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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방국제학교 설립자 최하진 박사의 ‘세븐파워교육’
만방국제학교 설립자 최하진 박사의 ‘세븐파워교육’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9.29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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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에 연연해하지 말고 7가지 실력을 키워라

 
'교육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있다. 다양한 교육법에는 저마다 장단점이 존재하고, 이를 선택하는 것은 학부모 혹은 학생 본인의 몫이다. 따라서 본보기가 되는 교육 성공 사례는 교육법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중국 만방국제학교 설립자로서 최하진 박사가 전하는 '세븐파워교육'은 우리 교육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

취재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이용관 | 촬영협조 산다미아노

중국 만방국제학교를 설립한 최하진 박사의 이력은 일반 교육자와는 사뭇 다르다. 카이스트 출신의 화학공학자로서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 후 과정(포스트닥터)을 마친 최하진 박사는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돌연 중국으로 향했다. 물질과 명예욕에 사로잡힌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더 늦기 전에 해외 봉사활동을 결심한 것이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나만을 위해서 사는 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었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세속적인 기준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느끼는 감정이 있어요. 성취감보다 허탈감이나 공허함이 더 크죠. '이게 전부는 아닐 텐데'라는 생각이 들고 보다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을 찾게 된 겁니다. 제가 카이스트 출신이어서 군대 면제를 받았기 때문에 당시 군 복무 기간인 3년간 해외 봉사활동을 하기로 결심을 한 거죠."
그는 봉사활동을 통해 가난한 중국 아이들의 '잃어버린 꿈'에 주목했다. 그들에게 비전을 심어줄 수 있다면 아이들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그는 우여곡절 끝에 만방국제학교를 설립했다. 그의 신념은 적중했다. 머릿속에 이상향처럼 그리고 있었던 만방국제학교만의 교육법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밝은 비전을 품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만방국제학교의 수업 실황을 하얼빈의 한 방송국에서 녹화 방영할 만큼 남다른 교육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학교에서 행복해지면 모든 게 해결된다

▲ 만방국제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만방국제학교의 성공은 입시 위주의 성과에 근거하지 않는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관계가 '섬기는 대상'으로 변화하면서 '학교생활 행복지수'가 높아졌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이었다. 최하진 박사는 "만방국제학교의 성공 사례는 한국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 학교들이 처한 문제점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위적인 문화와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학생들은 학교에서 행복을 느낄 수 없어요. 그에 대한 부작용으로 학생들끼리 폭력을 행사하고 집단 따돌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한국 청소년들의 자살 증가율이 급속히 올라가는 등 한국 학교가 처한 모든 문제점들은 학교에서 행복하지 않다는 데 그 원인이 있는 것이죠."
그는 우리나라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문제점들을 모두 해결한 만방국제학교 운영의 중심에는 '헌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가 부모의 입장에서 학생을 대하는 것이 학교 운영의 첫 번째 원칙이다. 실제로 이 학교의 교사 선언문 중에는 '사랑만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학생을 향한 교사의 헌신과 사랑을 강조한 문구가 있다.
"우리 학교 교사들의 모토는 '선한 목자는 자기 양들을 위해 목숨도 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교사가 학생을 대할 때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헌신할 수 있는 겁니다. 때문에 아이들의 문제를 아이들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그보다 먼저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고 고백할 수 있는 것이죠. 어른인 교사가 먼저 변해야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으니까요."
학교의 '최고 어른'인 교장의 권위를 먼저 내려놓은 것도 그의 자발적인 선택이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교장실을 '우유 카페'로 개방했다. 그의 결정으로 교장실은 쉬는 시간이면 누구나 와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었고, 학교는 자연스럽게 권위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면 아무 때나 교장실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우유 카페에는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우유와 빵이 항상 있어서 배고픈 학생들은 허기를 달랠 수도 있죠. 저는 쉬는 시간을 학생들을 위해 쓰는 데, 교장실에 찾아온 학생들과 대화를 주로 나눕니다. 훈계가 아니라 '공부하기 힘들지'라며 그 아이들의 정서와 함께하려고 해요. 그러니까 학생들이 동병상련이나 동질의식을 갖게 하면, 학생들도 '교장 선생님이 나를 이해해 주시는구나'라며 입을 열죠. 이런 작은 차이들이 모여 학교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학교생활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게 되죠."

'파워 인재'를 길러내는 신개념 교육법

▲ 만방국제학교는 현재 전교생이 250명 수준으로 올가을이 되면 전체 정원인 300명이 된다. 특히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정직과 봉사의 정신을 강조한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금액만 1년에 3천만원이 넘을 정도다. 최하진 박사의 이야기가 국내에도 소개되면서, 현재 한국에 제2의 만방국제학교 설립이 준비 과정에 있다.
만방국제학교의 이야기는 최근 그가 발표한 <세븐파워교육>이라는 교육 신간에 고스란히 담겼다. '세븐파워교육'은 네트워크 파워, 멘탈 파워(정신력), 브레인 파워(지성), 모럴 파워(도덕성), 리더십 파워(지도력), 보디 파워(체력), 스피리추얼 파워(영성) 등 7가지 파워를 조화롭게 키우는 교육 방식으로, 그가 만방국제학교를 세울 때 적용하고자 했던 이상적인 교육 방향을 정리한 개념이다.
"세븐 파워라는 개념을 정리하게 된 배경이 있습니다. 학교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가르치기 위해 다양한 자료들을 찾아보다가 '감사를 하면 아이들이 바뀐다'는 논문을 읽게 되었어요. 한 심리학과 교수가 감사에 대해서만 10년간 연구를 했는데, 감사가 단지 종교적인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는 사람이 건강하고, 인간관계가 좋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며, 공부도 잘하게 되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을 보고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 같은 좋은 내용들을 모아 가르치자고 정한 것이죠. 그런 개념들을 모아 보니 나중에 ‘세븐 파워’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가 언급한 7가지 파워에서 중요한 점은 한 가지에 치우치지 않은 힘의 균형에 있다. 7가지 파워가 유기적으로 작용할 때 가장 이상적인 인재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세븐 파워’에 대해 “세븐 파워는 하나, 즉 ‘칠위일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떠한 경우라도 한 가지 파워만 강조해서는 안 됩니다. 이를테면 자신만을 위해서 공부를 하면 지식을 쌓는 것밖에는 큰 의미가 없죠. 남을 위해 지식을 활용하는 행동이 있을 때 지식의 가치가 발휘되는 것이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모럴 파워나 리더십 파워, 스피리추얼 파워 등을 함께 키워줘야 합니다. 특히 사람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소통과 사랑의 능력인 네트워크 파워도 중요하죠. 특히 역경을 헤쳐나기기 위해서는 멘탈 파워도 놓쳐서는 안 돼요. 한국 교육은 아이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상처들이 있는데, 그것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지식만을 집어넣으려고 하고 있죠. 하지만 이러한 상처를 치유해 주고, 여기에 긍정적인 마인드와 도전정신을 집어넣으면 멘탈 파워가 생겨 한계 극복 능력이 향상됩니다. 우리 학생들은 매주 20~30바퀴 정도의 마라톤을 하는데,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력을 기르는 중요한 방법이 되고 있죠."
실제로 만방국제학교에서는 마라톤뿐만 아니라 1년에 한 번씩 25~30km를 걷는 날이 있다. 그날 하루만큼은 책상에서 벗어나 하루 종일 도보 여행을 즐긴다고 한다. 체력을 기를 수 있다는 의미도 있지만 길 위에서 동행자가 된 교사와 학생 사이에 소통의 기회를 자연스럽게 마련한다는 의도도 숨어 있다.
"우리 학교에서는 체력 또한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매일 아침 30분 정도 뛰게 하거나 1년에 한 번씩 하루 종일 걷는 날을 정해놓은 이유예요. 교사와 학생이 나란히 걸으면서 학교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할 수도 있죠. 굳이 억지로 환경을 조성하지 않아도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교사는 학생에게 조언을 해주고, 학생은 교사에게 스스럼없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강요하지 않아도 학생은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체력을 기르는 훈련을 통해 멘탈 파워와 모럴 파워까지 동시에 키울 수 있는 것이죠."

'서번트 리더십'은 학교를 변화시킨다

 
만방국제학교에서는 후배가 선배에게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처럼 형, 누나를 대하듯 반말로 대화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환경을 조성해 주었기 때문이다. 최하진 박사는 이 같은 선후배 관계에 대해 "엄격한 위계질서에서 벗어나 가족처럼 서로를 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서번트(Servant) 리더십, 즉 섬기는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에 선후배 관계가 바르게 형성될 수 있었어요. 학교에서는 후배를 돕는 자가 선배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형이나 누나에게 반말을 쓰는 것처럼 후배가 선배에게도 반말을 사용해요. 한 가정의 가족처럼 지내다 보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서번트 리더십을 발휘합니다. 실제로 학교 내에서 자발적으로 선배가 후배의 멘토가 되어주기도 해요. 그래서 고학년들은 대부분 멘토가 되어서 후배들에게 다양한 조언을 해주죠. 그러다 보니 후배들은 선배들의 말을 더 잘 따르게 되고, 선배들은 리더십뿐만 아니라 책임감도 가질 수 있죠."
마지막으로 그는 스피리추얼 파워(영성)를 언급했다. 굳이 신앙적인 접근이 아니더라도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만방국제학교 학생들은 영성을 키우기 위해 죽음을 가정하고 유언장을 써보는 경험을 한다. 그는 "많은 학생들이 뜬구름 같았던 죽음이라는 단어와 직접 마주하는 순간, 오히려 현재의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력을 가져야 합니다.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누구나 죽음에 직면하게 되고, 삶의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죽음을 바로 보아야 하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오늘 죽는다'고 생각하고 유언장을 써보게 합니다. 많은 아이들이 유언장을 쓰다가 웁니다. 그러면서 자기 인생을 반성하고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경우를 쉽게 보게 돼요. 인생을 보다 더 진지하게 바라보면 죽음은 인생의 끝이 아니라 완성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고, 삶을 더 충실히 살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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