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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 놓고 찬반 논쟁 팽팽
담뱃값 인상 놓고 찬반 논쟁 팽팽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10.07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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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진단

‘흡연율 하락 기대’ vs ‘세수 확대 수단’

 
담배 소송으로 군불을 뗀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공식화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흡연의 부작용을 줄이자는 원칙론에선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시기와 방법론을 놓고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이번 담뱃값 인상이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인지 세수 확대를 위한 것인지를 놓고 찬반논쟁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양상이다.

취재 이시종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서울신문

“국민건강을 위한 방법? 세수 확대를 위한 꼼수?”

정부가 한 갑당 2천500원인 담배 가격을 내년부터 4천500원으로 2천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가 얼마 전 발표한 금연종합대책은 담뱃값을 대폭 인상하고 물가상승률 만큼 오를 수 있도록 물가연동제를 도입, 주요 비가격 정책으로 오는 202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29%까지 줄인다는 내용이다. 또 담뱃값 인상을 통한 예산 확보로 이를 금연 치료에 투입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여론은 찬반으로 나눠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민 2명 중 1명 담뱃값 인상은 세수 확보 때문

국민 2명 중 1명은 이번 담뱃값 2천원 인상 정책의 배경을 부족한 세수 확보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흡연 여부에 따라 담뱃값 인상 정책의 찬반이 엇갈린 것으로 조사됐다. 사단법인 한국담배소비자협회(KSA)는 9월 2일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이 담뱃값 2천원 인상 계획을 밝힌 후 여론조사전문기관 여민리서치컨설팅에 의뢰해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포함한 수도권 거주민 1천400명을 대상으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우선 정부의 담뱃값 인상 정책이 어떤 성격을 갖는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OECD 국가 수준으로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것’이란 응답은 33.6%인 반면 ‘부족한 세금을 확보하기 위한 성격’이란 응답이 57.4%로 나타나 국민 2명 중 1명은 이번 담뱃값 인상 정책의 배경을 ‘세수 확보’ 때문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뱃값을 최소 2천원가량 인상해 4천500원 정도로 올리려는 정부 계획’에 대해 찬반 의견을 물어본 결과 찬성 의견은 66.3%, 반대 의견은 33.7%로 나타났다. 하지만 흡연자의 73.3%는 반대 의견을, 비흡연자의 82.8%는 찬성 의견을 표명해 흡연 여부에 따라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국민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히는 것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음을 알 수 있다.
KSA 측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흡연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흡연자를 위한 재원 활용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비흡연자들의 담뱃값 인상 찬성 의견에 기대어 흡연자들을 몰아치듯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은 반발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진국 수준의 흡연율 달성이라는 정책적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흡연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 입안자들의 배려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서울·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패널 700명과 ARS 전화조사 700명을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표집해 조사한 뒤 성별과 지역·연령별 인구비례에 따라 가중치를 적용했다. 9월 3일 하루에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흡연자(최근 1년 이상 지속적으로 흡연한 자)와 비흡연자(금연한 자 또는 비흡연자)의 비율은 약 3대 7이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62%p이다.

진정성이냐 꼼수냐?

▲ 담뱃값 인상과 관련해 최경환 부총리는 "담뱃값·주민세 인상, 증세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면서 세금 관련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아닌 보건복지부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담뱃값 인상’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세금 인상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면서 국민건강 증진 차원이라는 명분을 최대한 강조하기 위해서다.
담배업계는 이 같은 정부의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담뱃값 인상이라는 표현은 행위 주체가 정부보단 업체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한 담배업체는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가 나온 뒤 ‘담뱃값이 아니라 담뱃세임을 분명히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정부는 그러나 “세금을 인상해 담뱃값이 오르면 소비 감소분에 대한 보전 조치(출고가·유통마진 인상)도 함께 이뤄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담뱃값 인상이라는 표현이 맞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시기와 방법론을 놓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의 결과, 다시 말해 증세 논란이 표출될 게 뻔한데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이냐는 것과 한꺼번에 2천원을 올리는데 대한 부담도 크다.
정부의 담뱃세 인상 관련 논란의 출발점도 바로 여기다. 논란의 핵심이 건강 문제냐 세금 문제냐로 갈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각종 사회적 비용 증가 등 흡연에 따른 폐해와 부작용을 줄이려면 강력한 가격정책이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인데 정부의 이 같은 설명은 곧이곧대로 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 고질적인 세수 부족 상황에서 담뱃값 인상 조치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증세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명분이 꼬리표로 달리자 ‘꼼수 부린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부자 감세로 곳간이 비자 서민 증세로 빈곳을 채우기 위한 꼼수’라는 거다.
한국납세자연맹은 같은 맥락에서 “담뱃값 인상과 흡연율의 상관관계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담뱃세(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국민건강 증진, 다시 말해 흡연율을 낮추는 게 목적이라면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담뱃세 인상 대신 현재 담배세에 붙어 있는 연간 약 2조원 규모의 담배부담금(건강증진부담금)부터 금연정책에 제대로 활용(현재 약 1.3%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란은 담뱃값(담뱃세) 인상 발표만 나오면 되풀이되는 이슈다. 2006년 정부가 담뱃값 500원 인상을 추진할 당시 한나라당은 정책성명을 통해 지금과 똑같은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세수 확충 목적의 담뱃값 인상에 반대한다’는 게 주요 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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