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예술의 발자취를 따라서...
경복궁에서 서쪽 길을 따라 골목골목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 보면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엉킨 모습에 시간을 잃을지도 모른다. 낯선 동네에서 발견한 익숙한 풍경에 향수를 느끼고, 옛 문학과 예술의 숨결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실감하는 곳. 다함께 돌아보자, 동네 한 바퀴.
진행 전미희 기자 | 사진 류병문 실장 | 취재협조 종로문화재단, (재)아름지기, 옥인상영관, 류가헌
첫 번째 코스-이상의 집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와 쭉 걷다 보면 삼계탕 냄새가 풍기는 골목을 지나 두 갈래 길을 마주하게 된다. 시인 이상이 세 살부터 스물세 살까지 살았던 곳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왼쪽 길로 들어서야 한다. 통인동 154-10번지. 겨우 스물일곱 해 남짓 생을 살았던 그가 자신의 인생 대부분을 보낸 곳이 바로 여기 ‘이상의 집’이다. 실제 이상의 집은 사라지고 없지만, 그곳에 남아 있던 가옥을 개조하여 이상의 집으로 재건하였다.2009년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이상의 집터를 첫 보전재산으로 매입하였고, 이상의 집은 서울시의 2013년 미래유산 보전사업 민간단체 공모사업 대상지 중 한곳으로 선정되었다. 미래유산 보전사업은 서울시가 근·현대 서울의 유형, 무형 유산을 미래 세대에게도 온전히 전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자발적인 보전 의식을 확산시키는 활동이다. 현재는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이곳을 관리 및 운영하고 있다.
이상의 집은 시인 이상의 예술혼이 살아 숨 쉬던 공간에서 그가 보던 풍경을 함께 바라보며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곳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하여 이상에 대한 기억을 돌이켜보고 문학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무료 개방하고 있으며 이상의 집 내에서 그와 관련된 서적도 열람할 수 있다.
이상의 방
- 2014년 2월 건축가 이지은
<운영 정보>
위치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7길 18(통인동 154-10)
개방시간 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1시 /오후 2시~6시
정기휴무 매주 일·월요일/설·추석 연휴 휴무
문의 070-8837-8374, www.isang.or.kr
두 번째 코스 - 사진 위주 갤러리 류가헌
류가헌은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에서도 알 수 있는 사진 전시관임을 강조한다. 이는 ‘사진을 으뜸으로 삼는다’라는 뜻을 앞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사진에 관한 하나의 다큐멘터리가 되는 것이 류가헌이 갖는 목적이다.
갤러리는 총 두 채의 한옥으로 이뤄져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전시 공간이 보인다. 이곳에서는 유명 작가의 작품은 물론 이제 막 세계에 발을 담근 신진 작가의 작품 또한 만나볼 수 있다. 한옥의 따뜻한 기운이 벽에 걸린 작품 하나하나를 보듬어주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사진에 더욱 애정을 갖게 한다. 사진에 관심 있는 이들은 물론, 무심코 발길이 닿은 일반인들도 사진과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곳이다.맞은편 한옥에서는 8*10 사이즈의 사진 전시작을 감상하거나 구매할 수 있고, 차를 마실 수 있는 <8*10 갤러리카페>가 있다. 카페를 지나 신발을 벗고 안채로 들어서면 사진의 세계를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사진책 도서관과 사진가의 서재가 나온다.
사진책 도서관은 우리나라 사진가의 사진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다. 한국 사진가들의 사진집 400여 권을 포함하여 눈빛, 열화당, 사진예술 등에서 발행된 사진책과 관련 서적 약 1천여 권을 열람할 수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며, 두 달에 한번 꼴로 행사가 열릴 때마다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사진가의 서재는 두 달마다 사진가를 선정하여 작가에게 영향을 주었던 책을 위주로 꾸려놓은 곳이다. 사진과 인문학의 만남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운영 정보
위치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7길 10-3
관람시간 화~일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30분
정기휴관 매주 월요일
문의 02-720-2010, www.ryugaheon.com
조금 더 걸어가면…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
위치 서울시 종로구 옥인1길 34
문의 02-2148-4171
세 번째 코스 - 옥인상영관
골목에 위치한 옥인상영관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공간으로 누군가에게는 아지트와도 같은 곳이다. 실제로 상영관의 다섯 운영자들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서로 뜻을 합쳐 독립 영화나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대안 공간인 옥인상영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들에겐 이곳이 아지트인 셈이다.
2013년 개관한 이래 여러 종류의 비주류 영상을 상영하고 있으며, 상영관이 없어 빛을 보지 못한 영화나 독립 영화 이외에도 여러 예술적 형식의 작업을 전시하는 등 예술 활동의 지속적인 소통을 위한 비영리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는 주말만 개관하고 있으니 평일에 방문하여 허탕을 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운영 정보
위치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77-5
개관시간 주말(토·일) 정오~오후 8시
입장료 5천원(음료 포함)
문의 www.okintheatre.com
네 번째 코스 - 윤동주 문학관과 시인의 언덕
윤동주 문학관이 자리 잡은 이곳은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 자주 오르내리던 길이었다고 한다. 종로구 누상동에 있는 소설가 김송(金松, 1909-1988)의 집에서 하숙생활을 하며 이따금 여기 인왕산 자락까지 올라오곤 했다.
하늘과 가까운 이곳에서 윤동주는 자신의 시와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았다. <별 헤는 밤>, <서시>, <자화상> 등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 꼽히는 그의 대표작들이 이 시기에 쓰였다.이곳은 원래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가 있던 자리로, 버려진 공간을 개조하여 문학관을 만들었다. 총 세 개의 전시실이 있으며, 제1 전시실은 시인의 일생과 자료가 전시되어 있고 2·3 전시실은 용도 폐기된 물탱크를 개조한 공간이다. 전시관 위층에는 별뜨락이라는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서울 풍경을 조망하며 휴식을 취하거나 차를 마실 수 있다.
문학관 뒤쪽으로 올라가면 시인의 언덕이 나온다. 시원하게 트인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북한산과 인왕산이 양 옆으로 펼쳐지는 절경의 산책길이다. 언덕을 오르다 보면 순간순간 시인이 느꼈을 문학적 감정과 마주한다. 하늘과 바람과 별이 온몸과 마음을 감싸는 듯하다.
운영 정보
위치 서울시 종로구 창의문로 119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정기휴관 매주 월요일/1월 1일, 설날·추석 연휴
문의 02-2148-4175
조금 더 걸어가면… 전통문화 공간 무계원
위치 서울시 종로구 창의문로 5가길 2
문의 02-379-7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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