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05:25 (수)
 실시간뉴스
스타 강사 김미경이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스타 강사 김미경이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10.07 21: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엄마도 힐링이 필요해’

신경숙 작가의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누군가가 그랬다. 엄마는 아킬레스건이라고’. 소설 속의 말처럼 엄마라는 존재는 그 단어만으로도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이건 자녀들의 생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엄마’로 불리는 이 세상 모든 엄마들도 이 단어가 주는 무한한 책임감에 숙연해진다. 스타 강사 김미경이 생각하는 엄마는 무엇일까.

취재 이시종 기자 | 사진 류병문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에 나온 구절처럼 모든 자식들에게 ‘엄마는 아킬레스건’이다. 아무리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라도 ‘엄마’라는 단어에는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엄마들에게 자신이 짊어진 ‘엄마’라는 타이틀의 의미는 무엇일까. ‘스타 강사’ 김미경이 ‘엄마’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지점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껏 엄마에 대한 의문점을 가져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엄마는 그냥 엄마’였다. 항상 그리워하고 애틋해 하면서도 엄마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김미경 강사를 만나러 가며 처음으로 속으로 묻는다. ‘엄마는 뭐하는 사람일까. 엄마는 남자에게 누굴까. 엄마는 아들에게 여자일까. 엄마라는 사람은, 엄마라는 여자는…’

‘엄마’라는 이름의 원죄

그이를 보면서 ‘비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진다’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1년 전 논문 표절 의혹 기사가 보도된 후 한동안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그이는 최근 다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봄에는 자신의 첫 에세이집인 <살아있는 뜨거움>(21세기북스)을 출간했고, 그의 일정표는 강연으로 빽빽하게 채워지고 있다. 최근 그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는 주제는 바로 ‘엄마’다. 이 주제로 책도 준비 중이다. 정확히 말하면, 썼다가 엎고 다시 쓰는 중이다.
“사실 8월에 맞춰 책이 출간되기로 했는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원고를 다시 쓰기로 했어요. 엄마의 삶을 쓰고 싶었는데 제가 생각했던 방향대로 나오지 못했어요. ‘엄마란 무엇인가’란 원론 적인 것부터 깊게 파고 들어가고 있어요. 자료조사하고 사람 만나고 공부할 시간이 더 필요하더라고요. 책을 쓸 때마다 사람들을 자주 만나요. 이번에도 SNS에 ‘엄마 노릇 힘든 것에 대한 사연을 보내달라’고 올리니까 메일이 하루에 300통이나 왔더라고요. 그중에 10명을 선정하고 이틀 동안  5명씩 만나 같이 이야기했어요.”
그이가 말하려는 주제는 무조건 헌신적인 ‘모성예찬’이 아니다. 오히려 ‘모성의 신격화’에 눌려 있는 엄마들의 삶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완벽한 모성은 바늘구멍만한 것 같아요. 모성은 거의 신앙과 같아요. 모든 엄마들이 모성에 치여서 살아요. 저 역시 25년간을 엄마로 살아오고 있는데, 엄마라는 타이틀에 주눅들 때도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자아가 강한 사람인데 엄마로서 서면 움츠러들어요. 사실 모든 세상의 엄마들이 그럴 거예요. 대부분 자신을 ‘부족한 엄마’, ‘미안한 엄마’로 사는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는데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미안한지 잘 모르겠어요. 엄마들의 기를 살려주고 싶었어요. 이 세상의 모든 엄마가 자신감 있는 엄마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은 대략 이렇다. 자신의 몸이 부서져라 일하면서도 자식들에게 항상 미안해하고, 자식이 아프다는 소리에 몇 백리 되는 길도 한달음에 달려오는 모습이 떠오른다.
“저희 엄마가 딱 그랬어요.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 엄마처럼 안 살면 내가 이상한 엄마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저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해요. 저희 엄마가 해주셨던 것 중 제가 못하는 부분이 있듯, 엄마는 내가 하는 것을 하지 못하죠. 한때 제 모성의 기준을 30년 전의 엄마의 모습에 맞춰 놓았는데, 그것 자체가 제게 매우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이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예전에 읽었던 <모성애의 발명>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의 당황스러움이 생생하다.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은 모성애를 여성의 본능처럼 여긴다. 그런데 ‘발명된 모성애’라니,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명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산업사회 이전에 삶의 형태는 본질적인 영역들에서 개인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가족과 관련되어 있었다. 이런 조건에서 어머니가 되는 것은 (결혼한) 여성의 삶에서 지극히 당연한 소명이었다. 여성에게는 ‘나만의’ 인생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삶이 일차적으로 가족 공동체의 이해관계에 의해 규정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가난했던 시절에는 엄마들이 돈이 없으니 몸을 혹사시켜야 했어요. 하지만 지금 세대 엄마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요즘 엄마들은 육체적으로 혹사하기보다 교육문제라든지, 아이들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힘들어 하죠. 또 요즘 엄마들 속에는 자꾸 ‘여자’가 꿈틀거려요. 그런데 모르긴 몰라도 미안함과 죄책감은 옛날 엄마들의 몇 배일 것이에요.”

자녀와의 공생이 아니라 상생이다

그이가 추구하는 엄마의 모습은 무엇일까. 그이는 슬하에 1남2여를 두고 있다. 큰딸은 올해 스물다섯이 됐고, 아들은 열아홉, 막내딸은 열한 살이다.
“저는 제 자녀들이 30년 후에 살아야 할 길을 제가 먼저 비디오처럼 재연해 주고 있는 중이에요. 그것을 잘 해내고 싶어요. 그게 엄마 노릇을 잘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30년 먼저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겪었을 때는 이렇게 했고, 내려 놓아야 할 시점에는 내려놓고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요. 아이들은 이 모든 것을 저를 통해 먼저 경험하게 되잖아요. 그렇게 열심히 살아내고 싶어요.”
그이가 자신의 에세이집에도 밝혔듯이 그의 아들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최근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보통의 부모들은 정규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를 하는 것에 근심이 클 법도 한데 그이의 생각은 달랐다.
“솔직히 학교라는 현대식 제도권 교육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이것이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다르다고 해서 ‘루저’의 기분을 느낄 필요는 없어요. 유명한 화가나 웹툰 작가들을 보면 일정 수준의 기초만 학교에서 배우고, 그 이후 프로페셔널이 될 때까지는 잘하는 방법까지 다 스스로 계발한 사람들이 많아요. 기초만 배우고 연습하는 방법조차 본인이 계발한 것이죠. 저는 이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받아쓰기인지, 새로 쓰기인지 하는 문제인 거죠. 인생은 받아쓰기가 아니라 새로 쓰기입니다. 어떤 상황이건 자기를 포기하지 않고, 자기를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리고 기다려 주는 것이 엄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이가 추구하는 엄마상은 그이의 아이들도 이해하고 있는 바다. 그이는 “부모 자식 간의 관계는 세포까지 얽혀 있는 관계”라며 “특별히 대놓고 십 년 만에 잡아놓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공생이냐 상생이냐 하는 것입니다. 공생하지 말고 상생해야 해요. 공생은 한 사람에 다 붙는 것이에요. 이를테면 아이의 성적에 붙는 것이죠. 반면 상생은 서로 하나의 존재임을 인정하고 도와주면서 같이 사는 것입니다. 자녀와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 아이를 읽을 수 있어요. 만약 제가 아이들과 공생 관계였다면 아들이 자퇴했을 때 많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에요.”

‘I am’을 자리잡게 해주는 조력자

 
그이는 인생은 ‘I am’ 이후의 문장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I am’ 뒤에 명사를 찾고 형용사를 찾고 부사를 찾는 작업이 나의 발전 과정과 같다는 설명이다. 또 무엇보다 ‘I am’이 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이는 “큰 위기와 맞닥뜨렸다면 먼저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하면서 자기 혼자서 지어내는 공포, 두려움에서부터 벗어나고 나를 지키라”고 말한다.
“제 예를 들어보죠. 저는 I am 뒤에 teacher를 찾았어요. 또 22년간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teacher’라는 명사 앞에 ‘famous’를 붙일 수 있게 됐어요. ‘very’를 붙일 수 있게 된 것은 운이었어요. 운이기 때문에 쉽게 떨어질 수 있어요. 작년에 신문에 기사가 크게 한 번 나니 ‘very’가 하루아침에 떨어지더군요. 그리고 ‘famous’도 마찬가지예요. 십년이 지나면 제 문장에서는 ‘famous’가 떨어져 나갈 것이에요. 또 제가 늙으면 언젠가 ‘teacher’도 떨어져 나갈 거예요. 나이가 들면 ‘I am’ 하나 가지고 살아가게 되겠죠. 이 힘으로 뒷문장이 써진 것이고, 뒷문장이 없어도 I am은 남아요. I am이 튼튼하면 튼튼할수록 인생을 유연하게 살게 되고, 내려놓을 수 있게 돼요. I am famous teacher. 우리는 famous teacher에만 집착하기 때문에 몇 배 더 힘들어지는 겁니다. I am을 붙드세요. 그 뒤에 따라오는 수식어는 얼마든지 다시, 더 멋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뒷문장이 무너지면 ‘I am’마저 무너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어떤 사람들은 ‘very’ 혹은 ‘famous’가 무너지면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까지도 한다. 그렇기에 그이는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I am’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는 ‘I am’이 강한 편이에요. 저희 엄마가 그렇게 키웠죠. 만약 제가 ‘I am’이 약했다면 작년 그 일을 겪었을 때 흔들렸을 거예요. 오랜 시간 쌓아놓았던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렸잖아요.”
언론에 많이 알려졌다시피 그이는 지난해 3월 논문 표절 의혹 기사가 보도된 후 큰 시련을 겪었다. 스타 강사로 이름을 날리며 비연예인으로는 드물게 MBC <무릎팍도사>에도 출연하며 승승장구하던 그이는 그 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에서도 자진 하차했다. 표절 의혹이 일어난 몇 달 후 문제의 석사 학위 논문을 쓴 이화여대에서 ‘인용, 재인용으로 인한 문제는 있으나 연구방법과 연구결과에 있어 별개의 연구 성과를 도출했다’며 ‘관련 사안에 대한 조사와 후속 조치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해당 논문을 인정한다는 공문을 받았지만 그이는 이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때 엄마가 많은 힘을 주셨어요. 엄마 말씀이 ‘잘됐다. 이참에 쉬는 거다. 엄마는 양장점 하면서 열 번도 더 망해 봤다. 뭐든지 시간 지나고 나면 새 살 돋듯 올라오니까 걱정 말아라. 공부하고 싶었으니 공부해라. 강의도 밑천 떨어지면 못하니까’라고 하셨어요. 이렇듯 저희 엄마는 제 ‘I am’을 강하게 잡아 주셨는데 ‘나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했나’라는 걱정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그동안 ‘꿈’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오던 그이가 최근 엄마라는 주제에 깊은 관심이 가지게 된 것은 50이라는 나이와도 관련이 깊다. 그이는 50이란 나이가 참 재미있는 나이라고 했다.
“올해로 제 나이가 쉰하나가 됐어요. 중간 정산이 되는 나이죠(웃음). 일적으로는 예비 은퇴기로 접어든 나이고, 신체적으로도 변화가 있어요. 일적 신체적으로 성장에서 늙음으로 내려가는 변곡점이 되는 나이잖아요. 또 마음도 변곡되는 시점이에요. 제가 쉰이 되면서 중간 정산하며 되돌아 봤을 때 가장 되짚어서 수정하고 싶은 것이 바로 엄마 노릇이었어요. 일적으로는 어제 못한 것이 있다면 오늘 바로 채우며 살아왔는데, 엄마 노릇은 어제 못한 것을 채우진 못했어요. 어떤 사람들은 ‘다 늦게 무슨 엄마노릇이냐’고 하기도 하는데, 사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힘들어 할 때가 스물다섯부터 서른다섯까지예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처절한 실험의 무대에 설 때죠. 그때 엄마가 멘토가 돼줘야 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믿고 신뢰하는 사람의 조언, 한 마디의 위로, 이런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을 쉰 이후에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