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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노들텃밭으로 오세요 - 에코11 백혜숙 대표
지금, 노들텃밭으로 오세요 - 에코11 백혜숙 대표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09.02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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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대교 아래 노들섬, 도시에서 보기 힘든 넓고 푸른 밭이 있다. ‘노들텃밭’이라는 나무 팻말이 보이는 이곳은 일반텃밭, 공동체텃밭, 토종논, 미나리꽝 등으로 이뤄진 서울시 제1호 도시농업공동체다. 이른 아침 노들텃밭에서 만난 ‘에코11’의 백혜숙 대표는 ‘텃밭에서의 종일 휴식’을 권했다. 텃밭에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것 이상의 열매들이 영글고 있었다.

취재 이윤지 기자 | 사진 맹석호

삭막한 서울 한복판, 시민들에게 농사지을 땅이 주어졌다. 서울시는 용산구 이촌동 13,000㎡의 농사 부지를 시민들에게 분양해 일반텃밭, 공동체텃밭, 토종논 등을 6무(無), 3대 원칙으로 운영하고 있다. ‘노들’은 백로가 노닐던 징검돌을 뜻하는 말. 다리가 들어서기 전에는 백로가 강을 건너고 머물며 노닐던 새의 땅이었으리라.
“노들섬 공원이었던 이곳이 텃밭이 되면서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녹화를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죠. 나무 심는 것이 도시 녹화, 텃밭을 일구는 것이 생활 녹화의 개념이에요. 시민들에게 생활 녹화의 차원으로 텃밭을 조성해서 직접 가꾸는 즐거움을 선사해 보고자 한 거죠.”
3년 전 이곳은 테니스장이었다. 흙을 깔고 퇴비를 넣어 나름의 구획을 하고 ‘텃밭’으로 운영한다는 공고를 내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일반 시민들을 위한 구역과 도시농업 관련 단체들을 위한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16,5㎡(약 5평)가량의 땅을 600명의 시민들이 개인 텃밭으로 가지고 있다. 일반 시민 경작자 대표들과 시민단체 대표들이 운영과 지원을 함께 맡고 있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텃밭

 
도심 한복판, 한강대교 아래 넓게 펼쳐진 이곳은 동화 속 어느 봄날을 연상케 한다. 진한 흙냄새와 폭신한 땅의 촉감을 느끼니 그저 종일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누워 있고 싶다.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매번 놀랍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여러 의미를 지닌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저 쉬러 오기에도 제격인 곳이죠.”
제대로 숙성되고 발효된 이곳의 퇴비는 향기로운 흙냄새로 한참을 취하게 한다. 처음에는 짙푸르게 우거진 밭의 전경 속 알록달록한 꽃들, 그 뒤로 펼쳐진 너른 하늘을 마주하며 오랜만에 보는 풍경에 잠시 걸음이 멈추지만 더 가까이 다가가 보면 옹기종기 모양도 색도 다른 텃밭의 모습에 한 번 더 놀란다. 호박과 오이, 아기 수박이 싱그럽게 숨을 쉬고 있다. 아이들이 조그만 손으로 직접 씨를 뿌리고 물을 줘 가며 농사지은 텃밭, 마음 맞는 사람들이 수확의 기쁨을 누렸을 제법 잘 자란 옥수수밭 등 작은 팻말로 구분해 놓은 텃밭들은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속삭인다. ‘텃밭 열풍’이라더니. 베란다나 옥상에 놓은 스티로폼 흙 상자와는 비교도 안 될 진짜 텃밭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바람과 흙이 있는 자연에 가까이 갈수록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욱 많이 나오죠. 가까이 있는 텃밭은 우리가 쉽게 찾을 수 있는 자연이에요.”

“요즘 휴가 트렌드가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기’, ‘영화관에서 죽치고 있기’ 등 거창한 계획보다 쉼에 집중하는 것으로 달라지고 있어요. 노들텃밭을 거닐거나 원두막에 누워 흙냄새를 맡는 것은 느긋한 하루 휴식을 선사해줄 겁니다.”

모두가 웃는 텃밭을 꿈꾸다

환경형 사회적 기업 에코11은 총 열 한 사람이 모여 각자의 미션을 가지고 11년간 하나씩 실현해 보자는 약속을 시작으로 만들어진 기업으로, 1학교 1텃밭, 1가정 1텃밭 운동을 벌이고 있다. 도시농업과 유아교육, 사회적 기업의 세 가지 요소가 융합된 사회적 가치를 함축하고 있다. ‘웃는 텃밭’은 에코11의 브랜드 중 하나.
“아이들이든 주부든 직장인이든 웃는 기회를 확대하자는 가치를 생각했어요. 텃밭이 웃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봤죠. 학교나 기업에 조성된 텃밭에서 직접 작물을 일구고 자연을 접하다 보면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도시농부 인구 70만 명, 백혜숙 대표는 텃밭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다양한 성격의 공동체, 학교 등에서 도시농업을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텃밭을 매개로 한 아이들 체험교육 프로그램이 이미 많은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고, 관련 직종도 하나둘 늘어가는 추세다. ‘도시농업지도사’라는 개념 안에는 퇴비 지도사, 종자 관리사, 연구 지도사 등 도시농업의 각 분야가 포함돼 있다. 
“삶에 활력이 되는 도시농업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웃는 텃밭’은 보다 많은 분들이 텃밭을 제대로 일궈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텃밭지도사’를 양성하고 있어요. 작물을 기르는 데 필요한 전반적인 지식을 전문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분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에요. 특히 청년들, 경력 단절 여성들을 비롯해 곧 쏟아져 나올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교육과정에 관심이 많죠.”
백 대표는 푸르게 자란 토종 벼 밭을 안내하며 가을에 보는 우리 토종 종자의 낱알들이 팥죽색부터 아이보리색까지, 꽃만큼 아름다운 빛깔을 자랑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같은 진귀한 풍경은 그야말로 ‘마음의 양식을 채우는’ 치유의 체험이다. 단순히 작물을 수확하고 먹어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 다시 웃음을 찾고 회복하는 체험이 텃밭에 있다는 것이다.
에코11은 2년 전 한국 마사회 내 가족공원에 제안한 마분을 이용한 환경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말똥을 퇴비로 만들어 흙에 넣어주고 그 기반으로 개량된 흙에서 작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형태이다. 자원 순환 영역에 있어 퇴비는 가장 기본이 되는 카테고리다. 현재 에코11은 콘텐츠 부문, 소프트웨어 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학교텃밭 프로그램,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 등을 다양하게 기획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가족공원에서 진행하는 유치원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그 일환이다.

‘텃밭의 결실’을 전하는 사람

 
백혜숙 대표의 오늘은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졸업한 백 대표는 아이를 어떻게 잘 양육할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또 다른 공부를 시작했다. ‘잘 키운다는 것’의 근본적인 의미를 알고 아이를 만나고 싶었다고 그이는 말했다.
“아이를 위해 유아교육을 전공하게 됐고 유치원을 운영하기도 했어요. 그때 정서적 문제를 가진 아이들, 자폐증을 앓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모님도 참 좋은 사람들인데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되짚어 보게 됐죠.”
백 대표는 도시의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문제 환경으로 인한 피해를 발견하게 됐다. 어릴 적 비가 내리면 신나게 비를 맞고 도랑을 만들어 놀고, 흙 속에서 뒹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던 옛날과 달리, 지금 아이들의 놀이터에는 흙 한 줌이 없다.
“자연을 복원해 흙을 만질 수 있게 하고 식물을 가꾸는 작업들을 행하게 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보다 동적인 활동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채소를 가꾸는 일이라고 생각했고요. 생활과 더 밀접하고 아이들 먹을거리와도 연관되는 부분이니까요.”
어른들과 아이들 모두에게 이곳은 ‘꼭 권해야 할 장소, 인도해야 할 일’이라고 백 대표는 말한다. 유기농으로 지은 좋은 먹을거리를 직접 경작하기 위한 것 이상으로 텃밭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가져다준다.
흙에서 뒹굴고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 자연이 도시 아이들에게 얼마나 절실한지 알게 된다. 넘어지면 다치기 쉬운 아스팔트와는 달리 폭신한 흙 위에선 뛰다가 넘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나고, 다시 뒹굴어도 괜찮다. 흙빛과 나뭇잎에 대한 기억이 사라진 지 오래인 도시인들에게도 새싹이 자라나는 텃밭은 둘러보고 만져 보는 것 자체로 ‘위로’가 된다. 사람만큼이나 지친 땅에 유익한 균을 자라게 하고 품기 좋은 씨를 심어 생태계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인 ‘텃밭 사업’의 수혜자는 따로 가리기 어렵다. 땅에게도, 직접 가꿔 먹는 우리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지는 시간인 것이다.
“한강 한복판의 노들텃밭을 보고 있노라면 ‘기적’을 기대하게 됩니다. 지난날 우리의 양적 성장을 한강의 기적이라 불렀다면, 이제는 분배가 이뤄지고 피폐해진 것들이 회복되도록 천천히 되돌아보고 앞을 다지고 나가는 문화가 절실한 때입니다. 생태계 순환이 실천되고 있는 노들텃밭에서 ‘제2의 한강의 기적’이 일어나기를 소망해 보는 거죠.”

땅과 더 가까워지는 ‘텃밭’으로 가자

최근에는 지자체에서 조성하는 텃밭들이 늘어나 관심을 조금만 가진다면 쉽게 ‘우리 동네 텃밭’을 찾을 수 있다. 송파구의 소리텃밭, 마포구 두레텃밭, 올가을 개장 예정인 은평구 갈현텃밭, 문래 옥상텃밭, 홍대 다리텃밭 등 대부분의 지자체 텃밭들은 아이와 엄마가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교육 연계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현장에서 큰 어려움 없이 텃밭 농사를 시작해 볼 수 있다.
노들텃밭의 땅을 분양받고 싶다면 서울시 홈페이지의 안내를 참고하면 된다. 공고가 게재되면 관련 신청서를 내려받아 운영 계획서와 목적, 기대하는 바 등을 써서 제출하면 공개 모집이 진행되고 텃밭을 분양받을 수 있다. 텃밭 운영 기간은 1년. 노들텃밭 지원센터에서 경작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관리를 돕는다. 도시농부 학교 교육, 로터리 작업, 구획 정리 등도 제공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텃밭 운영자들은 8월 말쯤 봄여름에 심었던 작물을 수확하고 가을 작물 심을 채비를 한다. 운영 3년간 쭉 높은 경쟁률을 자랑한 ‘작은 내 땅’ 노들텃밭. 향기로운 흙냄새와 마법처럼 내 손길로 자라나는 텃밭의 작물들이 궁금하다면 지금부터 천천히 계획해 보아도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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