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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베풀어준 신나는 체험, 강화도 자연체험농장
자연이 베풀어준 신나는 체험, 강화도 자연체험농장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9.03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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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군 장흥리에는 승마, 갯벌, 농사, 동물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직접 접할 수 있는 ‘친절한 말 아저씨’가 운영 중인 자연체험농장이 있다. 강화도 자연체험농장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자연체험 활동을 통해 농촌과 농민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건강한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취재 이시종 기자 | 사진 이용관

“자연체험농장,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그린투어리즘을 확산시킬 수 있는 좋은 롤모델 될 터”

서울에서 불과 한 시간가량 달려왔을 뿐인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생경하기만 하다. 강화도에 접어드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넓디넓은 갯벌이다. 강화도는 갯벌과 인간의 싸움을 통해 만들어진 섬이다. 얼핏 고구마처럼 뭉툭하나 고가도, 황산도, 송가도, 석모도, 매음도, 교동도 등 수많은 섬들이 포진하고 있는 곳이 강화도이다.
해안선이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다단하며 드넓은 갯벌이 그 섬 사이를 채웠다. 그런데 장기간의 간척으로 대부분이 연결되고 이제는 강화·교동·석모도 세 섬만 남았다. 갯벌은 물때에 따라서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만들어놓은 자연의 보고(寶庫)다. 갯벌을 수놓은 촘촘한 구멍 속에는 낙지도 있고 조개도 있다. 이곳 사람들은 물때에 맞춰 갯벌에 나가 일을 해야 한다. 그물을 던져야 하고, 그물에 걸린 것들을 거둬들여야 한다.
바다가 나가고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서 일을 나가고 돌아오는 주민들. 달의 시간, 자연의 시간에 맞춰 살아야만 한다. 갯벌은 그렇게 인간과 자연 그리고 시간이 어울려 살아가는 난장(亂場)이다.

자연이 베푼 것을 나누다

 
넓디넓은 갯벌에 듬성듬성 점처럼 보이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보였다. 이들은 몸을 구부리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다. 모든 것이 바쁘게만 돌아가는 도시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 신발을 벗어 던지고, 갯벌바닥에 발을 담갔다. 생전 처음 밟아본 갯벌의 촉감은 엄마의 젖가슴처럼 보드랍고 포근했다.
“강화도 갯벌은 세계 4대 갯벌에 꼽힐 만큼 넓고 보존이 잘 돼 있어요. 다른 갯벌에 비해 자갈도 없고, 유리조각도 없어서 아이들이 마음 놓고 뒹굴며 놀 수 있는 곳이죠.”
사람들이 모인 곳에 다다르니 강화도 자연체험농장 오한섭 대표가 웃으며 취재진에 인사를 건넸다. 아이들과 어울리느라 이곳저곳이 땀과 진흙으로 범벅이 됐지만, 그의 표정은 누구보다 밝았다. 그는 2003년부터 고향인 강화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하고 서울 생활을 하던 오 대표가 고향으로 내려온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쯤이다. 서울이란 대도시에서 누구보다 바쁘게 살던 그가 귀향을 결심한 것은 당시의 가정 상황 때문이었다. 당시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고, 고향에서 어머니 혼자 생활하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어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 귀향을 결심했던 것이다.
“어머니께서 혼자 외롭게 지내시는 것을 보니 마음이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 귀향했어요. 그때가 제 나이 스물아홉일 때죠. 어머니와 함께 농사일을 하면서 생활했죠. 그런데 큰 규모의 농사가 아니다 보니 생활비를 마련하기도 빠듯했어요. 그래서 일단은 생계를 위해서 다른 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말을 한 마리 들여와 관광지에서 말을 태워주는 일을 시작했죠. 그것이 체험농장을 시작하게 된 초석이 됐어요.”
이것이 오 대표가 방문객들로부터 ‘친절한 말 아저씨’라는 별명을 얻게 된 시초다. 오 대표는 생계를 위해 평일에는 학습지 교사일과 농사일을 하고, 주말에는 관광지에서 말을 태우는 일을 하며 몸이 부셔져라 일했다.
그러던 어느 주말이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관광지에서 관광객들에게 말을 태우고 있었는데, 문득 옛 기억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산으로 바다로 뛰어놀았던 기억하며, 대학시절에는 몇몇 아이들을 데리고 고향에서 캠핑을 했던 추억이 생각난 것이다. 당시에 아이들을 데리고 바다에서 낚시를 하며 매운탕도 끓여 먹고, 농사일도 함께한 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무척이나 즐거워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처럼 아이들과 이런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저는 어린 시절 산으로 바다로 뛰어다니며 놀았는데, 힘들고 지칠 때 자연에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도시 아이들이 각박한 도시에 살면서 이렇게 뛰어놀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제가 받았던 특별한 경험들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그때만 해도 체험농장이라는 개념이 많이 없을 때였죠. 하지만 강화도라는 지역적 특별함이 있고, 제가 자연에서 얻은 것이 많기에 아이들에게도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또 제 아이들도 이런 자연을 느끼면서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이 농장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놀거리, 먹을거리, 배울거리를 몸으로 익히다

오 대표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승마, 농경, 갯벌 등 다양한 자연체험활동을 통해 농업, 농촌과 농민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며 “아름답고 보람된 농심 함양과 건강한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재발견하고 아이들에게 먹을거리, 놀거리, 볼거리, 배울거리 등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도록 하고자 했다”고 농장의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약 66,000㎡(약 2만 평)규모에 각종 체험시설이 완비돼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다. 강화도 자연체험농장은 계절 특성에 맞게 체험 테마가 정해져 있다. 승마와 동물 먹이주기 등처럼 사계절 내내 가능한 프로그램이 있고, 갯벌체험과 각종 농경체험은 계절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 독특한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지며 웬만한 놀이공원보다 재밌고 직접 자연을 접하는 만큼 아이들 정서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그동안 해왔던 체험 프로그램은 굉장히 다양해요. 봄철에는 인삼화분 만들기, 감자심기, 고구마 심기 등을 합니다. 여름철은 갯벌체험이 메인 프로그램이죠. 보통 5월부터 갯벌체험을 시작하는데, 6·7·8월이 휴가철과 맞물려서 아이들과 함께 찾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갯벌에서는 조개나 게를 잡으며 도시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보니 입소문이 점점 퍼져 체험객들이 늘고 있어요.”   
초기에는 승마체험 위주의 체험 프로그램으로 운영됐으나 2010년도 농촌진흥청 시행 ‘농촌교육농장’ 사업자로 선정돼 체험농장 운영에 날개를 달았으며, 그동안 운영 능력을 인정받아 2013년도에는 농촌진흥청에서 인증하는 우수 체험농장으로 품질 인증을 받는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승마체험과 같이 접하기 어려운 체험활동을 보다 많은 학생들이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육기부를 결심했으며 2013년에는 강화교육지원청과 상호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학교로 찾아가는 승마체험활동’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 교육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학교 운동장으로 직접 말을 데리고 와 초등학생들에게 말에 대한 기본 상식과 말과 관련된 직업을 소개하고 말을 타보는 경험도 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 짧은 시간이지만 말 타는 경험을 통해 호연지기와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 정신을 심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1년에 약 3만 명이 찾는 ‘강화도 관광명소’

 
강화도 자연체험농장을 찾는 체험객 수는 1년 평균 약 3만 명 정도다. 여기에 소단위의 드라이브 관광객까지 치면 그 수는 더욱 많다. 이곳 농장은 이제 엄연한 강화도의 관광명소가 되어 가고 있다.
“방문객 유치를 위해서 제가 했던 것들은 홈페이지를 만들고, 포털 사이트에 키워드 광고를 하는 것뿐이에요. 오프라인 광고는 활동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그럼에도 방문객들이 꾸준히 늘어 가고 있는 이유는 입소문 덕분이에요. 다녀가신 분들은 반드시 재방문을 해주시고, 다른 분들에게도 소개해 주시고 있어요. 단체 위주의 문의가 많은데,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예요.”
방문객들이 늘면서 하루하루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오 대표지만, 그에게도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바로 농장을 관리하는 인력을 구하는 일이다. 여타 다른 지역의 농장들보다 서울에서 가깝다고 하지만 농촌에서 인력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고, 체험농장이라는 특성 때문에 직원이 갖춰야 할 소양도 적지 않기에 적임자를 찾기가 이만저만 힘든 일이 아니다.
“농장의 일은 농사일이 기본이에요. 또 말을 관리하는 일도 있어서 농업과 축산업을 병행해야 하죠. 뿐만 아니라 이곳은 체험학습장이기 때문에 교육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농촌과 자연에 대해서 잘 알려주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 해요. 학생들에 대해서도 이해를 해야 하고, 인솔하기 위한 리더십도 필요합니다. 이런 것들을 고루 갖춰야 일을 하기 쉽습니다. 이런 점을 모두 갖춘 인력이 있다고 해도 성수기와 비수기가 극명하게 나눠져 있기 때문에 고정적으로 고용하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상황에 맞춰서 아르바이트를 쓸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 인건비가 적지 않게 들어가죠.”
그렇다 보니 농장일의 대부분을 그를 비롯한 가족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오 대표의 일과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를 정도다. 체험 프로그램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3~4시 사이에 끝이 난다. 프로그램 시작과 끝 전후에는 준비와 정리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말 관리와 농사일을 한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면 새벽 2시가 훌쩍 지난다고. 보통 체력이 강하지 않고서야 이런 고된 노동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이 주는 또 다른 선물 ‘희망’

 
오 대표는 “체험농장은 방문객 수에 비해서 그다지 수익성이 좋지 못한 사업이고, 노동 강도가 높아 자신의 생활을 즐기면서 살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 농장 일을 놓지 못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단지 이 일을 돈벌이로만 생각했다면, 진작 접었을 거예요. 전 두 가지 꿈이 있어요. 하나는 강화도가 가지고 있는 특색을 잘 상품화해 농촌에서 새로운 소득원으로 생존할 수 있는 모델로 발전시키는 것이에요. 먹을거리와 환경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농촌이에요. 강화도는 좋은 먹을거리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에요. 또 많은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는 고장이기도 하죠. 제가 강화도 자연체험농장을 잘 운영한다면 먹을거리 문제와 그린투어리즘을 확산시킬 수 있는 롤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에요. 다른 하나는 조금 원대한 꿈이기도 한데, 세계에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은 바람이에요. 사회학자 장 지글러의 저서 중에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이 있어요. 이전부터 이런 부분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관심이 구체화됐어요.  이 꿈은 저만의 꿈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꿈이기도 합니다.” 
이 농장을 취재하며 또 한 가지 특별한 점을 찾아냈는데, 그건 바로 장애인 방문객이 타 체험농장보다 월등히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오 대표 가족의 특별한 사연이 있다. 그는 “아들이 셋이 있는데, 큰아들이 심한 장애가 있다”고 했다.
“태어날 때 의료사고로 뇌세포의 95%가 죽었어요. 지금도 아이가 웃는 것과 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 제 아들이 장애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죠. 자연스럽게 이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것이 없을까란 고민을 하게 되고요. 그래서 장애인 가족들이 저희 농장을 많이 찾아주세요.”
그의 가족이 세계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해 뭔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데는 큰아들의 역할이 컸다. 그는 “큰아들을 통해 인생의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아이를 통해 항상 ‘인생이 무엇인가,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돼요. 그럴 때마다 아이가 해답을 줘요. 때로는 해맑은 웃음으로, 때로는 묵언으로요. 농장을 운영하는 것이 힘들 때도 있지만, 한 해 한 해 지나고 나면 조금씩 좋아져요. 그러면 조금씩 꿈이 이뤄져 가는 듯해요.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좋은 일을 했으면 하고,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그것이 제가 농장을 운영하는 이유입니다.” 

강화도 자연체험농장  www.naturalfar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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