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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설계 - 황혼의 행복을 위한 제안
은퇴 설계 - 황혼의 행복을 위한 제안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10.07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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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육아의 과제와 해법
 

 
글 조명기(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사진 서울신문
 
“황혼육아가 부담이 아닌 모두에게 진정한 행복의 원천이 되기 위해서는 조부모와 자녀인 부모가 함께 지혜를 모아 대처해 나가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맞벌이 가구 증가로 육아 현장에서 조부모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1963년 27%에서 2013년 50%까지 높아졌으며, 배우자가 있는 가구의 절반이 맞벌이이고, 그중의 약 반 수의 조부모가 육아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부모가 손자손녀(이하 손자녀)를 양육하는 것을 흔히 황혼육아(黃昏育兒)라 부르는데, 넓게는 조부모가 손자녀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본인의 시간과 금전, 관심을 기울이는 일을 말한다. 

황혼육아가 가져다주는 긍정적 측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긍정적 태도를 가진 조부모 밑에서 자란 손자녀는 학업성적, 자존감 등이 높다고 한다. 특히 조부모와 손자녀 간 유대가 강할 경우, 부모가 손자녀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까지도 완화시킬 수 있다. 부모는 흔히 외면적인 결과를 강조하는 반면에 조부모는 인격 발달, 가치관 전수 등 내면적, 정서적 측면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나 영국 철학자 러셀은 온화한 조부모 밑에서 자랐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성공이 조부모의 가르침 덕분이라고 회고한다.
조부모 양육이 비단 손자녀에게만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손자녀와 함께 지냄으로써 조부모는 노년기의 소외감을 극복하고 자존감 회복 및 정신적 힐링 등을 경험할 수 있다. 그렇지만 육아노동이 과도해질 경우 피로, 건강 악화, 시간 및 재정적 부담 증대, 우울감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육아 부담 줄이려면 육체·재무적 안정이 우선

황혼육아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긍정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손자녀를 위한 과도한 노동이나 금전 지출로 인해 조부모의 육체적, 재무적 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내 한 조사에서는 황혼육아에 관여하는 조부모 응답자의 67.7%가 하루 평균 9시간 이상 손자녀를 돌보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과도한 육아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부모가 자신의 정신 및 신체적 역량을 초과해 손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객관적으로 잘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금전적 측면에서도 손자녀에게 너무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되면 노후자산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혹시 조부모 자신도 모르게 이러한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면, 홀로 고충을 감당하기보다는 성인 자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대화로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가족의 가치관과 지혜를 전수하는 역할도 중요

둘째, 조손관계가 단순히 양육과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가족의 가치관과 지식, 태도의 전수로까지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한 조사에서는 많은 조부모들이 가족의 전통, 올바른 직업관, 금융 지식 등 조부모의 풍부한 삶의 경험을 손자녀에게 전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 조부모의 경우도 교육수준과 경제적 능력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가치관 전수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과거 동양의 명문가에서는 손자녀가 일정 기간 조부모 방에서 함께 지내며 예의범절과 삶의 자세, 지혜를 배우는 전통이 있었다는 것도 되새겨 볼만하다.
 
육아로 인한 갈등 이전에 적절한 정보 제공

셋째, 조부모와 부모 간에 육아방식의 차이로 인한 갈등을 원만히 해결해 나가야 한다. 흔히 예의 바른 생활습관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부모는 손자녀의 버릇이 나빠질까 봐 어지르지 못하게 하는 반면, 부모는 조부모의 이러한 육아방식이 아이의 창의력을 억제하고 수동적인 성격을 만들까 봐 우려한다고 한다. 특히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구세대 조부모와 부모 간 육아방식에 대한 의견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부모는 조부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거나 정보가 많으므로 서로 간에 갈등이 생기기 전에 먼저 조부모를 이해하고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 드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돈독한 조손관계 구축하기 좋은 연령은 6~11세

마지막으로 조부모와 학령기의 손자녀가 떨어져 사는 경우에는 부모가 손자녀의 생활 정보를 조부모에게 알려 드리거나, 조손 간 교류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미국의 한 조사에 의하면 조손관계를 구축하기에 가장 좋은 손자녀 연령은 만 6~11세 정도이다. 이 시기를 활용해 조부모가 손자녀와 접촉 빈도를 높이고 함께 활동하는 것이 이후의 돈독한 조손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부모는 조부모에게 SNS 서비스 등을 활용하여 손자녀와 접촉할 수 있도록 도와 드릴 수 있다. 또한 손자녀의 기념일, 학교생활 등을 조부모에게 주기적으로 알려 드리는 한편, 자신의 자녀에게 조부모와의 교류가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인 지 교육함으로써 손자녀와 조부모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있다.
평균수명의 연장, 자녀수 감소 등으로 조손 관계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황혼육아가 부담이 아닌 모두에게 진정한 행복의 원천이 되기 위해서는 조부모와 자녀인 부모가 함께 지혜를 모아 대처해 나가야 한다.

 
조명기(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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