨우 스물일곱 해 남짓 생을 살았던 그가 자신의 인생 대부분을 보낸 곳이 바로 여기 ‘이상의 집’이다. 실제 이상의 집은 사라지고 없지만, 그곳에 남아 있던 가옥을 개조하여 이상의 집으로 재건하였다.
▲ 이상의 집은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하고 소통할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이다. 벽에 걸린 책꽂이에는 이상과 관련한 여러 서적이 구비되어 있다
▲ 철문을 밀고 들어서면 전망대로 향한다. 길은 어둡지만 전망대에서 쏟아지는 빛만은 눈부시다. 이상은 저 빛을 바라보며 날갯짓을 했을는지 모른다
2009년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이상의 집터를 첫 보전재산으로 매입하였고, 이상의 집은 서울시의 2013년 미래유산 보전사업 민간단체 공모사업 대상지 중 한곳으로 선정되었다. 미래유산 보전사업은 서울시가 근·현대 서울의 유형, 무형 유산을 미래 세대에게도 온전히 전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자발적인 보전 의식을 확산시키는 활동이다. 현재는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이곳을 관리 및 운영하고 있다.
이상의 집은 시인 이상의 예술혼이 살아 숨 쉬던 공간에서 그가 보던 풍경을 함께 바라보며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곳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하여 이상에 대한 기억을 돌이켜보고 문학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무료 개방하고 있으며 이상의 집 내에서 그와 관련된 서적도 열람할 수 있다.

이상의 방

▲ 이상의 집 간판
▲ 전망대에서 바라다 본 이상의 집 전경. 이상이 바라봤을 풍경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상의 집’ 안에 삽입된, 이상에게 헌정된 공간이다. 내/외부에서의 경험이 대조적으로 설정된 ‘이상의 방’은 ‘이상다움’이 내재하는, 작지만 끝없이 열려 있는 방이다. 묵직한 철문을 밀고 진입하면 이상이 살았던 쪽방과도 같이 좁고 어두운 내부를 만나게 되고, 이 어두운 방으로 들어오는 한줄기 빛을 따라 좁은 계단을 오르면, 이 방은 마당과 지붕 너머로 다시 서촌과 인왕산의 풍경을 향해 열리게 된다.
- 2014년 2월 건축가 이지은

<운영 정보>
위치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7길 18(통인동 154-10)
개방시간 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1시 /오후 2시~6시
정기휴무 매주 일·월요일/설·추석 연휴 휴무
문의 070-8837-8374, www.isang.or.kr

두 번째 코스 - 사진 위주 갤러리 류가헌

▲ 사진 위주 갤러리 류가헌
▲ 류가헌은 한옥 두 채를 이어 만든 공간이다. 원래는 사진가의 작업실로 쓰여질 예정이었지만, 하나, 둘 작품을 걸고 소소한 전시를 하다 보니 지금의 류가헌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문학의 향기에 젖은 채로 다시 길을 돌아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자. 표지판이 알려주는 대로 구불구불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현대식 건물 사이로 듬성듬성 한옥 서까래가 보인다. 과거와 현재가 머무는 길 끝에 사진 위주 갤러리 <류가헌(流歌軒)>이 있다.
류가헌은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에서도 알 수 있는 사진 전시관임을 강조한다. 이는 ‘사진을 으뜸으로 삼는다’라는 뜻을 앞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사진에 관한 하나의 다큐멘터리가 되는 것이 류가헌이 갖는 목적이다.
갤러리는 총 두 채의 한옥으로 이뤄져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전시 공간이 보인다. 이곳에서는 유명 작가의 작품은 물론 이제 막 세계에 발을 담근 신진 작가의 작품 또한 만나볼 수 있다. 한옥의 따뜻한 기운이 벽에 걸린 작품 하나하나를 보듬어주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사진에 더욱 애정을 갖게 한다. 사진에 관심 있는 이들은 물론, 무심코 발길이 닿은 일반인들도 사진과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곳이다.

▲ 촬영 당시 전시관에는 민연식 초대전 <무위목향>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 번의 붓놀림으로 그려진 수묵화와 한옥이 하나가 된 듯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사진책 도서관. 사진과 관련한 책들로 서가가 빽빽하다. 연간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당일 이용권도 준비되어 있다
맞은편 한옥에서는 8*10 사이즈의 사진 전시작을 감상하거나 구매할 수 있고, 차를 마실 수 있는 <8*10 갤러리카페>가 있다. 카페를 지나 신발을 벗고 안채로 들어서면 사진의 세계를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사진책 도서관과 사진가의 서재가 나온다.
사진책 도서관은 우리나라 사진가의 사진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다. 한국 사진가들의 사진집 400여 권을 포함하여 눈빛, 열화당, 사진예술 등에서 발행된 사진책과 관련 서적 약 1천여 권을 열람할 수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며, 두 달에 한번 꼴로 행사가 열릴 때마다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 사진가의 서재. 그 달의 사진가로 선정된 작가가 평소 읽고 영향을 받은 책을 전시해 두었다. 이곳은 8월 10일까지 사진가 임종진의 서재로 꾸며진다
사진가의 서재는 두 달마다 사진가를 선정하여 작가에게 영향을 주었던 책을 위주로 꾸려놓은 곳이다. 사진과 인문학의 만남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운영 정보
위치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7길 10-3
관람시간 화~일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30분
정기휴관 매주 월요일
문의 02-720-2010, www.ryugaheon.com

조금 더 걸어가면…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

 
이미 지역의 명소가 되어버린 박노수미술관은 박노수 화백이 40여 년간 실제로 거주하던 집으로, 그가 타계한 2011년 이후 종로구에 기증되어 미술관으로 재탄생하였다. 1937년경 건축가 박길룡에 의해 지어졌으며, 한국과 서양의 건축 양식이 절충된 가옥이다. 건물은 총 2층으로 이뤄져 있고 내부에는 박노수 화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의 손길이 닿았던 정원과 뒤뜰도 잊지 말고 들러야 할 필수 코스.
위치 서울시 종로구 옥인1길 34
문의 02-2148-4171

세 번째 코스 - 옥인상영관
 

▲ 주말이면 ‘상영 중’ 간판에 불이 켜진다. 7월부터 매주 주말 <옥인오겠지-단편영화셋트>가 상영될 예정이다

▲ 이곳이 영화관이란 것을 알려주는 팻말. 불어 떼아뜨레는 극장이라는 뜻을 지녔다
갤러리에서 나와 인왕산 자락으로 쭉 걸어가면 지역의 명물 통인시장과 여러 레스토랑 및 카페를 만날 수 있다. 그곳을 지나 옥인동 한 귀퉁이에 자리 잡은 작은 영화관에 들러 보자. 겉으로 보기에는 영화관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반 가정집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대문 벽에 걸린 작은 팻말을 보고서야 이곳이 떼아뜨레(Theatre), 즉 극장임을 알 수 있다.
골목에 위치한 옥인상영관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공간으로 누군가에게는 아지트와도 같은 곳이다. 실제로 상영관의 다섯 운영자들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서로 뜻을 합쳐 독립 영화나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대안 공간인 옥인상영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들에겐 이곳이 아지트인 셈이다.
2013년 개관한 이래 여러 종류의 비주류 영상을 상영하고 있으며, 상영관이 없어 빛을 보지 못한 영화나 독립 영화 이외에도 여러 예술적 형식의 작업을 전시하는 등 예술 활동의 지속적인 소통을 위한 비영리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는 주말만 개관하고 있으니 평일에 방문하여 허탕을 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운영 정보
위치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77-5
개관시간 주말(토·일) 정오~오후 8시
입장료 5천원(음료 포함)
문의 www.okintheatre.com

네 번째 코스 - 윤동주 문학관과 시인의 언덕

▲ 윤동주문학관 외관. 청운아파트 철거 이후 버려져 있던 수도가압장과 물탱크가 2012년 건축가 이소진에 의해 개조되었다
골목 어귀를 벗어나 제법 먼 곳까지 가 보자. 버스를 타고 경복 고등학교와 경기상고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면 왼편으로 옥인동과 효자동, 통의동 일대의 전경과 함께 윤동주 문학관이 보인다. 서울이 내려다보이는 청운동 비탈길에서 윤동주 시인의 옛 시절과 마주칠 수 있다.
윤동주 문학관이 자리 잡은 이곳은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 자주 오르내리던 길이었다고 한다. 종로구 누상동에 있는 소설가 김송(金松, 1909-1988)의 집에서 하숙생활을 하며 이따금 여기 인왕산 자락까지 올라오곤 했다.
하늘과 가까운 이곳에서 윤동주는 자신의 시와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았다. <별 헤는 밤>, <서시>, <자화상> 등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 꼽히는 그의 대표작들이 이 시기에 쓰였다.

▲ 위에서 바라다 본 윤동주 문학관. 우물 안을 내려다 보듯 바깥에서 제2전시실을 들여다 볼 수 있다
▲ 윤동주가 바라보던 별을 볼 수 있는 카페 별뜨락. 녹음 사이에서 휴식을 취하면 저절로 문학적 감수성에 빠지게 된다
▲ 제1전시실은 윤동주 시인의 생애와 그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시인의 일생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사진자료로 배열해 놓았고, 친필원고 영인본이 전시되어 있다.

▲ 제2전시실, 열린 우물.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의 모티브를 차용하여 만들었다. 원래는 용도 폐기된 물탱크로, 그 윗부분을 개방하여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도록 하였다

▲ 시인이 생을 마감한 감옥을 떠올리게 한다. 결코 쉽게 쓰여지지 않았던 윤동주 시인의 삶을 기억하며 그의 일생과 시세계가 담긴 영상물을 감상하는 곳이다
이곳은 원래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가 있던 자리로, 버려진 공간을 개조하여 문학관을 만들었다. 총 세 개의 전시실이 있으며, 제1 전시실은 시인의 일생과 자료가 전시되어 있고 2·3 전시실은 용도 폐기된 물탱크를 개조한 공간이다. 전시관 위층에는 별뜨락이라는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서울 풍경을 조망하며 휴식을 취하거나 차를 마실 수 있다.
▲ 시인의 언덕에서 바라본 서울. 비석에는 윤동주의 시 <서시>가 새겨져 있다. 그의 고뇌와 다짐이 느껴지는 시로, 윤동주가 가진 서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문학관 뒤쪽으로 올라가면 시인의 언덕이 나온다. 시원하게 트인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북한산과 인왕산이 양 옆으로 펼쳐지는 절경의 산책길이다. 언덕을 오르다 보면 순간순간 시인이 느꼈을 문학적 감정과 마주한다. 하늘과 바람과 별이 온몸과 마음을 감싸는 듯하다.

운영 정보
위치 서울시 종로구 창의문로 119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정기휴관 매주 월요일/1월 1일, 설날·추석 연휴
문의 02-2148-4175

조금 더 걸어가면… 전통문화 공간 무계원

 
윤동주문학관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도심 속 전통문화 공간 무계원을 만날 수 있다. 전통과 문화를 통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무계원의 건물은 조선 말기 서화가 이병직의 집이었던 오진암의 건물 자재를 사용하여 만들었다.
위치 서울시 종로구 창의문로 5가길 2
문의 02-379-7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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