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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의 당찬 걸음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의 당찬 걸음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10.05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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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달고 다니는 김희정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정치권 입문 이후 ‘최연소’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 여성 정치인이다. 청와대 대변인과 한국인터넷진흥원 초대 원장,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의 여당 간사 등을 역임한 데 이어 장관에 선임돼 40대 초반에 당·정·청의 주요 포스트를 모두 섭렵하는 화려한 경력을 갖게 됐다. 김희정 장관이 말하는 여성가족부의 미래를 알아봤다.

취재 이시종 기자 | 사진 서울신문

7월 16일 김희정 장관이 취임하면서 여성가족부는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취임 당시 “오늘부터 ‘여성가족부 시즌2’가 시작된다”며 당찬 출사표를 던진 김 장관은 여성가족부의 혁신을 예고했다. 청와대에서 김 장관을 선임한 것은 그이가 여당과 정부 간의 여성가족 정책을 조정해 온 경험을 높이 샀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당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김희정 내정자는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과 국회 여성가족위원 그리고 한국 인터넷진흥원장 등을 역임한 분”이라며 “김희정 여가부 내정자는 여당과 정부 간의 여성가족 정책을 조정해 온 경험을 살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일·가정의 양립과 여성의 권익 신장을 잘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높은 기대를 안고 장관 자리에 앉은 만큼 부담감이 클 법도 한데 취임식에서 보여준 김 장관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서려 있었다. 김 장관이 보여줄 여가부의 시즌2는 어떤 모습일까

40대 초반에 당·정·청의 주요 포스트 모두 섭렵

김희정 신임 여가부 장관은 정치권 입문 이후 ‘최연소’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 여성 재선 의원 출신이다. 청와대 대변인과 한국인터넷진흥원 초대 원장,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의 여당 간사 등을 역임한 데 이어 장관까지 취임함으로써 40대 초반에 당·정·청의 주요 포스트를 모두 섭렵하는 화려한 경력을 갖게 됐다.
김희정 장관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공채 당직자 출신으로 당 부대변인이던 17대 총선에서 부산 연제에 출마해 33세의 나이로 여의도에 입성해 전국 최연소 당선 기록을 세웠다. 당시 부산에서 여성 후보가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된 것은 민의원을 지낸 박순천 여사 이후 5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17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선 캠프부터 힘을 보탠 대선 공신 중 한 명이지만 18대 총선에서 부산 연제에 여당 후보로 공천을 받고도 PK(부산·경남) 지역에 불어닥친 ‘친박(친박근혜)’ 바람 속에 친박연대 소속의 박대해 후보에 패했다. 낙선 후 연세대 겸임교수로 활동하다 한국인턴넷진흥원 초대 원장에 임명돼 최연소 여성정부산하 기관장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지난 2010년 7월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돼 이 전 대통령의 ‘입’으로 활약했고, 2012년 19대 총선에서 부산 연제에 다시 출마해 당선됐다. 여가부 장관에 취임하기 직전까지 새누리당 제6정책조정위원장, 국회 여성가족위원 등을 맡았다.

‘공포의 외인구단’ 같은 부처로 거듭날 것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과 간사로 일하면서 훈수 두는 입장이 아니라 우리 부서, 우리 직원, 우리 가족이 됐기에, 또 시대가 여가부에 바라는 것이 많아 더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취임식 당시 김희정 장관은 위와 같은 말로 취임사를 시작했다. 이어 그이는 장관 내정에 대한 주변의 반응을 전했다. 김 장관은 “내가 여가부 장관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선배나 어르신들로부터는 ‘모든 국민을 가족같이 대하는 장관이 돼라’는 덕담을 들은 반면, 제 친구나 가까운 후배들은 ‘안티 팬이 많이 늘 것’이라고 하더라”며 농담 섞인 걱정을 했다. 그러고는 “심지어 제 친구의 가까운 자녀들로부터 ‘그동안 이모를 좋아했는데 갑자기 미워지려고 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국민들이 여가부를 바라볼 때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꼭 필요한 일을 하는 부처가 아니라 그저 국민을 귀찮게 하는 부처, 불필요한 규제 부처로 생각하는 것이 여가부 장관으로서 처음 맞닥뜨려야 했던 안타까운 현실이었다”며 “여가부가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정책 효과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그 원인을 냉철히 분석하고 일하는 방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티’가 많고, 귀찮은 부처로 인식되는 여가부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서는 직원들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게 김 장관의 소신이다.

 
김 장관은 여가부 직원들에게 국민들이 정책 효과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함께해 달라며 세 가지를 당부했다. 첫 번째는 여가부 직원 한 명, 한 명이 행정의 달인이 되어 ‘달인 여가부’를 만들고, 본인도 ‘달인 장관’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범정부 차원의 융합정책 개발을 주도하고, 융합행정을 통해 업무 효율성과 국민 만족도를 높이는 ‘작지만 강한 부처’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책 수혜자가 정책에 공감하도록 ‘발품’과 ‘눈품’, ‘귀품’을 팔아 달라고 당부했다.
김 장관은 “이 세 가지 변화를 추진력으로 ‘모든 국민들이 기회 앞에 미소 지을 수 있는 사회’, ‘재도전과 패자부활전이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겠다”며 여가부가 가장 적임 부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국민 행복 실현을 위한 핵심 부처로서 국민들에게 ‘절도봉주(絶渡蓬舟)’ 즉 ‘끊어진 나룻길에서 만난 배’가 되어 주세요. 초호화 크루즈가 아니어도 인생의 절박한 순간에 몸을 맡길 수 있는 따뜻한 배, 뱃사공이 돼 주세요. 오늘부터 ‘여성가족부 시즌2’가 시작됩니다. 천부적인 재능이 있지만 불우하게 자란 까치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모여 무적의 최강야구팀이 되는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여가부도 ‘공포의 외인구단’과 같은 부처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소수만 혜택을 주는 부서 아닌 국민을 위한 부서

취임 후 한 달여가 흐른 지금 김 장관은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취임 후 첫 행보는 청소년 수련원을 다녀온 것으로 시작했다. 첫 행보로 청소년 수련원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최근 안전사고에 대한 민감한 여론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건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라며 “학교나 학원 외에도 수련원 등 청소년들이 안심하고 쉴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여가부의 인증을 받은 청소년 수련원은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장관은 취임사에도 밝혔듯이 여가부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큰 노력을 하고 있다. 여가부의 부정적 이미지라는 것은 ‘누군가를 귀찮게 하고 소수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인식이다. 이와 관련된 쟁점 사안에 대해 몇몇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소신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예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군 가산점제 부활’에 대해서는 이렇게 소신을 밝혔다.
“군 가산점은 이미 위헌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다시 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군 가산점제의 혜택을 받은 군 제대자는 전체의 1%에 불과합니다. 남녀 관점을 떠나 모든 군 복무자들이 혜택을 받는 게 아닙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군 복무자들을 자랑스러워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가부도 이런 분위기 조성에 앞장설 것이고 직접 추진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할 것입니다.”
김 장관은 군 복무자들을 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이는 우선 “현재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사병들의 월급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군 복무자들의 군 경력을 사회에서도 경력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며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군 경력을 호봉으로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강제적 셧다운제’에 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게임 중독과 청소년의 자기결정권 사이에서 조율해야 하는 법안인 만큼 이에 대한 관심이 높다.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심야 시간의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셧다운제에 대해서는 소신은 있지만 답을 내리긴 어렵습니다. 다만 지난 4월 셧다운제가 합헌 결정을 받은 만큼 정책입안자로서 여유가 생겼습니다. 제도를 유지하든, 폐지하든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결정할 것입니다. 게임 중독을 막는 것도 중요하고, 청소년의 자기결정권도 중요합니다. 여가부는 셧다운제에 대해 열려 있는 자세로 운영할 것입니다.”

일하는 엄마들이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책 강화

‘아이돌보미 서비스 강화’는 김 장관이 최근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정책이다. 김 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돌보미 처우를 개선해 수를 늘리고,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신청할 수 있는 대기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본인 역시 ‘일하는 엄마’이기도 한 김 장관은 일하는 엄마들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004년 33세에 최연소로 국회의원이 되었고 여성 국회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임기 중 결혼과 임신, 출산을 했으며, 현재 여섯 살(딸), 세 살(아들)의 두 아이를 두고 있다. 지금도 두 아이를 오전 7시 30분에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한다.
김 장관이 심화·발전시키겠다고 공표한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국가가 운영하는 유일한 ‘베이비시터 제도’이다. 정부가 신원을 보증한다는 점 때문에 호응이 매우 높아 이용자가 2010년 2만7천463가구에서 지난해 5만1천393가구로 늘었다. 하지만 돌보미 수가 적어 지난 6월 한 달간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돌보미와 연결이 안 된 가정이 전국적으로 1천556가구에 이른다. 김 장관은 “아이돌보미를 늘리기 위해 우선 돌보미 시급(時給) 인상을 추진하고, 4대 보험을 적용하겠다”며 “어린이집처럼 대기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해 부모들이 언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지를 예측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본인의 사례를 직접 언급하며 아이돌보미 서비스의 필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장관이 된 후 일정이 바쁜데, 남편까지 해외 출장을 가는 바람에 애 보는 데 친정 부모님까지 동원했어요. 많은 직장 여성들이 저처럼 친정, 시댁 등 육아에 동원할 사람 ‘목록’을 갖고 있어요. 앞으로는 그 목록 맨 위에 정부 공인 ‘아이돌보미’가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 장관은 일하는 엄마들이 지속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아이돌보미 서비스’와 더불어 육아휴직 제도의 활성화 필요성도 역설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여성들의 취업이 잘 되고(Recruit), 리더로 키우는(Representation) 데만 신경 썼지, 들어간 직장에 잘 다니게(Retain) 하고, 설사 그만뒀다 해도 다시 시작하게(Restart) 하는 부분에는 무관심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이제 여성들이 일을 꾸준히 할 수 있게 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육아휴직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정부가 ‘아빠의 달’ 제도를 도입했는데도 육아휴직을 쓰는 데 눈치가 보인다면 ‘출산휴가 후 자동 육아휴직 전환제’도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빠의 달’은 부모 중 두 번째로 육아휴직을 쓰면 첫 달에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는 제도로, 오는 10월에 시행된다. 올 초 정부가 “아빠들의 육아휴직을 활성화해 여성들의 경력 단절을 막겠다”며 제도 도입을 발표한 바 있다.
통상 아빠가 두 번째로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가 많아 ‘아빠의 달’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이 제도조차 효과가 없다면 출산휴가 후 자동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하고 싶은 여성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도 여성부의 시급한 현안입니다. 여가부가 운영하는 ‘새 일자리 센터’에서 단순히 기술만 가르칠 게 아니라 성공 사례를 보여줘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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