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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찬 소리 '피리'와 맑은 바람소리 '단소'
당찬 소리 '피리'와 맑은 바람소리 '단소'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9.29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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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악기, 우리 소리-피리와 단소

 
어렸을 적에 나뭇잎을 말아서 풀피리를 불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재밌게도 풀피리가 피리의 한 분야를 당당히 차지하며 <악학궤범>에 초적(草笛, 풀피리)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풀피리는 선생의 가르침이 없어도 혼자서 노래의 선율만 알고 있으면 능히 불 수 있는데, 주로 자작나무 잎을 말아서 불었으며 그 외에 버들가지로 부는 버들피리도 풀피리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글 이선용(문화칼럼니스트sunny658@hanmail.net) | 사진제공 여울국악원(02-741-4002)


풀피리, 향피리, 당피리

피리는 크기도 자그마한 것이 어찌나 소리가 큰지 정악 연주 시에 피리 하나로도 전체 선율을 이끌고 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 소리가 우렁차다. 40여분 연주하는 동안 쉼 없이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면서 부는 피리는 폐활량이 좋지 않으면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다. 피리는 크기별로 당피리, 향피리, 세피리의 순으로 나뉘는데, 그 순서대로 피리를 배우 는 것이 피리의 섬세한 느낌을 표현해 내기 쉽다고 한다. 그 중 세피리는 가장 나중에 등장한 악기로 <악학궤범>에는 언급이 되지 않는데, 조선 후기에 '시누대'라는 가는(細) 대나무인 해죽으로 제작된다.
한편, 악기의 굵기와 크기에 걸맞게 당(唐)피리는 굵고 짧아 저음이 나며 소리도 크다. 또한 향(鄕)피리는 중국의 당피리와 다른 우리의 피리로 8 개의 지공이 있으며 '대피리' 혹은 '사관'이라 불린다.
피리는 휴대가 간편해서 언제 어느 곳에서나 부담 없이 불 수 있는데, 간편성에 대한 일화로 소설의 한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콧대 높은 유명한 기생의 마음을 얻고자 허름한 행색의 피리의 명인이 처마 밑에서 피리를 부니 그 소리에 기생이 매료되어 마음을 열었다는 구절이 <임꺽정>에 등장한다.
도포 소맷자락 춤에 피리를 갖고 다니면서 유유자적 부는 낭만적 모습이 실제로 그 피리를 부는 데는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제대로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고 나니 이상과 현실의 아이러니를 보는 것 같다.

피리보다 불기 쉬운 단소

단소는 조선의 순조시대 이후에 퉁소를 개량해서 만든 악기로, 요즘은 단소가 우리나라의 초·중등학교에서 음악교육용 악기로 널리 보급되어 우리에겐 친근하다. 단소가 피리보다 불기가 쉬운 이유는 '서'가 없기 때문이다. '서'는 가늘고 얇게 깎아 만든 두 겹의 대나무 판을 말하며, 이를 취구에 끼워 소리를 낸다.
단소는 곧바로 취구에 바람을 불어 소리를 내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한 음을 낼 수 있으며 5개의 지공이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초등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의 플라스틱 소재의 단소를 접하다 보니 그 음색의 깊은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부는 악기는 악기의 품질에 따라서 그 음색의 차이를 연주자가 많이 느낀다고 한다. 서양의 오케스트라도 관악기 파트가 전체 오케스트라의 실력을 가늠케 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국악 관현악단에서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창작 국악 연주를 보러갔을 때 피리 연주자가 피리, 생황, 태평소를 연주곡에 따라 악기를 바꾸면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연주자를 소개할 때는 "피리 연주에 누구!" 하고 소개하는 것을 보면 피리가 주된 선율을 맡는 게 확실하다.
피리를 배우는 이재권(60) 씨는 연주가 힘들지 않느냐는 주변의 물음에 미소 지으며 "합주의 매력에 힘든 줄 모르겠다"는 답을 해 진정 우리 음악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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