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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앤존슨 김윤경 이사 ‘꿈을 꾸는 엄마가 되세요’
존슨앤존슨 김윤경 이사 ‘꿈을 꾸는 엄마가 되세요’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10.05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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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꿈과 인생은 접어둔 채 자식과 가족에게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 세상에서 말하는 ‘엄마’라는 이름이다. 분명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오롯이 바쳤건만 왜 엄마들은 여전히 좌절하고 실패하는 것일까. 이 시대의 평범한 엄마로 살아가다 마흔 살이 훌쩍 넘어 비로소 꿈을 찾기 시작하며 인생이 달라졌다는 존앤존슨 김윤경 이사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가슴 뛰는 꿈을 찾을 때 비로소 내 아이와도 꿈을 나누는 동지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취재 서효정 | 사진 맹석호 | 장소협찬 핸디엄 역삼점(02-538-0021) |
자료제공 ‘엄마의 꿈이 아이의 인생을 결정한다’ (프롬북스)

남부럽지 않은 스펙과 명예, 단란한 가정까지 누가 봐도 아쉬울 것이 없어 보이는 삶이었다.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포항공과대학교 컴퓨터공학 석사, 미국 미시건 대학교 경영대학원 MBA 과정을 마치고 오늘날 존경받는 외국계 회사 존슨앤존슨 북아시아 디지털 총괄이사를 맡고 있는 김윤경 이사의 지난날은 치열했고, 또 그만큼 열매는 달콤했다.
그이 스스로도 특별한 불만 없이(그렇다고 새롭게 꿈꾸는 희망도 없었지만) 그럭저럭 자신이 일군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터였다. 어느 날, 초등학생인 어린 딸아이의 난데없는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인생의 중반에 다다른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 그이의 머릿속을 한순간에 하얘지게 만들었던 충격적인 딸의 물음, 그것도 과거형으로. “엄마는 꿈이 뭐였어요”.

잃어버린 나 자신 찾기

 
꿈이라… 아이들에게는 항상 큰 꿈을 가지라고 자주 강조해 왔던 그이지만 정작 자신의 꿈을 묻는 질문에는 그렇게 낯설고 어색할 수가 없었다. 매일 새벽 5시면 회사로 달려가고 저녁 10시가 넘어서야 모든 업무를 마치고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는 워킹맘으로서 반복되는 일과가 곧  인생이겠거니 하면서 살아왔을 뿐, 정작 자신이 원하는 ‘꿈’에 대해서는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씁쓸했고, 서글펐다.
“딸에게 질문을 받았던 그날, 처음으로 저의 꿈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데 저의 지난 삶은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언제나 성실했지만, 정작 내 마음이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딸아이의 궁금증은 어쩌면 당연한 거였어요. 매일 피곤에 찌든 일상에 주말이면 몸이 쑤시고 아파서 식사 시간을 빼고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거나 밀린 회사 업무를 처리하느라 컴퓨터 앞에 붙어 있곤 했으니, 아이의 눈에 저는 생계형 밥벌이를 위해 일하는 사람에 불과했을 거예요.”
비단 김윤경 이사뿐일까. 아이에게는 꿈을 크게 가지고, 멋진 미래를 그리라고 하지만 정작 본보기가 되어야 할 엄마는 삶에 지쳐 찌들어 있는 모순 말이다. 아마도 이 시대의 모든 엄마들의 고민이자 또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
“아이들의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라도 찾아야 했어요. 내 꿈이 뭔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이에요. 물론 한 번도 고민해 본 적 없는 추상적인 무언가를 찾기란 너무도 막연했어요. 그래서 일단은 자기계발 서적을 비롯한 다양한 책을 읽으며 꿈의 갈피를 잡아보자 했죠. 그러다가 꿈을 찾는 방법, 꿈 관련 모임, 세미나 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꿈 세미나’라는 공개강좌에 참여하기 시작했어요. 남편이 바쁘면 아이들과 함께 참석하며 꿈을 이룬 고수들의 삶을 정말 열심히 공부했죠.”
별 게 아닌 것 같은 노력에도 변화는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우연찮게 강연을 통해 듣게 된 ‘우리나라 청년들이 꿈꾸는 사업을 시작하고 운영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에 내면의 떨림을 느꼈던 그이는 마침내 꿈을 찾았다. 현재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구글, 페이스북을 만든 청년 사업가가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탄생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오늘날 ‘미래혁신 창업재단’이라는 이름으로 사업 규모를 5천억원이라고 선언,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밑거름을 다지고 있다.
“스타벅스의 사장 하워드 슐츠는 본래 가정용품 회사의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고 해요. 어느 날 우연히 시애틀의 작은 스타벅스 매장을 방문했을 때 그의 내면에서 ‘그래, 바로 이거야!’라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렇게 커피 전문점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오늘날 세계적인 브랜드 스타벅스 탄생의 시초였죠. 성공한 사람들은 외부 환경이 아닌,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요. 자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내면의 확신을 찾는 것이죠.”

엄마의 꿈이 가족의 푯대가 되다

꿈을 찾으면서 생긴 변화는 그이 자신에게만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이가 꿈에 몰두하면 할수록 아이들은 엄마의 변화에 관심을 보였고, 궁금해 했다.
“제가 저의 꿈인 ‘미래혁신 창업재단’의 사업 규모를 5천억원이라고 선언하자 큰아이인 아들도 자신은 1조원 규모의 회사의 CEO가 되겠다는 꿈을 선포하더라고요. 딸은 <해리포터>와 같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저술하는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설정했고요. 물론 아직은 어린아이들이라 지금의 꿈이 확정적이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세상의 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꿈의 방향성을 찾은 것이야말로 큰 수확이 아닐까요.”
물론 그 과정에서도 부모가 바로잡아 주어야 할 부분은 분명히 있다. 꿈을 꾸되, 이유를 명확히 알게 하는 것, 또한 그 이유가 반드시 올바른 것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저 같은 경우, 처음 아들에게 왜 기업의 CEO가 되고 싶은지 물었더니 단순히 부자고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왜 부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에는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살 수도 있고, 돈이 많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저에게 오히려 되물었어요. 저는 아들 스스로가 꿈에 대한 올바른 목적을 찾을 수 있도록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워런 버핏 같이 부를 사회에 환원한 사람들의 전기가 담긴 책을 읽게 했어요. 그렇게 연속해서 몇 권의 책을 읽어 보더니 이 사람들이 멋지다며 이내 저절로 올바른 방향으로 생각을 돌리더라고요. 분명한 목적과 올바른 이유, 꿈에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이죠.”
자신의 꿈을 찾았을 뿐인데 아이들과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그이다. 매일 각자의 꿈을 위해 얼마나 전진했는지 서로에게 따뜻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말 그대로 ‘꿈 동지’가 된 엄마와 아이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한층 더 깊어졌다.
김 이사 부부와 아이들은 각자 방 안에서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꿈 지도를 붙여놓았다. 꿈을 향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적어놓은 이른바 꿈을 이루기 위한 일종의 계획표이다. 일별, 주별, 월별, 연도별까지 상세히도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도식화된 꿈 지도를 보면 열정이 더욱 더 샘솟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이처럼 다시 찾은 열정을 세상의 모든 엄마들과 나누기 위해 최근에는 책 <엄마의 꿈이 아이의 인생을 결정한다>(프롬북스)을 발간하기도 했다.
“오늘 하루하루가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한 소중한 퍼즐 조각이 되는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생각이 들면 하루도, 순간도 허투루 보낼 수가 없게 돼요. 저는 매일 아침 저를 깨우는 핸드폰 알람도 제가 그날 이루고 싶은 것을 녹음한 소리로 대신해요. 직장인들에게 아침이란 늘 피곤하고 힘든 순간이잖아요. 그럴 때 내가 오늘 이루고자 하는 꿈을 소리로 들으면 저절로 눈이 번쩍 뜨인다니까요(웃음). 매일이 내 인생의 최고의 날이 되도록 살고 싶다는 열망에 타오르는 기분이 제가 제대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사실 이와 같은 현상은 과학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인간의 뇌에는 내부의 정신 활동을 조절하는 망상 활성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데, 새끼손가락만한 뇌 줄기의 기저에 있는 세포로 중요한 일에 초점을 맞추고 관계없는 정보는 스스로가 의식하지 않게 걸러낸다. 쉽게 말해서 긴급한 메시지는 두뇌의 활성화된 부위에 전송되고, 긴급하지 않은 메시지는 잠재의식 속으로 보내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시끄러운 장소라고 해도 어디선가 내 이름을 언급하는 소리가 들리면 그 순간 귀가 곤두서게 되는 것, 이는 자신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으로 뇌 속에 망상 활성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결국 매일 눈으로 자신의 꿈 지도를 확인하는 것은 뇌의 망상 활성화 시스템을 아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노력으로 엮어간 하루하루가 마침내 꿈을 이루게 합니다. 가르치는 엄마보다 꿈꾸는 엄마가 되세요. 엄마가 꿈을 찾을 때 비로소 아이들이, 그리고 내 가정의 내일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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