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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의 메카’ 쿠바의 유기농업과 흙 살리기
‘유기농의 메카’ 쿠바의 유기농업과 흙 살리기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10.08 0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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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농업의 성공 사례로 가장 주목받는 나라는 쿠바다. 유기농업인과 환경단체들 사이에서 쿠바는 ‘유기농의 메카’로 불린다. 사회주의 국가 쿠바의 유기농업, 그 성공 비결을 알아본다.

진행 | 박소이 기자 사진 | 매거진플러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구소련의 붕괴와 미국의 철저한 경제봉쇄 때문에 성인 1인당 우유 한 잔의 배급을 실시할 정도로 힘들었던 쿠바는 화학비료 없는 유기농업을 선택했다. 도심의 자투리 땅, 한줌의 흙만 있으면 건강한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는 첨단농법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전국 121 군데의 농민 직판 시스템을 만들었다.
전 세계 6천여 종에 달하는 지렁이를 연구해 흙의 생명력을 살리고 국영 방송과 농촌지도를 통해 농업교육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결국 쿠바는 10년이란 짧은 시간 안에 경제봉쇄 조치를 이겨내고 최소한 농업 분야만은 가장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농업 기술을 개발하여 식량 자급률 100%를 달성했다.
해외로부터의 개방 압력에 시달리고, 쌀 수입 등으로 농민들의 잇단 시위가 거세지는 우리 상황에서 쿠바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국가가 된 것이다. 농업 위기 상황에 처한 우리 사회에서 쿠바의 농업은 농업정책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있다.

쿠바 유기농업의 중심은 ‘지렁이 농법’의 흙 살리기

쿠바의 유기농은 ‘지렁이 농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분변토(지렁이가 내뱉은 비옥한 토양) 공급을 통한 흙 살리기에 중점을 뒀다. 말구유와 같은 통에 흙을 담아 화단처럼 만든 뒤 그곳에서 나오는 지렁이 토사물과 미생물을 퇴비로 사용한다. 이런 화단은 도시 공터나 학교 운동장 등 곳곳에서 눈에 띈다. 또 윤작, 간작, 휴경작 등 순환농법을 정착시켰고 과학자들이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각종 전통농업기술과 자재를 재발굴, 현대 과학기술과 접목하는 데 앞장서도록 했다.
해충제거도 자연히 담당했다. 인도에서 수입한 님(Nim)나무를 전국에 보급해 해충을 없앴고, 농장 주변에 해충이 기피하는 식물을 심는 등 천적을 활용한 자연방제를 유도했다. 10년여에 걸친 쿠바의 유기농업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유기농업 이전 43%에 불과했던 식량 자급률이 100%를 이뤘고, 유기농재배 커피, 과일은 비싼 가격에 수출되고 있다.

쿠바 유기농업의 성공 비결

우리나라 남한 면적보다 약간 큰 쿠바는 남미와 북미의 통로에 위치한 지리적 요충지로 스페인 식민지를 시작으로 전쟁과 쿠데타가 끊이지 않는 비운의 역사를 살아왔다. 또 피델 카스트로가 열강의 각축 속에서 신음하는 국민들을 선동하여 체 게바라와 함께 일으킨 쿠바혁명으로 집권한 이래 1961년 자본주의 정치체제에서 사회주의 체제로 바뀌었다. 이후 미국의 경제봉쇄와 구 소련의 붕괴로 국가가 한때 위기상황에 직면했으나, 유기농업과 자립경제 체제로 버티면서 현재까지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
쿠바는 1991년 경제난이 가중되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유기농업을 통한 식량과 농업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당시 구 소련의 해체와 미국의 경제봉쇄 조치로 수입에 의존하던 연간 100만 톤의 화학비료와 200만 톤의 사료작물, 2만 톤의 농약, 농기계 부품 등 공급이 끊기자 ‘식량자급 캠페인’ 차원에서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대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정부 주도 아래 대규모 국영농장은 소규모 가족농 중심의 유기농업 체제로 바뀌었고, 도시의 관공서나 주택 사이의 공터에 유기농산물을 심는 ‘도시농장’이 만들어졌다.
유기농업을 지속 가능토록 한 핵심 기둥은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유기농 실천전략을 세워 국민들에 대한 교육·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는 점이다. 또 쿠바 정부는 온 국민이 도시농업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90%에 달하던 국영농장은 개인이나 조합에 무상·유상으로 임대돼 2002년 말 현재 20%로 떨어졌고 협동농장과 개인농장이 20%, 가족농가 협동체인 UPBC가 60%를 차지한다.

또 하나의 성공 비결, 자연순환농법

쿠바의 유기농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따로 있다. 첫째, 국가 직영농장을 개인 및 협동농장으로 전환해 생산성이 향상되도록 토지개혁을 추진하였다. 둘째, 농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정부 및 공공조직의 노력으로 음식물찌꺼기, 농산부산물, 가축분뇨를 이용한 흙살리기에 매진하였다. 그리고 셋째, 모든 생물은 스스로 병해충을 극복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고 있다는 생물다양성을 바탕으로 자연순환농법을 정착시켰다.
쿠바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유기농업은 아주 미미한 실정이지만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력은 충분히 축적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농업인들이 스스로 실천하려는 의지력만 있다면 유기농업은 보다 확산될 수 있다.
쿠바의 유기농업이 국가위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대안이었다면, 지금 우리는 소비자가 안전한 농산물을 요구하는 시대 상황에 있다. 우리도 지금 유기농업을 더욱 확산시켜 나가야 할 때다.


 
<유기농업에서 흙의 중요성>

출처 : 김성훈 ‘쿠바의 유기농업, 그 생성과정과 교훈’

쿠바 유기농업의 중요한 성공 비결은 흙 살리기에서 출발하였다. 쿠바에서는 생태계와 조화롭게 ‘흙 살리기’에 농민, 정부, 공공조직, 과학자와 기술자가 총동원되었다. 눈여겨볼 것은 토양연구소의 전국적 네트워크 구성이다. 지역마다 토양연구소를 두어 토양의 지역별 객관적 성질을 연구하고 지도화하였다. 생명공학을 이용한 흙 살리기를 연구, 보급하고 토양보전 기능과 토양의 지역별 작물별 이용성을 연구 보급하고 있다.
주변의 이용 가능한 음식물 찌꺼기, 농가 부산물, 가축분뇨를 이용해 농가별로 지렁이 퇴비 생산을 통해 흙 살리기를 도모하였다. 나아가 흙을 오염시키는 사회, 자연 등 주변환경의 개선과 한 작물만 심는 농업을 섞어 심기, 번갈아 심기 중심의 전통적 작부체계를 현대적으로 계승해 흙 살리기에 매달려온 것이다. 흙 살리기가 불가능한 쓰레기 매립지 같은 토양오염 지역 등에서는 작물을 심을 자리에 아예 30~40cm 깊이의 땅을 파 새로 이랑을 만들거나 소 여물통 또는 수로형 흙받이 틀을 만들어 그 해에 유기농업을 실행하고 있었다.
쿠바인들은 흙을 살리지 않고서는 유기농업이 불가능하고, 작물별 흙의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미리 교육받고 있었다. 정부는 값 비싸고 구하기 힘든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 비료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제도화하여 매년 토양의 침식, 염류장애, 연작장애, 산성화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갔다.
가축분뇨, 음식물 찌꺼기, 농가 부산물, 낙엽, 산야초 등 자원을 활용한 순환농업체계의 정착을 위해서는 흙 살리기 운동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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