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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이팅게일'로 본 ‘세대 간의 소통’
영화 '나이팅게일'로 본 ‘세대 간의 소통’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10.07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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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토크

최근 몇 년간 방송가의 가장 핫한 키워드로 떠오른 것은 ‘가족 돌보기’다. 그동안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 어디가> 등은 이런 콘텐츠로 높은 인기를 타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개봉하는 영화 <나이팅게일>은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영화다. 영화의 핵심 주제는 대화 부재와 파편화의 위기를 겪는 현대 가족에 대한 자연과 고향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글 이시종 기자 | 사진 영화사 백두대간

 
지난 몇 년간 <아빠 어디가>나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의 가족 예능이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아마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른바 가족의 파편화 현상으로 인한 대화의 부재, 소통의 단절 등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던 아픈 손가락이었다. 시청자들은 방송을 통해 자신의 가족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한류 때문인지 중국 방송가에도 이런 ‘가족 돌보기 예능’이 인기라고 한다.

프랑스인 감독이 만든 중국판 <집으로>

우리 사회와 마찬가지로 현기증 나는 경제 성장 일로를 겪고 있는 중국의 가족도 대화 부재와 파편화의 위기를 겪고 있다. 중국 정부의 1가구 1자녀 정책에 의해 독자로 태어난 1979년 이후 출생 세대들을 흔히 ‘소황제’라 부른다. 이들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 부모와 조부모 세대의 과잉보호에 가까운 사랑을 받고 응석받이로 자라 개인주의적이고 반항적인 한편 나약하기도 한 특성을 지닌다. 소비 지향적이며 새로운 콘텐츠와 전문 브랜드에 민감하고,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이다. 영화 <나이팅게일>은 이러한 ‘소황제’로 길러진 까칠한 초등학생 손녀와, 자식 교육을 위해 헌신한 농촌 출신 순둥이 할아버지가 동행한 우여곡절 고향 방문길을 그리고 있는 로드무비이다.

이 작품은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당시 “유승호 주연의 <집으로>를 떠올리게 하는 재미와 감동의 영화”라는 호평을 얻었던 작품이다. 일찍이 가족 휴먼 드라마에 탁월한 솜씨를 인정받아 온 프랑스 감독 필립 뮬이 세계적인 빅 히트를 기록했던 자신의 전작 <버터플라이>에 동양적인 감성을 녹여 리메이크한 영화이기도 하다. <버터플라이>는 한 노년의 고집불통 나비수집가의 채집여행에 결손가정의 아픔을 겪는 이웃 꼬마 소녀가 끼어들면서 벌어지는 티격태격 여행담을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자녀의 부재를 겪는 노년과 아버지의 부재를 겪는 꼬마 소녀 간에 오가는 자연과 인생에 대한 대화를 통해 보는 이에게 위로와 감동을 선물하는 성장과 회복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버터플라이>에서 가족의 부재를 겪는 이웃사촌으로 설정되었던 할아버지와 소녀의 관계는 <나이팅게일>에서 친손녀와 할아버지의 관계로 더욱 애틋해진다. 전작에서 알프스가 시작되는 남프랑스 산악지대의 아름다운 자연광경은 중국 최고의 절경이라는 양슈오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단절과 불화를 극복하는 열쇠로 이 영화가 제시하는 키워드는 ‘여행’과 ‘대화’이다. 마지못해 시작된 동행이지만 적어도 함께 있는 동안 가족들은 대화하게 되고, 이는 곧 화해로 이어진다. 할아버지가 18년간 정성껏 키워온 새는 따스한 소통과 우정의 매개체가 되어 영화 속에서 가족 간의 화해와 화합을 이끌어내는 소중한 존재로 등장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족 간의 사랑과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동서양의 문화를 융합하여 만들어낸 영화다. ‘중국 최고의 절경’이라 불리는 양슈오 지역의 자연 풍경과 베이징의 최고급 아파트, 프랑스 파리의 거리 풍경을 수려한 영상으로 담아냈으며,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줄 몰랐던 꼬마 소녀가 처음 만나는 대자연 속에서 천년을 넘게 산 나무에 올라가고 별빛 아래에서 잠들게 되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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