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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정석이 된 배우, 정유미의 발견
‘연애’의 정석이 된 배우, 정유미의 발견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10.05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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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다. 특히 주인공 한여름(정유미 분)의 심리가 중심이 된 공감 코드가 흥미롭다. 정유미는 전작 <로맨스가 필요해 2>에서 주열매를 연기하며 사랑스러운 여자 친구 이미지로 급부상했다. 독립영화로 데뷔해 홍상수 감독 작품에 단골로 출연하며 빼어난 실력을 보여 온 그녀가 다시 ‘연애’를 화두로 남심과 여심을 모두 사로잡았다.

취재 이윤지 기자 | 사진 KBS 제공

정유미의 최근작은 <직장의 신>. 사회 초년생 정주리 역할을 맡았던 그녀는 역시 잘 해냈다. 순진해 보이면서도 강단 있는, 찬찬히 보면 참 사랑스러운 정유미는 어디에 데려다 놓아도 그 자리에서 능청스럽게 말하고 웃는다. 어리바리하고 계산할 줄 몰라 겨우 잡은 직장에서도 매일이 좌충우돌인 주리, 정유미는 주인공 미스 김(김혜수 분) 곁에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조절하며 연기했다.
영화과를 졸업한 정통 배우인 정유미의 데뷔작은 독립영화,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건 영화 <가족의 탄생>에서 ‘아주 묘한 여자애’ 채현을 연기했을 때다. 화려하고 이질적인 느낌보다 서글서글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정유미를 조금 달라 보이게 했다. 나긋나긋 읊조리는 듯한 대사는 그냥 자기 이야기를 하는 어떤 여자 같았고, 말을 멈췄을 때는 보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깊은 동공이 신비로웠다.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가족의 탄생> 속 정유미는, 정유미이기보다 ‘채현’이었다. 채현은 누구에게나 잘해 주고 곧잘 웃으며 사려 깊은 여자 친구이지만 그 덕에 남자 친구는 속이 탄다. 그런 유형의 여자를 적확하게 표현해 낸 배우, ‘<가족의 탄생>에서의 봉태규 여자 친구, 만인의 연인 스타일’로 정유미는 각인돼 갔다.

정유미, 늘 연애 중

드라마 <케세라세라> 캐스팅은 꽤 의외였다. 다수의 영화 필모그래피는 연기력에 대한 기대를 보증했지만 브라운관에서의 인지도와 반응은 미지수. 하지만 신선함은 빠르게 호감도를 높였고 문정혁과의 호흡 역시 생각보다 훌륭했다. 2014년 <연애의 발견>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이 수년 전 <케세라세라>를 기억하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큰 기대를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까닭이다.
매 순간 연애가 화두인 여자들에게, 예쁘기보다 지혜롭고 사랑스러운 여자 친구를 갈망하는 남자들에게 정유미는 환호받는다. 앞서 언급했듯 분명 남자의 속을 태우는 도통 알 수 없는 얼굴로 갑론을박을 일으켰던 ‘채현’이 그녀의 첫 얼굴이었는데도 말이다.
변화의 기점은 아마 <로맨스가 필요해 2>부터일 것이다. 이름도 독특한 ‘주열매’는 로맨스가 필요한 남녀들을 발동 걸리게 했다. ‘내 얘기 같고 친구 얘기 같은, 어설프고 서툴지만 연애 그대로의 연애’를 다룬 이 솔직한 드라마는 정유미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어쩐지 연애의 고수가 아닐까 추측하게 만드는 연기 내공 이상의 그 무엇이 그녀에게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고 잦은 연애 경험을 통해 얻어진 이름이기보다 연애 중인 여자의 심리와 행동 양상을 풀어내는 방법에 있어서 정유미는 다른 여배우들과 좀 다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상대와의 관계로 인해 속상한 얼굴, 선택의 기로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 등은 여느 ‘공주님 같은 여주인공’과는 딴판이다. 보다 현실적인, 진짜 연애 중인 누군가와의 싱크로율을 높인 ‘우리의 주인공’을 만드는 탁월한 기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
몇 번을 반복해도 풀어낼 것이 무궁무진한 ‘연애’. 반복을 하더라도 기대는 여전하다. 정유미의 연애담은 더 그렇다.
<로맨스가 필요해 2>의 정현정 작가와 정유미가 또 한 번 뭉친 KBS 2TV 새 월화 드라마 <연애의 발견>은 얼마나 더 리얼할까. 열매만큼 상큼한 ‘한여름’이 된 정유미의 새 연애는 두 남자 사이에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펼쳐진다.

그리고 정유미의 발견

 
정유미의 새 연애 상대는 자만심으로 똘똘 뭉친 거침없는 돌직구 스타일의 예전 남자 친구 강태하(문정혁), 또 한없이 부드럽고 온화한 매너를 가진 현재 남자 친구 남하진(성준). 정유미는 이들과 ‘티격태격, 좌충우돌, 유쾌발랄, 달콤살벌’한 해프닝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20대의 한여름과 강태하 커플의 연애로 드라마는 시작됐다. 그리고 지금, 여름은 2년 전 친구 소개팅에 따라 나갔다 눈이 맞은 하진과 연애 중이다. 그러나 프러포즈 반지를 고르며 결혼을 계획 중인 남하진과는 달리, 한여름은 잘생긴 성형외과 ‘남친’을 두고도 월세에, 학자금 대출과 가구 공방을 차릴 때 받았던 대출에, 각종 밀린 외상값까지 돈이 없어 결혼을 미루고 있다. 때문에 하진 엄마(성병숙)의 극성에 남자 친구가 선을 보고 있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정유미는 여전히 아주 평범한, 현재를 살고 있는 흔한 여자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누구도 그녀에게 첫눈에 반하지는 않는다. 매번 다른 이름의 캐릭터를 가지지만 정유미가 표현하는 여자들은 언제나 볼수록 또 다르고, 알수록 독특해 다시 보고 싶은 매력을 가졌다.
드라마 제작진들은 ‘연애로 시작해 연애로 끝나는 드라마’라고 <연애의 발견>을 소개했다. 정유미의 연애 드라마가 여타의 드라마와 다른 점은 ‘못나고 찌질한’ 모습 그대로 발화를 시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직접적인 경험일까, 여러 작품을 통한 신공일 뿐일까. 확실히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영화 <우리 선희>에서의 정유미를 생각한다면 그녀의 가능성은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는 사실만은 명확하다.
좀 엉뚱하고 예사롭지 않은 ‘선희’는 그야말로 지금까지 화면 속에서 보아 온 정유미의 다양한 자아들을 모두 모아놓은 사람 같다. 실제로 정유미가 선희를 연기하게 된 사연도 좀 엉뚱하기는 하다. 영화를 전공해 정석대로 올라온 케이스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준비를 한 것은 아니었다. 입시가 임박해서야 갑자기 서울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이사를 하고, 한 달가량 준비해 서울예대 영화과에 입학하게 됐다. 연기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고, 그저 단편영화 작업 등이 즐거웠다는 것이다.

<연애의 발견>은 ‘못나고 찌질한’ 그래서 더 현실적인 연애를 지향한다. 세 명의 남자에게 애정공세를 받지만 어딘가 바보 같고 답답한, 앞으로의 선택을 예측할 수 없어 더 매력적인 ‘선희’가 겹쳐지는 것은 당연한 순서인 것도 같다.
이제 정유미는 하루라도 남자 친구를 못 보면 죽을 것처럼 연애했던 20대의 한여름을 연기한다. 새로 만나 연애한 지 2년 차에 접어든 30대의 한여름까지 동시에 아우르면서. 치졸한 밑바닥을 보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사랑에 푹 빠져 있는 그런 여자다. 게다가 ‘구 남친’은 정말 몇년 전 사귀다 헤어진  문정혁. 이번 로맨스는 캐릭터 사이의 히스토리까지 맞아떨어진다.
김성윤 감독은 정유미에 대해 “두 남자 사이를 오가는 캐릭터가 욕먹을 법한데도, 묘하게 줄타기를 하며 사랑스럽게 연기하는 장점이 있다”고 평했다. 과제처럼 어렵기도, 일상처럼 지리멸렬하기도 한 연애를 실감나게 전할 한여름, 정유미의 새 연애는 또 다시 ‘연애하는 자들’의 뜨거운 화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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